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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성과급 보상 새로운 시도, RSU 뜯어 보기

오늘 받을 현금 성과급을 미래에 ‘주식’으로 받는 시도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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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10년 뒤에 지급
⊙ 김동관 부회장 지분 올리기 등 편법 승계란 오해도
⊙ MS·애플·구글·아마존 도입해 활용 中
2021년 3월에 열린 한화 주주총회 당시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지난 2월 5일, 200인치 전광판을 실은 트럭 한 대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을 지나갔다. 전광판에는 ‘피와 땀에 맞는 성과체계 공개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직원이 보낸 ‘트럭 전광판 시위’였다. LG엔솔이 올해 성과급으로 작년(기본급 870%)의 절반이 되지 않는 기본급의 362%를 공지하자 노조 측은 이에 반발해 시위를 벌였다. 사내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항의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삼성전자의 DS 부문(디바이스솔루션)은 반도체 업무 현황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을 연봉의 0%로 책정했다. 삼성전자의 DS 부문 직원들은 거의 매년 초과이익성과급으로 연봉의 50% 정도를 받아온 터라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SK하이닉스에서는 지난해에 입사 4년 차 직원이 전 임직원에게 성과급 산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공개 이메일을 보내 최태원(崔泰源) 그룹 회장이 급여 25억원을 반납하고 성과급 기준을 개선하는 일도 벌어졌다. 직장인들의 훈훈한 연말을 책임졌던 성과급이 어느새 다른 부서와의 형평성을 따지는, 때에 따라서는 집단 보이콧을 하는 매개체로 변하고 있다.
 
 
  全 계열사 팀장급 이상 적용
 
2024년 2월 5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에 항의하는 전광판 차량 시위를 벌였다. 사진=조선DB
  이런 와중에 한화그룹이 성과급 제도에 새로운 시도를 접목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는 연말, 연초에 현금으로 주던 기존의 성과급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장기 성과보장제도를 확대키로 했다. 간단히 말해 회사의 주식 가치가 현재 시점보다 높아지면 그만큼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오늘날 받는 성과급보다 미래에 적게 받는다는 소리다.
 
  한화는 책임경영, 주주 가치 제고 보상 제도로 알려진 ‘RSU(양도제한 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 제도를 전(全) 계열사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몇몇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를 시행한 지 4년 만이다. 한화는 지난 2020년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RSU 제도를 도입했고 (주)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12개 계열사 주요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례로 시행하고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모든 계열사의 팀장급까지 확대키로 했다. 차장, 부장이 팀장을 맡는다면 임원이 아니더라도 RSU의 적용 대상이 된다.
 

  한화는 RSU 제도를 통해 주식을 부여한 시점으로부터 5년에서 최대 10년 동안 이연(移延)해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한다. RSU는 일정한 기간과 조건이 충족된 장래에 주식을 부여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약속된 기간이 종료되고 주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 기간 안에는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RSU는 ‘과거’ 성과에 대한 평가 차원이 아니라 장래 가득(可得) 기간에 꾸준히 성과를 창출해 누적된 성과를 가득 기간이 도래한 ‘미래’ 시점에 누릴 수 있게 한 제도”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RSU 제도의 취지와 글로벌 경영 트렌드에 맞춰 이사 선임 및 유임 결정과 동시에 대상 임직원에게 동일하게 연초에 해당 역할 보임 즉시 RSU를 부여한다. 만약 가득 기간 도래 전에 부여 대상자가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친 경우에는 RSU의 전부 또는 일부가 취소될 수 있고, 그 경우 약속된 수량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특히 RSU의 가득 기간이 대표이사, 부사장 등 고위급 임원일수록 장기(長期)다. 한화 측은 “고위급 임원일수록 장기의 조건을 설정한 것은 책임 경영 및 장기 성과 중심의 의사 결정을 강화하고, 재직 기간에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50%는 주식, 50%는 주식 가치 연동한 현금으로
 
  한화는 100% 주식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50% 주식 부여, 50% 회사 주식 가치 연동 현금 부여 방식을 택했다. 가령 A 임원이 올해 받을 현금 성과급 대신에 RSU를 선택하면, 그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환산해 2034년에 주식 500주(50%)와 나머지 500주에 해당하는 현금(50%)을 받는다. A 임원은 올해 현금으로 받아야 하는 성과급을 이 시기에 받게 된다.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식과 현금으로 나눠서 지급하는 이유는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해서다. 주식만 100% 지급하게 될 경우에 주식 수령 시기에 발생하는 종합소득세 납부 등을 위해 임직원이 대량으로 주식을 팔게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이를 시스템으로 보완해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대량의 주식이 매도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 현재보다 더 받을지, 덜 받을지 알 수가 없는 구조다.
 
  “맞다. 임직원들이 5~10년 뒤에 비로소 권리를 취득하는 점을 고려해 미래가치에 대한 할증을 적용해 기준급의 일정 비율로 RSU를 부여하고 있고, 이런 기준은 대주주 외에 모든 부여 대상자가 동일하다. 특정인에 한해 이를 초과하거나 유리한 조건을 설정해 RSU를 설정하지 않는다. RSU는 잠재적이고 미확정된 권리고 가득 기간 경과 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가득 기간 경과 시점이 아닌 현재 시점의 가치를 평가해 총 소득이나 보상의 과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직원들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
 
  “임직원 설명회,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 과정과 법적 검토를 거쳐 차례로 시행하고, 팀장급 직원의 경우에는 현금 보장이나 RSU 보상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RSU 선택형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이사회에서 개별 임원에 대해 부여할 주식 수를 매년 결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의 보수한도 결의 시 RSU 수량을 별도로 기재해 주주들의 승인을 얻고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해 RSU 부여 절차의 부여성을 높이고 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운영할 것이다.”
 
 
  “경영권 승계 위해서라면 현재의 현금 지급이 유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조선DB
  한화가 ‘투명한 RSU 정책’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세간의 의혹 때문이다. 최근 《한겨레》는 한화그룹의 RSU 부여 대상자에 김승연(金升淵)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金東官) 부회장이 포함되자 ‘한화그룹이 경영 승계를 위한 편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RSU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대주주에 유리하게 설계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연일 게재했다. 한화는 RSU 제도가 경영권 승계 목적이나 특정인을 염두에 둔 제도가 아니라 회사와 소액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설명해왔는데, 이번 RSU 제도의 전 계열사 확대로 이런 오해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RSU 제도를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로 악용(惡用)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만약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측면에서 본다면, 10년 동안 주식 배당을 받거나 다른 이익을 전혀 얻을 수 없는 RSU를 활용하기보다 오히려 기존 단기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현금을 활용해 지배구조 최상단의 주식회사 한화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買入)하는 것이 보다 많은 지분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 편법 승계용(用)이 아니란 말인가.
 
  “RSU 제도는 현재의 현금 상여 제도와 비교해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 오히려 불리하다. RSU 제도에 따라 최초 부여 시점부터 20년이 지난 2040년까지 김동관 부회장이 실제 취득하는 주식회사 한화의 주식이 1%대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 반대로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RSU 부여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매년 현금 상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대주주에 대한 특혜이자, 다른 임직원들을 역차별하는 부당한 결과다.”
 
 
  일본 상장사의 31%가 도입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은 1990년대에 미국 IT 기업들이 도입한 ‘스톡옵션’이 그 시작이다. 하지만 스톡옵션 제도는 전문경영을 맡은 핵심 경영진이 단기간에 높은 실적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받은 주식을 대량 매도한 뒤에 회사를 떠나는 ‘먹튀’ 현상이 있었다.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급급해 부실한 계약을 수주하고 거액의 성과급을 받고 퇴사할 경우에 회사는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고, 주가는 하락해 회사와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2000년대 초에 미국에서 다시 제도를 정비해 만들어진 것이 RSU 제도다.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최초 도입하고 현재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상장사의 31.3%가 RSU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성과급 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는 셈이다. 한화는 단기 성과급 제도가 가져오는 폐해를 막고자 2020년부터 RSU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까지 RSU를 부여받은 임직원은 230여 명에 달한다. 한화솔루션 손명수 인사전략담당 임원은 “RSU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도입된 성과 보상 시스템”이라며 “회사의 장래 가치에 따라 개인의 보상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임직원-주주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소액 주주 이익 위해서도 RSU 도입해야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의 이번 성과급 제도 개편은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드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 그룹의 기조와 맞는다”고 말했다. ‘기본 보수+단기 성과급(현금)+장기 성과급(현금 또는 주식)’의 형태로 운용하는 기업들보다 단순하게 ‘기본 보수+장기 보상(RSU)’만 지급하는 형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 경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장기의 가득 기간에 처분 또는 양도가 불가능하고,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보상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의 실질적인 장기 성과와 보상이 연동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화 측은 임직원의 장기 성과에 대한 업무 전념, 성과급 대상 주식의 장기 이연에 따른 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 세금 납부 재원(財源)인 50% 현금 지급으로 주식 대량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 방지 등 소액 주주 이익에도 최대한 맞기에 그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RSU의 장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임직원이 1~2년짜리 단기 성과가 아닌 5~10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동기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RSU는 일정 기간 이후에 보상이 발생하고 주가 상승에 따라 보상이 커지도록 설계된 성과급 제도이기 때문이다. 높은 성과급을 노리고 단기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행위’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 소액 주주 등도 혜택을 본다는데.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유리하다. 임직원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장기 발전에 이바지하게 해, 지속할 수 있는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RSU 지급을 위해 자기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어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국내외 주주 등 투자자들에게도 국내 기업 주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거나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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