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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에 놀란 정부, 의사들이 쓸 마스크도 빼앗아가나?

정부, 업체에 "조달청과 직접 계약하라" ... 의사들도 마스크 못 구하자 의협은 "의료기관에 마스크 최우선 공급" 요청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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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마스크, 손소독제 등이 품절됐다는 공고를 내붙였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3월 3일 성명을 발표,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의협이 이런 성명을 발표하게 된 것은 2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한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사태로 인해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마스크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발동, 마스크 생산업자가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판매처로 신속하게 출고하도록 한 것과 관련이 있다. ‘마스크 대란’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 조치에 따라 의사들마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3월 3일자 《의사신문》에 실린 ‘시중에 마스크 공급하려고 의사에게 줄 마스크마저 뺏어가나’라는 제하의 기사에 의하면, 서울의 한 지역의사회는 최근 회원들에게 나눠줄 의료용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그동안 이용해 온 공급업체에 연락했지만 업체 측으로부터 "더 이상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의사회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공급했던 곳인데 정부 쪽에 먼저 납품을 해야 해서 줄 수 없다고 한다"며 "다른 데도 아니고 의사들에게 줄 마스크까지 뺏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SNS)상에서도 의사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나깨나 기다리던 날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오늘도 마스크 구하는데 허탕쳤다. 정부의 안중에 의사들은 없다. 주변에 마스크 수일째 쓰는 의사들 수두룩이다”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개업의도 “이젠 국가의 존재 의미가 없나봅니다. 각자도생하라는군요”라며 의사들이 얼마나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지에 대해 글을 올렸다.
“1주전 의사장터 11시 마스크 신청해도 10초안에 들지 못해 탈락, 어제 의사장터 11시 마스크는 환자 보느라 2분 늦어 탈락, 어제 오후 경기도 의사회 마스크 신청도 2분 늦어 못하고 운전해서 귀가하던 도중 다시 신청된다는 카톡 받고 잠시 주차 후 신청했으나 선착순에 못 들어 탈락.
환자보는 것보다 마스크 신청에 목매야합니다. 50장에 4000원 하던 의료용 마스크는 35000원을 주고도 못 사고, 제 지인들은 마스크 한 장으로 3일 버티고 소독기 넣어서 씁니다. 병원 소독에 필수인 에탄올도 4배 넘게 뛰어서 아껴써야 합니다. 홧병이 날 지경입니다.”
3월 3일에는 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외주) 온라인 매장 '의사장터'에는 "입고될 마스크 공급이 전면 중지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오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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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장터'에 올라온 마스크 수급 관련 긴급공지.


의협이 3월 3일 내놓은 성명은 바로 이런 상황 아래서 나온 것이다. 의협은 성명에서 “최근 정부에서 공적 판매처에 수급해야 할 물량을 조달청으로 수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의협에 마스크를 공급하려던 업체는 입고보류를 통보해 왔다”면서 “의료 최일선에 환자진료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조차 마스크를 제대로 공급하지도 못하는 현실에 정부의 방역에 대한 기본 개념이나 있는지조차 이제는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가 방역을 성공시키고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이미 약속했던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에 대한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감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의료진들은 자신이 환자를 감염시키는 감염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방역현장을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우리는 이제 한계 상황에 와 있음을 말씀 드린다”면서 “방역의 가장 기본인 의료기관의 방역물자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한 방역의 실패는 오롯이 정부의 몫임을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도 “대만은 정부가 나서서 의료진에게 먼저 마스크를 공급한 후, 국민에게 배분했는데, 한국 정부는 그나마 극히 일부를 의료진에게 판매하던 의사장터에서조차 물량을 빼앗아 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달청으로 수급하라’는 정부 시책은 없었고, 정부 정책으로 인해 마스크 공급이 중단 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외주) 온라인 매장 '의사장터'에 ‘입고될 마스크 공급이 전면 중지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면서 “세상에 어느 정부가 의료기관에 공급될 마스크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는 ‘공적물량을 조달청으로 수급한다’는 정책을 시행 한 적이 없다”면서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의사장터에 공급하던 3곳의 마스크 생산업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 보좌관은 “한 업체는 오후에 공급을 했다고 한다. 또 나머지 두개 업체는 생산물량보다 여러 곳에 많이 계약하면서 해당 물량을 다른 곳으로 먼저 보내면서 '의사장터'에 공급할 물량을 생산하지 못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조달청' 핑계가 이루어졌고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여준성 보좌관은 상지대 총학생회 정책실장 출신으로 전교조 정보통신부장을 거쳐 이미경·정봉주·최영희·김용익 전 의원(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밑에서 일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선 후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현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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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보좌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여준성 보좌관의 이런 주장은 마스크 생산 현장의 목소리와는 배치된다. 3월3일자 채널A는 '정부, 마스크 공급 틀어쥔다'는 보도에서 "하루 2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하는 경남의 한 제조업체는, 어제 저녁, 조달청으로 부터 공문을 받았다. 생산량의 절반인 1만 장의 마스크를, 기존 공적판매처 대신, 조달청이 직접 나서 계약 체결을 하겠다며, 조달청 사이트 등록 등 거래 절차를 진행시키라는 내용이다"라고 보도했다. 채널A는 "갑자기 조달청에서 문서를 하나 보내주시더니 공적유통망이 취소가 됐다. 계약이 조달청으로 바뀐다." "(조달청 관계자가) 조금 전에 왔다 갔습니다. 계약 체결한다고. (정부 지시가) 시시때때로 변하니까 우리도 감을 못 잡아"라는 마스크 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무엇보다도 이 방송은 경남지방조달청이 마스크 제조업체에 보낸 문자까지 공개했다. 이 문자를 보면 "관계부처 합동회의 후 공적 유통망-제조기업간 마스크 계약을 조달청-제조기업간 계약으로 전환을 할 예정입니다....계약담당은 조달청 본청(대전)에서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며, 경남지방조달청은 계약을 위한 나라장터 업체 등록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보신 후 3일까지 완료가 어려울 것 같으시면 연락주시면 우리 직원이 내일 오전 바로 출장 가서 도와드릴 겁니다. 보시고 연락주세요. 경남지방조달청..."라고 되어 있다. 이 방송은 "조달청은 식약처 등과 합동 회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곧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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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수급에 조달청이 개입하기로 했다는 채널A보도.




입력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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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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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식 (2020-03-05)

    건국이래 최악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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