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대표가 점화시킨 ‘코로나 3법’… 임시국회 최고 화두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연대·협력은 민간이 알아서 할 일”
⊙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수도”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연대·협력은 민간이 알아서 할 일”
⊙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수도”
- 2021년 2월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맞춤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주변 상권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조선DB
국내 상장회사들이 지난해 경영 실적을 잠정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몇몇 대기업은 눈에 띌 만한 경영 성적표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6조8000억원, 영업이익 36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은 전년도 실적인 26조9000억원대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1조9000억원대, 영업이익 5조원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전년대비 영업이익은 84%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3조3000억원대, 영업이익 3조2000억원가량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 늘어나 LG전자 사상 처음으로 연간 3조원대에 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8조6000억원대, 영업이익 1조3000억원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2%가량 올랐다. 삼성SDI는 매출 11조원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6000억원대로 집계됐다. 포털기업인 네이버의 매출은 5조3000억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 이상 늘었다. 미중(美中) 무역전쟁, 트럼프발(發) 자국보호주의 강화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여건 속에서도 이 기업들이 이룬 성과는 놀랍다.
하지만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실적이 좋았다고 마냥 웃을 수 없다. 주주들에게는 회사의 호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싶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란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덕’을 봤다는 세간의 시선이다.
이낙연 대표가 재점화한 ‘이익공유제’
요즘 정치권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업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 법제화’가 지난 2월 임시국회의 최고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이득을 본 사업에 속한 기업이 손해 본 기업을 도와주자는 소리다. 찬반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돈 번 회사’가 ‘돈을 덜 번 회사’에 무언가를 나눠줘야 한다는 논리는 처음이 아니다. 정운찬(鄭雲燦) 전(前) 국무총리는 동반성장위원장이던 2011년에 ‘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대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수익에 얼마만큼 이바지했는지 책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2018년에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려다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성과공유제’ ‘협력이익공유제’ ‘초과이익공유제’ 등 이름은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결국은 나누자는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로 둔갑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180석의 의석수를 앞세운 거대 여당이 집권 세력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이어 재계를 절망시킬 또 하나의 법이 생길지 모른단 얘기다.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불을 지핀 사람은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이바지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은 논평에서 “정부와 부단한 소통으로 손실보상과 협력이익공유제, 사회연대기금이 담긴 ‘상생연대 3법’ 등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예 이름도 붙였다. ‘코로나 3법’ ‘상생연대 3법’이라고도 부른다.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민주당의 싱크탱크라는 민주연구원(이하 민주연)은 ‘협력이익공유제 기본 방향과 해외사례’를 제안했다. 보고서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협력해야 이익이 생기고, 이익이 생겨야 공유하고, 공유해야 협력할 수 있는 지속할 수 있는 K-상생모델.
3대 키워드는 상생확대 성장촉진, 위기극복 필수전략, 민간자율 정부촉진.
이익공유 모델은 ▲전통적 이익공유(profit-sharing) 모델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로 구분〉
민주연은 ▲전통적 이익공유(profit-sharing) 모델로는 해외 사례로 영국 롤스로이스의 이익공유 파트너십(1970년대), 미국 던킨도너츠의 K-Cups Program(2007년)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로는 애플·아마존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인하(2020년) 등을 예로 들었다.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로는 프랑스 보험회사 연대기금 재원 기부와 독일 기업별 연대기금 조성(2020년)을 예로 들었다. 종합하자면, 해외에서도 과거에 그리고 2020년에 수익이 난 회사가 다른 사람(혹은 회사)과 이익을 공유한 적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검토할 법한 일이란 소리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사실상 ‘강제적 참여’가 될 확률이 높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말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회사는 없다”며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대기업들이 각자 협력회사를 돕고 사회 기금을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해왔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익공유는 시장경제 근간을 흔드는 발상”
민주연이 제시한 이익공유 안을 뜯어보기에 앞서 이익공유제라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를 위협한다는 의견이 있다.
허희영(許喜寧)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의 얘기다.
“코로나19 양극화를 막아 사회·경제적 통합을 이룬다는 명분이 있지만, 이는 불우이웃돕기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개인의 재산권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도 보호돼야 합니다.”
― 자본주의에 어긋나는 생각이라는 말이지요.
“경제에서 기업이 중요하고 흥해야 하는 이유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인건비·임차료·감가상각비·조세와 공과금·금융비용·경상이익 등 6가지 종류로 창출돼 사회 곳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부가가치입니다. ‘이윤의 극대화가 틀렸다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맞는 얘기도 아닙니다. 기업의 경영이 잘돼야 그 성과와 이해 관계자와 국가 재정에 쓰일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겁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하는데요.
“시장경제에서 기업 간 양극화는 늘 존재합니다. 《포브스》가 미국의 100대 기업을 처음 선정했던 1917년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기업은 7개사, 생존했던 기업까지 합해도 13개사에 불과합니다. 기업 수명이 이처럼 짧은 것은 환경 변화 때문입니다. 지금 영업이 잘돼서 돈을 잘 버는 기업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는 환경의 도전입니다. 새로운 경영 환경으로 많은 사업장이 생존을 위협받는 한편에선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사업장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게 비즈니즈의 불확실성입니다. 예측이 어렵고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고 견디는 것은 사업가들의 숙명입니다. 코로나19처럼 아무리 해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을 경영에선 ‘체계적 위험’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하고 투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이유입니다.”
―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돈을 잘 버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반된 두 견해가 있습니다. 찬성론은 능력 있는 기업은 사회적 공헌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 시민으로서 자원과 환경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론도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업 내외부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로 이미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겁니다. 순수경제적 관점입니다.”
― 고로 이익공유제라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이죠.
“부유한 기업이 가난한 기업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익공유제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선 없는 말입니다. 이익공유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사회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용어입니다. 이걸 발전시켜 국가가 기업을 맡아 이윤을 직접 나눠주면 공산주의가 됩니다.”
“코로나19로 돈 번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이 돈을 잃은 것 아니야”
조동근(趙東根)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얘기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 사회는 이미 양극화가 심화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고용의 질(質)’ 악화와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 인상이 이를 보여줍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결정적으로 ‘자산 양극화’를 가져왔습니다. ‘영끌’ 모아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K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K 양극화’가 있다면 ‘K포퓰리즘’ ‘K 이중잣대’도 얘기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돈을 잃고 소득이 줄었다고 가정해보죠. 경제는 말 그대로 폭삭 망합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돈을 벌고 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경제가 굴러갈 터전이 마련되는 겁니다. 이낙연 대표의 말은 갈등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 돈을 번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을 잃은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도 돈을 번 기업이 돈을 못 번 기업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먼저 사과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에 지출했거나 지출 예정액이 무려 51조원이 넘습니다. 처음부터 재난지원이 아니라 피해구제로 접근했어야 하는데 실패한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긴급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자영업 및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시행하겠다고 주장합니다. 재정은 화수분입니까? 더구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간의 연대와 협력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정부가 중심이 돼 연대와 협력을 지휘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여당이 말하는 이익공유란 용어 자체에 어폐가 있습니다. 민주연이 말하는 이익공유는 전략적 제휴 혹은 전략적 협력이란 용어로 대신 써야 합니다.”
“경제학에서의 이윤공유제는 쌍방이 서로 나누자는 것”
이인호(李仁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얘기다.
“경제학에서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위험 기피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내 사업이 좋은 결과를 내고, 상대방 사업은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내가 돕고, 또 반대 경우에는 상대방이 돕는 부류의 계약을 ‘이윤공유제(profit sharing)’라고 합니다. 보험제도의 원리죠. 결국 사업의 여건에 따라 내가 나눠줄 때도 있고, 상대방이 나눠줄 때도 있어야 합니다.”
― 이윤이 높은 기업이 무조건 이윤이 낮은 기업을 돕는 것이 아니군요.
“그렇죠. 서로 위험을 상쇄해서 후생을 증가시키는 계약이 이윤공유제입니다. 그런데 경제이론 속의 이윤공유제도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험이 완전히 위험을 제거할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의 사업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어집니다. 어차피 내가 안 좋으면 상대방이 돕게 돼 있으니까요. 내가 열심히 해봐야 그 혜택을 상대가 가져가니까 반만 열심히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윤공유제도가 이미 유인 제공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익공유제는 주주 재산권 침해”
(전경련 조사, 응답자의 63.6%)
이익공유제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현재 기업 주식을 보유한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전경련의 2월 8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는 “이익공유제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답했고, 코로나19 피해계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응답자의 51.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이별로는 30대 응답자의 80.2%가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익공유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 이익 감소로 투자 등 기업 성장동력 약화(26.4%) ▲배당 감소 등 주주 재산권 침해(23.6%) ▲기업과 피해 계층의 비연관성(22.1%)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14.3%) ▲코로나19로 인한 이익만 산정 불가(13.6%) 순(順)이었다.
민주연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협력해야 이익이 생기고, 이익이 생겨야 공유하고, 공유해야 협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예교수는 “협력하면 반드시 이익이 생기는가. 이익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가. 그렇게 지속 가능하다면 사회주의가 망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연 보고서는 세 가지의 이익공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 이익공유 모델이다. 보고서는 “유수의 기업들이 전통적 이익공유 모델을 적극 도입해왔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 이미 증명된 성공 모델”이라고 말한다. 영국 롤스로이스 이익공유 파트너십(1970년), 미국 크라이슬러 비용절감 제안(1989년), 미국 던킨도너츠 프로그램(2007년)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 이익공유 파트너십 경우에는 항공기 엔진 개발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경우를 말한다. 위험과 수익을 함께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연관성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6개 사업자가 참여했고, 공동 협력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발생하는 매출액을 개별 투자액에 비례해 배분한 내용이다. 민주연은 이것을 ‘이익공유 모델’이라고 봤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것이 오늘날 이낙연 대표가 말하는 ‘이익공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첫 번째 해외 사례로 든 영국 롤스로이스는 공조가 필요한 생산, 즉 조인트 프로덕션(Joint Production)의 경우다. 만일 피아노 옮기는 것을 생각해보자. 혼자서 옮기기 힘들기 때문에 여럿이 옮기고, 작업이 끝난 후에 참여한 사람들의 몫만큼 나누자는 것과 같다”며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사업 공조를 하는 것으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윤공유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민주연이 제기한 사례는 이익공유가 아니라 회사들 간의 ‘전략적 제휴’라고 봐야 한다. 롤스로이스나 크라이슬러 모두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협력한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말하는 이익공유제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라며 “이미 국내 기업도 하고 있는 제휴 모델이다. 삼성전자가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를 통해 협력업체에 기술자문을 하고 인력을 파견해 기술 지도를 하는 것이 그 예다”고 말했다.
“애플 수수료 인하와 이윤공유제는 달라”
민주연이 두 번째로 제시한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은 미국 배달앱의 한시적 수수료 인하다. 애플(Apple)은 지난 1월부터 연간 매출액 100만 달러 미만의 중소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애플의 앱스토어에 수수료를 내고 있는 업체 중 98%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민주연은 보고서에서 “팀쿡(Tim Cook) 애플 CEO는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중소 개발자 지원이 목적임을 명시했다고 써 있다”고 썼다.
아마존(Amazon)은 지역별로 상품 판매 및 재고 관리 등과 관련된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키로 했다고 한다. 아마존 유럽은 판매 가격이 45유로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수수료 절반 이상 인하, 아마존재팬은 2020년 3월~2022년 4월까지 주요 품목 판매 수수료를 인하키로 했다. 민주연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인하’가 이익공유의 한 모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도 하고 있고, 정확하게 상생 협력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광의의 프랜차이저와 프랜차이저의 협력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은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요즘 미국의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독점력이 너무 심해 경쟁 규제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윤을 줄여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로 수수료 인하 등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 당국의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이윤을 공유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 회사가 자발적으로 했다는 것이죠.
“물론 억지 춘향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정부가 강제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이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로 봐야 합니다.”
세 번째 안은 기금 조성… 결국 기업들에 돈 내라는 것?
민주연이 세 번째 모델로 꼽은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은 현재로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다. 민주연은 보고서에서 2020년 프랑스 보험회사가 연대기금(Le Fonds de Solidarite) 재원 기부를 한 것과 독일의 기업별 연대기금 조성을 예로 들고 있다. 프랑스 보험회사 기금은 프랑스 정부가 조성하는 연대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회사들이 2600억원(2억 유로) 규모의 자금 기부를 결정한 것을 말한다. 연대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중단, 매출액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부도 위험에 직면하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돼 있다. 재원은 정부와 민간 기부 등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독일은 금속기계 노조를 중심으로 기업별 연대기금을 조성했다. BMW·포르쉐·지멘스·보쉬 등 자동차·금속·전기 분야 기업이 대상이었다. 사용자는 사업자 노동자 1인당 약 46만원(350유로)씩 기금을 적립했다.
간단히 말해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공동체에 대한 경제적 투자와 지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에는 동반 성장과 상생의 명목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중소 협력업체 지원을 목적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2013년에 2200억원대를 모아 시작한 대·중소협력기금은 현재 1조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물론 ‘자발적 기부’가 출발점이었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대다수 기업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네 번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51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 부담이 생겼습니다. 그 돈을 전 국민에게 퍼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 구제에 맞췄으면 지금보다는 제대로 자금을 집행했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를 투자하고, 민간을 비틀어 돈을 받아 또 다른 기금을 만들겠다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라고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 조세가 된다”며 “하지만 매년 할 수도 없고, 이런 시도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주주들의 반발은 어찌 할 것인가?”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대책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崔埈璿)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얘기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과거 여당에서 발의한 협력이익공유제를 이름만 바꾼 겁니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 활동 결과로 남은 잔여 이익은 주주의 몫입니다. 만약에 임원이 그 이익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투자자들이 임원에 대해 배임·횡령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주주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불법(不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주주는 임원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개정된 상법에 따라 대표 소송과 다중대표 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이익을 본 기업들의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데요.
“기업은 영업 활동 결과에 따라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고용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히려 각고의 노력으로 선방한 기업들은 칭찬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입법을 하겠다면 향후에 국제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 어떻게 말입니까.
“국내 대기업에 외국인 주주가 많습니다. 최악의 경우 해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국제투자분쟁(ISDS)에 갈 수 있습니다. ISDS 제도는 적용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 국가를 상대로 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가 재난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이 절차가 불허(不許)된 예는 없습니다. 이미 해외의 여러 로펌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의 조치가 ISDS 대상이 된다며, 절차를 개시해 배상을 받는 돈벌이가 된다고 투자자들에게 자문해준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겠네요.
“이익공유제 법제화는 스스로 덫에 빠지는 결과가 될 겁니다. 어느 나라도 한국식으로 법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선명한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가 ‘긴급 조항’이나 ‘관습 국제법’ 등으로 항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조치 중 일부는 지나치게 과감하고 급진적입니다. 한국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라는 모호한 개념을 법제화해서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득을 유용한다면, 주주들의 반발을 살 것이며 이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국제 분쟁에서 망신을 당하는 최초의 사례는 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한 한 해를 보냈는데…”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이익공유제의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기금 조성에 대해 응답자의 51.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은 ‘이익공유제 논의가 기업의 자발적 참여 혹은 강제적 참여 중 어느 쪽에 가깝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강제적 요구”라고 답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는 응답은 36.4%였다.
더구나 이들은 만일 이익공유제가 실시될 경우에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응답자의 47.2%는 “이익공유제 실시로 기업의 이익이 감소해 주가 하락, 배당 감소 등이 발생할 경우에 집단 소송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재난으로 인해 수출 위주인 회사로서는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한 해를 보냈다”며 “잘했다고 칭찬받기는커녕 너희만 잘 먹고 잘 사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6조8000억원, 영업이익 36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은 전년도 실적인 26조9000억원대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1조9000억원대, 영업이익 5조원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전년대비 영업이익은 84% 이상 늘었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3조3000억원대, 영업이익 3조2000억원가량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 늘어나 LG전자 사상 처음으로 연간 3조원대에 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8조6000억원대, 영업이익 1조3000억원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2%가량 올랐다. 삼성SDI는 매출 11조원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6000억원대로 집계됐다. 포털기업인 네이버의 매출은 5조3000억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 이상 늘었다. 미중(美中) 무역전쟁, 트럼프발(發) 자국보호주의 강화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여건 속에서도 이 기업들이 이룬 성과는 놀랍다.
하지만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실적이 좋았다고 마냥 웃을 수 없다. 주주들에게는 회사의 호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싶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분위기’란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덕’을 봤다는 세간의 시선이다.
이낙연 대표가 재점화한 ‘이익공유제’
![]() |
2020년 12월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돈 번 회사’가 ‘돈을 덜 번 회사’에 무언가를 나눠줘야 한다는 논리는 처음이 아니다. 정운찬(鄭雲燦) 전(前) 국무총리는 동반성장위원장이던 2011년에 ‘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대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수익에 얼마만큼 이바지했는지 책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2018년에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려다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성과공유제’ ‘협력이익공유제’ ‘초과이익공유제’ 등 이름은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결국은 나누자는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로 둔갑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180석의 의석수를 앞세운 거대 여당이 집권 세력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이어 재계를 절망시킬 또 하나의 법이 생길지 모른단 얘기다.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불을 지핀 사람은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이바지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은 논평에서 “정부와 부단한 소통으로 손실보상과 협력이익공유제, 사회연대기금이 담긴 ‘상생연대 3법’ 등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예 이름도 붙였다. ‘코로나 3법’ ‘상생연대 3법’이라고도 부른다.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민주당의 싱크탱크라는 민주연구원(이하 민주연)은 ‘협력이익공유제 기본 방향과 해외사례’를 제안했다. 보고서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협력해야 이익이 생기고, 이익이 생겨야 공유하고, 공유해야 협력할 수 있는 지속할 수 있는 K-상생모델.
3대 키워드는 상생확대 성장촉진, 위기극복 필수전략, 민간자율 정부촉진.
이익공유 모델은 ▲전통적 이익공유(profit-sharing) 모델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로 구분〉
민주연은 ▲전통적 이익공유(profit-sharing) 모델로는 해외 사례로 영국 롤스로이스의 이익공유 파트너십(1970년대), 미국 던킨도너츠의 K-Cups Program(2007년)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로는 애플·아마존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인하(2020년) 등을 예로 들었다.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로는 프랑스 보험회사 연대기금 재원 기부와 독일 기업별 연대기금 조성(2020년)을 예로 들었다. 종합하자면, 해외에서도 과거에 그리고 2020년에 수익이 난 회사가 다른 사람(혹은 회사)과 이익을 공유한 적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검토할 법한 일이란 소리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사실상 ‘강제적 참여’가 될 확률이 높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말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회사는 없다”며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대기업들이 각자 협력회사를 돕고 사회 기금을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해왔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익공유는 시장경제 근간을 흔드는 발상”
![]() |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
허희영(許喜寧)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의 얘기다.
“코로나19 양극화를 막아 사회·경제적 통합을 이룬다는 명분이 있지만, 이는 불우이웃돕기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개인의 재산권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도 보호돼야 합니다.”
― 자본주의에 어긋나는 생각이라는 말이지요.
“경제에서 기업이 중요하고 흥해야 하는 이유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인건비·임차료·감가상각비·조세와 공과금·금융비용·경상이익 등 6가지 종류로 창출돼 사회 곳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부가가치입니다. ‘이윤의 극대화가 틀렸다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맞는 얘기도 아닙니다. 기업의 경영이 잘돼야 그 성과와 이해 관계자와 국가 재정에 쓰일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겁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하는데요.
“시장경제에서 기업 간 양극화는 늘 존재합니다. 《포브스》가 미국의 100대 기업을 처음 선정했던 1917년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기업은 7개사, 생존했던 기업까지 합해도 13개사에 불과합니다. 기업 수명이 이처럼 짧은 것은 환경 변화 때문입니다. 지금 영업이 잘돼서 돈을 잘 버는 기업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는 환경의 도전입니다. 새로운 경영 환경으로 많은 사업장이 생존을 위협받는 한편에선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는 사업장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게 비즈니즈의 불확실성입니다. 예측이 어렵고 불가능한 미래에 대비하고 견디는 것은 사업가들의 숙명입니다. 코로나19처럼 아무리 해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을 경영에선 ‘체계적 위험’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하고 투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이유입니다.”
―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돈을 잘 버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반된 두 견해가 있습니다. 찬성론은 능력 있는 기업은 사회적 공헌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 시민으로서 자원과 환경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더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론도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업 내외부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로 이미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겁니다. 순수경제적 관점입니다.”
― 고로 이익공유제라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이죠.
“부유한 기업이 가난한 기업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익공유제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선 없는 말입니다. 이익공유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사회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용어입니다. 이걸 발전시켜 국가가 기업을 맡아 이윤을 직접 나눠주면 공산주의가 됩니다.”
“코로나19로 돈 번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이 돈을 잃은 것 아니야”
![]()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코로나19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 사회는 이미 양극화가 심화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고용의 질(質)’ 악화와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 인상이 이를 보여줍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결정적으로 ‘자산 양극화’를 가져왔습니다. ‘영끌’ 모아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K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K 양극화’가 있다면 ‘K포퓰리즘’ ‘K 이중잣대’도 얘기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돈을 잃고 소득이 줄었다고 가정해보죠. 경제는 말 그대로 폭삭 망합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돈을 벌고 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경제가 굴러갈 터전이 마련되는 겁니다. 이낙연 대표의 말은 갈등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 돈을 번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을 잃은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도 돈을 번 기업이 돈을 못 번 기업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먼저 사과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에 지출했거나 지출 예정액이 무려 51조원이 넘습니다. 처음부터 재난지원이 아니라 피해구제로 접근했어야 하는데 실패한 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긴급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자영업 및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시행하겠다고 주장합니다. 재정은 화수분입니까? 더구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간의 연대와 협력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정부가 중심이 돼 연대와 협력을 지휘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여당이 말하는 이익공유란 용어 자체에 어폐가 있습니다. 민주연이 말하는 이익공유는 전략적 제휴 혹은 전략적 협력이란 용어로 대신 써야 합니다.”
“경제학에서의 이윤공유제는 쌍방이 서로 나누자는 것”
![]() |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경제학에서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위험 기피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내 사업이 좋은 결과를 내고, 상대방 사업은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내가 돕고, 또 반대 경우에는 상대방이 돕는 부류의 계약을 ‘이윤공유제(profit sharing)’라고 합니다. 보험제도의 원리죠. 결국 사업의 여건에 따라 내가 나눠줄 때도 있고, 상대방이 나눠줄 때도 있어야 합니다.”
― 이윤이 높은 기업이 무조건 이윤이 낮은 기업을 돕는 것이 아니군요.
“그렇죠. 서로 위험을 상쇄해서 후생을 증가시키는 계약이 이윤공유제입니다. 그런데 경제이론 속의 이윤공유제도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험이 완전히 위험을 제거할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의 사업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어집니다. 어차피 내가 안 좋으면 상대방이 돕게 돼 있으니까요. 내가 열심히 해봐야 그 혜택을 상대가 가져가니까 반만 열심히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윤공유제도가 이미 유인 제공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익공유제는 주주 재산권 침해”
(전경련 조사, 응답자의 63.6%)
이익공유제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현재 기업 주식을 보유한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전경련의 2월 8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6%는 “이익공유제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답했고, 코로나19 피해계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응답자의 51.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이별로는 30대 응답자의 80.2%가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익공유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 이익 감소로 투자 등 기업 성장동력 약화(26.4%) ▲배당 감소 등 주주 재산권 침해(23.6%) ▲기업과 피해 계층의 비연관성(22.1%)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14.3%) ▲코로나19로 인한 이익만 산정 불가(13.6%) 순(順)이었다.
민주연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협력해야 이익이 생기고, 이익이 생겨야 공유하고, 공유해야 협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예교수는 “협력하면 반드시 이익이 생기는가. 이익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가. 그렇게 지속 가능하다면 사회주의가 망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연 보고서는 세 가지의 이익공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 이익공유 모델이다. 보고서는 “유수의 기업들이 전통적 이익공유 모델을 적극 도입해왔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 이미 증명된 성공 모델”이라고 말한다. 영국 롤스로이스 이익공유 파트너십(1970년), 미국 크라이슬러 비용절감 제안(1989년), 미국 던킨도너츠 프로그램(2007년)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 이익공유 파트너십 경우에는 항공기 엔진 개발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경우를 말한다. 위험과 수익을 함께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연관성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6개 사업자가 참여했고, 공동 협력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발생하는 매출액을 개별 투자액에 비례해 배분한 내용이다. 민주연은 이것을 ‘이익공유 모델’이라고 봤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것이 오늘날 이낙연 대표가 말하는 ‘이익공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첫 번째 해외 사례로 든 영국 롤스로이스는 공조가 필요한 생산, 즉 조인트 프로덕션(Joint Production)의 경우다. 만일 피아노 옮기는 것을 생각해보자. 혼자서 옮기기 힘들기 때문에 여럿이 옮기고, 작업이 끝난 후에 참여한 사람들의 몫만큼 나누자는 것과 같다”며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사업 공조를 하는 것으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윤공유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민주연이 제기한 사례는 이익공유가 아니라 회사들 간의 ‘전략적 제휴’라고 봐야 한다. 롤스로이스나 크라이슬러 모두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협력한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말하는 이익공유제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라며 “이미 국내 기업도 하고 있는 제휴 모델이다. 삼성전자가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를 통해 협력업체에 기술자문을 하고 인력을 파견해 기술 지도를 하는 것이 그 예다”고 말했다.
![]() |
2020년 3월 4일, 서울 마포구 신용보증기금재단에서 한 자영업자가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조선DB |
아마존(Amazon)은 지역별로 상품 판매 및 재고 관리 등과 관련된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키로 했다고 한다. 아마존 유럽은 판매 가격이 45유로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수수료 절반 이상 인하, 아마존재팬은 2020년 3월~2022년 4월까지 주요 품목 판매 수수료를 인하키로 했다. 민주연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인하’가 이익공유의 한 모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도 하고 있고, 정확하게 상생 협력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광의의 프랜차이저와 프랜차이저의 협력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플랫폼-파트너 협력 모델은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요즘 미국의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독점력이 너무 심해 경쟁 규제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윤을 줄여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로 수수료 인하 등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 당국의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이윤을 공유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 회사가 자발적으로 했다는 것이죠.
“물론 억지 춘향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정부가 강제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이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로 봐야 합니다.”
세 번째 안은 기금 조성… 결국 기업들에 돈 내라는 것?
민주연이 세 번째 모델로 꼽은 ‘사회적 기금조성 모델’은 현재로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다. 민주연은 보고서에서 2020년 프랑스 보험회사가 연대기금(Le Fonds de Solidarite) 재원 기부를 한 것과 독일의 기업별 연대기금 조성을 예로 들고 있다. 프랑스 보험회사 기금은 프랑스 정부가 조성하는 연대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회사들이 2600억원(2억 유로) 규모의 자금 기부를 결정한 것을 말한다. 연대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중단, 매출액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부도 위험에 직면하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돼 있다. 재원은 정부와 민간 기부 등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독일은 금속기계 노조를 중심으로 기업별 연대기금을 조성했다. BMW·포르쉐·지멘스·보쉬 등 자동차·금속·전기 분야 기업이 대상이었다. 사용자는 사업자 노동자 1인당 약 46만원(350유로)씩 기금을 적립했다.
간단히 말해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공동체에 대한 경제적 투자와 지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에는 동반 성장과 상생의 명목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중소 협력업체 지원을 목적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2013년에 2200억원대를 모아 시작한 대·중소협력기금은 현재 1조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물론 ‘자발적 기부’가 출발점이었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대다수 기업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네 번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51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 부담이 생겼습니다. 그 돈을 전 국민에게 퍼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 구제에 맞췄으면 지금보다는 제대로 자금을 집행했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를 투자하고, 민간을 비틀어 돈을 받아 또 다른 기금을 만들겠다는 것은 큰 부담입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라고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 조세가 된다”며 “하지만 매년 할 수도 없고, 이런 시도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과거 여당에서 발의한 협력이익공유제를 이름만 바꾼 겁니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 활동 결과로 남은 잔여 이익은 주주의 몫입니다. 만약에 임원이 그 이익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투자자들이 임원에 대해 배임·횡령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주주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불법(不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주주는 임원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개정된 상법에 따라 대표 소송과 다중대표 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이익을 본 기업들의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데요.
“기업은 영업 활동 결과에 따라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고용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히려 각고의 노력으로 선방한 기업들은 칭찬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입법을 하겠다면 향후에 국제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 어떻게 말입니까.
“국내 대기업에 외국인 주주가 많습니다. 최악의 경우 해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국제투자분쟁(ISDS)에 갈 수 있습니다. ISDS 제도는 적용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 국가를 상대로 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가 재난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이유로 이 절차가 불허(不許)된 예는 없습니다. 이미 해외의 여러 로펌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의 조치가 ISDS 대상이 된다며, 절차를 개시해 배상을 받는 돈벌이가 된다고 투자자들에게 자문해준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겠네요.
“이익공유제 법제화는 스스로 덫에 빠지는 결과가 될 겁니다. 어느 나라도 한국식으로 법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선명한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가 ‘긴급 조항’이나 ‘관습 국제법’ 등으로 항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조치 중 일부는 지나치게 과감하고 급진적입니다. 한국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라는 모호한 개념을 법제화해서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득을 유용한다면, 주주들의 반발을 살 것이며 이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국제 분쟁에서 망신을 당하는 최초의 사례는 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한 한 해를 보냈는데…”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이익공유제의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기금 조성에 대해 응답자의 51.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은 ‘이익공유제 논의가 기업의 자발적 참여 혹은 강제적 참여 중 어느 쪽에 가깝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강제적 요구”라고 답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는 응답은 36.4%였다.
더구나 이들은 만일 이익공유제가 실시될 경우에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응답자의 47.2%는 “이익공유제 실시로 기업의 이익이 감소해 주가 하락, 배당 감소 등이 발생할 경우에 집단 소송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재난으로 인해 수출 위주인 회사로서는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한 해를 보냈다”며 “잘했다고 칭찬받기는커녕 너희만 잘 먹고 잘 사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