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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재미 붙이고 싶나요? 국어사전과 친해지세요”

“단어 속뜻 알면, 말뜻이 머리에 쏙쏙”

백승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eaglebsk@chosun.com

최지은  어린이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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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NTNU)에서 문학석사를, 국립대만대학(NTU)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1992년 경희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된 후, 1997년 성균관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문과대학장, 인문과학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북경대학 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기도 했다.

독서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명언(名言)을 남긴 나폴레옹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책을 떼어 놓은 적이 없는 수불석권(手겘釋卷)의 독서가였다. 하지만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는“독서는 지식의 재료를 늘려줄 뿐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라고 했다. 독서를 사색(思겚)으로 인도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읽고[讀] 뜻을 풀이하는[解] ‘독해’다.

전광진(全廣鎭)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 명예교수는“독서는 적극 권장하면서도 정작 독해의 중요성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서와 독해의 차이를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독서는 시력이 좋아야 하고, 독해는 실력이 좋아야 한다. 독서는 견문을 넓게 해주고, 독해는 성적을 높게 해준다. 독서는 서적이 좋아야 하고, 독해는 사전이 좋아야 한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한다.”

전 명예교수는 우리말의 70%를 차지하는 한자어(漢字語)에 주목, 한문 교육의 중요성을 평생 외쳐왔다. “어떤 공부를 하든 한자어 관련 지식은 학습의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고도 했다. 이런 일념으로 그는 조선일보에 한자어를 쉽게 풀이해주는 ‘생활한자’ 코너를 1999년부터 12년 동안 3300회 연재했다. 2007년에는 일상생활 속 한자어 7만 단어를 수록한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도 펴냈다. 지난 11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평생 대학에서 중문학(中文學)을 가르치셨는데 뜻밖에도‘국어사전’을 냈습니다.

“제가 좀 월권(越權₩권한 밖의 일을 함)했나 봅니다. 여느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자녀 학업을 직접 지도하다가 그렇게 됐지요. 25년 전이니까 1995년 늦은 봄쯤으로 기억돼요. 당시 초등 3학년 딸과 4학년 아들은 학교만 갔다 오면 질문 공세를 했습니다. ‘아빠! 등호(等號)가 뭐야?’부터 예각(銳角), 형광등(螢光燈), 용수철(龍鬚鐵) 같은 단어의 뜻을 물어봤죠. 이런 한자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대단히 어렵게 정의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요? 

“특별한 건 아녜요. 그저 간단한 비법을 생각해 낸 것에 불과하죠. ‘등호’라는 단어를 예로 들죠. 일반 국어사전은‘등호’를 ‘두 식 또는 두 수가 같음을 나타내는 부호’라고 정의(定義)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왜 하필이면 ‘등호’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몰라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가 만든 사전에는 ‘같을 등(等)’ ‘표지 호(號)’라는 한자 속뜻을 바탕으로 의미를 간단하게 풀이하고, ‘sign of equality’라는 영어 단어도 달아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에 ‘국어사전 찾기’ 수업이 있습니다. ‘초등 3학년’이라는 시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미국의 저명한 교육학자가 평생 학습을 연구하면서 ‘독서를 위한 학습(learning to read)’이라는 1단계와 ‘학습을 위한 독서(reading to learn)’라는 2단계로 시기를 구분했는데 두 단계의 변곡점이 바로 초등 3학년입니다. 이때부터 고등교육을 받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학습법은 동일해요. 수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어야 해요. 초등 3학년이 되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죠. 읽어야 할 책의 종류가 늘어나고, 알아야 할 단어 수도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때 가장 강력한 학습 도구가 바로 국어사전입니다. 그래서 초등 3학년 1학기에 국어사전 찾기 수업이 있는 겁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공부와는 담을 쌓는 비극이 시작돼요. 반대로 학습에 재미를 붙이면 평생 공부가 즐겁습니다. 지능이 부족해 공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말뜻을 몰라 어려워하는 거죠.”

-지난여름 논어와 금강경을 쉽게 풀이한 책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8월 정년퇴임 했는데 퇴임식 축하객들에게 답례로 나눠줄 책으로 출간한 거예요. 2년 전부터 이런저런 고민을 해왔는데 마침내 ‘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을 내기로 한 거죠. 초등학생에게는 금강경보다 논어가 조금 더 도움 될 것 같네요. 감수성이 예민할 초등학생 시절에 논어를 정독(精讀)하면 평생을 풍요롭게 할 마음의 양식을 쌓게 될 겁니다. 한글을 깨친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드라마 대본같이 짜 놓았기 때문에 혼자서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초등학생과 학부모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하실 것이 있다면요?

“‘초등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 공부에 재미를 느껴야 평생이 즐겁고 보람찹니다. 또 읽을 줄 알아도 말뜻을 모르면 공부와 담을 쌓게 됩니다. 영어(英語)보다 10배 이상 중요한 것이 바로 국어(國語)입니다. 모든 과목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국어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단어 수만큼 생각하고, 아는 단어 수만큼 성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국어사전이 있어야 합니다.”


*전광진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 명예교수는 누구?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NTNU)에서 문학석사를, 국립대만대학(NTU)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1992년 경희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된 후, 1997년 성균관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문과대학장, 인문과학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북경대학 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기도 했다. 1999년 3월부터 12년 동안 조선일보에‘생활한자궩 코너를 매일 연재했다. 초등학생을 위한 한자어 연구에도 열정을 쏟았다.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비롯해‘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 ‘교과서 한자어 속뜻사전’ ‘선생님 한자책’ ‘초등한자 창인교육’ 등을 펴냈다. 어린이조선일보의 ‘교과서 한자어’ 코너도 그가 낸 사전을 활용한 것이다.

 

글=백승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최지은 기자



입력 :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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