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검증 취재

조미료(MSG)에 대한 편견과 진실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미국·EU·한국 식품의 약품안전청 ‘문제없다’ 결론
⊙ 식품사들의 마케팅 전쟁에서 ‘유해물질’로 낙인… 과학자들이 검증했지만, 여전히 부정 이미지
⊙ 1960년대 최고 선물 아이템이었던 ‘미원’
대상그룹이 출시하는 MSG ‘미원’과 천연 조미료(왼쪽).
  저녁 시간 때 TV를 틀면 어김없이 익숙한 얼굴이 나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탤런트 김혜자씨가 쇠고기 다시다(CJ제일제당)를 손에 든 채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떠 넣는다.
 
  채널을 돌리면 이번엔 탤런트 고두심씨가 쇠고기 감치미(대상)를 손에 들고 “조금만 신경 쓰면, 제대로 맛이 나죠”라며 웃는다.
 
  이제는 TV에서 자취를 감춘 조미료 광고들이다. TV에서 사라진 대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미원 굿즈(상품)’가 유행이다. 빨간색 그릇에 ‘미원’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한 로고가 티셔츠, 양말, 모자, 무릎 담요에 새겨져 판매되고 있다. 대상그룹이 MZ세대를 겨냥해 미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한 제품이다.
 
 
  MSG 알레르기보다 땅콩 알레르기가 훨씬 많아
 
2020년 10월에 있었던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가 주최한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 기념 기자회견’ 모습. MSG는 화학조미료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사진=뉴시스
  조미료(MSG)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한때 우리 밥상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MSG는 1990년대 초반에 유무해(有無害) 논란에 휩싸이며 이슈가 됐다. 2010년을 전후해 MSG의 안전성을 주장해온 학자들과 식품업계 덕분에 화학조미료라는 인식에서 벗어났지만, 10년이 지나도 ‘MSG가 몸에 나쁠 것’이라는 편견이 여전하다. 식품 전문가들은 “MSG의 안전성은 입증된 지 오래다”라고 하지만, 부정적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MSG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여기 식당은 MSG를 쏟아부은 것 같다’ ‘MSG를 넣은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얘기는 여전하다.
 
  감칠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함께 기본적인 맛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요리할 때 단맛이 필요하면 설탕이나 당을 첨가하고, 짠맛이 필요하면 소금이나 간장을 넣듯이 감칠맛이 필요할 때 MSG를 사용한다. MSG는 1908년 일본의 화학자인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다시마에서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대중화됐다.
 
  MSG의 정확한 이름은 ‘L-글루탐산나트륨’이며, 글루탐산은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인데, 이에 나트륨을 붙인 무색 또는 백색의 물질로 물에 잘 녹는다. MSG는 물에 녹으면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분리된다. 일본의 화학자인 이케다 기쿠나에가 ‘맛있다(일본어 우마이)’와 ‘맛(미)’을 조합해 ‘우마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량 생산한 ‘아지노모토’가 시초다.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은 1968년 미국에서 생겼다. 미국의 한 의사는 ‘MSG가 들어간 중화요리가 가슴 압박감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중화요리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식품업계는 ‘MSG 유해성’ 논쟁의 시발점을 이 사건으로 꼽는데 결국 근거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결론 났다. 이후에는 ‘MSG가 다수에게 알레르기나 아토피 반응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 역시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소문에 불과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희귀하게 MSG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비율의 알레르기 반응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에서 나타난다”며 “오히려 복숭아나 땅콩 등에 민감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 아냐
 
1993년 당시 럭키(현 LG생활건강)는 신제품 맛그린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MSG를 유해한 화학조미료로 몰아세웠다. 해당 광고는 허위사실로 당시 보건사회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전 국민에게 MSG는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었다. 맛그린 제품 또한 오해만 남긴 채 사라지게 된다. 사진= 대상그룹 제공
  우리나라에서 ‘MSG=유해’의 공식이 생겨난 것은 1993년 12월에 ㈜럭키(오늘날 LG생활건강)가 조미료 ‘맛그린’을 시판하면서부터다. ‘맛그린’은 기존에 판매 중이던 ‘다시다’(CJ제일제당), ‘미원’(대상) 등 조미료에 ‘유해성 논란이 있는 MSG가 다량 함유돼 있다’고 강조하며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맛그린’은 “타사 제품에는 유해성 논란이 있는 MSG가 0~100% 들어 있다”라며 ‘화학조미료 MSG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맛그린’은 아미노산계인 MSG와 달리 핵산계 물질을 넣은 제품이었다. 논란은 커졌고, LG는 MSG의 유해성을 입증하지 못해 1993년 12월에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LG는 그 여파로 식품사업부를 접었다. 하지만 ‘MSG는 몸에 나쁘다’는 인식만은 남게 됐다.
 
  한 식품학자는 “MSG가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은 오래전에 입증됐고, 더는 이에 관한 연구도 하지 않는다”며 입을 열었다.
 
  “MSG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치는 발효 조미료입니다. MSG의 성분인 글루탐산은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原糖·정제되지 않은 설탕)을 미생물로 발효시킨 것에서 얻어집니다. 여기에 물에 잘 녹는 나트륨을 첨가해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구성된 것이 MSG입니다.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습니다. MSG의 발효 과정은 고추장, 된장과 같은 전통 발효 식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 원료인 글루탐산에서 비롯된 오해가 아닐는지요.
 
  “글루탐산은 20가지 단백질 구성 아미노산 중 하나입니다. 곡류 단백질에 다량으로 함유돼 있습니다. 식물성 단백질에 많이 있는 아미노산으로 글루타민을 산으로 산수 분해해 얻는 물질입니다. MSG에 대한 오해 중에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다시마를 끓여야 얻을 수 있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구해 대량 생산하는 것일 뿐입니다.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다시마에서 추출해 시작된 것일 뿐, 글루탐산은 다시마 외에 표고버섯, 멸치, 조개, 가쓰오부시 등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의 모유에도 들어 있는 안전한 물질입니다.”
 
 
  글루탐산은 모유에 들어 있는 성분
 
  ‘MSG=글루탐산’이라고 알려지자, 이번에는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글루탐산은 단백질 구성 요소의 하나일 뿐이다. 스위스 식품학자인 T. 자코메티 박사의 〈자연식품 내 글루탐산 함유〉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모유에는 약 20종의 아미노산 중 MSG를 구성하는 글루탐산이 약 50%로 가장 많이 존재한다고 한다. 모유 수유를 하던 신생아가 우유를 잘 먹지 않으려는 습성은 신생아의 혀가 글루탐산을 감지해 자기 몸에 더 적합한 것을 구분해내기 때문이다.
 
  출산 직후 인간의 모유에는 글루탐산이 100mL당 12.88mg이 들어 있고, 출산 2개월 후 인간의 모유에 들어 있는 글루탐산은 4.2mg/100mL로 감소하지만, 출산 2개월 후 우유에 함유된 0.64mg/100mL의 글루탐산보다 약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루에 480g의 모유를 섭취하는 3kg의 유아의 경우 약 20.6mg/kg의 글루탐산을 섭취하는 셈이다. MSG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인간의 모유와 자연의 식품에 들어 있고 자연의 글루탐산과 인공의 글루탐산이 같기 때문에, MSG를 섭취하는 것만으로 몸의 이상반응을 느낀다는 주장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얘기다.
 
 
  음식 없이 3g의 MSG를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는 불가능
 
  식품학자들의 연구 때문인지, 요즘에는 MSG의 유해성을 꼬집는 학자들이 드물다. 하지만 자칭 식품 연구가라는 일부의 사람은 여전히 MSG의 유해성을 주장한다. 그들의 논리는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학자 중 상당수가 식품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해가 없다는 식(式)으로 결론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돈을 쏟아부은 결과’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 말은 과학을 무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쏟아부어서 과학적 결과를 산출했다는 의미다”라며 “화합물의 안전, 위해가 밝혀지지 않았고 MSG에 관한 논쟁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을 지낸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 전공 명예교수는 기자의 이메일에 ‘미국 FDA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며 자료를 보내왔다. 2012년 11월에 미 FDA는 이렇게 발표했다.
 
  〈― MSG는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가?
 
  FDA는 식품에 MSG를 첨가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간주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MSG에 민감한 것으로 말하지만, MSG를 먹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이 일관적으로 말하는 바이다.
 
  ― MSG와 관련된 부작용 보고를 받았는가?
 
  FDA는 수년에 걸쳐 MSG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 후 두통, 메스꺼움과 같은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례에 대해 보고받았다. 그러나 MSG가 영향을 일으켰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FDA는 미국 실험생물학협회(FASEB)에 안전성 조사를 요청했다. FASEB 보고서는 MSG가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음식 없이 3g 이상의 MSG를 섭취하는 일부 민감한 개인에게서 두통, 무감각, 홍조, 따끔거림, 졸음과 같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가벼운 증상을 확인했다. 그러나 MSG가 첨가된 식품의 일반적인 1회분에는 0.5g 미만의 MSG가 포함돼 있다. 한 번에 음식 없이 3g 이상의 MSG를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MSG가 위를 보호하고, 나트륨 섭취를 줄인다는 보고도 나와
 
  식품학자들은 MSG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종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미국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0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내린 최종 결론도 마찬가지다. FAO/WHO 연합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87년 230여 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1978년과 1980년도에 미 FDA 역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현재 조미료로 사용하는 수준에서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EU식품과학위원회에서도 쥐, 개 등을 대상으로 한 급성 및 만성 독성 실험에서 MSG로 인한 독성 효과가 없음을 확인했다. 세계 먹을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일제히 MSG는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최근 10년 이내에는 오히려 MSG가 인체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국제아미노산과학연구회(ICAAS)는 2017년 한국 식품과학회 국제 심포지엄에서 〈위장에서의 식이 섭취 MSG의 생리학적 기능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MSG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에 의한 위 손상으로부터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벽을 둘러싼 점막 표면에 기생하는 균으로, 위궤양, 위암, 십이지장궤양 등 각종 소화기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ICAA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MSG는 위의 효과적인 단백질 분해·흡수를 위해 위 점액 분비를 촉진한다. 이 점액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해 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MSG를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량을 최대 3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식약처는 2010년 ‘알기 쉬운 L-글루탐산나트륨에 관한 Q&A’를 통해 MSG를 소금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전체 나트륨 섭취를 20~40%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고, 2013년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 국립연구원도 2010년,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소금 대신 MSG를 먼저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2017년 미국의 식품영양학자 스티븐 위덜리 박사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탕으로 MSG와 건강한 식습관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MSG가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위덜리 박사는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식생활을 위해 MSG를 자주 사용하는데,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MSG를 약간 첨가하면 채소 요리를 맛있게 먹는다. MSG가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가능케 해 건강한 식생활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케팅의 함정
 
  대상그룹은 “‘MSG 무첨가’라는 마케팅의 함정에 빠져 오랜 시간 오해를 받아왔다”고 했다.
 
  “MSG를 첨가하지 않은 식품은 MSG와 같은 수준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핵산이나 효모 추출물, 식물이나 동물성 추출물 등 많은 복합적인 조미 소재들을 사용합니다. 즉 MSG 하나가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첨가물이 대신 들어가는 꼴입니다. 현재까지는 어떠한 조미 소재도 한 종류만을 사용해서는 MSG의 감칠맛을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 많은 종류의 조미 소재를 융복합해서 MSG의 감칠맛에 가깝게 하는 것입니다. 이들 융복합 조미 소재들이 들어간 ‘MSG 무첨가’와 단순한 ‘MSG 첨가’ 중, 맛과 경제성, 그리고 안전성 측면에서 어떠한 쪽이 나은지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MSG 무첨가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환상은 MSG는 건강에 나쁜 것이라는 근거 없는 괴소문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MSG는 발효를 통해 얻어낸 글루탐산을 주성분으로 하는 안전한 물질로서 다른 복합적인 맛의 조미 소재와 달리 음식의 본연의 맛에 감칠맛만을 더해주기 때문에 현존하는 어떤 조미 소재보다도 탁월한 조미 소재이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수요량도 가장 많은 조미 소재입니다.”
 
  2018년 1월 1일부터는 MSG의 정식 표기가 ‘화학적 합성품’에서 ‘향미증진제’로 변경됐다.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전부 개정고시(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6-32호)’는 식품첨가물 표기에서 ‘화학적 합성품’과 ‘천연첨가물’의 구분을 없애고, 식품첨가물의 분류체계를 품목별 용도에 맞게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식품첨가물을 감미료, 발색제, 산화방지제, 향미증진제 등 31개 용도로 분류하고 품목별로 주 용도를 명시해 식품첨가물 사용 목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MSG의 주성분인 ‘L-글루탐산나트륨’은 그 용도가 ‘향미증진제’로 분류된다. 향미증진제란 식품의 맛 또는 향미를 증진시키는 식품첨가물을 말한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2016년 4월, 위 개정고시 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식약처는 “국제조화를 위해 식품첨가물의 분류체계를 합성, 천연 구분 없이 품목별 주 용도를 명시해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도록 개편한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산 아지노모토’가 탄생하기까지
 
일제시대 때 한국인의 입맛을 장악했던 일본 아지노모토 조미료 광고. 사진=대상그룹 제공
  사실 MSG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우리 입맛을 지배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조미료 ‘아지노모토’는 전략적으로 한국인의 서민 음식인 냉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당시 평양냉면 협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대부분의 냉면 가게가 아지노모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은 따로 육수를 내지 않아도 맛을 내는 새로운 문물인 아지노모토를 신기해했고, 아지노모토가 내는 신비로운 맛에 열광했다.
 
  이후 대부분의 요리에 아지노모토를 사용하면서 소비가 급증했고, 일본은 노골적으로 가격을 올리며 비싼 가격에 아지노모토를 팔았다. 그렇게 한국인의 입맛은 일본의 아지노모토에 길들었다. 그러던 중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이 패망하면서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았고, 일본 제품의 수입은 일절 금지됐다. 이미 조미료 맛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은 아지노모토 얻기에 혈안이 됐고, 밀수나 편법 등을 통해 아지노모토를 구하기 시작했다. ‘쌀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아지노모토의 인기는 여전했다.
 
  MSG의 대표 명사인 ‘미원’을 만든 대상그룹이 이때 나섰다. 대상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회장은 해방 후에도 일본 조미료가 우리 민족의 식탁을 점령하는 데 분노했다. 수소문 끝에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의 성분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국산 조미료 제조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후 조미료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1955년 조미료 제조기술을 익히기 위해 일본행을 결심했다.
 
  당시 일본의 이케다 박사가 개발한 조미료 제조방법과 제조공정은 1급 비밀이었다. 그만큼 기술을 알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임대홍 회장은 오사카의 조미료 공장에 취업해 매일 조금씩 어깨너머로 조미료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긴 시간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MSG 제조공정의 기초를 터득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임대홍 회장은 일본에서 터득한 조미료 제조기술의 기초를 토대로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제조공법 개발에 몰두했다. 개발할 때는 한 번 실험실에 들어가면 꼬박 100일 넘게 실험실에서 살았다. 그렇게 끝없는 실험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새로운 조미료 제조공법 개발에 성공했다. 1956년 1월 31일, 임대홍 회장은 부산 동대신동에 부지 200평 내외 건평 150평 규모의 조그만 조미료 공장을 세우고 국내 최초의 조미료 회사인 ‘동아화성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한다. 순수 국내자본과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으며 대상그룹(현 대상그룹)의 시작이었다.
 
 
  김지미·황정순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이 미원 들고 광고
 
1960년대 미원 선물세트. 미원은 명절이나 기념일에 귀한 분들에게 드리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사진=대상그룹 제공
  미원은 아지노모토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워주면서 한국인의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조미료 공장이 부산에 세워졌다는 소문이 나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공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초기 생산량은 한 달에 5톤 정도였으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석부(돌로 만든 초기 제조설비)’를 개발하면서 한 달 생산량은 150톤까지 늘어났다.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소문으로 인해 당시 가정집에서는 미원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었다. 많은 주부에게 ‘맛의 비밀’로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960년대 이후 미원은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1968년 당시 인기 절정의 영화배우였던 김지미와 광고 전속모델 계약을 맺고 국내 최고 모델료 기록을 세웠다.
 
  그 뒤를 이어 배우 황정순이 중년 주부의 모습으로 등장, 평화로운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미원의 광고 모델을 거쳐갔다. 미원이 독보적인 인기를 끌던 1963년,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CJ제일제당의 ‘미풍’인데, 영업사원들 간의 경쟁 못지않게 사은품 경쟁도 치열했다.
 
  미풍이 무채칼, 고무장갑을 사은품으로 구성한 미풍 김장 세트를 출시하면 미원은 고급 비치볼, 미원병 등을 선물로 증정하는 사은행사를 진행했고, 미풍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면 미원은 금반지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당시 미원과 미풍의 경품 응모 엽서로 인해 우체국이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이 둘의 사은품 경쟁 과열은 결국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상공부에서 제재하기에 이르렀는데, 결과적으로는 여심을 공략한 미원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미원은 1960~1970년대 최고 인기 선물 아이템이기도 했다. 미원선물세트의 시초는 1962년 미원 1kg들이 금색 캔을 상자처럼 포장해 선물한 것이 호평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고급스러운 황금빛 캔에 그 귀한 미원이 1kg이나 들어 있으니 누가 받아도 기뻐할 만한 선물이었을 터다. 여기에 힘입어 신선로의 고전적인 느낌과 연결 지어, 경복궁의 경회루, 비원의 정자 등을 유화로 그려 넣어 상자를 디자인한 것이 최초의 미원 선물 상자가 됐다. 이후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고정 판지를 완성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세 가지 미원선물세트가 나오게 됐다. 해를 거듭하면서 선물세트는 제작 수량이 점차 늘면서 하나의 계절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디자인과 안의 내용물도 다양해져 볼륨 있는 세트로 발전해나갔다. 하지만 MSG는 1990년대 초반에 LG생활건강으로 인해 유해성 논란이 시작됐고, 2012년에 ‘MSG를 사용하지 않는 착한 식당’을 앞세운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미원맛소금팝콘’ ‘미원라면’
 
대상그룹은 2020년 2월, ‘이밥차’와 함께 미원 레시피북 《미원식당》 책자를 발간했다(사진 왼쪽).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모델을 맡아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했다. 사진=대상그룹 제공
  음식을 조리할 때 조미료를 첨가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미원은 매출액이 2021년 1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직접 산 금액이 4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마케팅’으로 피해를 봤던 대상그룹의 미원은 최근 또 다른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14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사탕수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패키지를 선보였고, 홍대에 ‘밥집 미원’ 팝업 스토어를 열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원은 GS25 편의점과 손잡고 미원맛소금의 상품 디자인과 재료를 결합한 ‘미원맛소금팝콘’ ‘미원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미원의 마케팅 행보는 패션의 영역까지 진출했다.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를 통해 양말(3종), 버킷햇(2종), 스웨트 셔츠(2종), 무릎 담요(2종) 등 4가지로 구성된 미원 굿즈를 내놓기도 했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는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다. 인식의 싸움이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MSG에 여전히 점철된 이미지가 바로 이 구절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