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집단이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 지켜내지 못한다면 존속 의미 있나”
⊙ “태극기부대만 봐도 한숨 나와… 탄핵 현장, K-팝 패러디한 노래도 부르고 정말 ‘재미’ 있어”
⊙ “보수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문제”
⊙ “비상계엄령 해제는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 국민성’ 보여준 것”(외국인 대학생 미겔 페르난데스)
⊙ “태극기부대만 봐도 한숨 나와… 탄핵 현장, K-팝 패러디한 노래도 부르고 정말 ‘재미’ 있어”
⊙ “보수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문제”
⊙ “비상계엄령 해제는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 국민성’ 보여준 것”(외국인 대학생 미겔 페르난데스)
- 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고기정, 백재호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전국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위 현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고 이들은 ‘내란범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강하게 항의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며, 정치와 사회 문제를 과거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적은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특정 이슈’나 ‘정책’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는 20대 여성, 이른바 ‘이대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개성적인 깃발 아래 모여 신나는 음악에 맞춰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독특한 방식으로 항의의 의사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시위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MZ세대의 변화된 인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직 전공의 박대영(朴大英·31)씨와 사기업 인턴으로 재직 중인 최유진(崔柳進·22)씨, 취업 준비생인 하소영(夏蘇英·26)씨와 한민룡(韓旻龍·26)씨, 예비역 장교 출신 윤성빈(尹成彬·27)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제는 그냥 윤석열이 싫어요”
― 계엄령 이후, 정부에 대한 신뢰도나 정치적 관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주요 직위자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지 않았나요? 사실 정권 초기부터 신뢰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존중해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국민에게 총을 겨눈 것 아닙니까. 부인을 지키려는 자세만큼 국민을 좀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통령이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한민룡)
“이제는 그냥 윤석열이 싫죠.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이 비상계엄 하겠다고 할 때 동조한 세력들도 가만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솔직히 정부보다 지금 군(軍) 주요 지휘관들을 향한 신뢰가 아예 없습니다. 지금 언론에 나와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군 지휘관들을 보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만약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저들이 저렇게 울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채 해병 사망사건’(2023)으로 해병대가 신뢰를 잃었는데 이제는 군 전체가 회복불능 상태가 됐다고 봐요. 오히려 군 복무 중인 선량한 장병들이 피해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우리 군이 힘든 시기 아닙니까.”(윤성빈)
“우리는 모두 중·고교에서 계엄령이 얼마나 무서운지 배웠습니다. 저는 2024년에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현 정부의 문제점을 알게 됐고, 앞으로 정치에 꾸준히 관심을 쏟아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최유진)
“야당, 여당의 자폭적 행위를 즐기며 방관”
2024년 12월 12일,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15%, 부정 평가는 82%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5%로 국민의힘 21%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현시점에서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지하는 순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간주되는 것 아닙니까.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해야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잖아요.”(윤성빈)
“민주당이 비상계엄 해제에 기여한 것만으로도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윤 정부나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라는 의견도 틀렸다고 봅니다. 단순 흑백논리라고 봐요.”(최유진)
“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현 대통령이 당선된 가장 큰 이유가 상대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염려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여당이 펼치는 잘못된 정책을 저지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인데 막상 야당 또한 적극적으로 이를 저지한 것은 없어 보였고, 여당의 자폭(自爆)적 행위를 즐기며 방관했다고 생각합니다.”(박대영)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모두 잃어버린 느낌”
― 이번 계엄령 사태를 보며 보수 정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까?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따지고 보면 보수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굳이 책임이 있다면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한 윤석열 대통령을 최종 대선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힘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한민룡)
“솔직히 이제는 민주당이 더 정상적으로 보이죠. 단적인 예로 문재인 정부 때 당시 참모진들과 함께 청와대를 산책하는 모습을 보며 정부가 열려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이런 언론 보도가 정치적 쇼였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리더는 국민들이 보기에 멋있어야 신뢰할 수 있고 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 중 ‘신뢰의 아이콘’이 있나요? 저는 모르겠어요.”(윤성빈)
“보수가 중요시하는 가치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국가안보와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정권은 공천 개입,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인사 등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했고, 군경을 앞세운 독단적인 계엄 선포로 내란을 일으켜 국가안보를 망가뜨렸습니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모두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보수 집단이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더 존속할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박대영)
― 이번 계엄령 사태를 계기로 정치적 중립이나 무관심에서 벗어나게 됐나요?
“적어도 윤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는 뉴스를 잘 챙겨볼 것 같아요. 또 요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도 자주 보는데, 자연스레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갑니다. 최근에 유튜브 역사 관련 채널도 구독했어요.”(한민룡)
“적어도 이번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관심 있게 상황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도 이제 정치에 관심이 생겼어요. 탄핵 집회도 함께 나갈 겁니다. 저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SNS 등으로 의견을 쓰긴 했죠. 온라인 탄핵찬성 서명도 했고요.”(윤성빈)
“‘아는 게 힘이다’보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계엄령 사태를 계기로 뉴스를 챙겨보게 됐습니다. 같은 일이 벌어질까 무서워서요.”(최유진)
“사태 이후 주변 어른들에게 과거 계엄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는 TV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고 언론 통제가 심했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계엄령 소식을 접하고 분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상황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후손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또 ‘우리 부모 세대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윤 대통령은 반드시 탄핵돼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박근혜 탄핵 집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탄핵 집회에는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정치에 대해 더욱 공부할 생각입니다.”(하소영)
“이미 퇴직 처리된 전공의로서, 포고령에 사직 전공의를 상대로 ‘복귀하지 않을 시 처단’하겠다는 말을 쓴 것은 충격입니다. 앞으로 촛불집회 등 여러 시위에 참석해 목소리를 보탤 예정입니다.”(박대영)
“좌파면 운동권, 우파면 계엄권”
― 이번 계엄령 사태가 MZ세대의 향후 정치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생각하나요?
“정치 참여에 한층 적극적이 된다기보단 보수 정권에 대한 반감이 기본적으로 있을 것 같아요. ‘좌파면 운동권, 우파면 계엄권’이라는 말도 들었어요.”(한민룡)
“‘보수는 악, 진보는 젊음’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고 봐요. MZ세대는 젊잖아요. 소위 말하는 답답하고 꽉 막힌 집단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태극기부대만 봐도 한숨이 나옵니다. 반감도 들고요. 반면 이번 탄핵 집회 현장은 최근 K-팝을 패러디한 노래도 부르고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정치는 이미지예요. 민주당은 젊은 감각이 있다고 봅니다.”(윤성빈)
“집회 현장에 참여해 보니 저를 포함한 젊은 연령층, 이른바 MZ세대가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대학교에서 시국선언문이 올라오는 것도 시위 현장에서 봤어요. 앞으로 MZ세대의 정치 참여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최유진)
“한 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 정도의 근소한 차로 당선됐잖아요. 심지어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남녀 갈등을 일으키는 공약도 내걸었습니다. 앞으로는 정치권이 여성을 홀대하지 않도록 꾸준히 투표할 겁니다.”(하소영)
“비상계엄 선포, 北 김정은도 놀랐을 것”
이번 12·3 계엄 선포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외신에서도 해당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룰 정도였다. 외국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스페인계 아일랜드인 미겔 페르난데스(Miguel Fernández·21)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기자님 안 잡혀가서 다행”이라며 기자의 안부부터 묻고 나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비상계엄령은 어땠나요?
“늦은 밤 한국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아일랜드는 오후였어요. 처음에는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김정은 비유)이 죽기라도 했나’ 하고 추측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한국에 ‘오물풍선’을 날리고 러시아에 북한군 병력을 파견하는 등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RTE(아일랜드 국영방송)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얘기를 들으니 개그가 따로 없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영부인 스캔들 방어’ ‘야당을 반국가적 세력으로 간주’ 등을 비상계엄 이유로 뽑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비상계엄 선포를 마치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FPS 게임)’처럼 진행했다고 느꼈어요. 또 영화 러닝타임보다 계엄령이 짧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나요?
“저보다 김정은이 더 놀라지 않았을까요. 물론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제3자가 보더라도 윤 대통령이 왜 계엄령을 선포했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 더 관심이 갔죠. 하지만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들은 명분이 없다고 느꼈어요.”
―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봅니까?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3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를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진보한 거죠.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는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 국민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국민들이 본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한국 민주주의, 후퇴는커녕 진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대부분의 외신들은 현 상황을 “충격”으로 표현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계엄령 해제 직후인 12월 4일 “1980년대에 들어서며 민주적 국가로 간주됐지만, 국가 전체에 충격파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이번 비상계엄령이 “1980년대 후반 민주주의로 이행하기 전 한국의 군부 통치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논평했다.
미겔은 “이번 계엄령 사태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 근현대사의 또 다른 페이지가 추가됐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상처받았을 한국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보나요.
“외국인이라서 윤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일랜드 대통령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사생활은 나쁘지 않거든요. 저도 윤 대통령이 ‘영부인 스캔들’로 그동안 구설수에 올랐다는 건 알고 있어요.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자신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사생활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한다고 봐요.”
미겔은 아일랜드 격언 중 “기네스 한 잔으로 해결되지 않는 나쁜 날은 없다(There’s no bad day that can’t be fixed by a pint of Guinness)”는 말이 있다고 했다. 기자가 뜻을 물으니 “아일랜드인들은 슬프거나 힘들 때 기네스 한 잔 마시고 털어버린다”며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미겔은 “윤 대통령이 술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평소 더 유능한 참모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오판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며, 정치와 사회 문제를 과거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적은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특정 이슈’나 ‘정책’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는 20대 여성, 이른바 ‘이대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개성적인 깃발 아래 모여 신나는 음악에 맞춰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독특한 방식으로 항의의 의사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시위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MZ세대의 변화된 인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직 전공의 박대영(朴大英·31)씨와 사기업 인턴으로 재직 중인 최유진(崔柳進·22)씨, 취업 준비생인 하소영(夏蘇英·26)씨와 한민룡(韓旻龍·26)씨, 예비역 장교 출신 윤성빈(尹成彬·27)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제는 그냥 윤석열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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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가자들이 남자 아이돌 그룹 NCT 등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주요 직위자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지 않았나요? 사실 정권 초기부터 신뢰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존중해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국민에게 총을 겨눈 것 아닙니까. 부인을 지키려는 자세만큼 국민을 좀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통령이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한민룡)
“이제는 그냥 윤석열이 싫죠.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이 비상계엄 하겠다고 할 때 동조한 세력들도 가만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솔직히 정부보다 지금 군(軍) 주요 지휘관들을 향한 신뢰가 아예 없습니다. 지금 언론에 나와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군 지휘관들을 보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만약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저들이 저렇게 울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채 해병 사망사건’(2023)으로 해병대가 신뢰를 잃었는데 이제는 군 전체가 회복불능 상태가 됐다고 봐요. 오히려 군 복무 중인 선량한 장병들이 피해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우리 군이 힘든 시기 아닙니까.”(윤성빈)
“우리는 모두 중·고교에서 계엄령이 얼마나 무서운지 배웠습니다. 저는 2024년에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현 정부의 문제점을 알게 됐고, 앞으로 정치에 꾸준히 관심을 쏟아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최유진)
“야당, 여당의 자폭적 행위를 즐기며 방관”
2024년 12월 12일,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15%, 부정 평가는 82%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5%로 국민의힘 21%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현시점에서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지하는 순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간주되는 것 아닙니까.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해야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잖아요.”(윤성빈)
“민주당이 비상계엄 해제에 기여한 것만으로도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윤 정부나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라는 의견도 틀렸다고 봅니다. 단순 흑백논리라고 봐요.”(최유진)
“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현 대통령이 당선된 가장 큰 이유가 상대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염려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여당이 펼치는 잘못된 정책을 저지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인데 막상 야당 또한 적극적으로 이를 저지한 것은 없어 보였고, 여당의 자폭(自爆)적 행위를 즐기며 방관했다고 생각합니다.”(박대영)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모두 잃어버린 느낌”
― 이번 계엄령 사태를 보며 보수 정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까?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따지고 보면 보수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굳이 책임이 있다면 정치 경험이 전무(全無)한 윤석열 대통령을 최종 대선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힘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한민룡)
“솔직히 이제는 민주당이 더 정상적으로 보이죠. 단적인 예로 문재인 정부 때 당시 참모진들과 함께 청와대를 산책하는 모습을 보며 정부가 열려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이런 언론 보도가 정치적 쇼였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리더는 국민들이 보기에 멋있어야 신뢰할 수 있고 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 중 ‘신뢰의 아이콘’이 있나요? 저는 모르겠어요.”(윤성빈)
“보수가 중요시하는 가치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국가안보와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정권은 공천 개입,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인사 등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했고, 군경을 앞세운 독단적인 계엄 선포로 내란을 일으켜 국가안보를 망가뜨렸습니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모두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보수 집단이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더 존속할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박대영)
― 이번 계엄령 사태를 계기로 정치적 중립이나 무관심에서 벗어나게 됐나요?
“적어도 윤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는 뉴스를 잘 챙겨볼 것 같아요. 또 요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도 자주 보는데, 자연스레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갑니다. 최근에 유튜브 역사 관련 채널도 구독했어요.”(한민룡)
“적어도 이번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관심 있게 상황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도 이제 정치에 관심이 생겼어요. 탄핵 집회도 함께 나갈 겁니다. 저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SNS 등으로 의견을 쓰긴 했죠. 온라인 탄핵찬성 서명도 했고요.”(윤성빈)
“‘아는 게 힘이다’보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계엄령 사태를 계기로 뉴스를 챙겨보게 됐습니다. 같은 일이 벌어질까 무서워서요.”(최유진)
“사태 이후 주변 어른들에게 과거 계엄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는 TV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고 언론 통제가 심했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계엄령 소식을 접하고 분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상황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후손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또 ‘우리 부모 세대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윤 대통령은 반드시 탄핵돼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박근혜 탄핵 집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탄핵 집회에는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정치에 대해 더욱 공부할 생각입니다.”(하소영)
“이미 퇴직 처리된 전공의로서, 포고령에 사직 전공의를 상대로 ‘복귀하지 않을 시 처단’하겠다는 말을 쓴 것은 충격입니다. 앞으로 촛불집회 등 여러 시위에 참석해 목소리를 보탤 예정입니다.”(박대영)
“좌파면 운동권, 우파면 계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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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0일 단국대학교 학생들이 ‘윤석열 퇴진을 위한 단국대 1500인 대학생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치 참여에 한층 적극적이 된다기보단 보수 정권에 대한 반감이 기본적으로 있을 것 같아요. ‘좌파면 운동권, 우파면 계엄권’이라는 말도 들었어요.”(한민룡)
“‘보수는 악, 진보는 젊음’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고 봐요. MZ세대는 젊잖아요. 소위 말하는 답답하고 꽉 막힌 집단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태극기부대만 봐도 한숨이 나옵니다. 반감도 들고요. 반면 이번 탄핵 집회 현장은 최근 K-팝을 패러디한 노래도 부르고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정치는 이미지예요. 민주당은 젊은 감각이 있다고 봅니다.”(윤성빈)
“집회 현장에 참여해 보니 저를 포함한 젊은 연령층, 이른바 MZ세대가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대학교에서 시국선언문이 올라오는 것도 시위 현장에서 봤어요. 앞으로 MZ세대의 정치 참여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최유진)
“한 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 정도의 근소한 차로 당선됐잖아요. 심지어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남녀 갈등을 일으키는 공약도 내걸었습니다. 앞으로는 정치권이 여성을 홀대하지 않도록 꾸준히 투표할 겁니다.”(하소영)
“비상계엄 선포, 北 김정은도 놀랐을 것”
이번 12·3 계엄 선포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외신에서도 해당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룰 정도였다. 외국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스페인계 아일랜드인 미겔 페르난데스(Miguel Fernández·21)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기자님 안 잡혀가서 다행”이라며 기자의 안부부터 묻고 나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비상계엄령은 어땠나요?
“늦은 밤 한국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아일랜드는 오후였어요. 처음에는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김정은 비유)이 죽기라도 했나’ 하고 추측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한국에 ‘오물풍선’을 날리고 러시아에 북한군 병력을 파견하는 등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RTE(아일랜드 국영방송)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얘기를 들으니 개그가 따로 없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영부인 스캔들 방어’ ‘야당을 반국가적 세력으로 간주’ 등을 비상계엄 이유로 뽑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비상계엄 선포를 마치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FPS 게임)’처럼 진행했다고 느꼈어요. 또 영화 러닝타임보다 계엄령이 짧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나요?
“저보다 김정은이 더 놀라지 않았을까요. 물론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제3자가 보더라도 윤 대통령이 왜 계엄령을 선포했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 더 관심이 갔죠. 하지만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들은 명분이 없다고 느꼈어요.”
―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봅니까?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3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를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진보한 거죠.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는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 국민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국민들이 본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한국 민주주의, 후퇴는커녕 진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대부분의 외신들은 현 상황을 “충격”으로 표현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계엄령 해제 직후인 12월 4일 “1980년대에 들어서며 민주적 국가로 간주됐지만, 국가 전체에 충격파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이번 비상계엄령이 “1980년대 후반 민주주의로 이행하기 전 한국의 군부 통치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논평했다.
미겔은 “이번 계엄령 사태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 근현대사의 또 다른 페이지가 추가됐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상처받았을 한국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보나요.
“외국인이라서 윤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일랜드 대통령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사생활은 나쁘지 않거든요. 저도 윤 대통령이 ‘영부인 스캔들’로 그동안 구설수에 올랐다는 건 알고 있어요.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자신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사생활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한다고 봐요.”
미겔은 아일랜드 격언 중 “기네스 한 잔으로 해결되지 않는 나쁜 날은 없다(There’s no bad day that can’t be fixed by a pint of Guinness)”는 말이 있다고 했다. 기자가 뜻을 물으니 “아일랜드인들은 슬프거나 힘들 때 기네스 한 잔 마시고 털어버린다”며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미겔은 “윤 대통령이 술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평소 더 유능한 참모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오판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