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식 족발 꼴레뇨(Koleno)는 가게마다 다른 식감
◉ 트램(Tram) 타면 프라하 주요 관광지 하루에 '뚝딱'
◉ 낮과 밤이 다른 프라하...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 방문도 추천
- 어둑해지는 프라하 2구역. 사진=백재호 기자
기자는 맥주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고를 때면 '흑맥주'인 기네스(Guinness)와 코젤(Kozel)은 꼭 선택하곤 한다.
코젤을 열심히(?) 마시게 된 이유는 코젤 특유의 맛과 느낌이 꽤 좋아하기 때문이다. 프라하(Prague·체코의 수도) 현지에서 먹는 생(生) 코젤과 맛이 차이는 조금 있지만 특유의 쌉쌀한 맛과 올라오는 달콤함이 항상 적당한 중독성을 준다.
기자가 작년 이맘때 즈음 다녀온 프라하를 소개한다.
"맥주를 섞어요?"
체코에서 가장 신기한 점을 뽑자면 '믹스 비어(흑맥주와 라거맥주를 섞는 형태의 맥주)'가 있다는 것이다. 프라하 내 다수의 식당에는 흔히 다크(Dark) 라이트(light) 믹스(Mix)라 불리는 맥주 스타일이 있다. 기자도 처음에는 몰랐다가 앞 손님이 믹스비어를 주문하는 것을 듣고 얼떨결에 시키게 됐다.
기자에게 식당 종업원은 "맥주를 잘 섞는 것도 기술"이라고 했다. 또 그는 "믹스비어는 체코 어디에서나 쉽게 마실 수 있지만 가게 별로 맛은 미묘하게 달라 제조 간 세심한 테크닉이 필요하다"했다. 한국으로 치면 완벽한 '소맥비율'로 승부를 보는 셈이다. 그는 "캔맥주로도 믹스비어를 만들 수는 있지만 생맥주로 믹스비어를 만드는 것이 가장 맛있다" 며 딱 잘라 말하기도 했다.
체코에서 맥주를 따르는 기법도 나름 독특하다.
코젤의 경우 거의 잔의 3분의 1을 거품으로 채워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주와 거품의 비율이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맥주를 그대로 버리고 다시 따라주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기자는 처음에 뭔가 속는 기분이 들어 "거품 없이 따라달라"고 요청했고 종업원은 놀란 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기자가 "많이 마시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자 종업원은 "가장 맛있는 비율로 따른 것이니 믿고 마셔보라. 이게 정상이다"라고 했다. 이후에 알게 됐지만 그는 프라하 1 구역에서 10년간 맥주만 따라온 '맥주 마스터'였다.
"독일과 겹치지만 다른 음식이라 생각"
체코에서 가장 먹고 싶엇던 요리는 꼴레뇨였다. 기자가 프라하 9 구역의 한 꼴레뇨 맛집에서 '독일의 슈바인학세(독일식 족발요리)와 차이점'을 묻자 제조법과 겉 '껍데기'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슈바인학세는 '불에 굽는 형태'로 '껍데기가 매우 바삭'하지만 꼴레뇨는 맥주에 한번 담가 숙성시킨 뒤 굽기 때문에 쫄깃한 느낌이 더 강하다고 했다.
실제 꼴레뇨의 껍질은 처음에는 바삭하지만 씹을수록 입에 쩍 들러붙는 느낌이 자극적이다. 먹는 동안 입 안에는 기름기가 가득 남아 맥주로 계속 입가심을 해줘야 할 정도다.
양배추 절임과 겨자 소스가 맛있었던 꼴레뇨. 뒤로 보이는 맥주는 코젤이다. 거품이 너무 많아 당황했다. 사진=백재호 기자
또 생각보다 양이 많아 끝까지 잘 먹기 위해서는 함께 나오는 '양배추절임'과 '겨자소스'가 필수다. 한 종업원은 "꼴레뇨의 경우 이제 어딜 가나 맛있다. 가게 별로 조금씩 식감이 다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잘 굽는 게' 관건"이라 했다.
한편 프라하 구시기지 광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트르들로(Trdlo·굴뚝빵)를 파는 가게도 꽤 보인다. 광장에서는 트르들로를 체코의 전통 빵이라 소개하지만 사실은 상업 마케팅에 가깝다. 독일에도 '바훔쿠헨' 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슷한 빵이 있어 그 기원이 아직도 논쟁 중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한 트르들로 가게에서 "독일의 바훔쿠헨과 비슷하지 않은지" 조심스레 물어보자 종업원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트르들로가 더 맛있다. 생긴 건 겹치지만 (바움쿠헨과는)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트르들로 안에 초콜릿(또는 꿀)을 바르거나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가운데는 비어있어 '양이 적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사이즈 자체가 커 금방 배가 부를 정도다.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던 트르들로 빵. 기자는 "빵 안에 누텔라를 발라달라" 요청했다. 사진=백재호 기자
체코는 거리가 깨끗하고 도심을 가운데를 중심으로 블타바(Vltava) 강이 흘러 날씨가 좋다면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보다 걷기를 권한다. 빵 하나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잠시 주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동부 -> 카를교 -> 서부로 이동하기
체코를 상징하는 교통수단인 트램은 원활한 이동과 효율적인 관광을 위해 꼭 필요하다.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고 내부도 깔끔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트램을 탔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관광객일 확률이 높아 사복경찰이 불시 탑승권 검사를 할 때도 있다. 트램 이용권은 90분, 24시간, 72시간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본인의 여행기간에 맞춰 구매하면 된다.
프라하 내 주요 관광지 중 '프라하 성'은 블타바 강 기준 왼쪽에 있고 '프라하 천문시계' '댄싱 하우스' '국립 박물관' 등은 오른쪽에 있다. 개인적으로 트램을 타고 동부지역을 먼저 관광하고 오후 즈음 카를교를 넘어 프라하 성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녁에 성에 올라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 천문시계. 생각보다 크다. 20분동안 기다린 끝에 앞줄에서 정각마다 시계가 움직이는 이벤트를 관람할 수 있었다. 사진=백재호 기자
'프라하 천문시계(Pražský orloj)'는 현존하는 천문시계 중 아직까지 작동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로 매 시간 정각마다 천문시계가 움직이는 소소한 구경을 할 수 있다. 정각에 가까울수록 인파가 급격히 몰리니 최소 20분 전부터는 천문시계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기를 권한다. 또 주변에는 구시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이 조성되어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낮과 밤 분위기가 다른 프라하
'댄싱 하우스(Tančící dům)'의 경우 말 그대로 건물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의 유려한 곡선 건물이다. 해당 건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1989)한 프렝크 게리(Frank Gehry)가 건축한 건물이다.
저녁에 방문해 본 댄싱 하우스. 사진에는 없지만 기자 주변으로 건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백재호 기자
댄싱하우스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낮의 경우 건물의 곡선이 강조되지만 저녁이 되면 조명으로 인해 그 역동성이 강조되는 느낌을 준다. 기자의 경우 저녁에 방문했는데 시간이 충분하다면 오전과 저녁 한 번씩 지나치며 구경하길 권한다.
'카를교(Karlův most)'의 경우 다리 앞 까지는 트램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다리 자체는 직접 건너야 한다. 카를교 좌우로 보이는 프라하 특유의 벽돌색 지붕을 마음껏 찍을 수 있어 카를교는 프라하는 상징하는 포토존(Photo-Zone) 중 하나다.
다리 양 옆으로는 30 개의 성상(聖像)도 있다. 다른 성상에 담긴 이야기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성상 별 하나하나 특징과 분위기가 있다. 꼭 살펴보길 권한다. 또 가장 오래된 성 요한 네포무크(St. John Nepomuk) 성상의 경우 그의 성상 아래 그의 순교를 묘사한 청동판과 강아지의 청동판만 닳아 있다.
점심즈음 카를교를 걸었다. 체코 특유의 벽돌색 지붕과 양 옆에 서 있는 성상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백재호 기자
이는 관광객들이 소원을 비는 것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인데 점심 전 후를 피해 여유 있게 간다면 소원을 충분히 빌 수 있다.
화약탑을 기준으로 구시기지와 신시기지가 나뉜다. 사진=백재호
'화약(火藥) 탑(Prašná brána)'은 프라하의 구시기지와 신시기지를 나누는 탑이다.
화약탑이라는 이룸이 붙게 된 이유는 18세기초 해당 탑 안에 화약을 넣어두었기 때문이다. 해당 탑은 지난 1757년 프로이센(현 독일) 군대가 프라하를 포위하여 공격할 때 파괴됐지만 후에 유사 고딕 양식으로 재건됐다. 역대 체코 왕들의 대관식을 열었던 곳이기도 한데 구시가지를 드나들 수 있는 13개의 탑 중 현재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다.
한편 프라하 성(Pražský hrad)의 경우 현재 체코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프라하성 외곽에서 본 프라하 야경. 사진=백재호
기자는 아쉽게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 프라하 성 내부 관람을 하지는 못해 야간에 성 외각을 걸었는데 프라하 성의 경우 야경을 즐기기에 충분한 높이에 위치해 있다. 정 시간이 없다면 성 외각을 산책하는 코스를 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 내부에는 '성 비투스 대성당(Katedrála Sv. Víta)'을 비롯한 '구 왕궁(Obelisk at Prague Castle)' 등이 조성되어 있다.
체코 여행의 적기는 선선한 4~6월과 9~11월이다. 다가올 5월의 황금연휴, 시간이 충분하다면 프라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