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유학·미국 대학 입시 준비자들에게 미국 SAT, 교내 학과목, IB, 토플, AP 프로그램 등 제공
⊙ “미국 대도시에서는 SAT 시험 때 수험생의 50% 이상이 사교육 활용… 의대·아이비리그 등의 경우는 우리나라 못지않아”
⊙ “공부하는 것도 성장시키는 것도 사람… 교육은 AI가 가장 침범하기 어려운 분야”
⊙ 누적 수업 5만 시간… 서비스 재구매율 90% 이상
⊙ “사교육에서 답을 찾고 나중에 그것이 공교육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발판 됐으면 좋겠다”
安敏瑀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 네이버·카카오 근무, 펄게이츠 원장, 지니마켓 대표, 프라블러머블 대표, 프린스턴리뷰 직영학원 원장 역임. 現 튜블릿 대표이사
⊙ “미국 대도시에서는 SAT 시험 때 수험생의 50% 이상이 사교육 활용… 의대·아이비리그 등의 경우는 우리나라 못지않아”
⊙ “공부하는 것도 성장시키는 것도 사람… 교육은 AI가 가장 침범하기 어려운 분야”
⊙ 누적 수업 5만 시간… 서비스 재구매율 90% 이상
⊙ “사교육에서 답을 찾고 나중에 그것이 공교육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발판 됐으면 좋겠다”
安敏瑀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 네이버·카카오 근무, 펄게이츠 원장, 지니마켓 대표, 프라블러머블 대표, 프린스턴리뷰 직영학원 원장 역임. 現 튜블릿 대표이사
- 안민우 튜블릿 대표이사. 사진=안민우
“한국에서 검증된 튜터링 플랫폼 서비스를 미국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제2의 창업(創業)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대면(非對面) 스마트 과외 플랫폼 튜블릿(Tublet)이 오는 7월 미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회사를 설립한 지 2년 반도 되지 않아 누적 수업시간 5만 시간을 넘기며 사세(社勢)를 확장해온 튜블릿은 여러 경로를 거쳐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미국 본토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한국 교육 DNA를 이식하겠다는 안민우 튜블릿 대표를 3월 30일에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7월부터 브랜드명을 ‘업그레이드(Upgrade)’로 변경합니다. ‘학생들의 점수(grade)를 올려서(up), 결국 인생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느낌으로 우리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브랜드화(化)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버전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미국을 시작으로 시장 진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살려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입니다.”
해외 유학 준비생 위한 온라인 수업 제공
교육 콘텐츠 회사인 에스티유니타스가 인수한 미국 교육 업체 ‘프린스턴리뷰’의 직영 학원 원장이자 글로벌 콘텐츠 개발 총책임자였던 안민우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에 튜블릿을 만들었다. 튜블릿은 ‘튜터 인 유어 태블릿(Tutor in your tablet)’이라는 의미다. 태블릿PC를 이용해 학생과 튜터가 실시간으로 필기를 공유(共有)하는 일대일 수업 서비스다. 국제학교·특목고·자사고 등 국내에서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과 해외에서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요 대상자다. 미국의 대학 수능고사인 SAT, 교내 학과목, AP, IB, 토플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회사를 만들 때부터 미국 공략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2022년 2월에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Irvine)에 본사를 만들었다. 회사 설립 이듬해에 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튜블릿은 2023년 12억원, 올해 매출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안민우 대표는 “가장 고무적인 것은 한 번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다시 수업을 신청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라며 “저희 온라인 수업의 재구매 비율이 높다는 것은 서비스가 만족스럽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학생과 서비스의 제공자인 튜터(tutor·선생)를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미국, 영국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사내에 튜블릿 전문CX(Customer Experience)팀이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 과외 구해요’라는 식(式)의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이름, 성별과 같은 기본 정보 외에 성격유형검사(MBTI), 학생과 튜터의 성격 등 다양한 정형·비정형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분석해 학생의 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튜터를 추천합니다.”
― 맞춤형 일대일 온라인 과외군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용돈 벌이를 하는 튜터는 고용하지 않습니다. 서류, 1차 면접, 2차 모의 수업, 3차 면접을 통해 회사가 사람을 채용하듯이 꼼꼼히 거릅니다. 저희의 자체 콘텐츠 혹은 시스템에 맞게 트레이닝시키고 학생과 매칭합니다. 본격적인 수업이 이뤄지기 전에 학생과 튜터의 오리엔테이션 수업을 진행하고 고객이 최종 선택하도록 합니다. 수업을 받는 와중에도 고객의 요청에 의해 언제든 튜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관리팀이 학생과 튜터 모니터링
―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서비스 초반 누적 클래스가 100건에 달했을 때 환급 건수는 단 두 건이었습니다. 그것도 결제(決濟)를 잘못해서 재결제한 사례입니다. 단 1회라도 수업이 끝나면 자세한 후기를 양식에 맞게 올리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 평가가 포함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보다 수업의 질(質)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저희는 학생과의 일대일 밀착 관리를 추구합니다. 미리 녹화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학생이 수업을 제대로 듣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또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도 출석체크처럼 얼굴만 보이게 하고 게임을 한다거나 다른 일을 하는 사례를 우려하게 되잖습니까. 저희는 학생과 튜터가 실시간으로 서로 필기를 공유하는 수업을 하고 있고, 사내 관리팀이 이 과정을 전부 기술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이 시장에 몸담고 있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활용할 교재, 그동안의 경험치가 상당히 축적돼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앞으로 학생의 학습 유형에 따른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 코로나19가 신(新)사업 기회를 열어준 셈이네요.
“에스티유니타스의 프린스턴리뷰 글로벌 콘텐츠 개발 총책임자로서 미국을 오가며 온라인 교육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던 와중에 상황이 맞물려 떨어졌습니다. 2021년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학생,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미국,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부모들이 ‘코로나19로 공부를 못 하고 있는데 혹시 원장님이 가르쳤던 제자 중에 소개해줄 만한 과외 선생님이 없느냐’는 요청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알고 지내던 똘똘한 제자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했는데 부모들의 관심사가 단순 소개가 아니라 튜터와의 소통, 멘토링, 자세한 피드백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고 소개를 했는데 보름 만에 건수가 60건을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튜블릿을 오픈했습니다.”
처음부터 미국 진출 염두에 두고 회사 설립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벤처캐피털인 패스트벤처스와 에듀테크 워버스마인드가 총 1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가 잘돼서 IPO(기업공개)를 할 경우에 한국에서냐, 미국에서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처음부터 서비스를 미국으로 들고 나가겠다고 생각했던 안민우 대표는 망설임 없이 미국을 택해 일사천리로 미국에 모회사, 한국에 자회사를 만들었다.
― 하다 보니 잘돼서 미국에 진출하는 경우는 있지만, 처음부터 미국 공략을 목표로 삼았다고요.
“네. 한국은 사교육이 발달해 누구나 받는 교육으로 당연시되지만, 해외에는 이런 서비스가 많지 않았습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배우는 교과 과정이 아주 세분화돼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레벨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튜터 서비스를 제공하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꽤 있었을 텐데요.
“저희는 튜터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콘텐츠와 시스템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몇몇 업체들은 교육 서비스가 아니라 튜터의 프로필을 파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무책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는 가장 큰 페인포인트이고 애물단지이자 풀어야 할 숙제 같기도 하고, 또 적절한 교육은 반드시 그 상황에 맞춰서 구성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가진 문제 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도, 또 촌각을 다루는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자식 문제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 시장에 뛰어들면서 단순히 돈 벌 요량으로 사람들만 연결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인들도 성과지향형 사교육 방식 좋아해”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HolonIQ’는 2025년 미국의 에듀테크(EdTech) 시장 규모가 2520억 달러(약 34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트라 LA무역관은 ‘미 에듀테크 시장 성장 가속화’ 발표(2023년 4월)에서 미국의 에듀테크 시장은 코로나19 이후에 급성장해 미국 교육업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 교육, 2010년에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로 스마트 러닝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접목한 차세대 교육법이 인기를 끈다는 얘기다.
― 미국에서 한국형 콘텐츠가 통할까요.
“미국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SAT 시험 때 수험생의 50% 이상이 사교육을 활용합니다. 저렴한 비용, 짧은 공부시간으로 최대 효과를 얻고 싶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의대나 아이비리그 등 톱스쿨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못지않습니다. 우리의 성과지향적인 사교육 강점이 미국에서도 통한다고 봅니다.”
― 과거 미국에서 이를 검증한 적이 있다고요.
“튜블릿 창업 전에 프린스턴리뷰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리의 교육 서비스 경쟁력이 미국 시장에서 통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 제 계획을 듣고 미국의 지인들은 ‘백인들은 단기간에 성과 내는 것을 터부시한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는 것을 좋아한다’며 의구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해보니 달랐습니다. ‘3개월 완성반’ ‘만점 실패 시 전액 환불 제도’와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미국에서 통했습니다. 미국 백인들이 그 문구를 보고 저희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우리의 빠른 DNA, 성과지향적 DNA가 미국 본토에서도 통한 겁니다.”
― 막연하게 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도조차 안 한 거네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식의 방식을 좋아하는 미국의 사교육 시장이 분명히 있고, 우리는 그 시장에서 강자(强者)입니다. 우리의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안민우 대표의 설명을 듣다가 미국 뉴욕의 한 예술대학을 나온 미키(Mickey)라는 지인의 얘기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인간 사회 상위층들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온갖 행동을 다 하는 리얼코믹 풍자 드라마인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을 때였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다들 혀를 끌끌 찰 때 미키는 “미국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시험, 공연이 끝나면 학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교문 앞이 장사진을 이룬다”고 했었다.
‘3개월 완성반’ 접근은 한국인만의 경쟁력
안민우 대표의 얘기가 이어졌다.
“이런 교육 방법은 백인, 흑인, 동양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그 시장이 있다고 보고 한 우물을 팠습니다. 현재 중국 업체가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했지만, 여전히 프린스턴 리뷰 홈페이지는 여느 미국의 다른 업체와 다릅니다. ‘만점 환급반’ ‘3개월 완성반’이 여전히 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고, 이를 보고 고객들은 수업을 선택합니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한국인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 미국 회사에서 한국 회사, 다시 중국 회사로 프린스턴리뷰가 넘어갔는데 여전히 한국 방식을 쓰는 거네요.
“맞습니다. 홈페이지만 봐도 여백이 없이 타이트합니다. 마감을 독촉하면서 약간 푸시(push)하는 느낌이 드는메시지에 자신감이 느껴진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미국인들도 많았습니다.”
―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미국의 튜터링 서비스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쌉니다. 한 시간에 100달러(한화 13만원)는 기본이고, 175달러(20만원)를 넘는 곳도 있습니다. 이유는 튜터들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서입니다. 학생 숫자는 늘어나는데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인력 풀이 작다 보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학 상담 컨설팅은 통상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3년이 걸리지만, 튜터링은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라 캐시 플로우상으로도 경쟁력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처음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제가 가르쳐서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을 위주로 알음알음이었지만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튜터를 하겠다며 연락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희의 수업 관리 노하우, 훈련 시스템 등을 통해 충분한 공급을 확보해 까다로운 수요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서비스, AI 시대에 오히려 주목받는 분야”
안민우 대표가 눈여겨본 것은 스카이(SKY)대 출신 학생 1만여 명이 튜터로 활동하는 비대면 과외 서비스인 ‘설탭’이었다. 안 대표는 ‘설탭’을 글로벌 버전으로 만들어서 미국 시장을 구체적으로 공략하면 어떨까 고민했다. 한국은 대치동, 동네 학원, 재수학원, 집으로 오는 방문과외 등 선택지가 많지만, 미국은 지역이 넓어서 온라인으로 하는 과외가 더욱 유리할 것으로 봤다.
“비대면 온라인 과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이패스, 그러니까 학부모와 튜터가 직접 만날 경우에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은 어디서 올리느냐는 점입니다. 오프라인은 학원 수강료를 직접 받지만, 온라인은 플랫폼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은 지역이 넓어서 이런 위험도 훨씬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 요즘은 챗GPT도 있고, 학생들이 IT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고 학습의 패턴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챗GPT는 질문하면 답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학생들이 숙제할 때 주로 활용하는데 일종의 치팅(부정행위)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배운다는 것은 그래도 매일 혹은 매주 꾸준히 몇 시간씩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을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도구일 뿐이고, 결국 공부하는 것도 성장시키는 것도 사람입니다. 교육은 AI 시대에 오히려 주목받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빠르게 답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함께해줄 수는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만남,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고부가가치(高附加價値)가 큰 영역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가장 침범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 학원 원장, 온라인 과외 플랫폼 대표까지 하는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습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공교육은 스타트업 회사가 풀어내기 진짜 어렵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제도가 바뀌고, 뚜렷한 원칙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회사가 이를 개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사교육이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받을 수 있는 교육 영역은 아니지만, 사교육에서 답을 찾고 나중에 그것이 공교육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제가 에듀테크 분야에 있다 보니 ‘공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분들을 종종 만났는데 다들 시도 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미국의 ‘테슬라’는 처음에 굉장히 비싼 가격에 스포츠카를 만들어서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팔았지만, 나중에 전기차 모델로 넘어가면서 적절한 가격으로 보편적인 차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유차량인 ‘우버’도 처음에는 부유한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적인 방식으로 변모했습니다. 저희는 사교육 분야지만 글로벌하고 가장 뾰족한 곳에서 답을 찾은 다음에 이것들의 영역을 점차 넓혀서 모두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좋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킬러문항’이 생긴 이유
― 해외 수학을 주로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도 수학 과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 부모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한국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잖아요. 진짜 한국 교육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수학은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학 공부에 X, Y 축이 있다고 보면 X축은 범위이고, Y축은 난이도, 면적이 학습량입니다. 제가 미국 수학을 가르쳐보니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우리나라 수학은 미국 수학과 비교해보면 3분의 1 정도밖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앞으로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니까, 미국보다 배우는 범위가 더 줄어버렸습니다. 한국은 수학 공부의 절대적 학습량을 줄인다는 목표에 따라 계속 범위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러니하게 일타 강사, 킬러문항을 만들어냈습니다.”
― 양을 줄여놓으니 변별력을 내려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제가 대학 입시를 치를 때는 ‘킬러문항’이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아는 단어가 돼버렸습니다. 일타 강사는 킬러문항을 빠르게 푸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제가 봐도 공고육에서 가르치는 대로만 배운 학생이 킬러문항을 5분 내에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시험 시간이 타이트한 수능에 킬러문항을 낸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지 말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결국 그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중학교 때 어떤 선행을 하고, 초등학교 때는 사고력 수학을 하고, 계속 이런 형국이 반복되는 겁니다.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의대반’이 있는 이유입니다.”
― 수학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네요.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시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오히려 엉뚱한 곳으로 튀어서 수학을 갈수록 어려운 과목으로 만들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지칭함)를 만들고, 킬러문항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학은 현실 세계에서 잘 쓸 수 있는 도구적인 학문에 가깝고, 그 도구를 잘 쓰려면 다양한 도구 사용법을 알아야 합니다. 가령 일자 드라이버를 하나 주고 고난도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일자 드라이버, 십자 드라이버, 별표 드라이버를 다양하게 주고 이 중에서 골라서 쓰라고 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수학 시험은 일자 드라이버를 하나 주고 ‘온갖 묘기를 부려서 결국에는 문제를 풀어 봐’라는 것과 같습니다.”
― 일자 드라이버 하나로 묘기를 부려라….
“저희 때는 《수학의 정석》만 해도 굉장히 어려운 책이었는데, 지금은 수학의 정석이 중간 레벨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다음 레벨의 심화 수업을 하고, 또 다음 레벨이 기다리고 있고, 심화의 심화, 또다시 심화가 무한 반복되는 겁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범위를 넓혀서 주어진 단원의 예제 정도만 풀어도 변별력을 갖추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수학 공부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인공지능의 시대인데, 그 근간에는 수학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인공지능 시대형 인재를 만들고자 수학을 폭넓게 가르치는 것이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수학 가르친 것이 계기
안민우 대표가 사교육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은 ‘네이버’에서 병역 특례를 한 것이 계기였다. 근무할 때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무이자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병역 특례를 마치면서 상환을 해야 했다. 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시간당 가장 큰 비용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찾았고, 미국 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SAT(미국대입능력시험) 강의를 찾았다. 그렇게 강남 대치동에서 SAT 수학을 가르치게 됐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그에게 배운 학생들이 명문인 하버드·MIT·스탠퍼드 같은 학교로 진학했다.
“미국 대학은 저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하버드대라는 곳은 미국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했죠(웃음). 막상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가니까 신기했고, 미국으로 간 이후에도 저한테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할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아르바이트가 계기였네요.
“막상 학원 강사를 해보니 시장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었습니다. 한국 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은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 치열함이 있었기 때문에 섬세한 교육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는데 유학반은 달랐습니다. 과거 198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 갔던 사람들이 주도하는, 소수를 위한 학원들로 훨씬 낙후돼 있었습니다. 글로벌 사회가 이렇게 진행되면서 분명히 미국으로 가려는 수요, 또 반대로 미국에서 오려는 수요 등으로 국경의 장벽은 낮아질 텐데 시장이 낙후돼 있어서 저처럼 젊은 사람이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물일곱의 안민우 대표는 2008년 ‘펄게이츠’라는 SAT 전문 학원을 대치동에 차렸다. 젊고 패기 넘치는 원장의 직접 강의는 소문을 타게 되어 학원은 인기를 끌었다. 학원이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던 무렵에 문득 번 아웃이 찾아왔다.
실패의 경험들
미국에 ‘파이버’라는 회사가 있었다. 고객이 5달러를 주면 한 사람을 정해진 시간, 정해진 업무만큼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안 대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주변의 고수들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지니마켓’을 만들었다. 완전히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꽤 훌륭한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램프의 요정 ‘지니’가 되어 나의 문제점을 해결해준다는 콘셉트였다.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회사인 ‘크몽’과 유사한 모델이었다. 이후에는 ‘프라블러머블’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수학을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이 틀린 문제를 계속 틀리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공통된 문제 카테고리를 찾아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한 후 추천 문제를 제공해 효율적으로 공부시키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초보 창업자가 할 수 있는 실패는 다 해봤습니다. 창업하고 파산 절차 밟고, 또 새로 만들고 파산하고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투입 자본이 적어서 그런가 싶어서 투자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기도 하고, 제 아이디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싶어서 지인들에게 자문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폐업 서류들을 다 갖고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역사이기도 하고, 그때의 실패를 잊지 않으려고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고객의 니즈,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는 분명히 머릿속에 있었고, IT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다시 학원가로 돌아온 그가 각성하게 된 계기는 대학 동기가 만든 에스티유니타스라는 회사가 미국 최고의 교육 회사인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영단기(영어단기학교)’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치던 에스티유니타스가 과감한 베팅으로 미국 기업을 인수하자 업계는 술렁였다. 에스티유니타스 대표는 안민우 대표에게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했는데 출판은 기본이고, 콘텐츠 개발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스타트업 회사가 역사가 유구한 미국 최고의 교육 회사를 샀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제가 프린스턴리뷰 교재로 수업한 적은 많았지만, 그 회사를 사들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웃음). 프린스턴리뷰 미국 회사 내부를 들여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날로그적이라 제가 바꿀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합류했습니다.”
― 미국 교육 시장을 경험할 기회가 생겼군요.
“당시 미국은 좋은 품질의 콘텐츠 개발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교육 시장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내가 굳이 너한테 맞춰줄 필요가 있느냐’는 느낌이랄까요. 프린스턴리뷰 콜센터에만 전화해도 얼마나 불친절한지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미국 참고서 시장 진출하려다 실패
안민우 대표는 글로벌 콘텐츠 총괄 자격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을 수시로 다녔고, 그즈음 프린스턴리뷰 직영 학원이 서울 강남에 생겼다. 안 대표의 첫 번째 관심은 프린스턴리뷰의 듬성듬성한 교재를 손보는 것이었다. 특히 교재 같은 콘텐츠는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있었고, 또 그만큼 미국 참고서가 낙후돼 보였다. 당시 국내 참고서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디딤돌 편집자, 신사고 디자이너 등 잔뼈가 굵은 사람들과 함께 교재를 만들었다.
“SAT 수학 같은 제가 잘하는 것들부터 공략했습니다. 막상 교재를 만들었지만, 출판 시장에서 우리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 한국적인 색채가 너무 강했을까요.
“아닙니다. 처음부터 미국 현지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스타일로 참고서를 썼고, 저자 이름에도 그 어디에도 한국 느낌, 동양 느낌을 넣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의 출판과 유통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프린스턴리뷰의 교재를 유통하는 회사는 다른 출판사의 교재까지 포함해 당시 SAT 수학 참고서 시장의 점유율이 70%를 넘게 갖고 있었고 그런 업계 입장에서는 굳이 교재를 바꾸면서까지 출판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국 참고서의 저자들은 페이지당 돈을 받는 시스템이라서, 책이 많이 팔려도 인세가 없었습니다.”
― 우리 입장에서 보면 책이 많이 팔려도 내 수입과 상관이 없네요.
“그때 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출판업계 입장은 ‘굳이 필요치 않은 일(한국처럼 섬세한 관점의 교재를 만드는 것)에 리소스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학원 원장을 할 때 다른 분들이 ‘미국 교재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내가 만들어도 이보다는 낫겠다’며 시도를 했는데 왜 실패했는지 알겠더군요. 출판사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몇 번 프레젠테이션도 했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결국 안민우 대표와 그의 팀은 6개월 정도 시도하다 교재 개발을 포기했다. 우리나라 식의 인강(인터넷 강의) VOD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다. 결국 다음 플랜으로 그는 강남 프린스턴 직영 학원의 원장을 맡았고 “나는 여기가 끝인가 보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고 할 정도로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2021년 8월,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한 지 5년 만에 중국 회사에 재매각을 결정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며, 자연스레 안민우 대표와 그의 팀원들도 회사를 떠났다. 이후 미국 시장에서 그나마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다시 모여 만든 것이 튜블릿이다.
“배움으로써 세상을 연결한다”
“돌이켜보니 미국 시장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이 라이브 튜터링, 즉 온라인 과외였다고 생각해 다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이제는 당초 목표였던 미국을 향해서 나아갑니다. 저희의 모토는 배움으로 세상을 연결한다(We connect the world through learning)는 겁니다. 에듀테크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K-12학생들을 넘어 성인 직무에 이르기까지 ‘배움의 링크드인’처럼 플랫폼을 넘어 네트워크가 되려고 합니다. 대학 입시뿐 아니라 AI 시대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내는 만남과 배움의 장(場)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대면(非對面) 스마트 과외 플랫폼 튜블릿(Tublet)이 오는 7월 미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회사를 설립한 지 2년 반도 되지 않아 누적 수업시간 5만 시간을 넘기며 사세(社勢)를 확장해온 튜블릿은 여러 경로를 거쳐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미국 본토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한국 교육 DNA를 이식하겠다는 안민우 튜블릿 대표를 3월 30일에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7월부터 브랜드명을 ‘업그레이드(Upgrade)’로 변경합니다. ‘학생들의 점수(grade)를 올려서(up), 결국 인생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느낌으로 우리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브랜드화(化)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버전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미국을 시작으로 시장 진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살려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입니다.”
해외 유학 준비생 위한 온라인 수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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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우 대표가 코로나19 시국의 바뀐 입시제도를 ‘프린스턴리뷰’ 공식 채널로 설명하고 있다. |
“학생과 서비스의 제공자인 튜터(tutor·선생)를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미국, 영국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사내에 튜블릿 전문CX(Customer Experience)팀이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 과외 구해요’라는 식(式)의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이름, 성별과 같은 기본 정보 외에 성격유형검사(MBTI), 학생과 튜터의 성격 등 다양한 정형·비정형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분석해 학생의 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튜터를 추천합니다.”
― 맞춤형 일대일 온라인 과외군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용돈 벌이를 하는 튜터는 고용하지 않습니다. 서류, 1차 면접, 2차 모의 수업, 3차 면접을 통해 회사가 사람을 채용하듯이 꼼꼼히 거릅니다. 저희의 자체 콘텐츠 혹은 시스템에 맞게 트레이닝시키고 학생과 매칭합니다. 본격적인 수업이 이뤄지기 전에 학생과 튜터의 오리엔테이션 수업을 진행하고 고객이 최종 선택하도록 합니다. 수업을 받는 와중에도 고객의 요청에 의해 언제든 튜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관리팀이 학생과 튜터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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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블릿은 휴대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원하는 튜터를 찾을 수 있다. |
“서비스 초반 누적 클래스가 100건에 달했을 때 환급 건수는 단 두 건이었습니다. 그것도 결제(決濟)를 잘못해서 재결제한 사례입니다. 단 1회라도 수업이 끝나면 자세한 후기를 양식에 맞게 올리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 평가가 포함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보다 수업의 질(質)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저희는 학생과의 일대일 밀착 관리를 추구합니다. 미리 녹화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학생이 수업을 제대로 듣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또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도 출석체크처럼 얼굴만 보이게 하고 게임을 한다거나 다른 일을 하는 사례를 우려하게 되잖습니까. 저희는 학생과 튜터가 실시간으로 서로 필기를 공유하는 수업을 하고 있고, 사내 관리팀이 이 과정을 전부 기술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이 시장에 몸담고 있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활용할 교재, 그동안의 경험치가 상당히 축적돼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앞으로 학생의 학습 유형에 따른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 코로나19가 신(新)사업 기회를 열어준 셈이네요.
“에스티유니타스의 프린스턴리뷰 글로벌 콘텐츠 개발 총책임자로서 미국을 오가며 온라인 교육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던 와중에 상황이 맞물려 떨어졌습니다. 2021년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학생,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미국,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부모들이 ‘코로나19로 공부를 못 하고 있는데 혹시 원장님이 가르쳤던 제자 중에 소개해줄 만한 과외 선생님이 없느냐’는 요청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알고 지내던 똘똘한 제자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했는데 부모들의 관심사가 단순 소개가 아니라 튜터와의 소통, 멘토링, 자세한 피드백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고 소개를 했는데 보름 만에 건수가 60건을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튜블릿을 오픈했습니다.”
처음부터 미국 진출 염두에 두고 회사 설립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벤처캐피털인 패스트벤처스와 에듀테크 워버스마인드가 총 1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가 잘돼서 IPO(기업공개)를 할 경우에 한국에서냐, 미국에서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처음부터 서비스를 미국으로 들고 나가겠다고 생각했던 안민우 대표는 망설임 없이 미국을 택해 일사천리로 미국에 모회사, 한국에 자회사를 만들었다.
― 하다 보니 잘돼서 미국에 진출하는 경우는 있지만, 처음부터 미국 공략을 목표로 삼았다고요.
“네. 한국은 사교육이 발달해 누구나 받는 교육으로 당연시되지만, 해외에는 이런 서비스가 많지 않았습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배우는 교과 과정이 아주 세분화돼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레벨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튜터 서비스를 제공하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꽤 있었을 텐데요.
“저희는 튜터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콘텐츠와 시스템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몇몇 업체들은 교육 서비스가 아니라 튜터의 프로필을 파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무책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는 가장 큰 페인포인트이고 애물단지이자 풀어야 할 숙제 같기도 하고, 또 적절한 교육은 반드시 그 상황에 맞춰서 구성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가진 문제 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도, 또 촌각을 다루는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자식 문제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 시장에 뛰어들면서 단순히 돈 벌 요량으로 사람들만 연결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백인들도 성과지향형 사교육 방식 좋아해”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HolonIQ’는 2025년 미국의 에듀테크(EdTech) 시장 규모가 2520억 달러(약 34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트라 LA무역관은 ‘미 에듀테크 시장 성장 가속화’ 발표(2023년 4월)에서 미국의 에듀테크 시장은 코로나19 이후에 급성장해 미국 교육업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 교육, 2010년에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로 스마트 러닝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접목한 차세대 교육법이 인기를 끈다는 얘기다.
― 미국에서 한국형 콘텐츠가 통할까요.
“미국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SAT 시험 때 수험생의 50% 이상이 사교육을 활용합니다. 저렴한 비용, 짧은 공부시간으로 최대 효과를 얻고 싶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의대나 아이비리그 등 톱스쿨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못지않습니다. 우리의 성과지향적인 사교육 강점이 미국에서도 통한다고 봅니다.”
― 과거 미국에서 이를 검증한 적이 있다고요.
“튜블릿 창업 전에 프린스턴리뷰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리의 교육 서비스 경쟁력이 미국 시장에서 통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처음에 제 계획을 듣고 미국의 지인들은 ‘백인들은 단기간에 성과 내는 것을 터부시한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는 것을 좋아한다’며 의구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해보니 달랐습니다. ‘3개월 완성반’ ‘만점 실패 시 전액 환불 제도’와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미국에서 통했습니다. 미국 백인들이 그 문구를 보고 저희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우리의 빠른 DNA, 성과지향적 DNA가 미국 본토에서도 통한 겁니다.”
― 막연하게 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도조차 안 한 거네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식의 방식을 좋아하는 미국의 사교육 시장이 분명히 있고, 우리는 그 시장에서 강자(强者)입니다. 우리의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안민우 대표의 설명을 듣다가 미국 뉴욕의 한 예술대학을 나온 미키(Mickey)라는 지인의 얘기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인간 사회 상위층들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온갖 행동을 다 하는 리얼코믹 풍자 드라마인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을 때였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다들 혀를 끌끌 찰 때 미키는 “미국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시험, 공연이 끝나면 학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교문 앞이 장사진을 이룬다”고 했었다.
‘3개월 완성반’ 접근은 한국인만의 경쟁력
안민우 대표의 얘기가 이어졌다.
“이런 교육 방법은 백인, 흑인, 동양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그 시장이 있다고 보고 한 우물을 팠습니다. 현재 중국 업체가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했지만, 여전히 프린스턴 리뷰 홈페이지는 여느 미국의 다른 업체와 다릅니다. ‘만점 환급반’ ‘3개월 완성반’이 여전히 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고, 이를 보고 고객들은 수업을 선택합니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한국인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 미국 회사에서 한국 회사, 다시 중국 회사로 프린스턴리뷰가 넘어갔는데 여전히 한국 방식을 쓰는 거네요.
“맞습니다. 홈페이지만 봐도 여백이 없이 타이트합니다. 마감을 독촉하면서 약간 푸시(push)하는 느낌이 드는메시지에 자신감이 느껴진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미국인들도 많았습니다.”
―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미국의 튜터링 서비스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쌉니다. 한 시간에 100달러(한화 13만원)는 기본이고, 175달러(20만원)를 넘는 곳도 있습니다. 이유는 튜터들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서입니다. 학생 숫자는 늘어나는데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인력 풀이 작다 보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학 상담 컨설팅은 통상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3년이 걸리지만, 튜터링은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라 캐시 플로우상으로도 경쟁력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처음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제가 가르쳐서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을 위주로 알음알음이었지만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튜터를 하겠다며 연락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희의 수업 관리 노하우, 훈련 시스템 등을 통해 충분한 공급을 확보해 까다로운 수요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서비스, AI 시대에 오히려 주목받는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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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블릿은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누적 클래스 2만 시간을 달성하며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
“비대면 온라인 과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이패스, 그러니까 학부모와 튜터가 직접 만날 경우에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은 어디서 올리느냐는 점입니다. 오프라인은 학원 수강료를 직접 받지만, 온라인은 플랫폼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은 지역이 넓어서 이런 위험도 훨씬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 요즘은 챗GPT도 있고, 학생들이 IT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고 학습의 패턴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챗GPT는 질문하면 답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학생들이 숙제할 때 주로 활용하는데 일종의 치팅(부정행위)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배운다는 것은 그래도 매일 혹은 매주 꾸준히 몇 시간씩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을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도구일 뿐이고, 결국 공부하는 것도 성장시키는 것도 사람입니다. 교육은 AI 시대에 오히려 주목받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빠르게 답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함께해줄 수는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만남,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고부가가치(高附加價値)가 큰 영역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가장 침범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 학원 원장, 온라인 과외 플랫폼 대표까지 하는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습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공교육은 스타트업 회사가 풀어내기 진짜 어렵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제도가 바뀌고, 뚜렷한 원칙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회사가 이를 개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사교육이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받을 수 있는 교육 영역은 아니지만, 사교육에서 답을 찾고 나중에 그것이 공교육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제가 에듀테크 분야에 있다 보니 ‘공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분들을 종종 만났는데 다들 시도 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미국의 ‘테슬라’는 처음에 굉장히 비싼 가격에 스포츠카를 만들어서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팔았지만, 나중에 전기차 모델로 넘어가면서 적절한 가격으로 보편적인 차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유차량인 ‘우버’도 처음에는 부유한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적인 방식으로 변모했습니다. 저희는 사교육 분야지만 글로벌하고 가장 뾰족한 곳에서 답을 찾은 다음에 이것들의 영역을 점차 넓혀서 모두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좋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킬러문항’이 생긴 이유
― 해외 수학을 주로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도 수학 과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 부모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한국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잖아요. 진짜 한국 교육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수학은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수학 공부에 X, Y 축이 있다고 보면 X축은 범위이고, Y축은 난이도, 면적이 학습량입니다. 제가 미국 수학을 가르쳐보니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우리나라 수학은 미국 수학과 비교해보면 3분의 1 정도밖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앞으로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니까, 미국보다 배우는 범위가 더 줄어버렸습니다. 한국은 수학 공부의 절대적 학습량을 줄인다는 목표에 따라 계속 범위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러니하게 일타 강사, 킬러문항을 만들어냈습니다.”
― 양을 줄여놓으니 변별력을 내려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제가 대학 입시를 치를 때는 ‘킬러문항’이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아는 단어가 돼버렸습니다. 일타 강사는 킬러문항을 빠르게 푸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제가 봐도 공고육에서 가르치는 대로만 배운 학생이 킬러문항을 5분 내에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시험 시간이 타이트한 수능에 킬러문항을 낸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지 말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결국 그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중학교 때 어떤 선행을 하고, 초등학교 때는 사고력 수학을 하고, 계속 이런 형국이 반복되는 겁니다.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의대반’이 있는 이유입니다.”
― 수학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네요.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시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오히려 엉뚱한 곳으로 튀어서 수학을 갈수록 어려운 과목으로 만들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지칭함)를 만들고, 킬러문항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학은 현실 세계에서 잘 쓸 수 있는 도구적인 학문에 가깝고, 그 도구를 잘 쓰려면 다양한 도구 사용법을 알아야 합니다. 가령 일자 드라이버를 하나 주고 고난도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일자 드라이버, 십자 드라이버, 별표 드라이버를 다양하게 주고 이 중에서 골라서 쓰라고 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수학 시험은 일자 드라이버를 하나 주고 ‘온갖 묘기를 부려서 결국에는 문제를 풀어 봐’라는 것과 같습니다.”
― 일자 드라이버 하나로 묘기를 부려라….
“저희 때는 《수학의 정석》만 해도 굉장히 어려운 책이었는데, 지금은 수학의 정석이 중간 레벨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다음 레벨의 심화 수업을 하고, 또 다음 레벨이 기다리고 있고, 심화의 심화, 또다시 심화가 무한 반복되는 겁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범위를 넓혀서 주어진 단원의 예제 정도만 풀어도 변별력을 갖추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수학 공부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인공지능의 시대인데, 그 근간에는 수학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인공지능 시대형 인재를 만들고자 수학을 폭넓게 가르치는 것이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수학 가르친 것이 계기
안민우 대표가 사교육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은 ‘네이버’에서 병역 특례를 한 것이 계기였다. 근무할 때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무이자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병역 특례를 마치면서 상환을 해야 했다. 학생 신분이었던 그는 시간당 가장 큰 비용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찾았고, 미국 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SAT(미국대입능력시험) 강의를 찾았다. 그렇게 강남 대치동에서 SAT 수학을 가르치게 됐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그에게 배운 학생들이 명문인 하버드·MIT·스탠퍼드 같은 학교로 진학했다.
“미국 대학은 저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하버드대라는 곳은 미국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했죠(웃음). 막상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가니까 신기했고, 미국으로 간 이후에도 저한테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할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아르바이트가 계기였네요.
“막상 학원 강사를 해보니 시장이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었습니다. 한국 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은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 치열함이 있었기 때문에 섬세한 교육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는데 유학반은 달랐습니다. 과거 198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 갔던 사람들이 주도하는, 소수를 위한 학원들로 훨씬 낙후돼 있었습니다. 글로벌 사회가 이렇게 진행되면서 분명히 미국으로 가려는 수요, 또 반대로 미국에서 오려는 수요 등으로 국경의 장벽은 낮아질 텐데 시장이 낙후돼 있어서 저처럼 젊은 사람이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물일곱의 안민우 대표는 2008년 ‘펄게이츠’라는 SAT 전문 학원을 대치동에 차렸다. 젊고 패기 넘치는 원장의 직접 강의는 소문을 타게 되어 학원은 인기를 끌었다. 학원이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던 무렵에 문득 번 아웃이 찾아왔다.
실패의 경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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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직후에 직원, 인턴들과 사무실에서 진행한 파티. |
“초보 창업자가 할 수 있는 실패는 다 해봤습니다. 창업하고 파산 절차 밟고, 또 새로 만들고 파산하고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투입 자본이 적어서 그런가 싶어서 투자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기도 하고, 제 아이디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싶어서 지인들에게 자문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폐업 서류들을 다 갖고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역사이기도 하고, 그때의 실패를 잊지 않으려고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고객의 니즈,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는 분명히 머릿속에 있었고, IT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다시 학원가로 돌아온 그가 각성하게 된 계기는 대학 동기가 만든 에스티유니타스라는 회사가 미국 최고의 교육 회사인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영단기(영어단기학교)’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치던 에스티유니타스가 과감한 베팅으로 미국 기업을 인수하자 업계는 술렁였다. 에스티유니타스 대표는 안민우 대표에게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했는데 출판은 기본이고, 콘텐츠 개발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스타트업 회사가 역사가 유구한 미국 최고의 교육 회사를 샀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제가 프린스턴리뷰 교재로 수업한 적은 많았지만, 그 회사를 사들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웃음). 프린스턴리뷰 미국 회사 내부를 들여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날로그적이라 제가 바꿀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합류했습니다.”
― 미국 교육 시장을 경험할 기회가 생겼군요.
“당시 미국은 좋은 품질의 콘텐츠 개발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교육 시장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내가 굳이 너한테 맞춰줄 필요가 있느냐’는 느낌이랄까요. 프린스턴리뷰 콜센터에만 전화해도 얼마나 불친절한지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미국 참고서 시장 진출하려다 실패
안민우 대표는 글로벌 콘텐츠 총괄 자격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을 수시로 다녔고, 그즈음 프린스턴리뷰 직영 학원이 서울 강남에 생겼다. 안 대표의 첫 번째 관심은 프린스턴리뷰의 듬성듬성한 교재를 손보는 것이었다. 특히 교재 같은 콘텐츠는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있었고, 또 그만큼 미국 참고서가 낙후돼 보였다. 당시 국내 참고서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디딤돌 편집자, 신사고 디자이너 등 잔뼈가 굵은 사람들과 함께 교재를 만들었다.
“SAT 수학 같은 제가 잘하는 것들부터 공략했습니다. 막상 교재를 만들었지만, 출판 시장에서 우리를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 한국적인 색채가 너무 강했을까요.
“아닙니다. 처음부터 미국 현지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스타일로 참고서를 썼고, 저자 이름에도 그 어디에도 한국 느낌, 동양 느낌을 넣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의 출판과 유통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프린스턴리뷰의 교재를 유통하는 회사는 다른 출판사의 교재까지 포함해 당시 SAT 수학 참고서 시장의 점유율이 70%를 넘게 갖고 있었고 그런 업계 입장에서는 굳이 교재를 바꾸면서까지 출판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국 참고서의 저자들은 페이지당 돈을 받는 시스템이라서, 책이 많이 팔려도 인세가 없었습니다.”
― 우리 입장에서 보면 책이 많이 팔려도 내 수입과 상관이 없네요.
“그때 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출판업계 입장은 ‘굳이 필요치 않은 일(한국처럼 섬세한 관점의 교재를 만드는 것)에 리소스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학원 원장을 할 때 다른 분들이 ‘미국 교재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내가 만들어도 이보다는 낫겠다’며 시도를 했는데 왜 실패했는지 알겠더군요. 출판사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몇 번 프레젠테이션도 했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결국 안민우 대표와 그의 팀은 6개월 정도 시도하다 교재 개발을 포기했다. 우리나라 식의 인강(인터넷 강의) VOD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다. 결국 다음 플랜으로 그는 강남 프린스턴 직영 학원의 원장을 맡았고 “나는 여기가 끝인가 보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고 할 정도로 좌절에 빠지기도 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2021년 8월,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한 지 5년 만에 중국 회사에 재매각을 결정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며, 자연스레 안민우 대표와 그의 팀원들도 회사를 떠났다. 이후 미국 시장에서 그나마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다시 모여 만든 것이 튜블릿이다.
“배움으로써 세상을 연결한다”
“돌이켜보니 미국 시장에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이 라이브 튜터링, 즉 온라인 과외였다고 생각해 다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이제는 당초 목표였던 미국을 향해서 나아갑니다. 저희의 모토는 배움으로 세상을 연결한다(We connect the world through learning)는 겁니다. 에듀테크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K-12학생들을 넘어 성인 직무에 이르기까지 ‘배움의 링크드인’처럼 플랫폼을 넘어 네트워크가 되려고 합니다. 대학 입시뿐 아니라 AI 시대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내는 만남과 배움의 장(場)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