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어기지 않아야 선진국
“2층 참사, 3층 무사 비상구가 갈랐다”(조선일보).
“1시간 살아 있었는데 유리 외벽을 못 깼다”(중앙일보).
“이 비상구만 보였더라면...”(동아일보).
“1시간 살아 있었는데 유리 외벽을 못 깼다”(중앙일보).
“이 비상구만 보였더라면...”(동아일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이 지난 23일 1면 톱기사로 일갈(一喝)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참상에 대한 보도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과거에도 많았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언론의 보도가 잠잠해지면 ‘언제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거기에는 정부·지자체·건물주·건설회사... 심지어 국민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어 보인다. 항상 ‘나와는 관계없는 남의 일이다’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아파트의 베란다
<꿈(夢)의 도시 유메노/ 저마다 무지갯빛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혀 꿈꾸지 않은 예측 불허의 미래가 달려온다.>
오쿠다 히데오(奧田英郞)의 소설 <꿈의 도시>에 나온 글이다. 필자는 이러한 글을 접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쓸데없는 망상일 수도 있지만... 업무차 일본의 고베(神戶)로 향했다.
필자를 태운 비행기는 좌우로 몸집을 흔들면서 해협을 건너 항공모함처럼 바다에 떠 있는 간사이(關西) 공항에 내려앉았다. 입국 수속을 마친 후 공항에서 고베 행 페리를 탔다. 배에 오르자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눈에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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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동의 착용법의 매뉴얼. |
페리의 이름이 일본어로 ‘가제(風: 바람)’. 실제로 바람이 거칠었다. 여기저기서 뱃멀미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만(灣)을 가로 질러 질주한 덕택으로 30분 만에 고베 항에 다 달았다. 셔틀버스로 이동해서 다시 모노레일과 지하철을 번갈아가며 고베 역에 내렸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키가 큰 아파트들을 쳐다봤다. 일본의 아파트 베란다들은 한결 같이 열려 있었다. 화재나 지진 발생 시 대피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불이나 옷가지 등을 말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물품도, 장식물도 없었다. 이웃집은 널빤지 하나로 경계선 표시일 뿐, 콘크리트 벽이나 철판으로 된 국경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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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이 금지된 일본의 아파트 베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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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이 금지된 일본의 아파트 베란다(2) |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준공 검사만 마치면 바로 ‘베란다 확장 인테리어’에 돌입한다. 비용도 많이 든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응접실(마루)과 방이 덤으로 들어오니 환상적일 수밖에. 그러나, 이것은 합법적이라 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일본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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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차가 없는 고베의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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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주쿠의 골목길. |
일본은 골목길에는 주정차를 못한다. 사람이나 차량이 다니기도 불편하지만, 화재나 지진 발생 시 좁은 도로에 차량들이 버티고 서 있으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목동의 주상 복합도 31층이다. 이번의 사태를 접하고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20년 동안 소방훈련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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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방재 센터의 건물 안전 진단 시뮬레이션. |
‘천정에 붙어 있는 스프링클러는 거의 장식품. 주방에 놓여있는 소방 기구는 맵시만 뽐낼 뿐...’
아무리 생각해도 어떠한 기능도 역할도 못할 것 같다. 고민 끝에 관리인에게 물어봤다.
“아저씨! 저희 아파트의 소방 훈련은 언제 하나요?”
“네. 일 년에 한 번씩 합니다.”
“그럼 훈련 참가자들은요?”
“간부들만 합니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지면에서 멀어진다.>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 소설 <랜드마크>에 나와 있는 짤막한 문장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벨탑(Tower of Babel)을 쌓고 있는 듯싶다. 어리석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