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 A씨가 라임 돈이 들어간 필리핀 이슬라리조트의 인수대금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2월 춘천지방검찰청에 접수된 이 사건은 지난 11월 19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돼 현재 라임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6부에 배당된 상태다. 이 리조트의 채권자인 고소인은 “최근 남부지검에 출석해 4시간에 걸쳐 고소인 진술을 끝냈다”면서 “피고소인의 소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피고소인은 A씨를 포함 총 11명이다. 이들은 모두 인수 당시 리조트 회장이었거나 사장, 또는 오랜 주주들이다. A씨 또한 최대주주 중 한명이며, 고소인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부산, 강원 지역 조폭 출신도 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들은 투자 없이 이슬라리조트를 불법적으로 소유한 후, 이를 매각해 295억원의 범죄 이득금을 취득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리조트는 2009년 설립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던 곳이다. 투자자들이 채권추심을 벌이고 채무자가 도망가는가 하면, 이후 유입된 ‘조직’들은 이 리조트를 내세워 국내에서 수십억 원대 분양 사기를 치기도 했다. 2018월 8월에는 소유권 다툼으로 현지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라임과의 접점은 총격전 직후인 2018년 10월 생겼다.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적색수배중)이 이 리조트 인수에 나서면서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으로부터 해외 리조트 및 카지노 사업 명목으로 3500억원을 투자받은 부동산 시행사다. 김 회장은 투자금 중 약 300억원을 이 리조트 인수에 썼다.
그런데 이상했다. 통상 인수과정이 끝나면 지분 이전 등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인수 후에도 리조트의 지분 구조는 변동이 없었다. 고소인에 따르면 후원회장 A씨 등은 2014년경부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수 후 해가 바뀌어도 그대로였다. 300억원이 고스란히 증발한 셈이다.
고소인은 “김영홍 회장은 인수대금 295억원을 차명계좌를 이용, 자금 세탁을 한 후 이들 피고소인 11명에게 지급했다”면서 “피고소인들은 결국 김영홍 회장의 횡령 범죄에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메트로폴리탄의 채모 대표이사 또한 검찰 조사에서 “2018년 12월 김영홍 회장 지시로 제주메트로폴리탄이 필리핀 카지노 투자 명목으로 받은 라임 자금 약 300억원을 수표로 끊어 인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채씨는 김영홍의 부하 직원이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대신증권시절 동료다.
고소인은 295억원 중 후원회장 A씨가 받은 돈만 11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이는 이슬라리조트로 국내에서 분양사기를 쳐 현재 기소된 이모씨가 최근 검찰에 증언한 사실”이라면서 “이씨는 A씨의 측근이자 김영홍 회장의 지인으로, 김 회장이 당시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 일일이 진술했다”고 말했다.
등기부등본(GIS‧ 사진) 확인결과 후원회장 A씨는 현재(1월 11일 기준)까지도 이슬라리조트의 호텔 운영 법인 지분을 20% 보유한 3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37%를 가진 메트로폴리탄 채모 대표이사다. 이슬라리조트는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이 현재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춘천 지역 한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도당 후원회장 외에도 지역 내 각종 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른바 ‘유력 인사’다. 혹자는 ‘거물급’이라는 표현도 썼다.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서는 강원지역 초선으로 당선된 한 민주당 의원의 선대위 활동도 했다. 고소인은 “횡령한 돈이 후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간부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A씨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선출직 인사가 아닌 만큼 개인적인 피소 사실 등은 알지 못한다”면서 “후원회장이라고 해서 이름만큼 당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으며, 실제로 언제부터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