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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기술

2024 베이징 모터쇼와 샤오미의 스마트카 굴기

中, 전기차 넘어 스마트카로 질주… 日 메이커도 中과 협업

글 : 박정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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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 잡아먹는 시대”(BYD 대표 왕촨푸)
⊙ 화웨이, 뒤처진 중국 자동차 회사의 과외선생 역할
⊙ 샤오미 SU7 차량의 최상위 모델 ‘MAX’, 테슬라의 모델3보다 가성비 좋아
⊙ 발 빠른 혼다, 中 IT 기업의 디스플레이&음성인식 기술 도입기로
⊙ 토요타, 中 텐센트와 파트너십 체결… 중국 합작사와 공동 개발한 bZ3C, bZ3X 공개
⊙ 동력원을 배터리와 모터로 바꾸는 것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소프트웨어가 잘 녹아들어 있는 자동차 만들어야

朴正圭
1968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석사, 일본 교토대 정밀공학과 박사, 미시간대학 방문학자 /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日 교토대 정밀공학과 조교수, LG전자 생산기술원,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해외공장지원실 근무,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역임. 現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 번역서 《반도체초진화론》 《실천 모듈러 설계》 《모노즈쿠리》
‘오토 차이나 2024’에서 단연 화제를 모은 샤오미의 SU7. 사진=AP/뉴시스
  지난 4월 25일~5월 4일 베이징(北京) 모터쇼(정식 명칭은 ‘오토 차이나 2024’)가 열렸다. 수많은 기업이 신차를 전시하며 기량을 뽐냈지만, 중국 차가 그 중심에 있었다.
 
  중국 전기차 메이커인 BYD는 자사 전시장에 ‘신에너지차 세계 챔피언’이라는 문구를 크게 붙였다. 여기서 신에너지차(NEV)는 전기차(EV),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포함하는 중국식 용어이다. 실제 BYD는 작년 302만 대의 신에너지 차량을 판매하여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세계 10위, 신에너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중국 전기차의 굴기(堀起)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BYD와는 다른, 아니 정반대의 기업 컬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주목을 받았다. 바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 샤오미(小米)다.
 
 
  BYD와 샤오미, 그리고 화웨이
 
  여기서 샤오미가 BYD와 정반대의 기업 컬러를 가지고 있다고 한 점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BYD의 창업자 왕촨푸(王傳福)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학(苦學)을 하면서 중난(中南)대학에서 야금물리화학을 전공하고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반면에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雷軍)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우한(武漢)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대학 생활 4년 중 2년간 졸업 학점을 모두 이수, 남은 2년에는 결혼하고 창업했다.
 
  왕촨푸는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할 곳을 찾다가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만들었고, 이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월간조선》 2024년 1월호 참조). 샤오미의 레이쥔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다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 역량을 가지고 자동차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BYD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차’라는 접근법이라면, 샤오미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카’라는 접근법이다.
 

  창업자의 이런 서로 다른 인생역정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은 차량 개발 방식과 공장 운영 등에서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과 통신기기 사업으로 시작하여 자동차 산업에 도전하는 화웨이(華爲·Huawei)를 포함하여 앞으로 BYD, 샤오미, 화웨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이해하고 미래 자동차 변화를 논할 때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필자는 4월에 두 차례 베이징을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 때에는 베이징현대차에서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한 발표를 하고 샤오미 공장에 있는 차량 전시장에 가보았다. 그러고 다시 중국을 방문하여 베이징 모터쇼를 견학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 두 차례에 걸친 중국 방문을 통해 느낀 전기차에서 스마트카로 전환되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이웃 나라 일본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모터쇼에서 볼 것-자동차, 사람, 기술
 
  베이징 모터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모터쇼를 방문할 때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다. 보통 모터쇼에 가면 자동차만 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자동차, 사람, 기술을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이 중요하다.
 
  -자동차: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 메이커가 공개하는 신차 등과 함께 차량이 어떤 트렌드로 변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이건 보통 신문 등에서 상세히 보도해준다.
 
  -사람: 중국 사람은 어떤 차를 좋아하고 차량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은지를 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도 좋은 디자인의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고, 동력 성능이 좋은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중국 사람은 차의 어떤 포인트를 좋아하는가? 베이징 모터쇼를 방문한 중국인의 눈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봐야 한다.
 
  -기술: 보통 모터쇼 전시장에서 각 자동차 메이커는 새로운 기술을 장착한 차량을 공개하지만, 가끔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부품을 따로 전시하는 경우가 있다. 기술을 보고 싶을 때에는 완성차 전시장 건물 외곽에 있는 부품 메이커들의 전시관을 가 보면 도움이 된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화웨이’가 따로 외곽에 전시장을 마련했다. 화웨이 전시장에 갔더니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렸다. 중국인 화웨이 직원들이 일본어로 설명하고 있었고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토요타 직원이었다. 아쉽게도 한국인은 필자뿐이었다. 필자는 일본어로 설명하는 화웨이의 각종 기술 소개를 들었고 데모 차량의 시연을 볼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다.
 
  이 외에도 자동차 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의 경우 모터쇼를 방문하면서 추가로 다음 2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일본 메이커 동향: 일본 메이커는 비교적 모범생 스타일이다. 앞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열심히 배운다. 현대차가 빠르게 성장할 때 현대차를 배웠고, 지금은 열심히 중국 자동차 메이커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일본 메이커들을 보면 중국 메이커가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오히려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많은 한국 사람은 일본 차량은 늦었고 별것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일본 메이커 전시장에서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살핀다.
 
  -관계자(전문가): 모터쇼장은 관계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다. 과거에 알게 된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또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년에 도쿄 모터쇼에서 만나 명함을 교환한 적이 있는 사람을 우연히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만났다. 그리고 또 새로운 전문가를 사귈 수 있었다. 모터쇼는 차를 매개로 하는 만남의 장소이며 이런 만남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모터쇼의 아이돌 스타 레이쥔
 
NIO 전시장을 방문한 레이쥔에 중국인들은 아이돌 스타를 보는 것처럼 환호했다. 사진=박정규
  이번 베이징 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샤오미와 샤오미의 대표 레이쥔이었다. 샤오미는 베이징 모터쇼가 있기 한 달 전인 3월 28일 순수 전기차 ‘SU7’을 출시했다. 주문을 받자마자 단 27분 만에 5만 대, 24시간 내에 8.9만 대의 예약 판매량을 기록했다. 샤오미의 대표 레이쥔은 4월 3일 첫 차량 인도식에서 이미 10만 대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작년 화웨이가 자동차 제조사 세레스(Seres)와 협업해 출시한 ‘AITO M7’이라는 차량을 출시하여 한 달 만에 6만 대의 주문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번 샤오미의 SU7 계약대수는 화웨이의 AITO M7 차량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샤오미는 당초 월(月) 5000대로 잡았던 생산 규모를 1만 대로 늘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4년 1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샤오미는 단숨에 전기차 시장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포르셰의 타이칸과 너무나 닮은 샤오미의 SU7 차량의 최상위 모델 ‘MAX’는 최고속도 265km/h, 제로백 2.78초, 800km의 항속거리(중국 CLTC 시험 기준)에 가격은 29.99만 위안(약 5600만원)이다. 일반 모델은 배터리 용량 73.6khw, 항속거리 700km로 경쟁 상대인 테슬라의 모델3보다 우수하지만 가격은 21.59만 위안(약 4000만원)으로 테슬라 모델3보다 3만 위안(560만원)저렴하다(참조: 모델3 기본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60kwh, 항속거리는 606km). 뛰어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파격적인 가격이 샤오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차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샤오미의 대표 레이쥔은 일론 머스크 못지않은 스타였다. 베이징 모터쇼는 동관과 서관 합쳐 총 8개의 전시장이 있었는데, 그가 전시장을 관람하는 동안 중국 청년들은 마치 아이돌 스타가 나타난 것처럼 그의 뒤를 쫓아다니며 환호했다. 중국에 샤오미라는 제품과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덤 문화가 존재한다고 책자와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샤오미, 스마트폰 생태계와 전기차 연계
 
  샤오미는 원래 스마트폰, IoT 기기 등으로 잘 알려진 기업으로 2010년에 설립한 한마디로 신생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짧은 기간 내에 전기차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내부의 기술 축적과 함께 샤오미 나름대로 차량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덕분이다. 먼저 중국 내부에는 자동차, 특히 전기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상당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다. 가령 중국 톈진(天津)에는 ‘제4설계원’이라는 자동차 공장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가 있다. 제4설계원의 톈진 사무실 1층 전시장에는 자신들이 직접 설계한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과 외자 자동차 기업의 공장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년에 30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국에는 이제 자동차를 개발하고 공장을 건설하는 역량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샤오미도 나름 열심히 전기차 산업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2015년에 중국의 전기차 기업 니오(NIO)에 투자했고, 2017년에는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샤오펑(Xpeng Motors)에 투자했다. 이와 같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기술력을 축적하면서 샤오미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생태계를 자동차 산업과 연계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BYD, 로봇 대신 인해전술
 
  샤오미와 BYD는 공장 운영과 제품 개발 방식에서 서로 대조적이다.
 
  BYD의 공장 운영은 한마디로 인해전술(人海戰術)이다. BYD의 창업자 왕촨푸는 스마트폰용 배터리 사업을 시작할 때에 일본의 자동화된 생산 공정과 경쟁하기 위해서 오히려 값싼 인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가능하면 공정을 세분화하고 비싼 설비와 로봇 대신 값싼 인력을 활용하여 공장 건설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를 축소하는 전략을 펼쳤다(참조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 2009년). BYD 공장에 가보면 작업자가 살 수 있는 대규모 숙소가 있다. 인력 중심의 공장이란 의미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 BYD는 위탁생산(EMS· 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 분야에서 대만의 폭스콘(foxconn)에 이어 세계 2위, 중국 내 1위 기업이다. 즉 BYD는 많은 사람을 고용하여 공장을 운영하는 능력에 있어서 탁월하다.
 
  샤오미 공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많은 기자, 유튜버들에게 잘못 알려진 점이 하나 있다. 이것은 샤오미 차량에 베이징샤오미(北京小米)라는 배지가 붙어 있기 때문에 기인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현대자동차가 베이징기차와 합작하여 베이징현대라는 합작사를 만든 것과 동일한 형태처럼 보인다. 그래서 샤오미가 베이징기차와 합작사를 만든 것으로 착각해서 샤오미가 개발한 차량을 베이징기차가 생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사실은 다르다. 자동차 메이커는 중국 정부로부터 공장 건설, 생산 및 판매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샤오미는 중국 공장 건설에 대한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생산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샤오미가 공장 운영을 위해 베이징기차에 라이선스 비용을 주면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즉 샤오미의 공장은 샤오미의 철학이 반영된 공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BYD는 폐쇄형, 샤오미는 개방형
 
  샤오미의 공장은 인해전술의 BYD 공장과 대조된다. 샤오미는 공장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에서는 좀처럼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겨우 컴퓨터를 조작하는 사람의 모습만 보인다. 샤오미는 가능하면 공정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했다. 하지만 분명 일정 정도의 작업자(약1300명)가 작업을 하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을 외부에 공개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차량에 사용된 부품에서도 비슷하다. 샤오미가 SU7 차량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보쉬, ZF, 컨티넨탈과 같은 외국의 유명한 자동차 부품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것은 BYD와 무척 대조된다. BYD는 유리, 철판, 타이어 이외의 부품은 모두 직접 만든다고 알려질 정도다. 기술경영학적인 용어를 빌린다면, 샤오미가 외부의 부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개방형이라면, BYD는 가능하면 기업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자는 폐쇄형에 가깝다. 샤오미와 BYD의 이런 상반된 공장과 부품 공급망 활용에 대한 차이는 어쩌면 창업자의 인생 역정과 전공 분야(배터리와 소프트웨어)의 차이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차량은 모두 높은 가성비를 보이고 있다. 특히 BYD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인하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전기차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는 2가지이다. 바로 배터리와 소프트웨어다.
 
  BYD는 배터리 부문 사업을 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많은 자동차 회사가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획득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자동차 산업에 들어왔기에 이미 이 부분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즉 BYD는 전기차, 샤오미는 스마트카의 대표 주자이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화웨이는 베이징기차와 공동으로 스텔라토(STELATO)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공개하고, ‘샹제(享界) S9’란 차량을 공개했다. 이미 화웨이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아이토(AITO), 루시드(LUXEED)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었기에 스텔라토는 자동차 기업과 합작으로 만든 세 번째 브랜드이다. S9 차량에는 화웨이가 만든 독자적인 OS(운영체제)인 하모니 OS를 탑재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를 만드는 회사이기에 소프트웨어와 자율 주행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이런 화웨이는 2019년에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가 무슨 일인지, 돌연 취소했다. 2023년 4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사내 인트라넷에 자동차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안을 올렸다. 그리고 위와 같이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합작 브랜드를 만들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가 있다. 어쩌면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에 뒤처지는 다른 중국 자동차 기업들을 화웨이가 과외 선생님처럼 지도를 하면서 끌고 가는 역할을 맡겼을 수 있다.
 
 
  플랫포머
 
  아래 [그림]은 《중국적 경영, 중국 기업의 강점과 약점》이라는 책자(2023년 《일본경제신문》 발간)에 게재된 그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오카노 도시히코(岡野壽彦)는 지금 ‘NTT데이터 경영연구소’에서 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면서 과거 중국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 기업의 특징을 정리해서 출판했다.
 
[그림]중국적 경영, 중국 기업의 강점와 약점
  이 그림은 디지털 시대에 미국·중국·일본의 플랫포머(Platformer)에 해당하는 기업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플랫포머’란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에 ‘-er’이란 접미사를 붙여서 만든 용어로 기업과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그 기반이 되는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중국의 위챗(WeChat)이 플랫포머에 해당한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플랫포머가 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접점을 장악하고 있고 있다. 단, 미국의 경우 민간 기업인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가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형성한다면 중국은 정부가 직접 정보와 데이터 컨트롤을 진행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막대한 보조금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플랫포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을 넣은 중국 차량들
 
화웨이 전시관의 차량, 빔 프로젝트가 장착되어 노면에 차량 이동 방향 등 몇 가지 정보를 안내해준다. 사진=박정규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화웨이의 독립 부스는 메인 자동차 전시회장이 아니라 외곽의 부품 전시장에 있었다. 그래서 모터쇼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전시장을 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화웨이 전시장에 오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입장이 거절되었지만, 오후에 다시 가서 짧은 중국어로 꼭 보고 싶다고 했더니 입장시켜주었다. 화웨이 전시관에서는 자체 개발한 다양한 기술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사무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빔 프로젝트를 장착한 기술 시연이었다. 차량의 이동 경로를 차량 앞 노면에 빛으로 알려주고, ‘생일 축하’와 같은 간단한 메시지를 보여줬다. 영업 사원에게 물어보니 실제 장착된 양산(量産) 모델이 있다고 한다.
 
  빔 프로젝트가 장착된 화웨이의 기술 시연을 보면서 중국 자동차의 상품 개발은 가전(家電) 메이커의 진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중국은 미니 냉장고, 노래방 기계, 태블릿 PC 등 자동차 안에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을 하나씩 집어넣는 형식으로 상품 개발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LG전자가 LG전자에서 만드는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을 다 집어넣은 콘셉트카를 생산한 것과 비슷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LG전자는 콘셉트카를 만들었다면, 중국 자동차 기업은 실제로 가전제품을 넣은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화웨이 전시장 이곳저곳에서 일본어가 들려온다는 점에 다소 놀랐다. 일본에서 근무하는 화웨이 중국 직원이 베이징으로 출장을 와서 일본 고객들에게 기술적인 부문을 일본어로 소개를 하고 있었다. 토요타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필자는 이런 일본인 틈에 끼어서 화웨이 사람이 하는 기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된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저임금 국가 중국’의 기술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보통 중국의 임금은 한국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화웨이 엔지니어의 연봉은 2억~3억원 수준이라고 한다(《아시아타임즈》, 2021년 7월 기사, 〈中 화웨이 신입직원 연봉 억소리 나네〉)
 
  중국 IT 기업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간 일하고 정년은 35세라는 말이 상식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사오정이라고 하여 45세 정년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는데, 지금 중국의 IT 기업은 45세가 아니라 35세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중국 IT 기술을 베이징 모터쇼 화웨이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컨테이너에 자동차 넣어 수출
 
코스코 쉬핑의 베이징 모터쇼 전시 내용, 차량 수출 선적 장비. 사진=박정규
  이번 모터쇼에서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해운회사인 코스코 쉬핑(COSCO Shiping·중국원양해운) 또한 참가하여 차량 수출 시 사용하는 장비를 전시하고 있었다. 과거 중국은 자동차를 수출하지 못했다. 아마 수출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전용 수출항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100만 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210만 대, 2022년에 340만 대, 2023년에 490만 대로 수출 차량 대수가 급증하여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갑자기 자동차 수출대수가 늘어나자 항구에 차량을 많이 세울 방법을 강구하다가 위 사진의 위쪽처럼 차량 3대씩을 하나의 프레임 위에 올려놓고, 주차 빌딩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리고 차량 3대를 동시에 들어 올려서 선박에 적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소규모로 차량을 수출할 때에는 자동차를 컨테이너에 넣어서 보낸다. 위 사진의 아래쪽은 컨테이너에 좀 더 많이 넣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사진에서처럼 비스듬하게 차량을 집어넣어서, 컨테이너 하나에 차량을 3~4대 적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기사에 따르면 BYD는 2024년 1월 해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자동차 운반 전용 선박을 구입하여 처음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2년간 7척의 선박을 추가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 수출의 꿈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BYD는 이번 모터쇼에 ‘오션(Ocean)-M’이라는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차량의 디자인을 보면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스포티한 해치백 형태의 전기차다. 외국에 차량을 수출하겠다는 열망이 오션-M이라는 차량의 디자인에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BYD는, 그리고 중국 메이커는 갑자기 수출에 집중하는 것일까? 이것은 한마디로 살기 위해서이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중국 국내 가격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이윤을 남길 수 없다. 그래서 외국에 다소 비싼 가격으로 수출하여 이윤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자동차 메이커와 반대다. 보통의 자동차 회사는 시장장악력이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적정 이윤을 확보하고 외국에 다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여 해외 시장을 확대한다.
 
  일본의 경제산업연구소(RIETI)가 2024년 3월에 발간한 〈중국 OEM의 해외 진출 상황〉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 해외 판매 가격이 중국 국내 판매 가격 대비 평균 50% 이상 비싸다고 한다. 중국 메이커가 자동차 수출을 확대하면 할수록 중국 내 가격 경쟁은 더욱 살벌해질 것이다.
 
 
  日 자동차 3사 모두 中과 협업 매달려
 
닛산과 바이두 간의 MOU 조인식. 사진=박정규
  올 4월 일본 도쿄방송은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변화를 설명하는 프로를 방영했다. 이 방송에서 일본 닛산 자동차의 전 COO(최고집행책임자)인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가 출연하여 현재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닛산이 ‘베뉴시아(Venucia·啓辰)’라는 브랜드로 중국 부품을 사용해 나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SUV 전기차인 ‘신형 VX6’을 2023년 출시했지만 전혀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원인을 조사해봤더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차량용 OS가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중국에서 자동차의 개념은 전기차의 단계를 넘어 이제 스마트카라는 개념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모터쇼에서 일본 메이커는 중국 IT 기업과 어떤 형태로든지 협업을 하고 기술을 차량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혼다는 새로운 브랜드 ‘예(燁·Ye)’를 만들어 2024년 말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량에는 화웨이의 디스플레이 기술 ‘XSCENE’를 도입하고 음성인식 분야에서 유명한 아이플라이텍(iFlyTek·중국 회사명은 科大訊飛) 등의 신기술을 탑재한다고 한다.
 
  토요타는 이번 모터쇼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나와서 중국의 텐센트의 수석 부사장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악수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모터쇼에 ‘bZ3C’와 ‘bZ3X’라는 2 차종을 공개했는데, 공개한 두 차종 모두 중국의 합작사와 공동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제 차량 개발을 할 때 일본 기술자가 단독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차량을 개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특히 bZ3C와 bZ3X라는 2 차종 모두 차량 상단에 라이다(LiDAR)라는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를 탑재했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될 자율 주행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모터쇼장에서 언론 기자들을 모아놓고 닛산과 바이두와의 MOU 체결식과 이에 대한 미디어 발표회를 열었다.
 
  일본 자동차 3사 모두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스마트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IT 기업과 협업하는 모습을 모터쇼에서 연출하고 있었다.
 
 
  ‘속도’를 잃은 한국 기업
 
  2022년 중반부터 BYD의 대표 왕촨푸는 “지금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라는 말을 여러 번 공개석상에서 강조했다. 즉 빠른 실행만이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과거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경쟁을 할 때에 사용했던 방법이다. 꼼꼼하게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서 일을 하는 일본 기업과 달리 다소 업무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강한 실행력으로 어설프지만 뭔가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 기업의 속도는 중국·일본 기업보다 더 느려진 것 같다. 최근 일본은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1년 10개월 만에 건설했다. 보통 4~5년의 공사 기간이 걸리지만, 공장 건설을 3교대로 24시간 작업해서 이룬 성과다.
 

  그러면 왜 한국 기업의 과거 장점이 사라진 것일까? 아무래도 성장이 정체되다 보니 기업에는 실행가(實行家)보다 논리가(論理家)가 득세하고, 현장 작업보다는 페이퍼 작업에 무게중심이 쏠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다시 과거와 같은 강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말이다.
 
  지금 중국 자동차 산업은 한마디로 진흙탕에서 개싸움을 한다는 의미의 이전투구(泥田鬪狗) 그 자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고 또 적지 않은 기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또 기존 자동차 메이커가 생각하지 못한 형태의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테슬라가 태블릿 PC를 운전자 옆에 붙여서 차량 내부의 컨트롤 기능을 관장하는 장치를 만들자, 중국 기업들도 흉내 내면서 붙였다. 그리고 스위치를 누르면 태블릿이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 하면(BYD), 태블릿에 추가로 물리적 스위치를 부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옵션으로 판매한다(샤오미). 흉내도 내지만 나름 응용도 해낸다.
 
  이렇게 그때그때마다 경쟁해야 할 항목이 있으면 바로 그 경쟁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을 기술경영학 입장에서는 능력구축경쟁(Capability-Building Competition)이라고 한다. 즉 중국 메이커가 어떤 부분에서 경쟁을 하는지 파악하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진흙탕에서 해야 하는 개싸움이라면 같이 몸에 진흙을 묻힐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SW다
 
  최근 일본에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 전문가를 초빙하여 세미나를 듣는 자리가 많아졌다. 필자는 토요타 산하의 자동차 산업연구소인 ‘현대문화연구소’ 및 일본 정부의 싱크탱크인 경제산업연구소(RIETI)에서 BYD 관계자 및 중국인 학자들을 불러서 하는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들은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말을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일본과 중국의 인구 비율이 1대 10이지만, IT 전공을 한 사람의 비율은 1대 20을 넘어 1대 30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자동차가 스마트화되는 시대에는 중국의 기술자를 활용하지 않으면 이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동력원을 엔진에서 배터리와 모터로 바꾸는 것보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소프트웨어(SW)가 잘 녹아들어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샤오미가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전기차에서 스마트카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상징과 같다. 이 변화의 시기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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