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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국가부채

조동근 명예교수의 대한민국 부채 현황 진단

문재인 정부는 ‘현재를 탕진하고 미래를 착취한 정권’

글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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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재정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라는 夢想
⊙ 문재인 정부 국가부채 증가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채 증가의 합보다 커
⊙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60%(예산정책처)

趙東根
1953년생. 서울대 건축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신시내티주립대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미국 신시내티대학 객원교수, 산업자원부 기술정책평가위원, 명지대 서울교무처 처장, 한국재정정책학회 제8대 회장, 명지대 사회과학대 학장 역임 / 現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2020년 3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가운데)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와 선거대책위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추경 확대를 주문했다. 왼쪽부터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중국 양쯔강 상류의 싼샤(三峽)댐은 늘 붕괴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의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미증유의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물이 유입되면 댐은 터질 수 있다. 댐에 대한 안전진단과 유지보수에 허점이 있다면 댐의 붕괴 위험은 그만큼 높아진다.
 
  국가부채의 ‘둑’도 마찬가지다. 적자재정 편성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쌓이거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국가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저하되면 부채의 둑은 그만큼 취약해진다. 여기에 국가부채를 관리하면서 낙관적 전망에 사로잡혀 국가부채를 줄이려는 제도적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각종 사전 경고음에 귀를 닫는다면 ‘부채 둑의 붕괴’라는 재앙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이렇다 할 명분 없는 문재인 정부의 팽창 예산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8월 2021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착한 부채론’을 제기했다. 코로나19 비상사태를 맞이해, 채무와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적극적 재정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이로써 재정건전성을 다시 찾아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러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재정운용은 어땠는가.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기 전부터 이미 이른바 ‘적극적 재정을 통한 경제활력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매년 팽창 예산을 편성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1〉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계성장률 평균 대비 실질성장률을 표시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까지의 실적치다.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3년 내내 세계성장률 평균에 미치지 못했으며, 또한 그 격차도 2017년 0.6%포인트에서 2020년 1.0%포인트로 벌어졌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가채무만 늘었을 뿐 홍남기 부총리가 언급한 ‘적자재정과 경제성장 간의 선순환’은 실현되지 않았다.
 
  〈표1〉은 최근 6년간 정부 예산 증가율을 표시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세금은 경상성장률에 연계되어 걷힌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소비세가, 실질소득이 증가하면 소득세가 더 걷혀서 세금도 더 걷힌다. 정부 예산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인플레이션+실질성장률)에 연계시키면 건전재정의 필요조건이 충족된다.
 
  〈표1〉에서 보듯이 박근혜 정부는 경상성장률 범위에서 예산증가율을 설정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면서부터 경상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초(超)팽창 기조의 재정을 집행했다. 급기야 2019년에는 본예산 기준으로 34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문재인 정권의 팽창 예산의 명분은 실로 다양하다. “새 정부 정책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2018년), “우리 경제와 사회가 구조적인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2019년), “경제활력 회복 의지를 지원해야 한다”(2020년) 등이다.
 
  명분은 가림막에 지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주장대로 새 정부 정책과제를 수행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꾀했다면 경제활력은 이미 제고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20년 팽창 예산을 편성하면서 ‘경제활력 의지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가당착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1일 올해보다 총지출을 43조원(8.5%) 늘리는 ‘556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1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5.4%’에 이른다. 이는 유럽연합(EU)이 건전 재정의 기준으로 삼는 ‘-3%’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0년 39.8%에서 2021년 46.7%로 치솟는다. 하지만 2021년 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실질경제성장률을 각각 0.1%와 3.6%로 가정하고 세수를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과 2021년 성장률을 -1.3%와 2.8%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평가기관의 성장률 전망은 더욱 인색하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20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점치고 있다. 세수가 줄면 재정적자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용 ‘정신승리법’
 
  문재인 정부의 정책 행태는 상궤를 벗어났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숙고하지 않는다. 현실을 살필 여력도 그럴 생각도 없다. ‘사전에 입력된 대로’ 행동한다. 좌파 DNA를 좇아 ‘큰 정부’를 지향한다.
 
  〈표1〉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그다음 연도인 2018년 총지출예산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1%)의 2배가 넘는 7.1%로 설정했다. 2019년 8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2020년 예산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팽창 예산이 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인지’에 대한 일언반구 설명이 없다. ‘그리 알라’는 것뿐이다. 문재인 정부 특유의, 루쉰의 〈아큐정전(阿Q正傳)〉에 필적하는 ‘정신승리법’이 발현된 것이다. 정책인식이 냉정하지 못하면 정책은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
 
  〈표2〉는 2023년까지의 중기 재정 전망을 표시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으로 기본적인 재정건전성 판단 및 국제비교 시 활용된다. 통합재정수지는 통상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세출 팽창으로 2020년 본예산 기준으로 이미 3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대규모 추경 편성으로 적자는 76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본예산과 추경 포함 예산의 GDP 대비 적자비율은 각각 1.5%, 3.9%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차감한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는 흑자다. 가입자가 수급자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만큼 통합재정수지가 건전하게 보인다. 이를 보정한 것이 관리재정수지로 ‘실제 재정수지’를 보여주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2020년 추경 포함 적자비율은 5.8%이다. 재정수지 적자는 증세 또는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질 수밖에 없다. 증세가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통상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진다.
 

 
  좌파 정부가 모두 국가부채 늘린 것 아냐
 

  〈그림2〉는 역대 정권별 국가부채 순증(純增)을 표시한 것이다. 좌파 정부라고 모두 국가부채를 늘린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그림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부채는 수직상승했다. 2017년 출범 당시 국가부채는 660조원이었지만 집권 5년 차인 2022년에는 107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국가부채 증가분은 410조원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부채 증가의 합보다 더 크다.
 
  문재인 정부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우리의 실력 이상으로 적자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원을 현재로 미리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환 책임을 후속 세대로 미루는 것이다. 실력 이상으로 미래 자원을 미리 끌어다 쓰고 그 책임을 후속 세대에 미루었다면 ‘현재를 탕진하고 미래를 착취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가 개인보다 도덕적이라고 믿었다면 이는 순진함을 드러낸 것이다. 개인은 자식의 부담으로 빚을 미리 끌어다 쓰지 않지만, 국가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능히 그럴 수 있다. 국가 정책은 기본적으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빚을 낼 때, ‘그 빚을 누가 부담하는가’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다. 빚을 내 파티할 때, 빚으로부터 수혜를 받는 계층과 빚을 책임져야 할 계층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빚을 내는 것이다. 이는 ‘밥 먹은 사람이 계산을 남에게 미루는 격’이다. 이처럼 자기책임 원칙에 반(反)하는 기막힌 일이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정부 지출 증가는 후과(後果)를 가져온다. 정부 지출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았다면 세금을 적게 걷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돈은 ‘가계 주머니’에 있었을 것이다. 만약 ‘한계적인 마지막 1원을 민간이 더 효율적이고 합목적적으로 지출한다면’ 큰 정부는 경제 전체의 효율을 해치게 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것을 ‘그레셤 법칙’이라고 한다. ‘효율 측면에서’ 정부의 나쁜 지출이 민간의 좋은 지출을 구축한다면 ‘재정 지출’에도 그레셤 법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부채를 제어하기는커녕 부채 증가를 합리화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부채 증가’를 합리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착한 부채론’을 제기했다. 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채 발행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GDP를 늘리면, 채무비율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보다 재정 지출 증가에 따른 GDP 증가 속도가 더 빨라야 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경제관료의 발언으로 믿기지 않는다.
 
  기업부채와 국가부채는 성격이 판이하다. 기업의 경우, 타인 자본(빚)을 이용해 사업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구멍가게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부채를 ‘지렛대’로 인식한다. ‘부채조달비용’과 부채로 조달된 자본으로부터 ‘예상수익률’을 비교해 “자본조달비용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부채를 일으키라”고 경제학은 가르친다.
 
  정부는 소비조직이다. 기업은 부채를 발행해 돈을 벌어 빚을 갚으면 되지만 국가는 돈을 버는, 즉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부채에는 ‘예상수익률’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민간이 돈을 빌리려면 돈을 빌려주는 쪽에게 ‘자금활용 및 상환계획서’를 제출하고 대출을 승인받아야 한다. 민간 대출은 그만큼 깐깐하다. 하지만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면서 상환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상환계획서에는 목표성장률이 명시되어야 하지만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는 도산(倒産)하지 않기 때문에 부채를 늘린 정치인은 그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재정 파탄을 겪은 나라들은 모두 국가부채 발행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에 대한 ‘내로남불’ 시각
 
2020년 3월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자, 장차 어려울 때를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지적에 문재인 대통령은 “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되물었다.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두면 썩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지출을 3% 늘리는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 났다”고 했다. 민주당은 2016년 국가부채 증가율을 제한하는 ‘부채 제한법’까지 발의했다. 그런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표변했다.
 
  국가채무 적정 비율의 연원은 1990년대 유럽연합(EU) 통합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EU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흐트조약에서 유럽공동체의 가입 조건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지 않을 것을 명시했다. 60%로 명시한 이유는 당시 EU 가입국들의 채무비율이 60%를 약간 초과한 상태였는데 그 수준에 묶어놓기 위함이었다. 한국은 EU를 참고하되 고령화, 통일 등 미래 재정 수요를 감안해 유럽 기준에서 20%포인트를 낮춰 40%를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합리적인 논거에서 국가부채 비율 40%가 정해진 것이다.
 
 
 
국가채무 누적에 따른 ‘시장의 복수’

 
  헨리 해즐릿(H. Hazlitt)이 1946년에 펴낸 《경제학의 교훈(Economics in One Lesson)》은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10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경제학을 하나의 교훈으로 압축하면, 문제를 ‘부분이 아닌 전체’로 보라는 것이다. 즉 단기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효과, 보이는 것과 가려진 것을 모두 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격발시키는 제도장치로서 이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실패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최저임금 이외의 모든 것, 즉 일자리는 그대로 보존되고 최저임금만 그만큼 인상되는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사람들이 애써 외면했다.
 
  재정운용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만큼 적자국채를 발행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착각이다. 국가채무 누적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최소한 세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 국가채무가 누적되면 국가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으며,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하며, 이자 지급액이 많아지면 재정지출 구조의 경직성이 높아진다. 이런 효과를 약술하기로 한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가 9월 1일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945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기준 국가부채 805조2000억원보다 139조8000억원 증가한다.(〈표2〉 참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39.8%에서 내년 46.7%로 6.9%포인트 높아진다. 올해 추경을 포함한 예산(849조4000억원)을 기준(3차 추경 기준)으로 하면 국가부채 비율은 43.5%에서 3.2%포인트 증가한다. 피치가 경고한 부채비율 46%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다행히 피치는 지난 6일 한국의 신용등급(AA-)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치 이외의 여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되지는 않더라도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지출 조정이나 세입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페인은 5년 만에 국가신용도 9단계 강등당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국채금리가 치솟고 외환자금이 한국을 떠나면 환전 수요가 늘어 원화 가치는 크게 하락하게 된다. 여차하면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가 연쇄 반응하는 악순환의 덫에 빠질 수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트리플 에이(AAA)’의 최우량 등급을 자랑하던 스페인의 국가신용도가 9단계나 강등되는 데는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오른다. 정부는 지난 6월 3일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확정하면서 24조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그 충격으로 국고채(國庫債) 10년물 금리가 4.8bp(1bp=0.01%포인트) 올라 1.426%를 기록했다.
 
  채권을 발행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채권이 소화돼야 한다. 채권이 소화되도록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채권을 싸게 판다. 이자는 ‘사전’에 정해져 있으므로 채권 가격이 싸지면 이자율은 높아진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문제는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구축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축 효과는 정부재정 확대가 시장금리 상승을 불러와 소비·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만큼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는 반감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끌어내렸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서민·자영업자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금리가 뛰면 적자국채를 쏟아내고 있는 정부의 이자비용 부담 역시 커지게 된다. 재정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국고채가 대규모로 발행되면 국고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시장 불안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올 연말까지 국고채 5조원을 매입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금리 안정(금리 하락)을 위해 국고채를 매수하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국채 발행에 따른 정부 이자 지출도 급증한다. 당장 2021년에 21조2000억원의 이자 지급이 예상된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기준금리 등 저금리 지속으로 국고채 조달 금리가 1%대까지 낮아졌지만 재정정책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워낙 대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하기 때문에 이자 지급액이 많아진 것이다. 적극적 확장재정 정책을 펴면 펼수록 그만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채무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전히 낙관적인 기획재정부의 ‘한국夢’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9월에 발간한 〈2020~2070년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정부의 이자 지출은 올해 15조7000억원에서 2070년 109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 4.0%로,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2.2%)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을 말한다. 이자지출이 전체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에서 2070년에는 14.4%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지출 비율도 같은 기간 0.8%에서 3.0%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관심이 커지면서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가 각각 국가부채 장기전망치를 발표한바 양 기관의 전망치는 〈표3〉에서 보듯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에서 보듯이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43~2045년 84~99%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에는 64~81%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예산정책처의 2060년 국가부채 비율은 160%로 기재부의 2배 수준이다.
 
  이 같은 차이가 나는 것은 기재부와 예산정책처가 각각 기저에 깔고 있는 전제조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게 잡고 총지출 증가율만 경상성장률과 같게 놓았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거시경제 전망도 낙관 일변도이다. 기재부는 2020~2030 평균 경제성장률을 2.3%로 보았다. 기재부는 ‘재정을 혁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 60%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몽(夢)’에 지나지 않는다. 지출 구조조정 병행 없이는 장기 재정전망 달성은 단연코 불가능하다. ‘기재부가 확장 재정을 위해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를 고의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부채 둑에 금이 쩍쩍 가고 있는데 아직은 견딜 만하다고 버티는 꼴이다.
 

 
  부정직이 無能보다 더 해악
 
  무능(無能)보다 더 해악은 정직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그러려면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그중에서 특히 재정정책의 실패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재정준칙 마련마저 외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이나 취지를 부정하지 않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지금 도입해야 하느냐”며 “성장률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재정이 안정된 상황에서 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재정준칙 도입이 결과적으로 기재부 의도와 달리 상당한 오해와 불필요한 정치 논쟁으로 치닫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 시기에 꼭 기재부 스스로 논쟁을 촉발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저변의 기류와 바람을 담아 정부가 내놓은 것이 ‘한국형’ 재정준칙이다. 요약하면 2025년부터 재정준칙을 적용하고 그 기준도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로 하겠다는 것이다. 실효성 없는 ‘맹탕 준칙’을 내놓고 ‘한국형’이란 형용사를 붙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정부이다. 원없이 쓰고 간다. 차기 정부 부담은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실력 이상으로 미래 자원을 미리 끌어다 쓰고 그 책임을 미래 세대로 넘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현재를 탕진하고 미래를 착취한 정권’이다. 그 사이 청년은 정부가 흘려주는 부스러기 돈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 사다리를 얘기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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