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에서 이창효 수도군단장(좌)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준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삼척 목선 입항’ 사고의 책임을 지고 육군 8군단장이 보직해임된 가운데, 신임 8군단장에 이창효 중장(3사 19·전 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이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 2년간 수도군단장 임무를 수행했던 이창효 중장은 군(軍) 역사상 드물게 평시 상황에서 군단장 직위만 두 번 지내는 기록을 남겼다.
통상 이창효 중장처럼 군단장(지휘관 보직)을 끝내면, 합참 본부장이나 육군참모차장, 야전 작전사령부 부사령관직 등 중장급 2차(참모 보직) 보직으로 이동하는 게 관례다. 이창효 중장 역시 수도군단장직을 마치고, 2019년 5월부터 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육군 관계자는 “삼척 목선 입항 사고로 전열이 흐트러진 8군단의 지휘체계를 쇄신하라는 뜻에서 수도군단장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이 중장을 구원투수로 내보낸 것”이라고 인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런 희귀한 사례는 최근 10여 년간 소장급 직위에서는 이미 두어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선우 예비역 육군 대장(육사 35·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이다. 박선우 대장은 사단장을 무려 세 번이나 거친 전무후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2008년 초, 소장으로 진급하면서 육군 26사단장 보직을 받았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라크평화재건사단 사단장 보직을 받아 이라크로 떠났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그는 충북 지역 향토사단인 37사단장으로 복귀한 뒤, 2군단장, 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을 차례로 지냈다. 박선우 대장은 군내 대표적인 ‘작전통’으로 당시 그의 대장 진급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태교 예비역 육군 소장(육사 32·전 1군사령부 참모장)은 사단장 직위만 두 번 지냈다. 2005년 육군 55사단장에 부임한 김태교 소장은 이후 1군사령부 참모장과 합동참모본부 군수부장을 지냈다.
합참 군수부장 재임 중인 2008년 말, 그는 돌연 경남 지역 향토사단인 39사단장 보직을 받았다. 한 사람이 사단장을 두 차례 지내는 일은 40여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소장의 육사 동기들은 이미 사단장을 마치고 군단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명박(MB) 정부 초에 이뤄진 이 인사는 군 내부의 반발을 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잘 나갔던 장교들을 배제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뒷말이 나온 것이다.
보통 보·포병 병과 장교가 소장으로 진급하면 작전(530), 인사(510), 군수(540), 기획(560) 등 특기와 관계없이 1차 보직인 사단장으로 진출하는 게 그간 장성인사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소장 진급자 중 일부가 '지휘관의 꽃'인 사단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한직으로 분류되는 소장급 2차 보직으로 좌천됐다. 그 바람에 김 소장처럼 사단장을 이미 역임한 장성이 또다시 사단장으로 나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육군본부를 배제한 채 사실상 군 인사를 전단(專斷)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인사의 실무 책임자인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소장)이 이에 반발해 전역지원서를 제출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