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우선시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외치던 사람들은 이제 '느리게 살기'를 동경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쉼도 바뀌어 가고 있다. 놀고, 먹고, 즐기기만 하던 소모형 휴식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쉼'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충전형 휴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연휴를 맞이해 울창한 원시림의 아름다운 사계를 즐길 수 있는 포레스트 리솜을 방문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발된 '친환경 리조트'라는 소개가 나의 발길을 이끌었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제천은 예로부터 한반도 중심의 중부내륙 중앙부에 위치해 차령·소백 산맥 사이의 직접적 기(氣)를 받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포레스트 리솜 제천의 구학산과 주론산에 아늑하게 안겨 있는 분지형 구조에 위치하고 있다. 리조트로 향하는 차에서 산 쪽을 바라보면 ‘저기에 리조트가 위치한다고?’ 말할 정도로 산에 둘러싸여서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코로나로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인 요즘에도 목,금,토,일에는 항상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힐링의 명소라고 다녀온 이들은 말한다. 특히 성수기나 연휴가 함께 있는 주에는 예약이 하늘에 별따기라고 하지만 경험하기 전에는 이런 후기들을 믿기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휴가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다나 먹거리가 많은 관광지가 전부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리솜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숙소가 숙박만을 위해 지어진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연과 동화되어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가던 캠핑 휴양림도 생각났다. 하지만 더 아늑하고, 단정하며 모든 편의시설을 갖춘 오직 휴양만을 위한 있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 곳에는 약 200여 개의 숙소가 존재한다. 독채를 쓰는 곳도 있고, 한 동에 2~3개의 숙소가 존재하는 곳도 있었다. 빌라동 앞에는 호텔동이 공사중이었다. 일반적으로 호텔을 생각할 때 높은 빌딩을 연상했지만, 자연 경관을 헤치지 않고 빌라동과 호텔동의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옆으로 길게 호텔을 짓고 있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다보면 인원에 따라 숙소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6명이 묵거나, 8명이 묵을 때 여러 개의 방을 잡으면 저녁에 같이 모여서 놀 때도 애매하고,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포레스트 리솜은 다양한 평수를 보유하고 있어 대가족 여행과 친구들끼리 모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실제로 돌아다녔을 때, 조부모와 자식과 같이 온 가족도 볼 수 있었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여행을 온 무리도 눈에 띄었다. 관광지는 호텔에는 젊은이가 많고, 설악산 콘도에는 가족 여행객들이 많은 것과는 달리 여기는 남녀노소 한 그룹만 있는 곳이 아닌 점이 신선했다.
독특한 점들도 있었다. 포레스트 리솜은 주방은 있지만 요리는 불가능했다. 단체로 여행을 가면 야식을 만들어먹는 재미가 있는데 아무래도 ‘힐링’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보니 자연 보호를 위해서 취사는 금지한 것 같다. 하지만 로비동에 식당과 편의점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이곳은 워낙 단지가 넓어 이동 시에 전기 카트를 호출할 수 있다. 체크인-아웃은 무료, 그 밖에 1번 더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높이가 가늠이 안되는 큰 소나무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내 몸 속에 지친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수 있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예쁜 꽃들이 양 옆에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최대한 자연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전깃줄은 없애고, 야간에 전등도 최소한으로만 운영하고 있었다.
취사가 불가하기 때문에 힐링스파센터 있는 별빛 바비큐에서 저녁을 먹었다. 근래에 먹어본 삼겹살 중 가장 품질이 좋고 신선한 고기였다. 게다가 감자 고구마 등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사이드 메뉴들이 있어서 고기를 덜 선호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많았다.
포레스트 리솜에 와서 딱 하나를 하라면 나는 ‘별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서울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원해도 볼 수 없는 별들이 고개만 들면 수놓은 듯 펼쳐져 있었다. 어린 시절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서 스티커로 붙여 놓았던 은하수를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진한 색의 별, 빛이 희미한 별, 여러 개가 붙어 있는 별 무리 등등...
항상 바쁘게 살고 휴가조차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코로나의 공포에 치이고, 회사를 다니며 바쁘게 살던 삶 속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서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낮에는 자연에 취하는 재미가 있었다면 저녁에는 별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포레스트 리솜은 ‘느리게 살기’를 이야기 하듯 힐링 프로그램도 존재했다. 산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박정수 담당자와 함께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내 몸의 스트레스를 알아차리는 동작부터 시작해 일상에서는 잊고 있었던 경치 바라보기와 주변을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원래는 산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체험하는 활동이지만 최근에 비가 많이 왔던 터라 길이 험해서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힐링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다. 담당자는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예쁜 꽃을 찾아보라는 주문을 했다. 다들 두리번거리며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누구도 정답을 말하지 못했다. 궁금증이 극에 달한 순간 담당자는 우리의 발밑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새끼손톱의 1/4정도 되는 크기의 파란색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의 이름은 별꽃. 5개의 파란색 잎사귀와 중앙 부분이 노란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꽃이었다.
우리는 항상 우리 시야에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내 눈에 편리하게 들어오는 것을 찾고, 화려하며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세상에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별꽃을 보고 나니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중인 민들레, 열심히 음식을 나르는 곤충들까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풀밭을 뛰어놀 때 만났던 자연들을 정말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열심히’를 추구했었다. 일도 열심히, 놀 때도 열심히, 휴가도 열심히. 내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이 없었다. 쉬는 날에도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일이 없을까, 더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라 생각하며 내 자신에게 피로를 쌓고 있었다. 포레스트 리솜은 그런 나의 강압적인 방식을 깨뜨리게 해준 곳이다. 발밑의 작은 생명체에도 관심을 갖고, 내 몸의 스트레스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1박 2일 산신령이 되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일상에 지치고, 코로나로 피로한 이들에게 리솜 포레스트는 최고의 힐링 스팟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봄에 다녀왔지만 사계절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러 계절마다 찾고 싶다.
글 = 김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