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시에 위치한 다스 공장 전경. 사진=조선DB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4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12일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우 다스 전 사장과 권승호 다스 전 전무의 진술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다스 실소유 및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다스 비자금 횡령의 두 가지 방식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김성우와 권승호가 개인적으로 다스 비자금을 착복하고도 피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란 취지로 신문했다”며 “그러나 원심(原審)에서 유죄가 선고된 231억 원의 경우 계좌추적을 통해 김재정, 이영배(고 김재정씨 부하 직원)에게 전달되었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그 자금이 다시 김성우와 권승호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따라서 김성우 등의 축재여부는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횡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따라서 변호인의 주장은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재판기록에 의하면 다스의 비자금 횡령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나는 허위세금계산서 등을 통해 매년 20~40억 원 정도 조성된 비자금으로 이 돈은 김재정씨에게 전달됐다. 다른 하나는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매년 10~20억 원 정도 조성된 비자금으로 이 돈은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사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주장은 이중 김재정씨에게 전달된 비자금은 김성우, 권승호 두 사람에게 다시 전달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의 축재 여부는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횡령 혐의와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권승호는 40~50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진술을 했고, 김성우는 형사 기록상으로 볼 때 거의 1000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특히 경주 ○○○○ 빌딩이나 제주 등 수많은 필지의 땅들이 김성우, 권승호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상사와 부하직원이 모든 재산을 취득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재산을 공동명의로 취득하는 이런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런 경우는 대개 횡령행위로 인한 이득을 공동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을 때 벌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익조정 후 남는 돈' 둘러싼 김성우·권승호의 상반된 진술
김성우·권승호 두 사람은 지난 12일 공판에서 “1990년대 초 결산보고 때 이 전 대통령이 ‘이익이 너무 많이 나면 현대자동차가 다스 납품원가를 낮추려고 할 수 있으니 분식을 통해 이익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김성우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이익조정 결과 남는 돈은 김재정씨(다스 대주주, MB처남)와 상의하라고 진술한 반면, 같은 자리에 있었던 권 전 전무는 ”돈을 어떻게 하라는 말은 없었다“는 상반된 진술을 했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검찰 조사 시 “매년 연초 이 전 대통령에게 결산보고를 할 때, 김재정씨에게 건넨 비자금 액수를 ‘조정금액’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보고했는데, 이 전 대통령이 김재정씨로부터 따로 보고를 받으면서 '크로스 체크를 하는구나'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초 이들 김성우·권승호 두 사람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1994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허위세금계산서 매입 등의 방식으로 다스 자금 339억 원을 횡령했고 ▲매년 초 두 사람으로부터 전년도 경영 성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조정금액’이라는 명목으로 비자금 액수를 보고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우·권승호와 檢 사이에 '플리바게닝' 있었나?
김성우와 권승호가 검찰 조사를 처음 받으러 갈 때 제출한 자수서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동일한 내용이 적혀 있는 두 사람의 자수서에는 “있는 그대로 진술을 하고자 하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두 사람은 자수서를 제출할 때까지 검찰과 접촉한 적은 없으며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작성한 자수서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변호인은 김성우와 권승호가 검찰과 사전 접촉해 본인들의 죄를 선처 받는 대가로 피고인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자수서를 내세웠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의 주장대로 플리바게닝의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공개된 문서에 이를 버젓이 기재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이란,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김성우·권승호는 SNS에 다스 경리 여직원의 120억원 횡령에 대해 자신들이 관여되어있다는 보도를 보고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해서 변호사하고 상담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그런 상담을 받고 자수서를 제출하라고 할 변호사는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자수서의 내용을 언급하며 “'사실대로 얘기할 테니 선처해주시기바랍니다'라는 것은, 죄를 자백할테니 선처해 달라는 얘기”라며 플리바게닝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폐문부재(閉門不在: 문이 닫히고 사람이 없음) 송달불능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4월 24일 예정된 다음 공판에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