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책 《문재인의 운명》(2011)과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최근).
《월간조선》을 통해 처음 공개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현 변호사)의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조갑제닷컴 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뇌물수수 사건의 수사기록이다.
첫 보도 후 후폭풍이 만만찮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정면승부”라는 견해와 함께 한쪽에선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노무현 재단은 “검찰 조서를 각색해 고인과 유족을 다시 욕보이려는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월간조선》은 4월호를 통해 “지금은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고, 사실보다 위대한 진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인규 변호사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사건의 성격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아들 노건호, 딸 노정연, 조카사위 연철호, 총무비서관 등이 관련된 가족 비리 사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작고)으로부터, 2억원이 넘는 명품시계를 받고, 아들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뇌물 500만 달러, 미국에서의 주택 구입 자금으로 140만 달러를 받는 등 개인비리 혐의가 주(主)이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변호사’는 모든 비리 의혹을 노 전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가족과 측근의 잘못이라는 관점에서 대응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문 변호사’에게조차 미국 주택 구입 사실 등 관련 비리사실을 숨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문 변호사’가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의 잘못을 정말로 몰랐거나, 알고 있었으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느냐는 오직 그의 양심만이 알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1년에 펴낸 저서 《문재인의 운명》(2011)을 살펴보자. 시종 권양숙 여사에게 잘못이 있음을 드러낸다.
<대통령에게 큰 실수를 하게 된 권 여사님은 우리들에게 너무 면목 없어 했다. (…) 우리와 함께 계시다가도 대통령이 오시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398쪽)
<우리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권 여사님에게 따져 묻고 권 여사님이 점차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와 같이 사실관계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398쪽)
<대통령은 여사님뿐 아니라 정상문 비서관에 대해서도, 비록 당신 모르게 벌어진 일이지만 모두 끌어안으려 했다.>(399쪽)
(여기서 잠깐!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관련한 비리는 두 가지다. 첫째, 2006년 8월경 정 비서관이 박연차로부터 현금 3억원을 받은 사실, 둘째, 2004년 11월경부터 2007년 7월경까지 사이에 자신이 관리하던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하고 국고를 손실한 혐의다. 당시 검찰은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횡령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시 내지 공모 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리 없다는 입장이었다.)
‘변호인 문재인’은 모든 잘못이 노 전 대통령과 상관없거나 전혀 몰랐으며,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라 대응했다. 잘못이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이 아닌 그 가족과 측근에 있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이러한 대응과 변론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 뒤에 숨는 선택을 하는 등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주택 구입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났었다고 주장한다. 이 전 부장은 “박연차 회장이 중앙수사부 특별조사실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하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고 했다. 박 회장의 이 말은 “모르는 일”이라 일관하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원망으로 보인다.
이 전 부장은 신간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권양숙 여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권 여사에게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멍에를 씌우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452~4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