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문재인 청와대'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씨가 지난 5년 동안 사들인 옷과 장신구 값을 '사비'로 냈다고 주장했다. 지출 증빙 자료를 남기지 않고,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사실상 누가 '쌈짓돈' 식으로 썼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활동비'로 김씨 옷이나 장신구를 사지 않았다는 주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액면 그대로 믿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또한, 공식 행사에 김정숙씨 의전 비용 지출 내역조차 청와대 정보공개 지침 등을 이유로 지금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대외적 법적 구속력이 없는 '청와대 내부 지침'만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공개하지 않을 때 얻는 이익보다 공개했을 때 기대되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공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청와대'는 "사비로 냈다" "특수활동비 안 썼다" "협찬받은 옷은 기증·반납했다"는 식의 '말'만 하고 있다. 관련 자료를 국민 앞에 내놓으면 '문재인 청와대'가 그토록 싫어하는 '가짜뉴스'를 근절할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 또는 그의 부인 김정숙씨의 명예가 훼손되는 걸 막을 수 있는데도 이를 실행하지 않는다. 의혹을 해소하고, 논란을 종식할 손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또다른 의혹이 제기될 만한 주장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재인 청와대'의 '김정숙 옷값' 관련 주장은 김씨가 그간 입은 옷과 장신구를 사들인 비용을 문재인 대통령 수입만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란 또다른 의문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앞서 밝힌 것처럼 '문재인 청와대'가 관련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옷이나 장신구의 개별 가격과 총 구매 규모는 '가정' 또는 '추측'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김씨가 지난 5년 동안 공개석상에서 착용한 옷과 장신구를 정리하고, 그 제조사와 가격 등을 추정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할 때 쓴 '계산식'을 인용해 김정숙씨가 지난 5년 동안 사들인 옷과 장신구의 총 구입액을 추산해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 진성준(전 '문재인 청와대' 정부기획비서관,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씨는 박근혜 후보가 지출한 옷값을 '추측'하면서 "검소하지 않다"는 식으로 비난했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당시 기사의 대목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3년간 133벌의 옷을 입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2004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박 후보의 사진을 조사한 결과 3년간 디자이너가 맞춘 133벌의 여성정장을 입었다고 한다”면서 “맞춤복의 최저가 수준인 150만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총 옷값은 1억9950만원이고 상급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고 가정해 300만원씩 계산하면 총 3억9900만원으로 그리 검소한 액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2012년 11월 13일, 《경향신문》
현재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이 정리한 김정숙씨 옷과 장신구 내역(26일 기준)에 따르면 김씨는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코트 24벌, 롱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수트 27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 최소 178벌을 입었다. 이밖에 한복 노리개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최소 207개였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의 '계산식'을 김정숙씨 옷값에 적용해 보자.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코트나 정장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블라우스와 셔츠를 제외한 의류 164벌의 가격을 '문재인 측 산식(단가 150만원~300만원)'으로 추산하면 총 2억4600만원~4억9200만원이란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가방, 장신구 가격은 포함하지 않았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이 가방이나 장신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김정숙 옷값'은 '추측'에 불과하다. 비합리적인 추산이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온라인 상에서 김씨가 과거에 착용했던 표범 브로치에 대해서도 "2억원에 달하는 까르티에 제품" "2만원에 불과한 모조품"이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옷이나 가방, 장신구의 가격을 일률적으로 "150만원" "300만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도 사진만 봐서는 진품 여부를 판가름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같은 '추산'을 진행한 까닭은 바로 이런 주장을 '문재인 대변인'이 과거에 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자업자득' '인과응보'인 셈이다.
'만일 '문재인 청와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한 이런 '추측'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김정숙씨는 개인 돈을 쓰고서도 비난을 받는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청와대'는 이 사태를 계속 방관할 작정인가.
정말 '김정숙 옷값' 의혹이 '무분별한 주장' '가짜뉴스'라고 생각한다면, '문재인 청와대'는 이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왜 대통령 부인이 무고한데도 'K-이멜다(사치로 유명한 이멜다 마르코스의 한국판이란 식의 온라인 상 조롱)'란 오명을 들어야 하나. 왜 '국고 손실'이란 누명을 써야 하나. '문재인 청와대' 주장에 따르면 정당한 소비 행위를 한, 세금으로 '사적 이익'을 취한 일이 일체 없는, '청렴'하고 '검소'한 김씨가 왜 고발 당해야 하나. '문재인 청와대'는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상황을 방치하나.
'국민의 알 권리' '국가 안정' '김정숙씨 명예 회복' 등을 위해 '문재인 청와대'는 당장 김씨를 설득해 그가 지난 5년 동안 옷과 가방, 장신구 등 일체 물품을 사들이는 데 지출한 내역을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