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유럽중앙은행, 일본, 영국, 캐나다 등 50여 국가에서 디지털 法貨 발행 신중 검토 중
⊙ 디지털 法貨 확산되면 달러 覇權 흔들릴 수도
⊙ 디지털 法貨, 안전한 금융 거래 가능… 私生活 침해 우려도
權五律
1936년생.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 근무, 캐나다 연방재무부 조세정책국 수석조정관,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경영대학 교수, 호주 국립그리피스대학 석좌교수, 캐나다 NET-FIVE 텔레콤 부사장 역임. 現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 경영대 겸임교수
⊙ 디지털 法貨 확산되면 달러 覇權 흔들릴 수도
⊙ 디지털 法貨, 안전한 금융 거래 가능… 私生活 침해 우려도
權五律
1936년생.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 근무, 캐나다 연방재무부 조세정책국 수석조정관,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경영대학 교수, 호주 국립그리피스대학 석좌교수, 캐나다 NET-FIVE 텔레콤 부사장 역임. 現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 경영대 겸임교수
- 2021년 5월 8일 제1회 중국 국제 소비자 제품 박람회에서 사용된 디지털 위안(e-CNY) 지불 카드. 사진=신화/뉴시스
인류가 발전하면서 화폐도 발전해왔다. 특히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화폐도 디지털 기술을 응용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비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화폐가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게 될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물물교환(物物交換)을 하던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교환의 수단으로 여러 형태의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3000여 년 전부터는 교역의 매개체(媒介體)로 법률상 강제 통용력이 주어진 법정화폐(법화)로 표준화된 주화(鑄貨)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법화(法貨)는 교역의 매개가 될 뿐 아니라 가치 저장, 가치 척도 등의 역할도 한다.
지폐는 1300년 전에 생겼는데 지폐의 가치를 금(金)의 가치에 연계시키는 금본위(金本位) 제도로 시작되었다. 경제 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과 병행하여 화폐량도 증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의 생산 제한에 따른 화폐 성장의 어려움을 인식한 각국은 1970년대에 이르러 금본위 제도를 중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개인이 취급하는 상거래가 많아지면서 지급의 편의를 위하여 신용카드(credit card)가 처음으로 생겼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신용카드를 결제(決濟)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8000여 종 등장
1990년대 들어 인터넷 이용이 확산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돈을 즉시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전자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디지털 통화(通貨)의 시작이다. 페이팔은 자기 은행계좌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한 거래결제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2009년에 주화나 지폐와 달리 물리적 형태가 없는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디지털 통화가 등장했다. 이것은 금융 당국의 규제 없이 개인이나 기업이 개발하고 관리한다. 세계 어디서나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용자들 간에 온라인(가상공간)으로 직접 송금, 결제 등 금융거래가 저렴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암호방식과 익명(匿名)으로 거래의 비밀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원리를 이용한다. 비트코인 거래가 일정 기간(10분간) 이뤄질 때마다 한 ‘블록’으로 묶어서 그 거래에 참여하는 모두의 컴퓨터에 사슬처럼 네트워크(체인)로 정보(data)가 전해지며, 참여자들은 그 거래정보의 유효성과 신빙성을 서로 점검하고 신뢰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는 화폐를 가상(假想)화폐라 한다. 현재 비트코인 외에도 8000여 종이 개발되었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진일보된 이더리움(Ethereum)은 2015년에 시작되었다. 이것은 정보보다 복잡한 프로그램(program)을 네트워크로 전달한다. 금융거래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프로그램을 암호코드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하여 블록체인 이용을 사실상 일반화시켜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게 하였다.
같은 해, 가상화폐의 비밀 보장과 즉시 결제라는 이점과 법정화폐의 가격안정이라는 이점을 동시에 향유하려는 취지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가상화폐도 등장했다. 이것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1대 1로 가치를 고정되게 하여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테이블 코인 중 가장 먼저 시작된 대표적인 것이 테더(Tether)인데, 이후 10여 종이 더 개발되었다.
디지털 資産化 가능케 한 NFT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대체 불가한 토큰(NFT·Non-Fungible Token)’은 2014년에 개발되었다. NFT는 어떤 재산, 정보, 이미지 등을 다른 것과 대체하거나 삭제와 수정이 불가능하게끔 만들어진 데이터 파일로, 하나의 기록된 등기권리증과 같다. 이 등기권리증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투명성이 있다. 비트코인과 같이 대체 가능한 가상화폐는 지불 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하여 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디지털 자산화(資産化)에 목적을 둔다.
가령 1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건물을 담보로 하고 1억 개의 토큰을 발행한다면 토큰 한 개는 1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 토큰마다 그 특정한 건물을 나타내는 디지털 데이터를 갖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어떤 그림, 영상, 음악, 오락게임 등 하나를 특정 값으로 디지털 파일로 정하고 판매하면 원래의 자산을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중개인 또는 중앙관리자 없이 어느 때나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고가(高價)의 부동산의 경우, 일반인은 그 가격에 쉽게 소유할 수 없지만, 위의 예처럼 디지털로 자산화하면 일반인들도 작은 지분(持分)을 소유할 수 있고, 원래 재산에서 나오는 이윤에서 소유지분에 해당하는 이윤을 배당받을 수도 있다. 영상, 음악, 오락게임 등 또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경제에서 디지털 자산 토큰의 발행, 거래, 보관과 그 과정을 통한 부(富)의 창출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토큰의 발행액은 2020년에 3억 달러이던 것이 2021년에 143억 달러로 42배 증가했고, 거래액은 같은 기간 170배나 증가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화폐나 자산화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요소인 빅데이터를 개발, 분석, 활용, 거래, 관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이 지배적인 블록체인 기술이었지만 여러 회사가 보다 개선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몇 가지의 대체기술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가상금융
디지털 화폐와 NFT는 은행과 같은 중앙 금융 중개자에 의존하지 않고 국경에 관계없이 당사자 간 직접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탈(脫)중앙화 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또는 ‘가상금융(crypto finance)’이라고 한다. 가상금융은 정부의 금융제도 밖에서 운영되어 그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없고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상금융의 중요한 요소인 가상화폐는 어떤 본질적 가치에 정착되어 있지 않고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교환의 매개로 화폐의 역할을 못 하고 대부분 투기의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가상금융거래는 블록체인을 통하여 암호(crypto)로 어떤 복잡한 지시를 하는 것과 같다. 이 암호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문제를 다스릴 제도나 기관이 없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익명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킹, 도난, 사기, 마약거래, 돈세탁 등 여러 불법행위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상금융을 통한 국제적 금융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각 나라가 규제를 하고 국제 간 협조를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블록체인을 운용하는 데는 많은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 이런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금융거래에 소모되는 전기량은 과거 2년간 매년 7.2배가 증가하여 지금은 스위스에서 사용되는 1년 전기사용량의 두 배가 소모되고 있다.
이런 여러 위험이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상금융제도를 법으로 제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금융거래제도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상금융이 정부의 금융제도에 대한 보완이나 대체(代替)제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은행계좌는 갖고 있지 않으면서 상당수가 스마트폰은 갖고 있는 현실 가운데에 가상금융은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代案) 금융제도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금융거래 인구 30억 명에 달해
가상금융거래가 급속히 팽창하게 되면 기존의 금융제도와 정부의 중요한 금융 정책이 영향을 받게 된다. 가상금융거래량은 과거 3년간 매년 약 11배로 증가하여 현재 2조5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비자(VISA)의 거래량 수준이다.
만일 이렇게 팽창하는 가상금융거래에 혼란이 생길 경우, 현 제도상의 금융 안정을 교란할 수 있다. 제도 밖의 가상금융거래가 팽창하면 정부 금융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 여러 조세 재원(財源)을 잃게 된다. 또 가상금융거래는 나라를 초월한 거래이기 때문에 국제적 자본이동과 외환(外換)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
가상금융거래는 익명으로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당국이 금융 정책상 거래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일의 불가(不可)함은 물론이다. 가상금융거래뿐 아니라 이미 세계 인구의 40%에 달하는 30억 명의 사람들이 신속하고 저렴한 결제수단으로 자기들의 은행계좌를 이월렛(eWallet) 또는 페이팔에 연결해놓고 디지털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상금융을 포함한 전 금융시장의 탈중앙화 환경하에서 금융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디지털 법정화폐(digital currency)에 대한 발행이라 할 수 있다.
혁명적인 새로운 法貨-디지털 法貨
디지털 법화는 기존의 실물 명목(名目)화폐와 같이 중앙은행이 금전적 가치를 부여한,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형태의 재화를 말한다. 디지털 형태라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같지만 여러 가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첫째, 개인이나 기업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금액에 대해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암호화하여 IC 카드에 저장하여 사용하거나, 컴퓨터에 보관하여 온라인 및 네트워크상으로 사용한다. 즉 지금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에서 ‘중앙화 금융’으로 회귀(回歸)하는 것이다.
둘째, 중앙은행이 발행·보증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있어 교역의 매개, 가치 저장, 가치 척도라는 화폐의 세 가지 기능을 발휘한다. 현금처럼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안정성이 높다.
셋째,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므로 현금과 달리 익명으로 안전한 즉시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넷째, 정책 목적에 따라 중앙은행 계좌의 자금 보유 한도, 이자 지급, 이용기간 등의 조절이 가능하다.
다섯째,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거래, 돈의 소유와 흐름을 파악하여 금융 정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사생활(私生活) 침해가 될 수도 있다.
여섯째, 실물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블록체인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화폐 위조가 불가능하다.
일곱째,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거래를 위해 시중 은행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설치하고 그에 준해 디지털 법화를 받아 사용하게 되므로 사용자는 금융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전 세계 80억 인구가 부담하는 금융거래 비용은 1년에 약 2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대비 1인당 350달러나 되는 큰 비용이다. 이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중국의 실험
디지털 법화는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현금이 중앙은행으로 몰리기 때문에 일반은행이 자금난을 당하게 되어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융자가 어렵게 된다. 또 일반은행의 업무영역이 축소되어 자연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현재 국제적 대금결제는 주로 미국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러 나라가 국제적 대금결제를 자국의 디지털 법화로 할 경우 세계금융시장에서 패권(覇權)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달러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아울러 약소(弱小)국가의 경우, 시민이 자국(自國) 화폐를 쓰는 대신 외국의 e-법화를 사용하여 자국에 금융난을 야기할 수 있다.
비록 디지털 법화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행했을 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디지털 법화 발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은 2020년 초에 시범적으로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20년 말에 50만 명에게 이위안(e-yuan)을 주고 실험을 했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달러의 세계 금융 패권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외국과의 무역결제에 디지털 위안화를 요구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디지털 법화의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한 여러 가지 문제를 방지하고 최소화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에 개설하는 계좌의 최대금액을 제한하는 방식을 우선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여러 나라가 그 발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물물교환(物物交換)을 하던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교환의 수단으로 여러 형태의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3000여 년 전부터는 교역의 매개체(媒介體)로 법률상 강제 통용력이 주어진 법정화폐(법화)로 표준화된 주화(鑄貨)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법화(法貨)는 교역의 매개가 될 뿐 아니라 가치 저장, 가치 척도 등의 역할도 한다.
지폐는 1300년 전에 생겼는데 지폐의 가치를 금(金)의 가치에 연계시키는 금본위(金本位) 제도로 시작되었다. 경제 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과 병행하여 화폐량도 증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의 생산 제한에 따른 화폐 성장의 어려움을 인식한 각국은 1970년대에 이르러 금본위 제도를 중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개인이 취급하는 상거래가 많아지면서 지급의 편의를 위하여 신용카드(credit card)가 처음으로 생겼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신용카드를 결제(決濟)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8000여 종 등장
1990년대 들어 인터넷 이용이 확산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돈을 즉시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전자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디지털 통화(通貨)의 시작이다. 페이팔은 자기 은행계좌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한 거래결제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2009년에 주화나 지폐와 달리 물리적 형태가 없는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디지털 통화가 등장했다. 이것은 금융 당국의 규제 없이 개인이나 기업이 개발하고 관리한다. 세계 어디서나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이용자들 간에 온라인(가상공간)으로 직접 송금, 결제 등 금융거래가 저렴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암호방식과 익명(匿名)으로 거래의 비밀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원리를 이용한다. 비트코인 거래가 일정 기간(10분간) 이뤄질 때마다 한 ‘블록’으로 묶어서 그 거래에 참여하는 모두의 컴퓨터에 사슬처럼 네트워크(체인)로 정보(data)가 전해지며, 참여자들은 그 거래정보의 유효성과 신빙성을 서로 점검하고 신뢰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는 화폐를 가상(假想)화폐라 한다. 현재 비트코인 외에도 8000여 종이 개발되었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진일보된 이더리움(Ethereum)은 2015년에 시작되었다. 이것은 정보보다 복잡한 프로그램(program)을 네트워크로 전달한다. 금융거래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프로그램을 암호코드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하여 블록체인 이용을 사실상 일반화시켜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게 하였다.
같은 해, 가상화폐의 비밀 보장과 즉시 결제라는 이점과 법정화폐의 가격안정이라는 이점을 동시에 향유하려는 취지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가상화폐도 등장했다. 이것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1대 1로 가치를 고정되게 하여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테이블 코인 중 가장 먼저 시작된 대표적인 것이 테더(Tether)인데, 이후 10여 종이 더 개발되었다.
디지털 資産化 가능케 한 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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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NFT BUSAN 2021’ 관람객들이 NFT로 발행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가령 1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건물을 담보로 하고 1억 개의 토큰을 발행한다면 토큰 한 개는 1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 토큰마다 그 특정한 건물을 나타내는 디지털 데이터를 갖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어떤 그림, 영상, 음악, 오락게임 등 하나를 특정 값으로 디지털 파일로 정하고 판매하면 원래의 자산을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글로벌 차원에서 중개인 또는 중앙관리자 없이 어느 때나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고가(高價)의 부동산의 경우, 일반인은 그 가격에 쉽게 소유할 수 없지만, 위의 예처럼 디지털로 자산화하면 일반인들도 작은 지분(持分)을 소유할 수 있고, 원래 재산에서 나오는 이윤에서 소유지분에 해당하는 이윤을 배당받을 수도 있다. 영상, 음악, 오락게임 등 또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경제에서 디지털 자산 토큰의 발행, 거래, 보관과 그 과정을 통한 부(富)의 창출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토큰의 발행액은 2020년에 3억 달러이던 것이 2021년에 143억 달러로 42배 증가했고, 거래액은 같은 기간 170배나 증가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화폐나 자산화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요소인 빅데이터를 개발, 분석, 활용, 거래, 관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이 지배적인 블록체인 기술이었지만 여러 회사가 보다 개선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몇 가지의 대체기술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
가상금융
디지털 화폐와 NFT는 은행과 같은 중앙 금융 중개자에 의존하지 않고 국경에 관계없이 당사자 간 직접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탈(脫)중앙화 금융(DeFi-Decentralized Finance)’ 또는 ‘가상금융(crypto finance)’이라고 한다. 가상금융은 정부의 금융제도 밖에서 운영되어 그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없고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상금융의 중요한 요소인 가상화폐는 어떤 본질적 가치에 정착되어 있지 않고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교환의 매개로 화폐의 역할을 못 하고 대부분 투기의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가상금융거래는 블록체인을 통하여 암호(crypto)로 어떤 복잡한 지시를 하는 것과 같다. 이 암호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문제를 다스릴 제도나 기관이 없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익명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킹, 도난, 사기, 마약거래, 돈세탁 등 여러 불법행위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상금융을 통한 국제적 금융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행위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각 나라가 규제를 하고 국제 간 협조를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블록체인을 운용하는 데는 많은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 이런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금융거래에 소모되는 전기량은 과거 2년간 매년 7.2배가 증가하여 지금은 스위스에서 사용되는 1년 전기사용량의 두 배가 소모되고 있다.
이런 여러 위험이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상금융제도를 법으로 제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금융거래제도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상금융이 정부의 금융제도에 대한 보완이나 대체(代替)제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이 은행계좌는 갖고 있지 않으면서 상당수가 스마트폰은 갖고 있는 현실 가운데에 가상금융은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代案) 금융제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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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서 한 관계자가 비트코인 시세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조선DB |
만일 이렇게 팽창하는 가상금융거래에 혼란이 생길 경우, 현 제도상의 금융 안정을 교란할 수 있다. 제도 밖의 가상금융거래가 팽창하면 정부 금융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 여러 조세 재원(財源)을 잃게 된다. 또 가상금융거래는 나라를 초월한 거래이기 때문에 국제적 자본이동과 외환(外換)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
가상금융거래는 익명으로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당국이 금융 정책상 거래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일의 불가(不可)함은 물론이다. 가상금융거래뿐 아니라 이미 세계 인구의 40%에 달하는 30억 명의 사람들이 신속하고 저렴한 결제수단으로 자기들의 은행계좌를 이월렛(eWallet) 또는 페이팔에 연결해놓고 디지털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상금융을 포함한 전 금융시장의 탈중앙화 환경하에서 금융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디지털 법정화폐(digital currency)에 대한 발행이라 할 수 있다.
혁명적인 새로운 法貨-디지털 法貨
디지털 법화는 기존의 실물 명목(名目)화폐와 같이 중앙은행이 금전적 가치를 부여한,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형태의 재화를 말한다. 디지털 형태라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같지만 여러 가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첫째, 개인이나 기업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금액에 대해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암호화하여 IC 카드에 저장하여 사용하거나, 컴퓨터에 보관하여 온라인 및 네트워크상으로 사용한다. 즉 지금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에서 ‘중앙화 금융’으로 회귀(回歸)하는 것이다.
둘째, 중앙은행이 발행·보증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있어 교역의 매개, 가치 저장, 가치 척도라는 화폐의 세 가지 기능을 발휘한다. 현금처럼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안정성이 높다.
셋째,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므로 현금과 달리 익명으로 안전한 즉시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넷째, 정책 목적에 따라 중앙은행 계좌의 자금 보유 한도, 이자 지급, 이용기간 등의 조절이 가능하다.
다섯째, 개인이나 기업의 금융거래, 돈의 소유와 흐름을 파악하여 금융 정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사생활(私生活) 침해가 될 수도 있다.
여섯째, 실물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블록체인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화폐 위조가 불가능하다.
일곱째,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거래를 위해 시중 은행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설치하고 그에 준해 디지털 법화를 받아 사용하게 되므로 사용자는 금융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전 세계 80억 인구가 부담하는 금융거래 비용은 1년에 약 2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대비 1인당 350달러나 되는 큰 비용이다. 이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중국의 실험
디지털 법화는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현금이 중앙은행으로 몰리기 때문에 일반은행이 자금난을 당하게 되어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융자가 어렵게 된다. 또 일반은행의 업무영역이 축소되어 자연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현재 국제적 대금결제는 주로 미국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러 나라가 국제적 대금결제를 자국의 디지털 법화로 할 경우 세계금융시장에서 패권(覇權)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달러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아울러 약소(弱小)국가의 경우, 시민이 자국(自國) 화폐를 쓰는 대신 외국의 e-법화를 사용하여 자국에 금융난을 야기할 수 있다.
비록 디지털 법화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행했을 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디지털 법화 발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은 2020년 초에 시범적으로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20년 말에 50만 명에게 이위안(e-yuan)을 주고 실험을 했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달러의 세계 금융 패권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외국과의 무역결제에 디지털 위안화를 요구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디지털 법화의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한 여러 가지 문제를 방지하고 최소화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에 개설하는 계좌의 최대금액을 제한하는 방식을 우선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여러 나라가 그 발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