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사진=한국국방연구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선 캠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이 관용차를 사적 유용한 사실을 국회에 실토했다.
앞서 《월간조선》 6월호(지난 5월 17일 발간)‧10월호(지난 9월 17일)는 김윤태 원장의 각종 비위‧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김 원장은 휴가‧명절‧평일 중 공식 일정이 없음에도 수 차례 운전기사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해 인천을 방문했다. 인천에는 김윤태 원장의 모친이 거주한 기록이 있다.
2020년 관보는 김윤태 원장의 모친이 ‘인천 ○구 ○○동 ○○실버타운’에 전세로 입주했다고 밝혔다. KIDA 원장 공관에서 해당 실버타운까지는 편도로 약 45km이다.
KIDA가 국회에 제출한 관용차 운행 기록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2022년 7월까지 다섯 차례 인천에 갔다.
▲2021년 7월 29일(10:00~15:00, 123km), 운전자: 차◯◯, 행선지: 인천.
▲2021년 11월 25일 (11:00~14:20, 321km), 운전자: 이◯◯, 행선지: 인천.
▲2022년 1월 1일(07:00~16:00, 165km), 운전자: 김◯◯, 행선지: 인천.
▲2022년 3월 15일(10:40~14:40, 97km), 운전자: 이◯◯, 행선지: 인천.
▲2022년 5월 12일(11:00~14:30, 100km) 운전자: 이◯◯, 행선지: 인천.
김윤태 원장, 자가용 고장났다며 관용차 사용… 해명도 석연치 않아
지난 9월 28일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국회를 방문해 “(김윤태) 원장이 지난 1월 1일 자가용이 고장 나 관용차를 사용했다”면서 평일 점심시간에도 모친을 만나기 위해 운전기사를 대동해 관용차로 인천에 다녀왔다고 보고했다.
관용차량과 운전기사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은 “(김 원장이) 2022년 1월 1일 모친의 간병인 교대 시간(낙상 후 고관절 치료)에 맞춰 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가 차량 고장으로 견인 조치 후 불가피하게 관용차를 직접 운전하여 인천에 방문한 사실이 있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KIDA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윤태 원장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
김 원장은 지난 1월 1일 오전 7시부터 16시까지 관용차를 이용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김 원장이 KB손해보험에 자신의 고장 차량을 견인 요청한 시각이 오전 10시 24분이었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자가용이 고장 났으면 택시를 타고 가든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함에도 국가 재산을 함부로 사용했다. 유류비, 고속도로 이용료 등도 업무와는 무관하게 지출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김윤태 원장의 일과 중 모친 병문안을 위한 관용차‧운전기사 사용에 대해 “일과 중 인천 방문은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모친 병문안을 다녀온 것이며 업무 수행을 위해 전일 휴가 사용보다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IDA 해명 보고받은 국회 보좌진, “김윤태 원장의 도덕 수준 드러낸 셈”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사적 유용했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공적 업무와는 무관한 병문안은 주말에 다녀와야 정상이 아니냐”며 “김윤태 원장은 점심시간이 다섯 시간이냐, 김윤태 원장의 도덕 수준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윤태 원장은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비서에게까지 운전을 시켰다. 여기에 비상식적인 관용차 연비도 기록했다. 전임 원장은 임기 중 관용차량 평균 연비가 리터당 7.64km였으나 김윤태 원장의 관용차량 연비는 리터당 평균 3.64km였다.
김윤태 원장은 2021년 3월 9일(78km 주행), 3월 10일(29km, 26km), 4월 19일(14km) 에 걸쳐 41일 동안 총 4차례 147km 주행했지만 이 기간 주유비로 22만231원(142ℓ)을 지출했다.
주유비로는 3월 9일 3만9636원(27ℓ), 3월 17일 5만9166원(38ℓ), 3월 29일 5만464원(32ℓ), 4월 13일 7만965원(45ℓ)을 썼다. 주행거리와 주유량을 비교하면 연비는 1.03㎞/ℓ 수준(147km÷142ℓ)이다.
석연치 않은 김윤태 원장의 관용차 연비(리터당 3.64Km, 2010년식 체어맨)
또 2021년 6월 11일(4km 주행)과 7월 7일(57km) 두 번에 걸쳐 61km를 주행했지만 이 기간 주유비로 15만4950원(99ℓ)을 지출했다.
KIDA가 국회에 제출한 원장 관용차 주유 기록에 따르면 6월 21일 4만7895원(31ℓ), 6월 23일 3만7320원(24ℓ), 7월 4일 6만9740원(44ℓ)을 주유했다. 이를 역산하면 김윤태 원장의 관용차령 연비는 0.61㎞/ℓ 수준(61km÷99ℓ)이다.
운행 기록에 따르면 김 원장은 25일간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네 번에 걸쳐 주유했다.
관보에 따르면 김 원장은 K7(2010년식, 2400cc)을 갖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가며 자리를 지키고 싶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국회 해명 보고 당시 김윤태 원장의 석연치 않은 연비 기록에 대해서는 따로 해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IDA 내부에서는 “김윤태 원장 때문에 한국국방연구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질까 걱정”이라며 국방부가 나서야 한다. 정 안 되면 감사원이 나서 비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김윤태 원장의 비리‧비위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KIDA에서는 “김윤태 원장에 대한 감사만 실시하면 원장의 비리‧비위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감사를 미루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며 “국방부에 김윤태 비호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월간조선》은 김윤태 원장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월간조선》 10월호, 김윤태 원장의 각종 비리‧비위 의혹 보도
《월간조선》 10월호에서는 ▲비서‧운전기사‧관용차량 사적 유용 ▲개인 법률 소송 비용 KIDA 예산 유용 의혹 ▲전임 원장 대비 4.76배 증가한 원장실 운영비 지출 ▲기념품 명목으로 각인 안 된 골프공 900개 구입 후 지급 대장 누락 후 지급 ▲업무와 무관한 업무추진비 사용 ▲무연고지인 춘천에 중국인과 함께 농지 보유 ▲석연치 않은 관용차 연비(리터당 3.46km, 전임 원장 7.64km) ▲김영란법 회피를 목적으로 한 동석자 끼워넣기(허위공문서 작성 등) 의혹 ▲공관 거주하며 아파트 갭 투자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보도했다.
기자는 10월호 보도에 앞서 김윤태 원장 측에 ▲법인카드 지출 내역에 동석하지 않은 이들을 허위로 기록한 이유 ▲춘천에 농지를 보유한 이유 ▲관용차(5회)를 이용해 명절, 휴가 중 인천에 간 이유 ▲직원들에게 야근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 ▲국방부 장관실 보고용 문건을 허위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지난 대선 기간 중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국방부 차관으로 갈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월간조선》은 김윤태 원장과 현○○, 임○○, 차○○, 김 원장 측 변호사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9월 5일부터 9일까지 20여 차례 연락했으나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김윤태 원장은 지난 9월 15일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현 시점에서 인터뷰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해바란다”고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