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심층 탐구

2030 밀레니얼 세대

586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며 가난해진 밀레니얼 세대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한국판 ‘로스트 제너레이션’, 2030 밀레니얼 세대
⊙ 성인이 되어 가난해진 세대, 치킨 한 마리 시키며 서비스 달라는 이유는 정말 돈이 없어서…
⊙ 김현정 숭실대 교수, “‘내가 손해 안 보는 게 공정’… 학생부종합전형 문화의 폐해”
⊙ 소속감 찾고자 ‘개딸, 양아들’ 자처하는 2030
국회 담벼락에 즐비하게 서 있는 이재명 의원 국회 입성 축하 화환.
  ‘개딸 ×××’ ‘개삼촌 보냄’ ‘천안에서 개이모가’. 대한육견협회에서 보낸 걸까 싶었다. 화환 리본에 개 타령이 쓰여 있기에 말이다. ‘양아들’이 보냈다는 화환도 있다. 리본의 다른 쪽을 들여다보니 ‘이재명 파이팅’이라고 쓰여 있다. 이런 화환들이 담벼락을 따라 즐비하다. 6월 7일 여의도 국회 담벼락 풍경이다. 알고 보니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입성을 축하하는 화환들이었다.
 
  ‘개딸’은 ‘성격이 개 같은 딸’이라는 뜻이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일종의 애칭이다. 2022년 여의도에선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을 뜻한다. ‘양아들’은 ‘양심의 아들’이란다. 의문이 들었다. 형수에게 생식기를 들먹이며 험한 욕을 하고, 헤어진 여성을 찾아가 그 모친까지 그 자리에서 죽인 친조카의 살인죄를 ‘데이트 폭력’이라 표현해 화제가 된 정치인의 딸, 아들을 자처하는 심리는 뭘까.
 
 
  베이비붐 세대와 586 세대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답변 중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 둘 다 586 세대다.
  대선(大選)과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세대별로, 성(性)별로 정당 지지 성향이 갈린다. 산업계에서는 엠지(MZ) 세대를 잡아야 한다느니,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며, 제트(Z) 세대며, 세대별 마케팅이 한창이다. ‘개딸’을 자처하는 이들을 굳이 세대로 구분해 본다면 밀레니얼 세대 혹은 제트 세대에 속할 터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한국 사회에서 세대를 지칭하는 명칭과 특징을 살펴보자. 먼저 베이비붐 세대를 들 수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이들이다. 현재 나이 59세에서 67세가량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경제 성장의 주역들이다.
 
  이들 다음으론 과거 386 세대(1990년대 기준으로 3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자)라 불렸던 586 세대가 있다. 대략 1961년부터 1969년생까지다. 현재 나이 53세에서 61세가량. 이들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학생운동을 했다. 윗세대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많다.
 
  문재인 정권의 주역들이 바로 이들 586 세대들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이재명 의원, 송영길 전 의원,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두 386 세대다.
 
X세대가 배출한 톱스타 장동건-고소영 커플. 사진=조선DB
  다음은 엑스(X) 세대다. 1970년에서 198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대략 42세 이상 52세 이하 그룹이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각자 개성을 표현하라고 독려받으며 자란 세대다. 그래서인지 연예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세대이기도 하다. 장동건, 고소영, 유재석, 이정재, 싸이, 서태지, 양현석, 방시혁 등이 바로 엑스 세대다.
 
  이들 다음에 태어난 이들이 밀레니얼 세대다. 대략 1980년대 초에서 1990년대 초중반 출생자들을 지칭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다. 현재 27세에서 39세 사이다.
 
  대학 학번으로 따져보면 대략 00학번부터 14학번 사이다.
 
  제트 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출생자들이다. 엑스 세대의 자녀 세대다. 대략 17세부터 26세까지다. ‘엠지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 세대를 묶어서 통칭하는 단어다.
 
  베이비부머, 386, 엑스 세대의 특징은 이미 연구가 잘 되어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 세대는 다르다. 둘 중 제트 세대는 아직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직업 전선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해야 할 연령대다. 이들은 어떤 이들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
 
기업에서 상담과 코칭을 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 김현정 숭실대 교수.
  김현정(49) 숭실대 혁신코칭컨설팅학과 주임교수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를 살펴봤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상담 심리와 리더십을 연구했다. 1997년부터 25년째 대학과 기업에서 상담과 코칭을 하고 있다. 요즘엔 특히 산업 현장에서 임원급과 젊은 사원들이 각기 겪는 문제들을 듣고 함께 해결하는 중이다.
 
  김현정 교수가 꼽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돈이 없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한국 노동시장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1997년) 이후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자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제정했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였겠지만, 현실은 정확히 반대가 됐다. 2007년 이 법이 시행된 이후 비정규직들은 한 직장에서 2년 일하면 잘리는 게 당연한 신세가 됐다.
 
  2007년 《88만원세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밀레니얼 세대의 미래를 예견한 책이 됐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금융 위기)가 터졌다. 기업들은 고용을 멈췄고,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력서를 몇십 장씩 돌리며 시간제 알바를 하거나 노량진 고시촌으로 흩어져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했다.
 
 
  ‘잃어버린 세대’
 
2007년에 출간된 《88만원세대》. 밀레니얼 세대 얘기다.
  이들 중에는 마흔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이들도 있다. 한국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 불릴 만하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표현은 헤밍웨이가 1926년 발표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하는 말이다. ‘길 잃은 세대’로 번역하는데, ‘잃어버린 세대’ ‘상실세대’가 요즘엔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당시 파리에 머무르며 예술가들을 후원한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헤밍웨이에게 해준 얘기에서 비롯됐다. 자동차 정비를 맡겼는데, 수리가 제대로 안 됐다. 정비소 사장에게 얘기하니, ‘수리를 한 젊은이가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 그렇다’고 말했단다. 불황 때문에 취직이 잘 안 됐고, 숙련도가 떨어진단 얘기다. 김현정 교수의 말이다.
 
  “앞 세대들과 비교하면 너무 가난하게 살고 있어요. 보세요, 30대는 톱스타도 없어요. 구매력이 없으니까요. 이전 세대들이 늦게까지 주연을 하고 있잖아요. 30대 스타가 없으니 이들이 오래 정상에 머무는 겁니다. 톱스타 계보가 밀레니얼 세대는 거르고 제트 세대로 바로 넘어가고 있어요.”
 
  김희애(1967년생), 송강호(1967년생), 김혜수(1970년생), 이병헌(1970년생), 김희선(1977년생), 그러고 보니 이들 모두 586 혹은 엑스 세대들이다. 주연급 배우 한소희나 남주혁은 1994년생이다.
 
  “아이 키우는 여성들이 무리한 주문을 한다며 ‘맘충’이니 뭐니 말이 많잖아요. 이케아에서 연필 가져가고, 코스트코에선 소스 퍼간다며 시민의식 운운하잖아요. 자세히 보세요. 이 친구들은 ‘손님이 왕’이라며 갑질을 하는 게 아니에요. 돈이 없는데 더 달라는 거예요. 자존심은 있으니 애 핑계 대는 겁니다.”
 
  짜장면 두 그릇을 주문하며 ‘아기랑 같이 먹을 거니까 군만두 몇 조각 서비스와 짜장면 양 좀 낭낭하게(‘넉넉하게’를 뜻하는 비표준어) 주세요’,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며 ‘아이가 순살을 좋아해서 몇 조각만 넣어주심 감사’라고 해 인터넷 게시판에서 논란이 된 일들을 말한다. 일부 사람의 특이한 행태로 여기고 무심히 넘긴 일들이 ‘잃어버린 세대’의 민얼굴이었단 얘기다.
 
  그러니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먹고사는 문제’다. 김현정 교수의 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돈과 섹스가 해결 안 되면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해요. 둘 다 결국 종족 번식과 연관이 있어요.”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문제는 추세다. 빠른 속도로 하락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당시 1.17명(2016년 기준)이었던 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15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저출산의 원인부터 제대로 못 짚고 돈을 쏟아부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코인 하락, IMF 사태와 같아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큰 이유는 집값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아파트값을 두 배 이상 급상승시키는 기적을 일으켰다. 예산을 들이부어도 출산율이 바닥을 향해 가는 이유다. 김현정 교수의 설명이다.
 
  “기업 다니는, 특히 남성들은 100% 주식 투자나 암호화폐(코인) 투자를 한다고 보면 돼요. 달리 돈을 벌 데가 없으니까요. 얼마 전에 루나 코인 사태가 터졌잖아요. 이 친구들 사이에선 IMF 사태 터진 거나 다름없어요. 기업 컨설팅을 가서 보면 비트코인 가격 변화에 따라 표정이 달라져요.”
 
  ― 집값이 너무 올라 부동산 투자도 엄두를 못 내니까요.
 
  “저는 이 세대가 착해서 코인 투자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다행이에요. 착하니까 자신들이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주식 투자하고 코인 사는 거예요. 사실은 나가서 폭동을 일으켜도 될 상황이거든요.”
 

  ― 대기업에 들어가 고연봉을 받는 밀레니얼 세대도 있잖아요.
 
  “굉장히 소수예요. 이 친구들은 입사 동기가 없어요. 마흔 됐는데 아직도 부서 막내인 경우도 있어요. 수가 적으니 엑스 세대, 386 세대한테 기가 눌려서 살고 있어요. 윗사람들이 ‘네가 이상하다, 틀렸다’고 하면 그런 건가 하는 거예요. 그러다 적응 못 해서 나가거나, 엑스 세대에 동화되어 젊은 꼰대가 되는 겁니다.”
 
  ― 젊은 세대가 들어와 조직이 변화해야 하는데 ‘쪽수’가 적으니 그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군요.
 
  “조직에 젊은 친구들이 있다 해도 비정규직이 태반이니 규합이 안 돼요. 제가 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비정규직 사원을 인터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들은 기업에서 컨설팅 대상도 안 되는 겁니다. 어차피 2년 안에 나갈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 얼마나 서로 불편하겠어요. 심지어 30대는 창업도 못 했어요.”
 
 
  창업도 못 한 30대
 
  ― 이전 세대는 창업을 했나요.
 
  “베이비부머들은 제조업 회사를 세웠어요. 386 세대는 네이버, 다음, 엔씨소프트 같은 닷컴 기업을 세웠어요. 엑스 세대는 문화 산업을 키웠죠. 박진영, 방시혁, 양현석, 모두 1970년대에 태어났어요.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박찬욱, 송강호 다 지금 50대예요. 박찬욱, 봉준호 모두 30대에 이미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라섰어요. 지금 30대 중에 그런 이들이 있나요?”
 
  ― 외국의 불황을 겪은 세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미국은 불황 기간 동안 공유(共有) 경제라도 나왔어요.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이 탄생했어요.”
 
  ―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여러 가지로 위축된 세대군요.
 
  “거부당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거든요. 2~3년 취업 준비는 기본이었고, 입사 과정에서 수없이 떨어졌고요. 굉장히 소심하고 방어적이에요. 안정적인 곳에 안착한 친구들은 어떤 선민(選民)의식이라고 할까요, 자부심이 아주 세고요.”
 
  그러고 보니 밀레니얼 세대엔 주요 정치인도 없다. 53년 전인 1969년에 이미 40대 기수론이 나오며 40대가 대통령 선거 출마까지 했는데 반세기 후인 지금은 대선 후보는커녕 힘 있는 국회의원도 없다.
 
  그나마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1985년생) 정도가 있다. 그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전임 대통령에게 간택되어 정치에 입문해 청년 정치인 쿼터의 수혜를 입다 무선(無選)으로 당대표까지 된 경우다.
 
  ― 이준석 대표 정도가 눈에 띄는 청년 정치인인데 같은 세대들과 함께 세력화는 못 한 듯 싶네요.
 
  “그게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에요. 누구 데리고 와서 ‘이 친구 좀 써주세요’ 하는 걸 못 해요. 친구들끼리 경쟁을 한 세대라, 자신 옆에 있는 또래는 다 경쟁자라고 생각해요. 386, 엑스 세대와 다른 점이지요. 엑스 세대는 몰려다니는 걸 좋아해요.”
 
 
  ‘내가 손해 안 보면 공정’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두 번째는 자신이 손해 보지 않는 게 공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김현정 교수의 설명이다.
 
  “2030들이 공정을 외치지요. 현장을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손해 보지 않는 게 공정’이에요. 남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내가 그 인센티브를 받아야 공정하다고 해요.”
 
  ― 그건 사회 전반에 사다리가 없어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지금 갖고 있는 약간의 권리라도 빼앗길까 봐 우려하는 거죠.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이들을 학종 세대라 부를 수도 있다고 봐요.”
 
  대학 입시전형에는 정시 모집과 수시 모집이 있다. 정시는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고, 수시는 내신성적, 자기소개서, 논술, 실기 등의 잣대로 합격생을 뽑는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수시 모집 전형 중 하나다. 수시 전형은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이 처음 도입했다.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 전형은 2007년 도입됐다. 당초 취지는 기존의 획일적인 점수 위주의 선발방식(정시)에서 벗어나 교내·외 활동, 면접 등을 활용해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거였다.
 
  본래 취지와 달리 논문이나 도서출판, 공인어학성적 획득 등 과도한 ‘스펙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자, 2013년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종’으로 전환했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경우다. 김현정 교수의 설명이다.
 
 
  학종이 만든 경쟁문화
 
  “현재 대학들은 신입생의 약 80%를 학종으로, 20%를 수능으로 뽑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약 80%예요. 전체 고등학생의 64%가 학종으로 대학을 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학종이 문화를 만들고도 남아요.”
 
  ― 학종이 무슨 문화를 만들었나요.
 
  “학력고사와 수능으로 선발하던 시대엔 ‘우리 열심히 공부해 다 같이 꿈을 이루자’는 게 가능했어요. 그런데 학종 시대엔 같은 학교 안에서 교내 활동을 기준으로 줄 세우다 보니 아이들이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애들이랑 경쟁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 엄마는 ‘네 짝꿍은 몇 점 받았어? 다른 애들은 어떤 상 받았어’ 물어볼 수밖에 없어요. 추억을 쌓는 교실이 아니라 검투사들이 싸우는 콜로세움인 겁니다.”
 
  ― 원래 다양한 기준으로 아이들을 뽑자는 게 학종의 취지였잖아요.
 
  “미국에 있는 제도를 가져온 게 학종인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라요. 기본적으로 가치가 다원화(多元化)되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학종이 잘 안 맞아요. 미국은 대학이 일단 많고, 모든 사람이 기를 쓰고 하버드에 가려 하지도 않아요. 미국은 대학마다 색깔이 분명해요. 예를 들면 하버드는 리더십을 중시해요. 프린스턴은 천재를 선호해요.”
 
  ―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르군요.
 
  “그래서 프린스턴은 붙었는데 코넬은 떨어지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달라요. 미국으로 치면 맨해튼이에요. 인구 밀집도가 높고 신분 상승 욕구가 높아요. 요즘엔 소셜미디어 때문에 그런 게 더 커지잖아요.”
 
 
  현대판 蔭敍制, 학종
 
  ― 서울대 방향으로 전력질주하지요.
 
  “저도 대학에 있을 때 지원자들과 인터뷰를 했어요. 이때 학교에서 어떤 애들을 뽑으라고 지침을 주지 않아요. 그러니 그냥 봐서 착하고 잘 정리된 애들을 뽑는 겁니다. 학원에서 잘 훈련받고 온 애들이 뽑히는 거죠. 그러니 학종을 현대판 음서제라 부르는 겁니다.”
 
  ― 부모의 지원이 결정적이겠네요. 조국 교수 부부가 애를 쓴 이유군요.
 
  “어느 IT회사를 갔는데, 젊은 사원 한 명이 그래요. ‘우리 회사 정말 좋아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아니 회사가 좋은데 왜 부모님께 감사를 해요? 사장님한테 감사를 하든지 해야 하잖아요?”
 
  ― 그렇죠. 아니면 스스로 대견해하던가요.
 
  “좋은 IT회사에 들어오기까지 학원 보내줘, 스펙 만들어줘, 그래서 대학 들어가면 어학연수 보내줘, 대기업 인턴 할 수 있게 해줘, 그렇게 나를 여기 들어오게끔 만들어준 부모님한테 감사하다는 거예요. 실상이 그렇고요.”
 
  ― 학교생활기록부가 그들에겐 그만큼 중요했겠네요.
 
  “심지어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선생님도 있어요. ‘대기업에서 예전 학생부를 확인한다.’ 아이들에게는 지금의 행실이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으로 다가와요.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평가기관, 감시기관이 되는 겁니다.”
 
  사실 공교육이 이렇게 된 지는 꽤 오래됐다. 2000년을 전후로 이뤄진 이해찬표 교육개혁 이후, 공교육은 급격히 무너졌다. (1999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이들을 지칭하는 ‘이해찬 1세대’는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찬 1세대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공교육의 빈자리는 사교육이 차지했다. 김 교수의 말이다.
 
  “한부모가정 부모들을 위해 특강을 한 적이 있어요. 주로 싱글맘들이 계셨어요. 그중 어느 분 얘길 들어보니 마트에서 계산원(캐셔)을 하며 한 달에 150만원을 번대요. 애들 사교육비에 80만원을 쓴다는 겁니다. 나머지 70만원으로 월세 내고 생활하는 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勝者獨食에 익숙
 
2021년 6월 국민의힘은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with 준스톤’을 열었다. 사진=조선DB
  ― 공교육으로 해결이 안 되니까요.
 
  “그러면 국가에 공교육을 바로 세워달라 요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시위라도 해야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착해서 개인들이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 하는 거예요.”
 
  ― 많은 이가 고통을 겪는데, 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을까요.
 
  “밀레니얼 세대가 소심하고 방어적이라고 했잖아요. 체제에 대해서도 순응적이에요. 이들이 항의하는 건 ‘왜 쟤한테만 가산점 줬어요’예요. 평가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은 못 해요.”
 
  ― 일단 눈앞에 닥친 입시 관문을 통과해야 하니까요.
 
  “당장 내가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했던 거예요. 그러니 큰 그림은 못 봐요. ‘공부 잘하면 성공하고, 공부 못하면 도태된다.’ 초등생 때부터 그렇게 살아오면 다르게 생각할 수 없어요. 공부 잘하고, 정규직에 붙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이 이 세대에게는 공정이에요.”
 
  그런 면에서 밀레니얼 세대인 이준석 대표가 당 대변인을 오디션으로 선발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오디션이야말로 전형적인 승자독식적 발상이다. 건전한 비판과 약자를 향한 배려, 협력의 장이 되어야 할 정치에 승자독식의 논리가 등장한 셈이다.
 
 
  586의 가스라이팅
 
  김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오디션을 좋아해요. 이런 식으로 승자를 정하는 게 맞냐,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평가할 만한 자격이 있냐, 이건 얘기 안 하거든요. BTS도 오디션에선 아마 살아남지 못할지도 몰라요.”
 
  ―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억압됐군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시험에 통과하지도 못한 사람들을 왜 멋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나.’ 이게 아니라 비정규직 제도가 과연 맞는지, 나아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지금처럼 구분하는 게 옳은지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해요. ‘네가 취직을 못 하는 건 네가 노력을 안 해서야’… 386과 엑스 세대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온 결과예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 중 일부인 2143명을 2020년 6월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취업준비생 등이 크게 반발한 사건을 말한다.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약속에서 비롯됐다. 그는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3년 후 문 전 대통령의 공항 방문일에 맞춰 실현됐다. 당시에도 인기영합주의 깜짝 이벤트라는 비판이 일었다.
 
  정치권이 젊은 세대가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보듬어줘야 하는데, 이미지 홍보를 위해 교묘히 이용한 경우다. 지지율을 의식해 국민들 사이에 반목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른바 ‘갈라 치기’다. 잊히고 싶다는 전임 대통령 얘기로 이어져 좀 그렇지만, 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갈라 치기’가 이어졌다.
 
  집 가진 사람은 적폐라며,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자를 갈라 치기 했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반목을 조장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코로나19 시국에 의사와 간호사를 직접 구분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2020년 9월 2일 페이스북)
 
 
  갈등 해결 능력 부족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등장하는 ‘화살촉’의 리더. 사진=넷플릭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세 번째는 소속감 없이 자랐다는 점이다. 김현정 교수의 설명이다.
 
  “1980년대 이후 절반 이상이 외동으로 태어났어요. 형제가 있어야 싸우고 타협하고 양보하며 자라는데, 학교 들어갈 때까지 누구랑 갈등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겁니다. 학교 생활을 시작했는데, 한 반의 인원이 적은 데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어요.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애들끼리 해결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나서기 시작했어요.”
 
  학생인권조례는 말 그대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조례로, 각 지자체 교육청이 제정한다.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됐다. 좌파 성향 교육감이 자리한 곳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각급 학교는 해당 조례를 따라야 한다. 어길 시 징계를 받는다. 김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저 아이가 나를 괴롭힌다 혹은 사이가 안 좋다, 그러면 거기에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틀로 들어가게 된 세대거든요. 디지털 친화 세대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불만이 생기면 블라인드(Blind) 게시판에 글 올리는 게 편해요. ‘부장님, 이러이러한 건 싫습니다’ 이렇게 말을 못 해요.”
 
  성인이 되어도 소속감이 없긴 마찬가지다. 대학 학생회 문화는 2000년대 들어 쇠퇴했다. 동아리는 순수한 취미 동아리라기보다는 입사 시험 준비 모임에 가깝다. 회사에서도 소속감을 못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한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던 시대는 끝났다. 이들은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한다.
 
  “남성들은 게임, 코인 투자나 해야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게 돼요. 여성들의 경우는 ‘맘카페’죠. 그중 일부는 ‘개딸’로 가는 거고요. 정치색이 강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중독성 있고 강렬한 커뮤니티가 살아남고 거기로 모이는 겁니다.”
 
  정치인들의 갈라 치기와 2030의 소속 욕구가 만나 정치인 팬덤 현상이 생기고, 진영 논리는 더욱 강화됐다.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척 간에 의절을 하고, 의견이 다른 이는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좌표를 찍어 악플을 달며 ‘양념’을 뿌린다.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보면 대패(大敗)인 선거 결과를 두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응원한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언급했다.
 
  “드라마 〈지옥〉을 보면 화살촉이라는 집단이 나오잖아요. 자신과 같은 편이 아니면 린치를 가해요. ‘우리 편인 걸 증명하지 않으면 넌 죽어.’ 혐오사회가 됐어요. 이럴 때일수록 포용이 답입니다. 보수 진영은 김어준 같은 사람이 계속 방송을 하도록 놔두는 게 나을 수 있어요. 그래야 자연스럽게 자정작용이 일어납니다.”
 
  극도의 진영 논리, 팬덤 정치…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닐까. 김 교수는 “압축 성장을 하는 나라는 있어도, 압축 성숙을 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 속도에 의식 성장이 따라가지 못했단 얘기다. 결국 현재의 병리적 현상들은 일종의 정신적 지체(遲滯)로 볼 수 있다.
 
 
  기 안 죽는 제트 세대
 
  밀레니얼 세대의 동생들인 제트 세대는 어떨까.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김현정 교수의 말이다.
 
  “제트 세대의 특성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어요. 학교에 계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기가 안 죽는다’고 말해요. 386, 엑스 세대가 키운 게 제트 세대거든요. 굉장히 관대하게 키웠어요. ‘그렇게 열심히 살 필요 없어,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야, 돈은 나중에 엄마 아빠가 물려줄게.’ 학교에 개근해야 한다는 개념도 사라졌어요. 체험학습 한다며 해외여행을 나갔거든요.”
 
  ― 앞 세대와 비교해 조직에 대한 애착이 낮겠네요.
 
  “신입사원들이 2년 안에 그만두는 비율이 50%예요. 맨날 퇴사하는데 자기가 왜 그만두는지도 정확히 몰라요. ‘그냥 여기는 아닌 듯’ 힘들어하면 엄마도 그만두라고 하거든요. ‘그렇게 고생할 거면 가지 마라.’ 엑스 세대는 자식들 때문에 퇴직하기 힘들 겁니다.”
 
  ― 그렇겠군요.
 
  “제가 이 얘기를 했더니 어떤 임원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계속 일할 수 있다고요. 386과 엑스 세대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세대예요. 반면 밀레니얼 세대에는 숙련 인력이 별로 없어요. 취직도 늦은 데다 비정규직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녔기 때문에요. 그러니 경쟁력이 무척 떨어지죠.”
 
 
  2030에게 필요한 건 성장
 
  베이비부머 세대는 열심히 일하며 고생한 후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렸다. 그에 비하면 386과 엑스 세대는 고생은 덜하고도, 고도 성장의 혜택을 누린 세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분배’를 말하고 반기업 정서를 드러냈다. ‘강남좌파’들이다.
 
  심리학에 ‘취소(cancellation)’라는 개념이 있다. 방어기제의 하나다. 죄책감을 느낄 때, 그것을 상쇄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면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행위 같은 거다. ‘취소’ 기제로 설명해보면, 강남좌파들은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부를 과점했다는 죄책감을 ‘분배, 인권, 복지’를 외치며 해소했다. 김현정 교수는 ‘이념적 사치’라 표현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을 따 먹은 강남좌파들은 풍요를 누리며 선진국에서 살고 있어요. 그러면서 정신적, 이념적 사치도 누리고 싶은 거예요. ‘친구야, 난 이렇게 정의로워.’ 사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필요한 건 분배가 아니라 성장이거든요.”
 
 
  사다리 재건해야
 
  ― 미국의 진보는 어떤가요.
 
  “제가 컬럼비아대 티처스 칼리지(Teachers college)라는 학교에서 공부했어요. 처음에 합격하고 입학 행사에 갔어요. 그랬더니 이런 말을 해요. ‘우리 학교의 사명은 할렘에서 대통령이 나오게 하는 거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학교 생활 내내 계속 강조해요. ‘사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사회를 변하게 해야 한다.’ 사회 체계에 계속 질문을 던지게 해요. 이런 게 진짜 교육 아닌가요?”
 
  586의 본심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조국 교수의 트위터다. 그는 트위터에서 ‘가붕개론’을 주장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래 놓고 본인의 자식은 의사로 만들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586들이 사회의 사다리란 사다리를 죄다 부숴놨다는 점이다. 당장 대학 입시부터 그렇다. 부모 중 한쪽이 대학교수 정도 되면 ‘스카이’ 대학이며 의학전문대학원에 쉽게 들어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없애고 로스쿨을 만들었다. 서민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내 집 마련’ 사다리는 문재인 정부가 부숴버렸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가장 기대하는 건 사다리 재건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걸 갖기도 전에 잃어버린 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한국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의식 있는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투적이지만 그것만이, ‘개딸, 양아들’이라는 괴상한 단어를 동원해 정치인을 아버지로 받들도록 만드는 야만의 시대를 단축시키는 방법인 것 같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