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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생활 탐구

호텔 프러포즈, 새로운 결혼 문화?

“호텔 결혼식은 못 하더라도 프러포즈만큼은…”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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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1박·명품가방·반지 이벤트로 하룻밤에 수백만원 써
⊙ “호텔 프러포즈와 명품 선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들 수백 건 올라와
⊙ 외신도 한국 프러포즈 문화 조명… “커플에게 부담 주는 결혼 트렌드”(WSJ)
⊙ “호화 프러포즈 과시, 부끄러운 일”(이은희 교수)
⊙ 피크닉·등산 프러포즈 등 소소한 방식의 이벤트도
시그니엘의 ‘이터널 프로미스’ 프러포즈 패키지. 사진=호텔롯데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박모씨는 최근 서울 잠실의 5성급 호텔에서 예비 신랑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았다. 이날 박씨가 받은 선물은 300만원 상당의 해외 브랜드 명품가방과 200만원 상당의 반지 등이었다. 호텔 이용 요금과 꽃 장식, 음식값 등을 더하면 이날 하루에만 6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박씨는 그 순간의 행복이 지출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잊히지 않는 이벤트였다”며 “인생에 한 번뿐인 순간을 선물해줘서 예비 신랑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직장인 김모씨는 “연애 시절 여자친구가 ‘다른 비용에서 아끼더라도 프러포즈만큼은 화려하게 받고 싶다’고 종종 말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를 기억했다가 결혼이 가까워지자 서울 중구의 유명 호텔을 예약한 뒤 프러포즈했다. 몇 달간 모은 목돈을 털어 명품가방을 준비해야 했지만, 기뻐하는 신부의 모습을 보니 자신도 행복했다고 한다. 그는 “더 좋은 걸 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고급 호텔, 프러포즈 패키지 상품 출시
 
인스타그램에 ‘#호텔프러포즈’를 검색하면 프러포즈 후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처럼 호텔 프러포즈가 결혼을 앞둔 MZ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5성급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에서 명품 선물과 함께 프러포즈를 받았다는 글이 수백 건씩 올라와 있다. 해당 글엔 “근사하다” “부럽다” “이 호텔에서 프러포즈 받는 게 내 로망”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또 인스타그램에 ‘#호텔프러포즈’를 검색하면 8만 건이 넘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프러포즈 인증 글이나 프러포즈 이벤트 업체의 홍보 글이 주를 이룬다.
 
  답 프러포즈 문화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답 프러포즈란 프러포즈 받은 쪽이 상대방에게 답례 격으로 한 번 더 프러포즈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도 고급 호텔을 예약해 명품 선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주요 호텔도 다양한 ‘프러포즈 패키지’ 상품을 내놓으며 예비 부부 잡기에 나섰다. 조선 팰리스 강남의 ‘타임리스 로맨스’ 프러포즈 패키지 상품에는 ▲객실 1박 ▲프리미엄 플라워숍 ‘격물공부’와 협업 제작한 생화 부케 ▲레스토랑 조식 2인 ▲와인 1병 ▲커피·쿠키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가장 인기 있다는 객실 타입(그랜드 마스터스 스위트) 기준으로 151만원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타임리스 로맨스’는 지난해 4월 출시된 이후 꾸준히 예약이 이어지는 상품”이라며 “프리미엄 플라워숍의 시그니처 부케와 로제 와인 등이 제공돼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호텔롯데의 5성급 호텔 시그니엘의 ‘이터널 프로미스’ 상품에는 ▲시티뷰 객실 1박 ▲아치형 꽃 장식·풍선 장식 등 데코레이션 ▲꽃상자 ▲와인·초콜릿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최저가 기준 150만원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2023년 상반기 시그니엘 서울 ‘이터널 프로미스’의 판매율이 전년 대비 70%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3월까지 판매량은 전년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라며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인기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프러포즈 비용 문제로 다퉈
 
  일각에선 프러포즈 비용이 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3년 평균 초혼 연령(남성 34.0세·여성 31.5세)을 고려했을 때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사회 초년생 수준에서 큰 금액이라는 것. 그럼에도 한 예비 신부는 “호텔에서 결혼식 하는 건 솔직히 무리라는 걸 안다”며 “프러포즈만큼은 근사한 호텔에서 받고 싶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러포즈 비용 문제로 다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자신을 27세 여성이라고 소개한 A씨는 “프러포즈를 받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며 “남자친구가 프러포즈를 해주면 나 역시 답 프러포즈를 해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프러포즈 자체를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 비용을 결혼 살림에 보태는 편이 낫겠다고 하더라”고 적었다. A씨는 “프러포즈 비용을 얼마쯤 생각하고 있는지 묻기에 호텔, 반지, 명품가방 등을 합해 대략 6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면서 “그러자 남자친구가 실망하더니 나를 SNS에 물든 사람처럼 보더라. 기분이 매우 나빴다. 둘 다 연봉은 3000만원 정도”라고 썼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의 ‘프러포즈 허례허식’ 문화를 조명했다. 지난해 6월 15일 자 《WSJ》 1면 하단에는 〈결혼식 전 비싼 장애물: 4500달러(약 570만원)짜리 프러포즈〉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WSJ》은 하루 숙박비가 10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에서 명품가방과 장신구 등을 선물하는 게 최근 한국의 프러포즈 트렌드가 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호텔 프러포즈 이벤트는 코로나19 기간에 특히 힘을 얻었다”면서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코로나19 걱정을 덜 수 있기에 이상적인 장소로 호텔을 선호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결혼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큰 비용이 드는 호화로운 호텔 프러포즈는 혼인율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커플에게는 부담을 주는 결혼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한국식 프러포즈가 특이한 건 대부분 결혼하기로 약속한 뒤에 치러진다는 사실이다. 결혼 상대방에게 허락을 구하는 취지의 서양 문화를 본떠 왔지만, 정작 한국에선 결혼식장까지 잡아놓고 그 직전에야 하는 통과의례로 변질됐다. 이에 대해 한 예비 신랑은 “순서가 뒤바뀐 것은 알지만, 확실히 약속된 것도 없는데 프러포즈에 큰돈을 썼다가 이후 헤어지기라도 하면 낭패”라고 밝혔다.
 
 
  “젊은 세대, 경제 분별력 가져야”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같은 프러포즈 문화가 “자본주의의 병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벌이가 많든 적든 하룻밤에 수백만원은 큰돈”이라면서 “호화 프러포즈를 받았다는 걸 SNS에 올려 자랑하고 과시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 시민(Consumer Citizen)’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시민이란 소비생활은 물론 사회생활, 정책 형성 과정 등에서 경제 주체를 넘어 사회 변혁 주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소비가 경제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자의 마케팅 전략에 젊은 세대가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이벤트 업계 관계자는 “‘일생에 한 번뿐인 순간’이라고 포장해 프러포즈 상품을 판매하는 공급자가 많다”면서 “프러포즈가 아니라도 ‘한 번뿐인 순간’은 인생에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경제 분별력을 갖고, 적절한 선에서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실제로 호텔에서 프러포즈한 커플은 많지 않은데, 전체 결혼 문화로 부풀려졌다는 견해도 있다. 2022년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적정 프러포즈 비용을 묻는 말에 ‘5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남 35.3%, 여 36.7%)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음으로 ‘50만원 미만’(남 29.3%, 여 27.3%),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남 13.3%, 여 17.3%), ‘15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남 11.3%, 여 2.7%)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프러포즈 비용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응답자 가운데 남성 22.7%, 여성 30.7%는 ‘프러포즈를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남성은 ‘금전적인 부담이 너무 커서’(35.3%), ‘프러포즈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20.6%)라고 답했다. 여성은 ‘프러포즈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32.6%), ‘상대방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싶어서’(21.7%) 순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웨딩 대행업체 관계자는 “5성급 호텔에서 프러포즈했다는 고객은 1년에 30%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화려한 걸 선호하는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프러포즈를 하더라도 신혼집이나 식사 자리에서 간단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진심이 중요하다고 예비 부부들은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피크닉·등산 하다가 프러포즈하기도
 
  소소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담긴 프러포즈 사례도 찾을 수 있었다. 4월 말 결혼 예정인 한성수(가명·36)씨는 “작년 봄 여자친구와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다가 프러포즈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여자친구와 한강에서 피크닉 데이트를 자주 하곤 했다. 프러포즈하는 날도 여느 때처럼 도시락을 싸서 한강을 찾았다. 강바람을 맞으며 도시락을 먹다 반지를 내밀었다”고 했다. 한씨는 “평범한 데이트가 무척 특별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6월 결혼 예정인 오진경(32)씨는 평소 예비 신랑과 등산하는 것을 즐겼다. 오씨는 “프러포즈도 산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함께 지리산 야간 산행을 한 뒤 정상인 천왕봉에서 결혼반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오씨는 “산을 오르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정상에서 프러포즈를 받으니 ‘평생 이 사람과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화 프러포즈도 좋지만, 두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공간을 프러포즈 장소로 활용한다면 더욱 특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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