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득세는 외국인 및 내국인 다주택자에게만 重課… 상속세·증여세 없어
⊙ 중심지 아파트의 재산세율은 시가 대비 0.3~0.4%… 실거주 주택은 0.1~0.15% 수준
⊙ 3년 이상 보유한 주택 팔 때에는 다주택자라도 양도세 없어
申璋燮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박사 /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KDI정책대학원 초빙 교수. 現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 교수
⊙ 중심지 아파트의 재산세율은 시가 대비 0.3~0.4%… 실거주 주택은 0.1~0.15% 수준
⊙ 3년 이상 보유한 주택 팔 때에는 다주택자라도 양도세 없어
申璋燮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박사 /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KDI정책대학원 초빙 교수. 現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 교수
- 싱가포르 토아 페이오 거리의 HDB(주택개발청) 본사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의 민영고급 아파트와 오른쪽 아래의 저층 공공아파트 단지가 나눠져 있다. 사진=조선DB
지난 7월 10일 정부는 집권 후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다(多)주택자에 대해 취득세·양도세·재산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대책 발표를 전후해서 정부는 싱가포르의 부동산 세제(稅制)를 많이 거론했다. 마치 싱가포르가 부동산 투기를 잘 잡고 있는 나라이고 부동산 세제가 그 원인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싱가포르처럼 다주택자에게 최대 15%까지 징벌적(懲罰的) 취득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실상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싱가포르가 애꿎게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싱가포르가 다주택 매입자에게 높은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의 취득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은 양도세·증여세·재산세 등 다른 세금이 아예 없거나 아주 낮은 수준이고, 취득세를 투기 억제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높은 양도세와 증여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라는 투기억제용 세제를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는 한국이 새로운 세금 추가를 정당화하는 데 싱가포르 세제를 끌어 쓰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전체는 보지 않고 당장 손에 잡히는 것만 갖고 해외 사례를 제멋대로 인용하는 전횡(專橫)이라 할 수 있다.
주택과 징병
한국과 싱가포르 간 부동산정책과 세제의 차이점은 〈표〉에 요약되어 있다.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부동산정책의 철학에 있다. 싱가포르는 1965년 건국할 때부터 주택 소유와 징병제를 국민 통합의 두 축으로 삼았다. 이민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에서 국민이 뿌리 의식을 가지려면 집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군대 생활을 통해 국가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정부가 첫 번째로 한 일은 한국에서 농지개혁을 했듯이 값싼 채권을 주고 토지를 대거 수용(收用)한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 국토의 80%는 국유지(國有地)가 되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국유지를 기반으로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국민에게 공급했다. 국민이 연금(年金)을 담보로 해서 집을 살 수 있도록 자금줄도 뚫어줬다. 이에 따라 현재 싱가포르 주택의 80%가량은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하는 공공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공주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정부가 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핵심은 집값의 안정적 상승을 통해 국민 재산을 증식하는 데 두었다. 물론 지나친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도 있다. 투기 대책은 상당히 뒤늦게 들어왔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국제 유동성(流動性)이 대거 몰려오며 주택 가격이 크게 뛰자 2011년 외국인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10%포인트 더 높인 것이 세제를 통한 투기 대책의 시작이었다. 주택시장의 20%를 차지하는 민간주택 부문은 그 전엔 완전 투기판이었다. 양도세·상속세·증여세가 없고 취득세율도 1~3%에 불과했다. 은행이 담보대출을 주택 시가의 80%까지 해주고 특별한 경우는 90%까지도 해줬다. 공공주택을 통해 국민의 기본 주거가 다 확보되어 있는데 정부가 민간시장에 구태여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방치했다.

부동산 문제는 ‘배가 아파서’ 생기는 문제
반면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집값 낮추기, 특히 강남 집값 잡기에 경도(傾倒)되어 있는 모습이다.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높이고 ‘투기지역’에는 징벌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세금을 부과한다.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 공직자라면 무조건 집을 팔아 1주택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압적 분위기까지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정상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나친 투기는 억제해야 하지만 특정 지역 집값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한다. 그 지역에 교육 여건, 상업 시설, 추가 개발 가능성 등 실질적 이유가 있어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억지로 막을 방법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그런 부동산정책을 쓰는 나라도 없다. 미국 정부가 뉴욕의 맨해튼이나 로스앤젤레스의 비벌리힐스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정책을 사용하는가?
한국은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서 있다. 집값이 비싼 지역에 들어가 살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집을 구할 수 있다. 부동산이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는 것은 일반인에게 가장 큰 재산 형성 수단이기 때문이다. 월급을 저축해서 몇천만원 혹은 몇억원을 모으는 것은 꿈같은 얘기인데, 부동산에 투자를 잘 하면 거금(巨金)을 벌어들인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동료끼리도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결국 어느 정도 살게 된 나라에서 부동산 문제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배가 아파서’ 벌어지는 정치 문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자유방임형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가 여기에 적극 개입한다. 현 정부 들어서는 ‘공정’와 ‘평등’을 내세우며 더 강력히 개입하고 있다. 주택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부자 때리기’ 같은 정책이 나타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한국 부동산정책의 정치성은 싱가포르의 주택공급 대책과 비교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안정 대책은 주택공급에 방점을 둔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유지를 지속적으로 택지(宅地)로 개발해 장기 임대한다. 간척사업을 통해 국유지를 추가로 확보한다. 일부 국유지는 민간에 매각하기도 한다. 인구 증가에 맞춰 주택공급이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도시 지역의 토지가 거의 다 민간 소유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서 값싸게 공급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재개발(再開發)을 통해서만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재개발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해 오히려 공급을 억제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논리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재개발을 통해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앞서면서 이러한 공급억제책이 지속된다. 집값은 더 올라간다.
재산세에서도 정치적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재산세율은 낮다. 비거주 주택은 연간 임대료를 반영한 연간 가치(annual value)의 10%를 재산세로 부과한다. 싱가포르 중심지 아파트의 경우 시가 대비 0.3~0.4%가량의 세율이다. 거주하는 주택은 공제(控除) 혜택이 있어서 중심지 아파트 경우 시가의 0.1~0.15% 수준이다. 종합부동산세 개념도 없다. 개별 주택에 대해 별도로 내면 된다.
부자들의 天國
반면 한국은 그동안 재산세율을 계속 높여왔을 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부유세(wealth tax)의 성격을 강화해왔다. 1주택을 갖고 있는데도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최고 2.7%까지 재산세를 내야 한다. 서울에 ‘괜찮은’ 집을 갖고 있는 은퇴생활자들은 재산세를 내지 못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한국 간 양도세·증여세·상속세의 차이는 전반적인 경제운용 방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도 주변에서 사업하는 화교(華僑) 사업가들이 번 돈을 쌓아놓는 피난처(safe haven) 역할을 했다. 독립한 뒤 싱가포르는 이 기능을 전 세계로 확장했다. 부자들에게 양도세·증여세·상속세가 없는 곳은 천국(天國)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는 전 세계 부자들의 돈이 몰린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업이 융성한다.
싱가포르가 취득세 중과(重課)를 중요한 부동산 투기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경제가 전체적으로 굴러가는 구조상 양도세나 증여세, 상속세를 건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도세의 경우 부동산 단기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3년 미만 보유 후 매각하는 경우는 차등적으로 4~12%의 양도세를 매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매각하는 경우는 다주택도 양도세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7·10대책’에서 2년 미만 보유에 대한 양도세율을 60%로 올렸다. 다주택의 경우 아무리 오래 보유했어도 양도 차익이 5억원을 초과할 때 50%의 양도세를 낸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신 외국인 및 다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대폭 높였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매입하는 경우만 10%가량 취득세를 추가했다. 그러나 투기가 잠잠해지지 않자 21~23%까지 취득세를 높였다. 이와 함께 내국인(內國人)들의 다주택 매입에도 취득세율을 높였다. 현재 두 번째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13~15%, 세 번째 주택을 사는 경우는 16~18%의 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율보다 높은 투기수익률을 올릴 자신이 없으면 다주택자가 되지 말라는 메시지다.
한국, 당파적 정치 논리에 좌우
부동산정책은 다른 어느 경제정책보다 정치적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 다른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정책과 관련된 정치·경제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는 부동산정책에 경제 논리가 상당히 강하다. 반면 현재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당파적(黨派的) 정치 논리에 너무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 한 정부 관계자는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핀셋 증세’를 강조했다. 현 정부에 표를 던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국민만 콕 집어서 증세(增稅)한다는 얘기로 들리는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싱가포르가 애꿎게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싱가포르가 다주택 매입자에게 높은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의 취득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은 양도세·증여세·재산세 등 다른 세금이 아예 없거나 아주 낮은 수준이고, 취득세를 투기 억제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높은 양도세와 증여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라는 투기억제용 세제를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는 한국이 새로운 세금 추가를 정당화하는 데 싱가포르 세제를 끌어 쓰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전체는 보지 않고 당장 손에 잡히는 것만 갖고 해외 사례를 제멋대로 인용하는 전횡(專橫)이라 할 수 있다.
주택과 징병
한국과 싱가포르 간 부동산정책과 세제의 차이점은 〈표〉에 요약되어 있다.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부동산정책의 철학에 있다. 싱가포르는 1965년 건국할 때부터 주택 소유와 징병제를 국민 통합의 두 축으로 삼았다. 이민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에서 국민이 뿌리 의식을 가지려면 집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군대 생활을 통해 국가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싱가포르 정부가 첫 번째로 한 일은 한국에서 농지개혁을 했듯이 값싼 채권을 주고 토지를 대거 수용(收用)한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 국토의 80%는 국유지(國有地)가 되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국유지를 기반으로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국민에게 공급했다. 국민이 연금(年金)을 담보로 해서 집을 살 수 있도록 자금줄도 뚫어줬다. 이에 따라 현재 싱가포르 주택의 80%가량은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하는 공공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공주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정부가 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핵심은 집값의 안정적 상승을 통해 국민 재산을 증식하는 데 두었다. 물론 지나친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도 있다. 투기 대책은 상당히 뒤늦게 들어왔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국제 유동성(流動性)이 대거 몰려오며 주택 가격이 크게 뛰자 2011년 외국인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10%포인트 더 높인 것이 세제를 통한 투기 대책의 시작이었다. 주택시장의 20%를 차지하는 민간주택 부문은 그 전엔 완전 투기판이었다. 양도세·상속세·증여세가 없고 취득세율도 1~3%에 불과했다. 은행이 담보대출을 주택 시가의 80%까지 해주고 특별한 경우는 90%까지도 해줬다. 공공주택을 통해 국민의 기본 주거가 다 확보되어 있는데 정부가 민간시장에 구태여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방치했다.

부동산 문제는 ‘배가 아파서’ 생기는 문제
반면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집값 낮추기, 특히 강남 집값 잡기에 경도(傾倒)되어 있는 모습이다.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높이고 ‘투기지역’에는 징벌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세금을 부과한다.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 공직자라면 무조건 집을 팔아 1주택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압적 분위기까지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정상적 경제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나친 투기는 억제해야 하지만 특정 지역 집값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부작용만 초래한다. 그 지역에 교육 여건, 상업 시설, 추가 개발 가능성 등 실질적 이유가 있어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억지로 막을 방법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그런 부동산정책을 쓰는 나라도 없다. 미국 정부가 뉴욕의 맨해튼이나 로스앤젤레스의 비벌리힐스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정책을 사용하는가?
한국은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서 있다. 집값이 비싼 지역에 들어가 살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집을 구할 수 있다. 부동산이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는 것은 일반인에게 가장 큰 재산 형성 수단이기 때문이다. 월급을 저축해서 몇천만원 혹은 몇억원을 모으는 것은 꿈같은 얘기인데, 부동산에 투자를 잘 하면 거금(巨金)을 벌어들인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동료끼리도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결국 어느 정도 살게 된 나라에서 부동산 문제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배가 아파서’ 벌어지는 정치 문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자유방임형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가 여기에 적극 개입한다. 현 정부 들어서는 ‘공정’와 ‘평등’을 내세우며 더 강력히 개입하고 있다. 주택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부자 때리기’ 같은 정책이 나타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한국 부동산정책의 정치성은 싱가포르의 주택공급 대책과 비교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안정 대책은 주택공급에 방점을 둔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유지를 지속적으로 택지(宅地)로 개발해 장기 임대한다. 간척사업을 통해 국유지를 추가로 확보한다. 일부 국유지는 민간에 매각하기도 한다. 인구 증가에 맞춰 주택공급이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도시 지역의 토지가 거의 다 민간 소유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서 값싸게 공급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재개발(再開發)을 통해서만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재개발에 대해 과도하게 규제해 오히려 공급을 억제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논리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재개발을 통해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앞서면서 이러한 공급억제책이 지속된다. 집값은 더 올라간다.
재산세에서도 정치적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재산세율은 낮다. 비거주 주택은 연간 임대료를 반영한 연간 가치(annual value)의 10%를 재산세로 부과한다. 싱가포르 중심지 아파트의 경우 시가 대비 0.3~0.4%가량의 세율이다. 거주하는 주택은 공제(控除) 혜택이 있어서 중심지 아파트 경우 시가의 0.1~0.15% 수준이다. 종합부동산세 개념도 없다. 개별 주택에 대해 별도로 내면 된다.
부자들의 天國
반면 한국은 그동안 재산세율을 계속 높여왔을 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부유세(wealth tax)의 성격을 강화해왔다. 1주택을 갖고 있는데도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최고 2.7%까지 재산세를 내야 한다. 서울에 ‘괜찮은’ 집을 갖고 있는 은퇴생활자들은 재산세를 내지 못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한국 간 양도세·증여세·상속세의 차이는 전반적인 경제운용 방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도 주변에서 사업하는 화교(華僑) 사업가들이 번 돈을 쌓아놓는 피난처(safe haven) 역할을 했다. 독립한 뒤 싱가포르는 이 기능을 전 세계로 확장했다. 부자들에게 양도세·증여세·상속세가 없는 곳은 천국(天國)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는 전 세계 부자들의 돈이 몰린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업이 융성한다.
싱가포르가 취득세 중과(重課)를 중요한 부동산 투기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경제가 전체적으로 굴러가는 구조상 양도세나 증여세, 상속세를 건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도세의 경우 부동산 단기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3년 미만 보유 후 매각하는 경우는 차등적으로 4~12%의 양도세를 매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매각하는 경우는 다주택도 양도세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7·10대책’에서 2년 미만 보유에 대한 양도세율을 60%로 올렸다. 다주택의 경우 아무리 오래 보유했어도 양도 차익이 5억원을 초과할 때 50%의 양도세를 낸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신 외국인 및 다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대폭 높였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매입하는 경우만 10%가량 취득세를 추가했다. 그러나 투기가 잠잠해지지 않자 21~23%까지 취득세를 높였다. 이와 함께 내국인(內國人)들의 다주택 매입에도 취득세율을 높였다. 현재 두 번째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13~15%, 세 번째 주택을 사는 경우는 16~18%의 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율보다 높은 투기수익률을 올릴 자신이 없으면 다주택자가 되지 말라는 메시지다.
부동산정책은 다른 어느 경제정책보다 정치적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 다른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정책과 관련된 정치·경제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는 부동산정책에 경제 논리가 상당히 강하다. 반면 현재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당파적(黨派的) 정치 논리에 너무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 한 정부 관계자는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핀셋 증세’를 강조했다. 현 정부에 표를 던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국민만 콕 집어서 증세(增稅)한다는 얘기로 들리는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