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이석연 전 법제처장 "토지거래허가제가 합헌이므로 주택거래허가제도 합헌? 토지와 주택은 다르다"

헌재 판례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쌓이고 있는 중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위헌 논란’ 행렬에 동참했다. 경기도는 도내 일부 지역에서 실거주 목적의 주택 취득만 허용하는 거래허가제 시행을 검토 중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경기도가 하겠다는 토지거래허가제, 주택거래허가제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왜 국가권력, 행정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큰소리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즉각 반박했다.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토지거래 허가제의 합헌성은 헌법재판소가 1989년 합헌 결정에 이어 7년 후 재확인했다. 사유재산 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제한하는 형태고, 투기적 토지거래 억제를 위한 처분 제한은 부득이한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헌법상 경제조항, 제한수단의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대한 위배도 아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거래 허가제가 처음 법에 명시된 것은 주 원내대표께서 ‘뛰어난 지도자’라고 언급한 박정희 대통령의 제3공화국 당시인 1978년”이라면서 “당시 국토관리법 입법 이유에 ‘토지 소유 편중 및 무절제한 사용 시정’ ‘투기로 인한 비합리적 지가 형성 방지’ ‘토지거래 공적 규제 강화와 기준지가 제도 합리적 개선’이라고 명확하게 적시돼 있다”고 했다.
 
이 지사의 주장은 맞을까.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 250여차례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내 수십가지의 법령 변화를 이끈 ‘위헌 심판’ 전문가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헌재 연구관을 역임했다. 경실련 출신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법제처장을 지내며 MB정부의 위헌성 법령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잘못된 용어 사용이다. 의도성이 없는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경기도에서 시행하려는 정책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아닌 ‘주택거래허가제’다. 그의 말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1987년 헌재에서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엔 위에 주택이 들어서있지 않은 토지를 전제로 한 개념이었다. 토지라는 건 공급이 한정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고 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면적이 좁다. 이런 상황에선 토지거래허가제에 헌법적 타당성이 있다. 토지 공개념도 거기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 토지거래허가제가 합헌이므로 주택거래허가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헌법상 토지 공개념을 확장해 주택거래허가제도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토지와 주택은 다르다. 주택에는 토지와 건물이 모두 부착되어 있다. 토지는 공급이 정해져 있지만, 주택은 용적률을 상향하는 식으로 공급을 조절할 수 있지 않나? 현 정부도 얼마 전에 용적률 조정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세계적으로도 이런 논쟁이 있을 때 토지와 주택은 분리해서 봤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해서 주택거래허가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가 예로 든 판례가 나온 이후, 헌재는 부동산과 관련한 국민의 재산권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줄줄히 위헌으로 판단했다.
 
1994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대표적인 예다. 미실현이익에 대해 과세해 조세부담을 국민에게 안기는 것은 사유재산의 보장 취지에 위반된다고 봤다.
1998년엔 그린벨트 내의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도시계획법 21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법 때문에 재산상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보상규정을 따로 두지 않은 것은 재산권침해라는 이유였다.
1999년에 위헌으로 결정난 ‘택지소유상한제’도 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2백평 이상 택지를 소유한 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한 법이었는데, 위헌 판정을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헌재는 국가가 국민의 사유재산에 과도히 개입하거나 탐하는 것을 막는 쪽으로 판결을 내려왔다. 이재명 지사는 헌재 판례의 큰 흐름이 아닌 그 중 어느 한 단편을 집어내 예로 든 듯 하다.

입력 : 2020.08.06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하주희 ‘블루칩’

everhope@chosun.com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