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8월 26일 용산어린이정원 내 분수정원에서 열린 다둥이가족 초청행사에 천안함 티셔츠을 입고 나타났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8월 26일 용산어린이정원 내 분수정원에서 열린 다둥이가족 초청행사에 예고없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 부부는 각각 흰색과 검은색 커플티를 입었는데, ‘PCC-772’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PCC-772’는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한 천안함을 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천안함 티셔츠를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3일 진해해군기지를 방문했을 때에도 ‘PCC-772’ 글자가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했다. 또 나토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7월 11일에는 빌뉴스의 숙소 인근을 산책할 때 천안함 모자를 썼다.
6월 20일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에도 윤 대통령은 천안함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숙소 주변을 산책,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해외 출장에서도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모자 등을 챙긴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8월 26일 입고 나온 천안함 티셔츠와 그 이전에 입었던 티셔츠는 다른 것이다. 이번에 입은 천안함 티셔츠에는 팔에 대통령실 로고가 새겨져 있는 데다가 수행한 대통령실 직원들 중에도 윤 대통령과 같은 흰색 천안함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있어 대통령실의 주문으로 제작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진해, 빌뉴스, 파리에서 입었던 티셔츠는 윤 대통령이 2년 전 ‘웃돈’을 주고 산 것이다. 2021년 6월 대선 출마 선언 전 윤 대통령이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을 만났을 때, 전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천안함 티셔츠와 모자를 선물했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이런 건 받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며 정가(1만 8900원)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티셔츠와 모자를 샀다. 윤 대통령은 같은해 여름 자택 인근을 산책하면서 이 모자를 쓰고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2022년 6월 청와대 개방 행사에서 시민들을 만날 때에도 천안함 모자를 썼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천안함 관계자들에게 기회만 되면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 가족과의 오찬' 때 윤석열 대통령은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자신의 오른쪽에 앉혔다. 윤 대통령은 최 전 함장에게 “힘든 시기를 보냈을 텐데 어려운 발걸음했다”고 위로했다. 최 전 함장은 당초 이날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대통령실의 요청을 사양했으나, 대통령실에서 거듭 참석을 간곡하게 요청해 참석했다고 한다. 최 전 함장은 나중에 TV조선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좌석이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마련된 것에 대해 “이 자리 배치를 보면서 군인인 제가 느끼기로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우리 군인들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월간조선》 금년 4월호에 실린 최원일 전 함장 인터뷰 기사도 관심 깊게 읽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날 김건희 여사 옆자리에는 천안함 전사자인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앉았다. 윤 여사는 2022년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같은해 8월호에 실린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보면, 천안함 유족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대통령 되기 전부터 천안함 유족들을 만나셨어요. 지난해 11월에 모였을 때는 나는 다리가 아파 못 갔는데 ‘민평기 상사 어머님 오셨느냐’고 찾으셨대요. 그날 유족들에게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다시 모시겠다고 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킨 거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전준영 전우회장에게도 ‘전 회장’ ‘준영씨’ 라고 부르기보다는 “준영아, 요새 커피숍 잘돼?”라며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보여줬던 행태와 대비된다. 2020년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때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누구 소행이냐”고 읍소하듯 따져 물었다. 문 당시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 아닙니까.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고 대답했지만, 딱딱한 어조의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문 대통령 옆에 있던 김정숙씨가 싸늘한 눈초리로 윤 여사를 쏘아보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이게 논란이 되자 김정숙씨는 이듬해 행사에서 윤 여사를 끌어안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 보훈처장이 미리 윤청자 여사를 만나 “김 여사가 좀 붙들고 안아주걸랑 받아주시라”고 당부했지만, 윤 여사는 김정숙씨를 밀어내면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 싫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야단을 쳤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대통령이 수시로 천안함 모자를 쓰고, 천안함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고, 천안함을 비롯해 서해수호(1‧2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사건 등) 관련 장병들과 유족들을 각별하게 챙기는 것은 대한민국과 대통령이 누구를 기억하고 예우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광주(光州)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 윤 대통령 부부가 천안함 커플티를 입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기려야 하는 것은 정율성과 같은 6‧25 부역자(附逆者)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애국자들이라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