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창업 이후 찾아온 우울감… 운동으로 떨쳐냈죠”
⊙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하고, 더 건강하게 땀 흘리게 하자’는 생각에 에너지 젤 개발
⊙ ‘느림의 미학’ 중요시… “기초 탄탄한 스타트업 될 것”
李在善
1990년생.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졸업 / ‘열정에 기름 붓기’ 前 공동대표 역임. 現 스포츠 브랜드 ‘요헤미티’ 대표
⊙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하고, 더 건강하게 땀 흘리게 하자’는 생각에 에너지 젤 개발
⊙ ‘느림의 미학’ 중요시… “기초 탄탄한 스타트업 될 것”
李在善
1990년생.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졸업 / ‘열정에 기름 붓기’ 前 공동대표 역임. 現 스포츠 브랜드 ‘요헤미티’ 대표
- 사진=고기정
“아내랑 혼합 복식 8강전을 보고 있는데,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아내가 ‘신유빈 선수가 에너지 젤을 먹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죠.”
‘요헤미티(Yohemite)’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선(李在善·34) 대표는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다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고 한다. 행운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던가.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申裕斌·20)이 경기 도중 요헤미티 에너지 젤(energy gel·장시간의 운동 시 에너지 보충을 위한 젤 형태의 탄수화물 식품)을 먹는 장면이 30초가 넘게 전 세계로 송출됐다. 8월 2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유빈 에너지 젤’, 재입고 3분 만에 동나
― 신유빈 선수가 ‘에너지 젤’을 먹는 장면이 전 세계로 송출됐는데요.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 제품은 아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치는 거예요. ‘요헤미티 제품이 올림픽에 나왔다’라고요. 그때는 짧게 스쳐 지나가서,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였기 때문에 ‘뿌듯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어요. 그러고 나서 3일 뒤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죠. 일본 선수와의 대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신 선수가 또 에너지 젤을 먹는 거예요. 금방 지나가는 장면인 줄 알고 빨리 사진을 찍으려는데, 거의 30초가량 먹는 장면이 전 세계에 노출됐어요. 꿈만 같았죠.”
―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믿기지 않았어요. 그때는 ‘이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뿐이었고, 너무 신기했습니다. 처음 노출됐을 때는 마냥 뿌듯했는데, 두 번째 노출됐을 때는 현실 감각이 떨어졌어요.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규정 때문인지 신 선수가 들고 있는 에너지 젤에는 검은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테이프로 채 가리지 못한 메이플 시럽 로고를 한번에 알아봤다고 한다. 신 선수의 에너지 젤 ‘먹방’은 약 30초간 송출됐다. 대중은 신 선수가 먹는 에너지 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평소 에너지 젤을 애용하던 고객들에 의해 신 선수의 에너지 젤이 ‘요헤미티’ 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순식간에 재고가 동이 났다.
― 인기 때문인지, 구매가 쉽지 않던데요.
“감사한 일이죠. 처음 동이 났을 때는 얼떨떨한 감정이었어요. 그다음 날 바로 발주를 넣었고, 재입고가 되자마자 3분 만에 또 품절이 되었어요. 팀원도 저도 처음 겪어본 상황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지금은 재고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들어왔습니다.”
― 매출액이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정확한 공개는 어렵지만, 기존 월평균 매출액의 10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고객문의도 폭발했어요. 전화기가 미친 듯이 울리고, 문의 메시지가 ‘땡땡땡땡’ 이렇게 울렸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행복했죠.”
작은 불편 해소하는 것에서 사업 구상
이재선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놓여 있는 재고를 겨우 챙겨 왔다고 하며 화제가 된 에너지 젤을 보여줬다. 타 에너지 젤 제품과는 다르게 감각적인 검은색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요헤미티 에너지 젤의 포장을 뜯어보니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내용물이 보였다. 올림픽에 출전한 신 선수가 경기 도중 에너지 충전을 위해 섭취한 바로 그 에너지 젤이었다. 캐나다산 A등급 메이플 수액으로 만들어진 요헤미티의 에너지 젤은 농도가 묽기 때문에 격렬한 상황에서도 편안한 섭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스포츠 뉴트리션(Sports Nutrition), 풀어 말해 운동인들의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는 에너지 젤과 워터(water)를 판매하는 ‘요헤미티’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요헤미티를 창업한 지는 올해로 3년 차다.
― 왜 하필 ‘에너지 젤’이었나요.
“사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에너지 젤은 혁신적인 아이템도 아니었고, 기호식품은 사람들의 인식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쟁쟁한 제품들을 제치고 어떻게 성장할 거냐고 다들 걱정했죠.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고민이 좀 많았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혁신뿐만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죠. 작은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데에서 에너지 젤 구상이 시작되었어요. 에너지 젤은 격렬하게 움직일 때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먹었을 때 너무 꾸덕꾸덕하거나 삼키기가 어려웠어요. 당연히 소화 또한 불편하죠. 그래서 이런 걸 해결해주고자 요헤미티만의 에너지 젤을 제조했습니다.”
사실 이 대표의 창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한 동기부여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비롯해 젊은이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들을 페이스북에 올려 동기부여를 해주는 일이었다. 첫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SNS 채널 팔로워(follower)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이 대표는 공동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는 힘든 결정을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준 것은 ‘운동’이었다.
두 번째 창업의 원동력이 되어준 ‘운동’
― 첫 번째 창업을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25세에 멋모르고 시작해 6년 정도 이끌었어요. 6년간 거의 매일 일만 했죠. 밤낮도 없고, 일에 미쳐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고,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어요. 공동 대표직을 내려놓고 1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죠.”
― 두 번째 창업을 계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1년간 쉬다 보니, 생활방식이 많이 망가졌어요. 뭔가 제 삶을 다시 되찾아보겠다고 사업을 그만둔 건데, 오히려 더 망가지고 있으니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클라이밍, 스쿼시, 등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많이 했어요. 그러다 운동에 흥미가 생겼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니 선순환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때 제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다시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요. 제 삶을 바꿔준 운동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운동에 관심을 갖게 하고, 운동을 취미로 즐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헤미티’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 꿈을 이룬 셈이네요.
“맞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스포츠 선수들을 굉장히 동경했었어요. 스포츠 선수가 특이한 게, 이 사람들은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들이 평생 해야 할 노력이나 희열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으로 압축해서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스포츠 브랜드가 일반인들에게는 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작용하고,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그들에게 필요한 제품, 신 선수처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된다면 너무 설렐 것 같았어요.”
― 심지어 올림픽에서 그 꿈을 이루었네요.
“올림픽은 운동선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그 순간에 우리 제품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이게 오래 걸릴 줄 알았어요. 한 10년, 20년까지 내다봤습니다. 솔직히 요헤미티가 여력이랄까, 올림픽에 협찬할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씁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신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섭취해주셔서 지금도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회사 이름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따와
이 대표의 두 번째 창업은 지쳐 있던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요헤미티’라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명도 클라이밍을 하는 이들에게는 ‘성지(聖地)’라고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에서 따온 것이다. 이 대표는 훗날 팀원들을 모두 데리고 요세미티 공원을 방문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운동을 흥미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뉴트리션(nutrition)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던데요.
“요헤미티 브랜드 미션은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하고, 더 건강하게 땀 흘리게 하자’입니다. 모든 결정과 전략이 모두 거기로부터 나와요.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뉴트리션 가이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뉴트리션 가이드가 매출에 도움이 되나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죠. 그런데도 운영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뉴트리션 가이드를 보고 건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셈이죠. 또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wellness life style) 큐레이션을 통해 균형 잡힌 삶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 큐레이션은 뭔가요.
“운동을 중심으로 한 생활방식을 짜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침에 모여서 조깅하고, 요가하고, 비건 음식 먹고. 하루를 건강하게 채워주는 일정을 대신해서 짜주는 거죠.”
“스타트업 알리려면 SNS 활용은 필수”
첫 창업 당시, 이 대표는 SNS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브런치 스토리는 팔로워 수가 4000명이 넘는다. 신 선수가 에너지 젤을 섭취했을 당시에는 ‘신유빈 선수가 우리 에너지 젤을 섭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 SNS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나요.
“인지도가 낮은 초기 스타트업을 알리려면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SNS잖아요. 열심히 소통하다 보면 언젠가는 회사의 가치를 알아줄 거고, 구매해주시는 사용자 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고객 피드백도 많이 받겠네요?
“네. SNS로도 소통하고,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자주 구매하시는 분들에게 전화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정량적인 설문을 모두 모아서 개선점과 차후 발표될 제품에 고객분들의 의견을 많이 넣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 투자 유치는 어떻게 받았나요.
“첫 창업을 했을 때, 제가 퇴사할 때쯤 투자 논의를 하던 분들이 계셨어요. 그분들께는 참 죄송한 마음을 안고 퇴사했죠.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분들이 제 두 번째 창업에 선뜻 투자를 해주셨어요. 연락을 드리기 쉽지 않았는데, 그분들이 오히려 되게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더라고요. 한 번 그만뒀다고 하더라도 또 도전하는 것이 그분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였나 봐요.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죠.”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를 받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기존 투자를 받은 사람에게 또다시 투자를 받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이재선 대표는 해냈다. 요헤미티 창업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스타트업 대표로 9년을 살아온 것이다.
“느리면서도 단단하게”
―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함부로 말씀드려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 조심스러우면서도 뻔한 얘기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직원’이 아닌 ‘동료’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요.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라요. 대기업은 인원도 많고, 사측과 직원의 입장이 다른 경우 또한 많잖아요. 그런데 현재 요헤미티는 저까지 포함해 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고 뭐고 할 것 없이, 초기에 같이 하는 팀원들은 정말 동료로서 같이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은 사람 한 명,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들을 중요시하면서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팀원들과 자주 상의하는 편이에요.”
― 주로 어떤 상의를 하나요.
“정기적으로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회의를 합니다. 그날은 모든 일을 ‘스톱’하고 모여서 조직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직 3년 차 스타트업이고, 조직 문화가 틀에 잡혀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다 같이 모여서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것들을 중요시하면서 일을 해야 될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가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 그런 식으로 회사를 경영한다면, 직원들의 퇴사율이 정말 낮을 것 같은데요.
“창립할 때는 2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7명입니다. 3년간 퇴사한 인원은 한 명뿐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가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느림의 미학’입니다. 보통 스타트업들은 속도를 굉장히 중요시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좀 느리더라도 조직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느리면서도 단단하게 경영하려 합니다.”⊙
‘요헤미티(Yohemite)’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선(李在善·34) 대표는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다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고 한다. 행운은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던가.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申裕斌·20)이 경기 도중 요헤미티 에너지 젤(energy gel·장시간의 운동 시 에너지 보충을 위한 젤 형태의 탄수화물 식품)을 먹는 장면이 30초가 넘게 전 세계로 송출됐다. 8월 2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유빈 에너지 젤’, 재입고 3분 만에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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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선수가 경기 도중 에너지 젤을 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MBC 중계화면 갈무리 |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 제품은 아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치는 거예요. ‘요헤미티 제품이 올림픽에 나왔다’라고요. 그때는 짧게 스쳐 지나가서,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였기 때문에 ‘뿌듯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어요. 그러고 나서 3일 뒤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죠. 일본 선수와의 대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신 선수가 또 에너지 젤을 먹는 거예요. 금방 지나가는 장면인 줄 알고 빨리 사진을 찍으려는데, 거의 30초가량 먹는 장면이 전 세계에 노출됐어요. 꿈만 같았죠.”
―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믿기지 않았어요. 그때는 ‘이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뿐이었고, 너무 신기했습니다. 처음 노출됐을 때는 마냥 뿌듯했는데, 두 번째 노출됐을 때는 현실 감각이 떨어졌어요.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규정 때문인지 신 선수가 들고 있는 에너지 젤에는 검은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테이프로 채 가리지 못한 메이플 시럽 로고를 한번에 알아봤다고 한다. 신 선수의 에너지 젤 ‘먹방’은 약 30초간 송출됐다. 대중은 신 선수가 먹는 에너지 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평소 에너지 젤을 애용하던 고객들에 의해 신 선수의 에너지 젤이 ‘요헤미티’ 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순식간에 재고가 동이 났다.
― 인기 때문인지, 구매가 쉽지 않던데요.
“감사한 일이죠. 처음 동이 났을 때는 얼떨떨한 감정이었어요. 그다음 날 바로 발주를 넣었고, 재입고가 되자마자 3분 만에 또 품절이 되었어요. 팀원도 저도 처음 겪어본 상황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지금은 재고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들어왔습니다.”
― 매출액이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정확한 공개는 어렵지만, 기존 월평균 매출액의 10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고객문의도 폭발했어요. 전화기가 미친 듯이 울리고, 문의 메시지가 ‘땡땡땡땡’ 이렇게 울렸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행복했죠.”
작은 불편 해소하는 것에서 사업 구상
이재선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놓여 있는 재고를 겨우 챙겨 왔다고 하며 화제가 된 에너지 젤을 보여줬다. 타 에너지 젤 제품과는 다르게 감각적인 검은색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요헤미티 에너지 젤의 포장을 뜯어보니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내용물이 보였다. 올림픽에 출전한 신 선수가 경기 도중 에너지 충전을 위해 섭취한 바로 그 에너지 젤이었다. 캐나다산 A등급 메이플 수액으로 만들어진 요헤미티의 에너지 젤은 농도가 묽기 때문에 격렬한 상황에서도 편안한 섭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스포츠 뉴트리션(Sports Nutrition), 풀어 말해 운동인들의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는 에너지 젤과 워터(water)를 판매하는 ‘요헤미티’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요헤미티를 창업한 지는 올해로 3년 차다.
― 왜 하필 ‘에너지 젤’이었나요.
“사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에너지 젤은 혁신적인 아이템도 아니었고, 기호식품은 사람들의 인식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쟁쟁한 제품들을 제치고 어떻게 성장할 거냐고 다들 걱정했죠.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고민이 좀 많았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혁신뿐만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죠. 작은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데에서 에너지 젤 구상이 시작되었어요. 에너지 젤은 격렬하게 움직일 때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먹었을 때 너무 꾸덕꾸덕하거나 삼키기가 어려웠어요. 당연히 소화 또한 불편하죠. 그래서 이런 걸 해결해주고자 요헤미티만의 에너지 젤을 제조했습니다.”
사실 이 대표의 창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한 동기부여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비롯해 젊은이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들을 페이스북에 올려 동기부여를 해주는 일이었다. 첫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SNS 채널 팔로워(follower)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이 대표는 공동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는 힘든 결정을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준 것은 ‘운동’이었다.
두 번째 창업의 원동력이 되어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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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헤미티’ 이재선 대표가 마라톤에 나선 모습. 사진=요헤미티 |
“25세에 멋모르고 시작해 6년 정도 이끌었어요. 6년간 거의 매일 일만 했죠. 밤낮도 없고, 일에 미쳐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한계가 오고,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어요. 공동 대표직을 내려놓고 1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죠.”
― 두 번째 창업을 계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1년간 쉬다 보니, 생활방식이 많이 망가졌어요. 뭔가 제 삶을 다시 되찾아보겠다고 사업을 그만둔 건데, 오히려 더 망가지고 있으니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클라이밍, 스쿼시, 등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많이 했어요. 그러다 운동에 흥미가 생겼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니 선순환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때 제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다시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요. 제 삶을 바꿔준 운동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운동에 관심을 갖게 하고, 운동을 취미로 즐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헤미티’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 꿈을 이룬 셈이네요.
“맞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스포츠 선수들을 굉장히 동경했었어요. 스포츠 선수가 특이한 게, 이 사람들은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들이 평생 해야 할 노력이나 희열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으로 압축해서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스포츠 브랜드가 일반인들에게는 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작용하고,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그들에게 필요한 제품, 신 선수처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된다면 너무 설렐 것 같았어요.”
― 심지어 올림픽에서 그 꿈을 이루었네요.
“올림픽은 운동선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그 순간에 우리 제품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이게 오래 걸릴 줄 알았어요. 한 10년, 20년까지 내다봤습니다. 솔직히 요헤미티가 여력이랄까, 올림픽에 협찬할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씁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신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섭취해주셔서 지금도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회사 이름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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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헤미티’에서 진행하는 웰니스 프로그램 모습. 사진=요헤미티 |
― 운동을 흥미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뉴트리션(nutrition) 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던데요.
“요헤미티 브랜드 미션은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건강하고, 더 건강하게 땀 흘리게 하자’입니다. 모든 결정과 전략이 모두 거기로부터 나와요.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뉴트리션 가이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뉴트리션 가이드가 매출에 도움이 되나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죠. 그런데도 운영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뉴트리션 가이드를 보고 건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셈이죠. 또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wellness life style) 큐레이션을 통해 균형 잡힌 삶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 큐레이션은 뭔가요.
“운동을 중심으로 한 생활방식을 짜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침에 모여서 조깅하고, 요가하고, 비건 음식 먹고. 하루를 건강하게 채워주는 일정을 대신해서 짜주는 거죠.”
“스타트업 알리려면 SNS 활용은 필수”
첫 창업 당시, 이 대표는 SNS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브런치 스토리는 팔로워 수가 4000명이 넘는다. 신 선수가 에너지 젤을 섭취했을 당시에는 ‘신유빈 선수가 우리 에너지 젤을 섭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 SNS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나요.
“인지도가 낮은 초기 스타트업을 알리려면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SNS잖아요. 열심히 소통하다 보면 언젠가는 회사의 가치를 알아줄 거고, 구매해주시는 사용자 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고객 피드백도 많이 받겠네요?
“네. SNS로도 소통하고,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자주 구매하시는 분들에게 전화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정량적인 설문을 모두 모아서 개선점과 차후 발표될 제품에 고객분들의 의견을 많이 넣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 투자 유치는 어떻게 받았나요.
“첫 창업을 했을 때, 제가 퇴사할 때쯤 투자 논의를 하던 분들이 계셨어요. 그분들께는 참 죄송한 마음을 안고 퇴사했죠.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분들이 제 두 번째 창업에 선뜻 투자를 해주셨어요. 연락을 드리기 쉽지 않았는데, 그분들이 오히려 되게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더라고요. 한 번 그만뒀다고 하더라도 또 도전하는 것이 그분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였나 봐요.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죠.”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를 받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기존 투자를 받은 사람에게 또다시 투자를 받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이재선 대표는 해냈다. 요헤미티 창업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스타트업 대표로 9년을 살아온 것이다.
“느리면서도 단단하게”
―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함부로 말씀드려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 조심스러우면서도 뻔한 얘기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직원’이 아닌 ‘동료’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요.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라요. 대기업은 인원도 많고, 사측과 직원의 입장이 다른 경우 또한 많잖아요. 그런데 현재 요헤미티는 저까지 포함해 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고 뭐고 할 것 없이, 초기에 같이 하는 팀원들은 정말 동료로서 같이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은 사람 한 명,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들을 중요시하면서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팀원들과 자주 상의하는 편이에요.”
― 주로 어떤 상의를 하나요.
“정기적으로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회의를 합니다. 그날은 모든 일을 ‘스톱’하고 모여서 조직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직 3년 차 스타트업이고, 조직 문화가 틀에 잡혀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다 같이 모여서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것들을 중요시하면서 일을 해야 될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가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 그런 식으로 회사를 경영한다면, 직원들의 퇴사율이 정말 낮을 것 같은데요.
“창립할 때는 2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7명입니다. 3년간 퇴사한 인원은 한 명뿐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가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느림의 미학’입니다. 보통 스타트업들은 속도를 굉장히 중요시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좀 느리더라도 조직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느리면서도 단단하게 경영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