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북한에 납치되어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미국 연방법원에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소장(訴狀) 송달(送達)을 요청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월 22일 보도했다. 

지난 9월 28일 김동식 목사의 부인 김영화 씨와 아들 김춘국 씨, 딸 다니 버틀러 씨는 김동식 목사가 2001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되어 고문을 받고 살해당했다며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목사의 유가족들은 이와 함께 법원에 ‘외국 우편물 요청서’(Affidavit Requesting Foreign Mailing)‘를 제출, 북한 정권에 자신들이 제기한 소장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서에서 김 목사의 유가족들은 김 목사가 북한 정권에 의해 살해된 이후 자신들이 입은 신체적‧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징벌적 배상을 피고 북한에 요구하는 소장을 리선권 북한 외무상에게 송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들은 이 요청서에서 소장과 소환장, 소송통지서는 물론 미국의 ‘외국주권면책특권법’ (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 조항서 등 모든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등기 우편으로 북한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주권면책특권법’은 고문‧납치‧상해‧치사(致死) 등의 범죄를 저지른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이다. 김 목사 유가족들이 제기한 소송도 이 법에 근거한 것이다.  

김동식 목사의 유가족들은 또 북한으로의 우편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외교적인 송달 방식으로 소장이 북한에 송달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김 목사 유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소장을 접수하거나 소송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2년부터 2년간 북한에 억류되었던 케네스 배 목사도 지난 8월 22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2억5000만 달러(약 2974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북한 정권으로 소장을 송달했지만 반송되었다. 탈북 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공시송달(公示送達)의 방법으로 소장 송달을 대신했다.

북한이 소장 접수를 거부하더라도 재판은 궐석재판으로 진행된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2017년 6월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2018년 10월 북한을 상대로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기했던 손해배상소송도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웜비어의 부모는 2018년 5월 미화 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후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 등에 대한 압류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한편 김동식 목사의 아들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석 씨는 2009년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2015년 북한에 3억3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