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남북공동선언'을 발표, 비핵화 단계 및 남북 교류 진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하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할 도덕적 역할이 있다"고 했다.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소득 제공과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는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협 재개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것이 돼야지, 북한 정권을 돕기 위한 것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은 협상을 통해 가능한 최상의 해법을 찾도록 북한에 엄격한 제재를 계속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외신들도 비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남북선언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했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해당 선언에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시설의 목록 제출이나 검증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과 문 대통령이 공동선언에서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또 다른 약속'으로 끝났다"고 평가절하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요구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내 전문가들 또한 남북 합의의 허점을 지적했다. 지난 19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신고·검증 등 새로운 의미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더욱 큰 문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살라미식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우리가 수용해 줬다는 것"이라며 "미사일 실험장, 영변 핵시설 등 북한이 대상을 정한 뒤 비핵화 조치를 하고 국제사회의 보상을 받는 실효성 없는 '셀프 비핵화'를 받아줬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비핵화는 제자리걸음, 경협과 민족 공조는 과속이 됐다. 이 상황에서 철도 연내 착공식 등 한미관계 갈등 요소는 더욱 많아졌다"며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를 표방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더 이상 다룰 수 없는 구조적 숙명만 절감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남북 정상 간의 이 같은 합의는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의문"이라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김정은의 이번 핵 관련 발언은 이미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도 나와 있던 내용"이라며 "정작 중요한 핵 폐기 목록과 타임테이블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존 회담보다 이번 선언에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봐야죠. 하지만 핵 문제에 대해서 본질적인 내용들은 아직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최고위급 회담이기 때문에 이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결과는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 무기, 핵 물질, 핵 물질을 생산하는 핵 시설, 핵 연구기관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방향조차 안 나왔습니다. 핵 시설, 물질, 무기 등의 동결과 사찰, 폐기, 검증하는 전반적인 절차가 아직도 불투명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비핵화 논의는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