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1월 11일 오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조선DB
중국발(發) 미세먼지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에 상륙한 미세먼지를 으레 '중국에서 왔다'고 단정하는 시각이 강해진 지 오래다.
이와 달리 중국 당국은 미세먼지 저감(低減)을 위해 이미 3년 전부터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8일 자(字) <이코노미스트>(한국어판)는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가 올해 3월 발표한 중국의 환경오염에 관한 보고서를 인용, 중국 전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中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 30% 이상 감소
보도에 따르면 연구소는 2013~2017년의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 데이터를 비교해 봤다고 한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北京)시의 경우 2013년 ㎥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90.6㎍(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이었던 게 지난해 58.8㎍으로 줄었다. 연구소는 미세먼지 감소로 베이징 시민들의 기대수명도 3.3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상하이(上海)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2013년 ㎥당 62.5㎍에서 지난해 40.5㎍으로 줄어들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017년 발표한 ‘중국 환경규제 강화와 대응방안’ 보고서에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중국의 강력한 조치가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15년 시행한 ‘신(新)환경보호법’에 주목했다.
이 법은 1989년 제정됐지만 26년간 법안 내용이 바뀌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2015년 들어 기존 47개 조항을 70개로 늘리고, 벌금액수의 상한선을 없앴다. 철강과 석탄 생산량 자체를 감축시키고, 2,000만 대 이상의 노후 차량을 폐차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책도 법안에 담았다.
환경영향평가도 강화
또 기업의 환경오염에 대해 기업 당사자뿐 아니라 환경 평가기관이나 감찰기관도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중국령 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기업·단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개정하기도 했다.
새로운 환경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도 강화했다. 개정된 중국의 환경영향평가 기준에 의하면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에 공사를 시행할 경우, 사업자는 전체 투자액의 1~5%를 벌금 명목으로 지불해야 한다. 법 위반 정도가 위중할 경우엔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당국은 또 2015년 7월 '환경보호 감찰방안'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2년여에 걸쳐 총 15개 성(省)을 대상으로 폭넓은 환경보호 감찰을 실시했다. 1년 동안 환경보호 위반 단속 결과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해 공장 9,976곳을 폐쇄하거나 압류했다고 한다. 5,673명에게 생산 제한·정지 명령도 내렸으며, 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관련자 수만 4,04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효되면 중국에서는 강제 2부제를 시행한다. 공장은 물론 발전소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도심에선 디젤 차량의 운행을 제한한다. 전(全) 세계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자전거의 90%가 중국에서 운행될 만큼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노력도 뒤따랐다.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장을 도심 밖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최소한 도심의 공기질만큼은 개선해야 한다는 당국의 의지 덕분이다. 다만, 도심 지역을 뺀 외곽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져 결과적으로 ‘분산 효과’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도 막연하게 '중국 탓'만 해선 안 돼
중국이 강력한 정책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것처럼, 우리도 막연하게 '중국 탓'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펼치고 있는 점은 우리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초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중국 대기환경과학 기술대회에 참석한 원영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는 “중국 전문가들은 위성과 항공기·선박 등 최첨단 장비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오염도 변화와 오염물질 이동 경로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영재 대표는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의 영향이 얼마나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오히려 대대적인 투자로 얻은 자국 내 오염 개선 성과를 자축할 뿐 주변국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국가 차원에서 근거 있는 통일된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만 한중(韓中) 양국의 현안인 미세먼지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권호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푸른 하늘 수호전’ 선언을 비롯해 환경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권호 연구원은 “환경규제를 관리하는 공무원 2,000명 이상이 적법한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