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중국 → 아세안 順으로 회복될 듯
⊙ 세계 경제성장률 5.2%, 한국 경제성장률 3%대 예측(2021년)
⊙ 금융·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 적극 대응해야
朱 源
1970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경제학 석·박사 /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기간산업실장, 주력산업실장 역임 / 現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자체평가위원회 무역투자분과 위원, 한국은행 통화정책자문회의 위원
⊙ 세계 경제성장률 5.2%, 한국 경제성장률 3%대 예측(2021년)
⊙ 금융·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 적극 대응해야
朱 源
1970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경제학 석·박사 /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기간산업실장, 주력산업실장 역임 / 現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자체평가위원회 무역투자분과 위원, 한국은행 통화정책자문회의 위원
-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20년 12월 4일, 국내 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7만1800원에 거래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20년 1월 20일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무렵만 해도 이렇게 길고 충격이 큰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AI(조류독감), 메르스(MERS)를 경험한 우리는 보통 감기같이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 정도로 생각했다. ‘잠깐 어려움이 왔다 사라지겠지’ 하는 안일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1~2주의 시간이 흐르고 갑자기 중국의 확진자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2월부터는 한국도 걷잡을 수 없는 국면에 진입했다. 가계(家計)와 기업은 패닉에 빠졌다. 경제활동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정부의 구체적인 방역(防疫) 지침은 없었고 일반적인 수준의 권고(손 자주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가능하면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기 등)만이 있었을 뿐이다. 3월에 들어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는 조치가 내려지고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경제 위기라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2020년 1분기 동안에는 멍하니 있다가 순식간에, 그것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2분기 들어 정부도 민간도 정신을 차릴 무렵에 수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코로나19가 별거 아니라던 미국과 유럽에서 강한 경제 봉쇄 조치들을 취하면서 국제 교역이 급격히 위축됐다. 결국 우리 수출은 2분기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前期) 대비 –3.2%라는 외환위기(1998년 1분기 –6.8%) 이래 최악의 충격을 받았다.
3분기 들어서는 정부의 긴급 추경 편성과 확진자 수의 안정세에 힘입어 반등하면서 침체 강도를 낮추었으나, 4분기 들어서 겨울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다시 경기가 급랭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한국 경제의 키워드는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였으며,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급격한 충격과 L자형 경기 추세’였다. 기업·가계·정부의 경제 주체들이 하나같이 가진 생각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이며, 현재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였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기업도 가계도 정부도 모두 내성(耐性)이 생겨 어지간한 충격에는 당황하지도 않게 됐다. 2021년으로 넘어가는 지금 우리가 그나마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이러한 심리적 강건함이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위안을 가져본다.
2021년은 ‘반등의 해’ 될 듯

2020년 세계 경제 상황은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모든 것을 잘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IMF 총재는 2020년 3월 27일에 “세계 경제는 2009년 금융 위기보다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10일에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래서 4월에 발표된 IMF 정례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의 제목은 〈대규모 봉쇄(Great Lockdown)〉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이제 모두 위기의 실체를 알게 된 10월 무렵 IMF의 경제전망 보고서의 제목은 〈길고 험난한 등반(A Long and Difficult Ascent)〉 정도로 완화됐다. 이는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이 패닉에서 벗어나 조금은 이성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2021년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 상황은 2020년의 극심한 침체에 대한 반등(反騰)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의 2020년 10월 전망보고서의 내용을 근거로 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4.4%에서 2021년 5.2%로 높아진다. 과거 경제 위기 경험상 위기가 있은 다음 연도의 성장률은 예외 없이 큰 반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글로벌 경제 위기의 회복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위기로 드는 오일쇼크, 동아시아 외환 위기, 금융 위기, 재정 위기 등은 위기 직후 ‘강한’ 반등이 있었다. 빠른 회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회복되는 과정에서 가계나 기업의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가 과거 위기와 다른 점은 개개인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해 경제 주체들의 이동 자체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활력은 크게 진전되기 어려워 보이며, 회복세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다만 최근 개발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백신의 면역 효과가 예상대로 하반기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2021년 말 세계 경제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질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국가별로는 2021년 경제성장률에 큰 차이가 있는데,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보면 미국 3.1%, 유로존 5.2%, 중국 8.2%, 아세안 6.2%, 브라질 2.8% 등이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개선되면 소비는 빠르게 회복될 것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경제의 핵심은 소비다. 미국은 GDP의 82%에 달하는 소비(민간소비만 68%)가 경제를 이끈다. 다행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대규모의 백신이 접종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소비 회복세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국은 과거 금융 위기 때처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없다. 오히려 활황이다. 그래서 자산 시장에서 나오는 구매력은 높은 편이다. 따라서 노동 시장만 개선된다면 소비 회복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 경제의 전망을 희망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가 된다.
2021년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중국과 아세안이다. 중국은 2020년 중에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역(逆)성장(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인 와중에도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정도로 탄탄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회주의 특유의 강력한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해 경제시스템의 훼손 정도가 다른 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다. 2021년 중국 경제는 이러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견고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은 지역적 특성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고(高)성장의 수혜를 일정 부분 받으면서 양호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 국가의 경우는 펀더멘털이 취약하거나, 대외 의존성이 높거나, 방역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유로존의 2021년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이는 2020년의 침체가 컸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錯視) 현상일 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1년 한국 경제 하반기 돼야 경제 회복

2021년 한국 경제의 방향은 당연히 코로나19에 달려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확산 추세도 중요하다. 가장 큰 관심은 2021년 초반 북반구의 겨울이다. 생물학적·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이 겨울에 유행하는 독감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큰 분수령은 2021년 1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작된 재유행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될 것인지, 얼마나 유행이 지속될지가 중요하다. 특히 이제서야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빨라야 2021년 말이나 될 것이다. 2022년은 되어야 전염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국 2021년에도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보다는 2021년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바이러스이지만 그것의 실체는 사람들의 ‘공포심리’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내성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간혹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움츠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2020년 상반기와 같은 패닉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음에도 기업은 생산성을 보전하고 개인은 기본적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재택(在宅)근무, 시차출근제 등을 통해,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이, 시장에서는 온라인 구매가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물론 이전의 경제 활력과 비교하면 충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의 재화(財貨), 서비스, 사람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2021년 한국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세상에 대해 적응해가면서 완만하게 개선되다가, 백신 보급으로 인해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어느 시점에서는 빠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 –1% 내외에서 2021년에는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정상적인 시나리오하에서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규모를 다시 회복하는 시점은 2021년 하반기경으로 생각된다. 다만 백신의 효과가 크지 않거나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을 가정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2022년이 돼야 경제 손실을 복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이 투자에 나설 타이밍
2021년 내수(內需) 경기 회복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은 소비다. 2020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대부분을 민간소비 위축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2021년 한국 경제는 민간소비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2020년 민간소비의 흐름을 보면 분기별로 별 차이가 없다. 민간소비는 분기당 약 220조원 내외인데 1년 전과 비교해 소비 감소 규모가 분기당 8조원 내외로 별 차이가 없다. 코로나19의 확산이나 거리 두기 단계의 강화, 그리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분기별로 차이가 있었음에도 소비는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소비의 경직성은 가계의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2021년 심리가 소비회복의 핵심이다. 추세상으로 보면 2021년 연초의 경제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겨울 대유행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심리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고 본다. 우선 건설 투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특성을 가진다. 2021년 건설 시장 수요 여건은 양호하다. 뉴딜정책 등 중장기 정부 대규모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0년 12월 국회에서 2021년 정부예산이 의결됐는데, 이 중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따라서 건설업 내 토목 부문은 견고한 업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축 부문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로 시장 수요가 정체(停滯)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수주량이 많아 2021년 주택 시공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설비투자가 예상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의 설비투자는 수개월 정도의 짧은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이상의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둔다. 설비투자를 착수하고 완료한 이후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데 긴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들은 투자에 나설 타이밍이다. 따라서 2021년 설비투자는 강한 회복을 예상할 수 있다.
수출 실적 나아질 것
한편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2021년에는 해외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주춤했던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시장 진출에 주된 목적이 있었다면, 코로나19 이후 해외 투자는 기술 확보가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수출 경기는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으로 2021년 상반기 세계 경제와 국제 무역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반구에 위치한 미국과 유럽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여름에 들어가 있는 남반구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동 봉쇄 조치’가 재가동되면서 국제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21년 초반의 1분기 정도에 해당되는 시나리오일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 끝나가면서 확진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하반기에 들어서는 서구 경제권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과 이에 따른 집단 면역 효과가 나타난다고 본다면, 수출 경기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21년 수출 경기는 2020년의 불황에 따른 기술적 반등력과 실제 시장 수요의 회복력이 더해지면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산업별로는 전차(電車·ICT와 자동차) 산업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철강·석유화학 등의 기초 중간재 수출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서 당황하기만 했던 2020년을 뒤로하고 2021년에는 무엇인가 우리 기업에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여전히 2021년 상반기 상황이 희망적이지 않기 때문에 산업계의 화두는 ‘비상 경영’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새로운 산업이 지배할 것
첫째, 우선은 살아남아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비용 절감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하게 되면 기업의 미래는 없을 수 있다.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유동성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관광산업같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산업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간 대담한 M&A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면서 ‘죽음의 계곡(단기 유동성 고갈)’을 버티며 지나가야 한다.
셋째,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금융 시장 및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환율 및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변화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헤지 전략과 중요한 원자재를 안정적 가격과 수량에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시장 간 디커플링에 대응해야 한다. 2021년 국내외 경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국가별·산업별 회복의 강도는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가는 시장에 주력하는 것이 당연하며 활력이 약한 시장에 기업의 역량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상반기에는 중국의 빠르고 견고한 회복세를 감안해 당분간 아세안 등 동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하반기에는 서구 경제권 상황을 보면서 시장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때 적극적인 수출과 진출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섯째,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 동력의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새로운 산업이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비대면 시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갑자기 크게 부상(浮上)하는 섹터는 반드시 버블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분명한 사업 기회는 잡아야겠지만, 남들의 유망하다는 말에 혹해 쫓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고자 재택근무 비율만 높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코로나 시대에는 확대된 시차 출근제, 휴일 자유 선택제 등을 통해 좀 더 유연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에서는 그동안의 비정상적 근로 환경과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산성이 결국은 기업의 경쟁력이며,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2021년은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그리고 ‘코로나 이후(post corona)’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조직 문화가 경직되어 있거나 조직원들이 타성(惰性)에 젖어 있다면,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든,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든,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금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변화에 끌려가는 기업이 될 것인지는 지금 각자가 알아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불과 1~2주의 시간이 흐르고 갑자기 중국의 확진자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2월부터는 한국도 걷잡을 수 없는 국면에 진입했다. 가계(家計)와 기업은 패닉에 빠졌다. 경제활동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정부의 구체적인 방역(防疫) 지침은 없었고 일반적인 수준의 권고(손 자주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가능하면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기 등)만이 있었을 뿐이다. 3월에 들어 모든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는 조치가 내려지고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경제 위기라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2020년 1분기 동안에는 멍하니 있다가 순식간에, 그것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2분기 들어 정부도 민간도 정신을 차릴 무렵에 수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코로나19가 별거 아니라던 미국과 유럽에서 강한 경제 봉쇄 조치들을 취하면서 국제 교역이 급격히 위축됐다. 결국 우리 수출은 2분기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前期) 대비 –3.2%라는 외환위기(1998년 1분기 –6.8%) 이래 최악의 충격을 받았다.
3분기 들어서는 정부의 긴급 추경 편성과 확진자 수의 안정세에 힘입어 반등하면서 침체 강도를 낮추었으나, 4분기 들어서 겨울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다시 경기가 급랭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한국 경제의 키워드는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였으며,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급격한 충격과 L자형 경기 추세’였다. 기업·가계·정부의 경제 주체들이 하나같이 가진 생각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이며, 현재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였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기업도 가계도 정부도 모두 내성(耐性)이 생겨 어지간한 충격에는 당황하지도 않게 됐다. 2021년으로 넘어가는 지금 우리가 그나마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이러한 심리적 강건함이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위안을 가져본다.
2021년은 ‘반등의 해’ 될 듯

2020년 세계 경제 상황은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국제통화기금)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모든 것을 잘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IMF 총재는 2020년 3월 27일에 “세계 경제는 2009년 금융 위기보다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10일에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래서 4월에 발표된 IMF 정례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의 제목은 〈대규모 봉쇄(Great Lockdown)〉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이제 모두 위기의 실체를 알게 된 10월 무렵 IMF의 경제전망 보고서의 제목은 〈길고 험난한 등반(A Long and Difficult Ascent)〉 정도로 완화됐다. 이는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이 패닉에서 벗어나 조금은 이성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2021년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 상황은 2020년의 극심한 침체에 대한 반등(反騰)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의 2020년 10월 전망보고서의 내용을 근거로 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4.4%에서 2021년 5.2%로 높아진다. 과거 경제 위기 경험상 위기가 있은 다음 연도의 성장률은 예외 없이 큰 반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글로벌 경제 위기의 회복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위기로 드는 오일쇼크, 동아시아 외환 위기, 금융 위기, 재정 위기 등은 위기 직후 ‘강한’ 반등이 있었다. 빠른 회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회복되는 과정에서 가계나 기업의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가 과거 위기와 다른 점은 개개인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해 경제 주체들의 이동 자체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활력은 크게 진전되기 어려워 보이며, 회복세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다만 최근 개발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백신의 면역 효과가 예상대로 하반기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2021년 말 세계 경제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질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국가별로는 2021년 경제성장률에 큰 차이가 있는데,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보면 미국 3.1%, 유로존 5.2%, 중국 8.2%, 아세안 6.2%, 브라질 2.8% 등이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개선되면 소비는 빠르게 회복될 것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경제의 핵심은 소비다. 미국은 GDP의 82%에 달하는 소비(민간소비만 68%)가 경제를 이끈다. 다행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신속하게 대규모의 백신이 접종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소비 회복세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국은 과거 금융 위기 때처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없다. 오히려 활황이다. 그래서 자산 시장에서 나오는 구매력은 높은 편이다. 따라서 노동 시장만 개선된다면 소비 회복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 경제의 전망을 희망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가 된다.
2021년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중국과 아세안이다. 중국은 2020년 중에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역(逆)성장(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인 와중에도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정도로 탄탄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회주의 특유의 강력한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해 경제시스템의 훼손 정도가 다른 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다. 2021년 중국 경제는 이러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견고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은 지역적 특성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고(高)성장의 수혜를 일정 부분 받으면서 양호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 국가의 경우는 펀더멘털이 취약하거나, 대외 의존성이 높거나, 방역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유로존의 2021년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이는 2020년의 침체가 컸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錯視) 현상일 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1년 한국 경제 하반기 돼야 경제 회복

2021년 한국 경제의 방향은 당연히 코로나19에 달려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확산 추세도 중요하다. 가장 큰 관심은 2021년 초반 북반구의 겨울이다. 생물학적·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이 겨울에 유행하는 독감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큰 분수령은 2021년 1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작된 재유행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될 것인지, 얼마나 유행이 지속될지가 중요하다. 특히 이제서야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빨라야 2021년 말이나 될 것이다. 2022년은 되어야 전염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국 2021년에도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보다는 2021년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바이러스이지만 그것의 실체는 사람들의 ‘공포심리’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내성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간혹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움츠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2020년 상반기와 같은 패닉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음에도 기업은 생산성을 보전하고 개인은 기본적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재택(在宅)근무, 시차출근제 등을 통해,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이, 시장에서는 온라인 구매가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물론 이전의 경제 활력과 비교하면 충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의 재화(財貨), 서비스, 사람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2021년 한국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세상에 대해 적응해가면서 완만하게 개선되다가, 백신 보급으로 인해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어느 시점에서는 빠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 –1% 내외에서 2021년에는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정상적인 시나리오하에서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규모를 다시 회복하는 시점은 2021년 하반기경으로 생각된다. 다만 백신의 효과가 크지 않거나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을 가정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2022년이 돼야 경제 손실을 복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이 투자에 나설 타이밍
2021년 내수(內需) 경기 회복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은 소비다. 2020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대부분을 민간소비 위축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2021년 한국 경제는 민간소비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2020년 민간소비의 흐름을 보면 분기별로 별 차이가 없다. 민간소비는 분기당 약 220조원 내외인데 1년 전과 비교해 소비 감소 규모가 분기당 8조원 내외로 별 차이가 없다. 코로나19의 확산이나 거리 두기 단계의 강화, 그리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분기별로 차이가 있었음에도 소비는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소비의 경직성은 가계의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2021년 심리가 소비회복의 핵심이다. 추세상으로 보면 2021년 연초의 경제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겨울 대유행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심리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고 본다. 우선 건설 투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특성을 가진다. 2021년 건설 시장 수요 여건은 양호하다. 뉴딜정책 등 중장기 정부 대규모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0년 12월 국회에서 2021년 정부예산이 의결됐는데, 이 중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따라서 건설업 내 토목 부문은 견고한 업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축 부문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로 시장 수요가 정체(停滯)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수주량이 많아 2021년 주택 시공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설비투자가 예상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의 설비투자는 수개월 정도의 짧은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몇 년 이상의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둔다. 설비투자를 착수하고 완료한 이후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데 긴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들은 투자에 나설 타이밍이다. 따라서 2021년 설비투자는 강한 회복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2021년에는 해외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주춤했던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시장 진출에 주된 목적이 있었다면, 코로나19 이후 해외 투자는 기술 확보가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수출 경기는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으로 2021년 상반기 세계 경제와 국제 무역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반구에 위치한 미국과 유럽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여름에 들어가 있는 남반구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동 봉쇄 조치’가 재가동되면서 국제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21년 초반의 1분기 정도에 해당되는 시나리오일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 끝나가면서 확진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하반기에 들어서는 서구 경제권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과 이에 따른 집단 면역 효과가 나타난다고 본다면, 수출 경기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21년 수출 경기는 2020년의 불황에 따른 기술적 반등력과 실제 시장 수요의 회복력이 더해지면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산업별로는 전차(電車·ICT와 자동차) 산업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철강·석유화학 등의 기초 중간재 수출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서 당황하기만 했던 2020년을 뒤로하고 2021년에는 무엇인가 우리 기업에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여전히 2021년 상반기 상황이 희망적이지 않기 때문에 산업계의 화두는 ‘비상 경영’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새로운 산업이 지배할 것
첫째, 우선은 살아남아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비용 절감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구조조정하게 되면 기업의 미래는 없을 수 있다.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유동성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관광산업같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산업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간 대담한 M&A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면서 ‘죽음의 계곡(단기 유동성 고갈)’을 버티며 지나가야 한다.
셋째,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금융 시장 및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환율 및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변화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헤지 전략과 중요한 원자재를 안정적 가격과 수량에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시장 간 디커플링에 대응해야 한다. 2021년 국내외 경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국가별·산업별 회복의 강도는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가는 시장에 주력하는 것이 당연하며 활력이 약한 시장에 기업의 역량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상반기에는 중국의 빠르고 견고한 회복세를 감안해 당분간 아세안 등 동아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하반기에는 서구 경제권 상황을 보면서 시장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때 적극적인 수출과 진출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섯째,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 동력의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새로운 산업이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비대면 시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갑자기 크게 부상(浮上)하는 섹터는 반드시 버블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분명한 사업 기회는 잡아야겠지만, 남들의 유망하다는 말에 혹해 쫓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고자 재택근무 비율만 높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코로나 시대에는 확대된 시차 출근제, 휴일 자유 선택제 등을 통해 좀 더 유연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에서는 그동안의 비정상적 근로 환경과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산성이 결국은 기업의 경쟁력이며,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2021년은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그리고 ‘코로나 이후(post corona)’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조직 문화가 경직되어 있거나 조직원들이 타성(惰性)에 젖어 있다면,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든,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든,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금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변화에 끌려가는 기업이 될 것인지는 지금 각자가 알아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