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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2년 맞는 검수완박 때문에 눈물 흘리는 서민들

“(변호사가) 경찰서에서 사기, 횡령, 배임 강의하느라 진땀”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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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 인력 부족해서 수사관 6번 바뀌어, 그때마다 법리적 부분 다시 설명”
⊙ “경찰이 내부 지침 어겨가며 400일 넘게 묵히다가 조사 다음 날 ‘무혐의’”
⊙ “검찰에선 사건이 들어오면 3개월, 6개월 이런 식으로 기한 체크”
⊙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사기와 같은 경제 범죄”
⊙ 이재명 캠프 출신 변호사도 “검수완박은 절차상으로 엄청난 무리였다”
⊙ 변호사 66%는 “수사 지연 심각하다”
⊙ 전국 사건 처리 기간 48.9→67.7일
⊙ “경찰 수사관 잘못 만나면 민·형사 다 날아가”
2022년 4월 30일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수완박법 찬성 피켓을 세워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가 병신 같아서 사기당해놓고….”
 
  2018년 8월 21일 인천지방법원 방청석에서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피고의 딸이었다. 그날 저녁 피해자는 극단 선택을 시도했고, 바로 다음 달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동산 분양 사기로 법정에 선 피고는 전 재산을 딸에게 넘겨 은닉한 상황이었다.
 
  소송은 이겼다. 죽은 피해자의 부모가 소송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오기 직전, 피해자의 아버지는 암으로 사망했고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금액은 2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이단비 변호사는 “사기 사건들은 이런 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민 등골 빼먹는 재산 범죄가 대개 그렇다.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멍청해서 당했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 사건 피해자도 늘 자책하며 지냈다.
 
  그를 대리하던 또 다른 변호사는 의뢰인의 죽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결국 사건에서 손을 뗐다. 요즘의 전세 사기와도 비슷한 일이었다. 몇천만원이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러한 재산 범죄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1월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수사가 더뎌지고, 전문성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단비 변호사를 인천광역시의회에서 만났다. 이 변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入黨)해 인천시의원이 된 계기도 ‘검수완박’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고 한다.
 
 
  “검사도 어려워하는 재산 범죄를 순경이 맡아”
 
이단비 변호사
  여러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검수완박 시행 이후 사기 등 재산 범죄를 맡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1차 수사기관이 경찰인데, 재산 범죄는 법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기, 배임, 횡령의 차이를 모르는 수사관을 만나면 변호사가 경찰서에서 수사관을 상대로 ‘강의’를 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예전엔 사기 사건 한 건당 300만~400만원을 받고 고소장을 써주면 대개 6개월 내에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젠 2년씩 끄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이러한 사건 수임을 기피한다고 한다.
 
  “재산 범죄는 변호사도 힘들어하고 검사도 힘들어하는 범죄예요. 증거를 찾으려면 돈의 흐름 구조를 꿰고 있어야 사건을 파악할 수 있어요. 제가 맡은 또 다른 재산 범죄 사건은 순경이 수사관으로 배당됐어요. 그런데 이 수사관이 사기, 배임, 횡령의 차이를 모르는 거예요. 사기가 뭔지, 횡령은 뭐가 다른지, 배임이 뭔지 다 설명했죠. 무슨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지도 모르고요. 이러니까 재산 범죄는 수사 대상에서 뒤로 밀려나게 되고, 조사해보고 어렵다 싶으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거죠. 음주운전은 (쉬우니까)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빠르게 수사를 하거든요. 검수완박 이후엔 그나마도 (검찰 단계까지)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아 변호사들 입장에선 수임하기가 꺼려지죠. 제가 맡은 한 사건의 경우도 수사 인력이 부족해서인지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수사관이 6번 정도 바뀌었어요. 한데 그때마다 법리적(法理的)인 부분을 다시 설명해야 했어요.”
 
  ― 어떤 사건이었죠.
 
  “2021년 6월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이었어요. 피고소인이 고소인과 동업해 의류 판매 회사를 설립했는데, 피고소인이 다른 통장을 만들어 수익을 그쪽으로 빼돌린 거죠.”
 
 
  “보완수사 요구 넘긴 지 400일 지나도 감감무소식”
 
  ―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처음엔 무혐의 처분이 나왔어요. 이의 신청을 해서 (검찰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왔죠.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2021년 1월) 이후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오면 수사 기간에 제한이 없어요. 그래서 이걸 경찰이 1년 넘게 묵혀뒀어요. 그러다가 2023년 3월에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조사를 받고 돌아오니 바로 다음 날 ‘무혐의’ 통지를 보냈어요.”
 
  ― 수사 기간에 제한이 없다고요?
 
  “수사관이 말하기를, 내부 지침상 보완수사 요구 시 수사 기간을 400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고 해요. 하지만 제가 맡은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온 지 400일을 이미 넘긴 상황이었어요.”
 

  ― 조사는 제대로 이뤄졌나요.
 
  “CCTV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었어요. 범죄에 이용된 통장을 확인하라고 해도 한 번도 안 했어요. 계좌번호까지 다 줬는데 그걸 한 번도 안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거죠.”
 
  ― 수사 지휘 체계가 있을 텐데요.
 
  “(수사관들이) 수사 지휘를 받는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고요. 처음 1년 정도는 경찰에게 이것저것 많이 요구했어요. 통장이라도 확인해달라, 범죄액을 특정해 민사 소송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도 받겠다고 했어요. 수차례 요구했지만 ‘알겠다’고만 하고 한번도 확인해주지 않았어요.”
 
 
  “경찰이 고소 취하 종용”
 
  이 사건 피해자 A씨(65)는 경찰이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얘기다.
 
  “사기, 배임, 횡령을 모두 고소장에 넣었어요. 그랬더니 사기는 B 수사관이, 횡령은 C 수사관이, 이렇게 담당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수사관 둘이 ‘이건 수사 내용이 겹치니까 둘 중 하나는 고소 취하를 해야 (수사가) 제대로 들어간다’고 했어요. 변호사가 있는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더니, 조사실에 들어가니까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거예요. 조사실에선 녹음기를 켤 수도 없으니까 (증거를) 남길 수도 없지. 그 내용은 변호사가 옆에서 들었어요. 추가로 고소한 내용을 취하하지 않으면 본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겠다는 투로 얘기하는 걸.”
 
  조사실에 동행했던 이 변호사도 A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뢰인에게 자꾸 고소 취하를 종용하면서 괴롭히니까, 사기는 고소를 취하했어요. 그러자 수사관이 횡령으로 조사를 해주겠다, (횡령에 쓰인) 통장이라도 확인해주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피해액을 특정해야 민사 소송으로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으니 동의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해주겠다고 해놓고선 막상 고소 취하를 하니까 사건을 묵혀놨다가 횡령조차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로 결론을 낸 거죠.”
 
  ― 피해 금액조차 수사를 통해 특정할 수 없다는 건가요.
 
  “네, 그렇죠.”
 
  ― 의뢰인이 피고소인과 동업할 때 들인 돈은 얼마인가요.
 
  “투자한 금액은 4000만원입니다.”
 
  ― 경찰은 피고소인을 몇 번 불렀나요.
 
  “2021년에 한 번, 2023년에 한 번, 총 두 번 불렀어요.”
 
  ― 피고소인 입장에선 좋겠네요.
 
  “경찰서에서 만났는데,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었어요. 대놓고 저한테 손을 올리고 위협하더라고요.”
 
  피해자 A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 사람(피고소인)이 전과도 있고 어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조직폭력배 소속이라는데, 나도 아내와 딸이 있는 입장에서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오래된 사건, 검사 컴퓨터에 ‘빨간불’ 떠”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에선 사건이 들어오면 3개월, 6개월 이런 식으로 기한을 체크합니다. 그래서 법으로 정해진 기한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걸 넘기면 검사 입장에선 굉장히 부담이 되거든요. 이게 시스템상에 빨간색, 파란색으로 뜨면서 장기 미제(未濟)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 오래된 사건이라고 표시가 뜬다고 해서 그 사건을 우선 처리하나요?
 
  “검사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건을 잠깐 제쳐두더라도 이런 장기 미제 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사실 당사자들을 생각하면 이게 맞고요. 어쨌거나 결론을 내줘야 당사자들의 위치도 지위도 불안정해지지는 않으니까요.”
 
  ― 그럼 이젠 뭐가 달라졌나요.
 
  “예전엔 검찰 전산망에 오래된 사건이 있으면 오래된 사건, 이렇게 아예 일목요연하게 나왔어요. 요즘은 검찰이 사건을 갖고 있다가 이걸 경찰의 보완수사로 넘겨버리면 검찰 시스템에서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니까 검찰에서는 솔직히 마음이 더 편하죠. 예전에 장기 미제 사건은 검사 입장에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는데, 경찰로 돌려보내면 일단 내 앞엔 없다고 나오니까요. 이러니까 사건이 정리되지 않는다고 해요.”
 
  ―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겠네요.
 
  “수사 종결권이 경찰에게 있다 보니 경찰이 1차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을 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같은 사건을 두 기관이 핑퐁(주고받기)을 하는 거예요.”
 
‘검수완박’ 관련 주요 시행 내역
 
  2021년 1월 1일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시행
  - 검사의 수사 지휘 폐지, 검경(檢警)을 협력 관계로 전환
  - 경찰을 1차적·일반적 수사권자로 설정
  -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
 
  2022년 9월 10일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
  -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
  - 검사가 직접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송치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소 제기 불가’ 규정 신설
  -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 제한
  - 이의 신청 주체에서 고발인 제외
 
  ※자료=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
 
  “경찰과 통화하기도 어려워”
 
2019년 5월 30일 울산남부경찰서 직원협의회는 경찰서 벽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한 송인택 울산지검장의 주장에 반박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조선DB
  성범죄와 같은 강력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등 20년 넘게 성범죄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는 “(검수완박 시행 이후) 수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수사를 포기했다는 의미에서 ‘수포자’라는 말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의 얘기다.
 
  “예전에는 검찰이 사건 지휘를 할 때, 미제 사건이 경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거나 하면 검사가 지휘를 내리기도 하고 얼른 송치하도록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고요.”
 
  ― 검찰이 수사했을 때와 무엇이 다른가요.
 
  “경찰은 일선에서 그냥 차분히 앉아서 사건을 법리적으로 보고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서 어떠한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출동해야 되고, 아무리 무슨 조사 일정을 정해놨어도 살인 사건 등이 발생하면 또 범인 검거하러 가야 한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일반 구속 사건이 아닌 사건들은 조사받는 게 부지하세월인 거예요. 그리고 변호사 입장에서 담당 수사관이랑 통화를 좀 해야 하는데, 전화하면 경찰은 3교대로 돌아가다 보니 통화하는 것도 너무 어려울 때가 많아요. 예전에 사건이 검찰에 있었을 때야 휴가가 아니면 검사는 전화하면 항상 근무시간 중에는 검사실에 있었죠. 하지만 경찰은 교대 근무를 하니까….”
 
  ― 수사 기간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습니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강력 사건이 아니면 또 모르겠지만, 그게 아닌 일반 사건은 수사 진행에 2년 걸리는 건 일도 아니거든요. 중간에 수사관이 바뀌면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하고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판사 출신 변호사를 만나봐도 얘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서민과 밀접한 사건들은 대부분 사기, 횡령, 배임 사건들인데 경찰은 법률가가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가지고 이런 부분들을 빠르게 수사했는데 이젠 그런 게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장을 지낸 또 다른 변호사는 “지금 좀 (부작용이) 많이 심하고 확실히 문제가 많이 있다”면서 “특히 재산 범죄, 횡령이나 사기는 경찰 단계에서 상당히 오래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벌구이’
 
  이단비 변호사는 “변호사들도 각자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는데, 검수완박에 관한 문제점은 어느 변호사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검찰개혁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그간의) 검찰 제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라면서도 “검수완박은 절차상으로 엄청난 무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한다고 해서 경찰이 (검찰의) 아랫사람이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 변호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바 있으며 이 대표의 변호인단으로도 활동했다. 그의 얘기다.
 
  “말이 (수사) 지휘인 거죠. 검찰은 법률 전문가고, 수사는 경찰이 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법률 전문가 관점에서 수사를 이렇게 방향을 설정을 해라’ 그런 취지인데 그게 묘하게 지휘라고 하니까 경찰이 아랫사람인 것처럼 보여서 수사권 독립 얘기도 하는데, 그런 취지가 아닌 거죠.
 
  제가 경찰 쪽에서 들은 얘기는 이거예요. 왜 이렇게 수사가 지연되느냐, 옛날 같았으면 검찰과 경찰이 조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빨리빨리 수사 지휘를 받아서 ‘초벌구이’를 해서 검찰로 올리면 검찰에서 마무리했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수사 중간에 검찰이 옛날처럼 수사 지휘를 통해 방향 설정을 전혀 할 수가 없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네(경찰)들이 다 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경찰은 혼자잖아요. 근데 검사는 한 검사실에 수사관이 여러 명 있고요. 경찰은 자기 혼자서 복사하는 일까지 다 해야 한다는 거예요.”
 
  나 변호사는 검찰 개혁에 대해 “지금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1%”라며 “법원에 의한 검찰 통제가 맞는 거지, 수사권을 경찰에게 주는 게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검찰 독재”라는 민주당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10월 17일 정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대통령령 제33808호)을 공포했다. 시행은 그다음 달 1일부터 이뤄졌다. 주요 내용은 ▲경찰의 보완수사 전담 원칙 폐지 ▲경찰의 보완수사 및 재수사 기한을 요구가 접수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명시 ▲고소·고발장 수리 후 수사 기한을 3개월 이내로 명시 ▲수사 기관의 고소·고발 접수 의무 명시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0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경찰이 전담하던 보완수사를 검사가 할 수 있게 된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렸다. 그러면서 “검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대통령이 검찰의 손에 다시 칼을 쥐여줬다”며 “그 칼이 향할 곳은 바로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한 시행령 개정을 ‘민생 준칙’이라니 어처구니없다”며 “민생이라는 말을 아무 데나 끌어다 쓰지 마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2021년 1월) 이후 2022년 4월 6일부터 같은 달 17일까지 12일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변호사 1155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하여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은 66.1%에 달했다.
 
 
  경찰, “사건처리, 안정 찾아가고 있다”
 
최근 5년간 수사부서별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단위:일). 출처=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
  경찰의 수사 지연 등의 주요 원인에 대해선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72.5%)’이 꼽혔다. 경찰 단계에서의 수사 지연으로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보인 반응은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51.5%)’가 가장 많았고,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항의를 촉구한 경우는 39.3%였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유에 대해서도 ‘대체로 불명확했다(58.9%)’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변호사들은 경찰 단계에서의 적정한 고소 사건 처리 기간을 ‘3개월 내(51.9%)’라고 봤다. 수사가 지연될 때 경찰로부터 받은 답변은 ‘사건 및 업무 과다로 인한 지연(54%)’이 가장 많았다. 형사 고소 사건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기간 내에 적절하게 처리되고 있냐는 물음엔 82.4%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단비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처럼 고소인 조사 과정 등에서 사실상 접수 거부 또는 취하 종용 등이 있다고 대답한 변호사들도 전체 응답자 가운데 46.8%를 차지했다.
 
  반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6개월 만인 2021년 7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건 처리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청 등 새롭게 도입된 절차들이 촘촘하게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몇 가지 사례를 들며 “피의자 신분에서 빨리 벗어나게 돼 불안정한 지위와 불안에서 신속히 해방”됐다고 밝혔다.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시·도 경찰청의 전체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8년 48.9일, 2019년 50.4일, 2020년까지 55.6일이었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64.2일, 이듬해인 2022년엔 67.7일로 늘었다. 수사 부서별로 나눠서 보면, 검경 수사권 분리 시행 직전 해인 2020년 경제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69.1일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80.9일로 늘더니 2022년엔 88일이 걸렸다. 지능 사건의 처리 기간은 2020년 평균 89.4일에서 2021년 98.4일, 2022년 106.6일이 걸렸다.
 
  이단비 변호사는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사기와 같은 경제 범죄의 해결”이라며 “경찰이 경제 범죄를 수사할 능력이 안 된다는 건 대부분의 변호사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집안이 호남 출신이라서 민주당 색이 강했는데 검수완박을 계기로 국민의힘에 들어오게 됐다”며 “정치인 몇 명이 이렇게 전국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처음 체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서에서 펼쳐진 ‘원님 재판’
 
김소정 변호사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감정적으로 속단(速斷)하여 법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사연인지 들어보기 위해 부산으로 갔다.
 
  종교인 D씨가 숨지자 그의 가정부 E씨가 D씨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린 사건이었다. D씨의 조카들이 E씨를 고소했고, 경찰 수사관은 도리어 “얼굴 한 번 내밀지 않다가 몇십 년간 D씨를 보필해온 E씨를 이제 와서 고소하는 것이냐”며 윽박질렀다고 한다.
 
  현행법상 예금, 채권은 주인이 사망하는 즉시 상속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그런데 E씨는 D씨의 사망 이후 그의 공인인증서 등을 부정 사용해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으니 명백한 범죄 행위였다.
 
  D씨의 조카와 변호인은 E씨가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다 알 순 없었다. 그래서 횡령, 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등의 조항을 들어 고소했다. 그랬더니 해당 수사관은 D씨 조카에게 “왜 이렇게 죄명을 여러 개를 적어서 고소하냐”며 “이 죄명들의 처벌이 얼마나 큰데 E씨를 이렇게 고소하냐”고 따졌다고 한다. D씨 조카 측 변호를 맡은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법률사무소)는 “범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를 땐 적용 죄목이 될 수 있는 조항들을 고소장에 넣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수사관은 D씨 조카들의 고소를 ‘불송치’ 처분했다. D씨 조카 측에선 김 변호사가 수사관 교체 신청을 했다. 경찰 청문감사실이 신청을 받아들여 수사관이 바뀌었다. 조카 측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도 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의 결정도 바뀌었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것이다.
 
  이후 1심은 E씨에게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사기 등의 죄목을 적용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률가가 아니거나, 법조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끈질긴 조력이 없었으면 억울하게 불송치(혐의 없음)로 끝날 뻔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이 판결은 관련 민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E씨의 친오빠는 숨진 D씨와 같은 종교 단체에 소속돼 있었다. 그런데 E씨의 친오빠가 숨진 D씨의 생전, 그로부터 부동산 증여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보통 형사 판결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같은 사건의 민사 재판에 활용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경찰 단계에서 시간을 소요한 탓에 E씨가 기소된 상태에서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E씨의 친오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문엔 “E씨가 D씨의 사망 후 망인의 계좌에서 수차례 돈을 무단으로 인출하다가 적발되어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점 등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사관을 잘못 만나 E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면, 민사 재판에서도 승소할 주요 근거 중 하나를 잃을 수 있었던 셈이다.
 
  김소정 변호사도 다른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찰 수사관들에게 관련 법리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고소하는 입장에선 예전보다 이중, 삼중의 노력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다른 사건에서 100장 이상 증거 자료를 보냈는데 수사관이 읽어보지도 않고 내용이 너무 많다고 짜증 내면서 이미 보낸 내용을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한테도 이러는데, 일반 시민들에게는 오죽하겠느냐”고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검수완박이 시행된 지 2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도 변경된 형사법 체계를 완벽히 파악하는 건 변호사들도 쉽지 않습니다. 검수완박 이후 수시로 법령이 개정되기 때문에 형사법은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수사 지연이 되는 현실을 보세요. 현장에서 이렇게 생생히 느껴지는데요. 수사가 지연됐을 때 지연에 대한 통지나 알림을 받은 적도 전혀 없어요. 언제 처리가 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사건이 부지기수입니다. 변호인 선임 없이 나홀로 고소를 하시는 힘없는 분들에게는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요. 검수완박, 대체 누구를 위해 만든 겁니까. 결과적으로 입법 기관(국회)이 국민을 괴롭히는 법안을 만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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