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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추적] 박근혜·이재용 재판, 반전(反轉)의 계기 잡았다②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의 자술서 10건...박근혜 이재용의 뇌물수수 혐의 뒤집을 결정적 자료!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gs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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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수 자술서1>
 
2013년 6월초 대통령기 승마대회를 왜 지방에서 개최하는지 사유를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마사(馬舍)가 부족해 (경상북도) 상주와 (전라북도) 장수, (전라남도) 광주에서만 개최할 수 있다는 보고를 한 바 있음.
 
 첫 자술서부터 뭔가 잘못된 부분을 알 수 있다. 최순실이 자신의 딸 정유라가 승마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김혁이라는 선수에게 밀려 2등을 한 데 앙심을 품은 대회는 2013년 4월 9일 경북 상주에서 열린 KRA컵 승마대회였다. 정유라는 이 대회 마장마술 분야에 출전해 2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진 전 과장이 언급한 대회는 그로부터 석달 뒤인 2013년 6월초 상주에서 열린 대통령기 대회다. 대통령기 대회는 정유라의 종목인 마장마술이 아닌 장애물경기였다. 즉 정유라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 전 과장은 정유라가 2등을 해 최순실 일가가 앙심을 품었다는 대회와는 전혀 무관한 대회를 조사한 것이다.
 
<진재수 자술서2>
 
또한 대통령기 대회를 잘 챙기라는 지시가 있어 6월 15일 대통령기 승마대회에 제가 직접 참관하기 위해 갈 계획을 세워 시간, 장소를 알아보니 과천에서 오전 7시에 개최한다고 해 알아보니 마장마술대회는 고급종목이라 선수가 몇 명 안 되고 수도권에만 있다는 얘길 들었고 승마장에 가 보니 자문위원인 박원오씨가 있어 두어 시간 승마활성화 계획과 승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음.
 
 이 부분이 주목받는 것은 진 전 과장이 박원오 아시아 승마연맹 기술지원위원장을 처음 만난 시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한지는 뒤에 나오는 자술서를 살펴보면서 설명한다. 여기서 박원오 아시아 승마연맹 기술위원장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박원오 아시아 승마연맹 기술위원장은 1995년부터 2008년 8월 8일까지 대한승마협회 전무로 있으면서 공금을 횡령한 인물이다. 그는 서울서부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법정구속됐으며 이로 인해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됐다. 박씨는 2심에서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금횡령으로 대한승마협회에서 쫓겨나고 아내와 이혼까지 한 박씨는 경기도 소사에 있는 온누리 개척교회를 찾아갔다. 박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그 교회 목사는 박씨에게 교회에서 숙식을 하도록 했는데 마침 자신의 후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절친한 후배여서 자문위원 자리를 얻게 됐다. 이렇게 재기를 모색하던 박씨에게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진재수 자술서3>
 
2013년 6월 15일 만난 박원오는 청와대 비서관 같은 분들하고 잘 알고 있음을 암시하고 마사회장 교체계획 등도 얘길 해 주면서 소년체전에 승마종목 신설시 마사회 지원방안 등도 얘길 해 주어 매우 고무되었음.
 
 그렇다면 박원오는 어떻게 최순실 일가와 알게 된 것일까? 박원오의 2017년 1월 8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 1904호에서 진술은 다음과 같다.
 
 (특별검사) 진술인은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 “2005년 서울 뚝섬에 있는 서울승마훈련원 원장으로 근무할 때 최순실, 정윤회, 정유연(정유라)이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2013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있는 ‘금안회’라는 승마장에서 우연히 최순실 부부를 조우한 이후 최순실의 부탁으로 정유연이 참가하는 각종 대회에 참석을 하여 경기에 관한 조언을 하면서 최순실 부부와 친분을 쌓기 시작하였다”고 진술했는데 맞나요?
 (박원오) 예, 맞습니다.
 (특별검사) 진술인은 최순실이 소위 비선실세로서 대통령과 매우 친분이 두텁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나요.
 (박원오) 2013년 4월 상주 승마대회 때 참가선수 중 김혁이라는 선수에게 마방을 부정하게 배정해 주고 특정 심판이 지나치게 과도한 점수를 주어 최순실의 딸 정유연이 우승을 하지 못하였다며 상주 경찰서에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상주경찰서 조사결과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최순실이 문체부를 통해 승마협회 비리를 감사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문체부 감사관인 진재수 과장에게 승마협회 비리와 체육계 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는데 주변에 들어보니 문체부에서 저도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이가 없어 진재수 과장한테 왜 뒷조사를 하는 거냐고 따졌더니 ‘BH(청와대)에 보고를 해야 해서 모두 다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순실에게 문체부에서 제 뒷조사를 한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최순실이 “참 나쁜 사람이군요”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8월 20일 경 후두암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진재수 과장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와 꼭 만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후두암 수술 직후라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만나지를 못했는데 나중에 언론보도를 통해 대통령이 진재수 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서 한직(閑職)으로 쫓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최순실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하시면서 진재수 과장을 인사조치시킨 것으로 보고 최순실이 대통령과 매우 가깝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박원오의 진술은 과연 사실일까? 이어서 진재수 전 과장의 자술서를 살펴본다.
 
 박원오가 최순실·정윤회 부부를 만난 것은 2013년 출소한 이후다. 장소는 박원오가 특검에서 진술한 대로 ‘금안회’가 맞다. 이때 박원오는 승마협회 박재홍 감독, 홍성탁 감사와 함께 동행했는데 홍 감사가 최씨 부부를 가리키며 “저들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라고 했다고 한다.
즉 박원오는 특검에서 진술한 것처럼 2005년 최순실·정윤회 부부를 만났지만 깊은 관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박원오가 최순실에게 접근한 것은 2013년 ‘금안회’에서 이들을 본 뒤 홍성탁 감사로부터 ‘정권 실세’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다.
 
<진재수 자술서4>                   
 
6월 29일 정도에 대통령기 승마대회 장애물경기가 상주에서 개최되어 현장에 가 보니 박원오씨가 안내해 주고 설명해 주어 아주 순조로운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29일 저녁 심판 한 분이 상주경찰서에서 이유도 없이 심판들을 불러 신문하고 괴롭힌다는 얘길 해 주었다. 조심스럽게 정윤회씨 딸이 대회 참가했는데 2등을 해서 조사를 받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 대한승마협회 신임회장이 한화생명 신모 회장이 된 경위, 임원이 구성되게 된 경위도 얘길 듣고 승마협회에 갈등이 있음을 느꼈다.
 
 2013년 6월 29일에 진 전 과장은 비로소 석달 전 상주에서 있었던 정유라 2등 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재수 자술서5>
 
7월초 국장(노태강)으로부터 청와대에서 박원오란 사람을 만나 승마협회 비리 내용을 들어보고 진상을 조사해 조치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전달받았다. 전화번호와 8가지 간단간단한 비리 내역을 전해받은 것으로 기억되고 당시 이미 박원오란 사람을 안다는 얘길 국장한테 얘길 했다. 출장 중 있었던 얘기도 참고로 얘길 했다.
 
 노태강 당시 국장(현 문체부 차관)이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은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문수석이 최순실의 항의를 받고 류진용 당시 문체부장관에게 진상 파악을 지시했으며 류 전 장관이 이 같은 지시를 노 전 국장에게 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 최순실은 박원오와 접촉하면 자신의 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측했던 모양이지만 이미 진 전 과장은 박원오와 안면을 튼 뒤였던 것이다.
 
<진재수 자술서6>
 
당시 이미 지인으로부터 박원오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전과사실, 공금횡령 등 자료도 확보한 상태에서 박원오 얘길 들기 위해 문체부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내용이 부실하고 편협적인 얘길 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해 줄 것을 요구했다. 2일 정도 기다려도 소식이 없고 청와대 행정관이 독촉을 해 승마협회 전무한테 물어보고 몇 개 단체에 우회적으로 확인을 해 보니 사실과 다른 얘길 했다. 당시 행정관은 강정원 과장으로 현재 문체부 관광정책과장이다.
 
 이때부터 진 전 과장과 박원오 사이에는 ‘금’이 간다. 진 전 과장은 박원오를 공금횡령 등을 한 인물로, 그에게서 승마협회 비리관련 첩보를 캐낼 목적이었으며 박원오는 진 전 과장과 친해 보려고 하다가 진 전 과장이 자신의 과거 비리를 알자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진재수 자술서7>
 
박원오는 병원에 입원했다 하고 잘 협조도 안돼 직접 유선상으로 조사한 내용과 향후 조치계획 등을 정리했다. 행정관에게서 박원오의 신상을 얘기해 주니 얘기한 걸 정리해서 주면 교육문화수석(모철민)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해 (박원오가 대한승마협회 전무로 재직했을 때 횡령했던) 공금회수 공문서와 판결문 사본까지 첨부해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해 주었다. 물론 노태강 국장과 유진룡 장관께 보고하니 전해 주도록 했다.
 
 진 전 과장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2등을 한 이유를 조사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로 ‘박원오를 중심으로 한 승마협회 내부 비리’ 조사를 한 것이 그의 운명을 갈랐다. 진 전 과장이 자신을 감사한 것을 안 박원오는 최순실에게 이런 사실을 일러바쳤고 최순실은 이것을 박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진재수 자술서8>
 
다음 날 점심 시작 무렵 박원오가 전화를 해서 매우 서운하다. 그런 보고를 할 수 있느냐면서 나에겐 협박같이 느껴지는 전화를 했다. 그 이후 체육단체 개선계획 등 다른 지시사항이 있어 승마협회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규약 개정과 개혁조치계획 스포츠비전계획 등을 수립 중에 있었다.
 
 자술서만으로 판단해 보면 진 전 과장은 대한승마협회의 공금횡령 비리 등을 조사했을 뿐 정유라가 상주대회에서 왜 신인에게 밀려 2위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심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들었을지언정 내막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이런 추론은 앞서 말한 박원오 특검 신문조서에서 입증된다.
 
 (특별검사) “노태강, 진재수의 진술에 의하면, 모철민 수석을 통해 대통령 지시로 대한승마협회 관련 비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진술인을 진재수 과장이 직접 만나라고 했고 진재수 과장이 진술인을 만났는데 진술인이 승마협회 관련 비위 의혹이 있는 협회장의 명단을 전달하여 진술인의 전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승마협회 공금을 횡령하고 재판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여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확인하여 대한승마협회와 진술인이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를 했는데 다음 날 진술인이 바로 보고 내용을 알고 진재수 과장에게 항의하는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맞는가요?”
 (박원오) “아닙니다. 저는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진재수 과장이 제 뒷조사를 했다고 해서 전화를 한 것뿐입니다.”
 
<진재수 자술서9>
 
2주 뒤 민정(※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의원을 말함)에서 조사를 한다는 얘길 듣기도 하고 뭔가 어수선하면서 박원오 조치에 대해 좀 불안하던 차 인사과장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서 조만간 인사조치가 있음을 암시했고 8월말 세미나에 참석 중 조현재 차관으로부터 당분간 쉬고 있으면 새로운 자리를 줄 테니 그리 알라는 얘길 들었다. 무슨 잘못이 있거나 책임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얘기도 해 줬다. 그 뒤 9월 1일 대기발령을 받았고 10월 1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진재수 자술서10>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2년8개월여 근무하다 2016년 7월 29일자로 명예퇴직을 하였다.   (계속)
 
 
글=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입력 :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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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 ‘세상읽기’

gsmoon@chosun.com 1988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편집부-스포츠부-사회부-정치부를 거쳐 논설위원-기획취재부장-스포츠부장-선임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월간조선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회부기자 당시 중국민항기 김해공항 추락-삼풍백화점 참사-씨랜드 화재-대구지하철화재 등 대형사건의 현장을 누볐다. 이라크전쟁-아프가니스탄전쟁을 취재했으며 동일본 대지진때 한국기자로선 처음 현장에서 들어가기도 했다. '문갑식의 하드보일드' '문갑식의 세상읽기' '문갑식이 간다'같은 고정코너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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