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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김병헌의 다시 짚어보는 우리 역사(46)

우경(牛耕)의 시작을 장려와 보급으로 서술한 교과서

한국사 교과서, 이대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김병헌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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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권4 지증마립간(智證麻立干)
삼국시대 경제에서는 소를 이용해 밭을 갈기 시작했다는 ‘우경(牛耕)’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우경 장려’로 서술한 반면 일부 ‘우경 보급’이라 한 곳도 있다.
 
교학사
우경 장려(31)
금성출판사
우경 장려(50)
리베르스쿨
우경 장려(36)
미래엔
우경 장려(38)
비상교육
우경 장려(33)
지학사
가축을 이용한 우경을 장려하였다.(37)
동아출판
우경 보급(31)
천재교육
우경 보급(31) 우경 장려(34)
 
우경(牛耕)이 소를 이용한 밭갈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가축을 이용한 우경’이라 한 지학사의 서술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천재교육은 앞에서는 우경 보급, 뒤에서는 우경 장려라 하여 서술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였다.
 
대부분 ‘장려(獎勵)’라 한 우경은 삼국사기 지증왕(智證王:재위 500~514) 3월 조의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
 
3월, 주주(州主)와 군주(郡主)에게 각각 명하여 농사를 권장케 하였고, 처음으로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갈았다. <三月, 分命州郡主勸農, 始用牛耕.> - 삼국사기 -
 
이 글에서는 ‘처음으로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갈았다.’고 하였는데 왜 장려라 하였을까? 장려란 표현에는 우경이 그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근거는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편(紀異篇) 노례왕(弩禮王:유리왕, 재위 24~57) 조의 ‘製犁耜(제리사)’에서 출발한다. 이 기록의 이사(犁耜)는 쟁기나 보습과 같은 농기구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 기록의 이사(犁耜)를 우경구(牛耕具) 즉 우경의 도구로 인식하면서 이때 벌써 소를 이용한 밭갈이를 시작했다고 본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소를 이용하여 이 도구를 사용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 ‘시용우경(始用牛耕)’ 기록이 등장하는 지증왕보다 무려 500년 정도 앞선 시기에 이미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갈았다면 지증왕 대에 와서는 많은 발전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경에 대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알 수 있는 표현이 나와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삼국사기』에는 ‘시(始)’를 사용하여 ‘시작되었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경 장려’라고 서술한 교학사 교과서에는 우경을 따로 설명하고 있다.
 
<우경> 소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일이다. 우경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중국 전국 시대의 문헌에 나타나 있다. 철제 농기구와 함께 우경이 도입되면서 농업 생산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한반도 지역에서는 신라를 중심으로 500년경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학사, 31-
 
마지막에 ‘한반도 지역에서는 신라를 중심으로 500년경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였으니 바로 지증왕(智證王) 대에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삼국사기』 기록대로 지증왕 3년(502)에 처음으로 우경이 도입되었다는 뜻이다. 도입과 시작이 같은 의미라는 점에서 동일한 기록을 두고 ‘장려’라 한 본문 서술과 서로 다르다.
 
또, ‘널리 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미치게 하여 누리게 함.’이라는 뜻의 보급(普及)도 적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인 우경을 두고 ‘골고루 미치게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냥 『삼국사기』 기록대로 신라 지증왕 대에 와서 ‘소를 이용한 밭갈이를 시작했다.’ 또는 ‘우경 시작’이라고 서술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입력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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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다시 짚어보는 우리 역사

국사교과서연구소장 전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학사/석사/박사수료 동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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