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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김병헌의 다시 짚어보는 우리 역사(44)

원전은 하나인데 교과서 마다 제각각으로 써 놓은 고구려의 혼인 풍속

한국사 교과서, 이대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김병헌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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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본기
 
정확한 사료 번역은 올바른 역사 서술의 기본(3) - 고구려(高句麗)

부여의 영고(迎鼓)와 같이 고구려에도 동맹(東盟)이라는 제천 행사가 있었다. 부여가 은(殷) 정월에 열었다면 고구려는 10월에 열었다는 차이가 있다. 동맹에 관한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월에 하늘에 제사 지내고 도성(都城) 안 사람들이 크게 모이니 동맹이라 한다.(以十月祭天, 國中大會, 名曰東盟) -중략- 도성 동쪽에 큰 굴이 있어 수혈(隧穴)이라 하는데, 10월이면 도성 안 사람들이 크게 모여서 수신(隧神)을 맞이하여 도성 동쪽의 물가로 돌아와서 제사를 지내는데, 나무 수신을 신좌에 안치한다.<以十月祭天, 國中大會, 名曰東盟. -중략- 其國東有大穴, 名隧穴. 十月國中大㑹, 迎隧神, 還於國東上祭之, 置木隧于神坐.> -삼국지 위서 동이전-

국중(國中)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왕성의 안[王城之內]’, 또는 ‘왕성 안에 있는 사람들’로 풀이할 수 있으며, 『한원(翰苑)』에서 인용한 「위략(魏略)」에는 ‘國東上’이 ‘國東水上’으로 되어 있어 ‘도성 동쪽의 물 가’로 번역했다. ‘上’은 ‘위’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나 ‘올라가다’, ‘임금’이란 뜻과 함께 ‘가[邊:가 변]’, 또는 ‘근처’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水上’은 ‘물가’로 해석된다.
 
고구려의 동맹과 관련한 교과서의 서술은 대부분 비슷하여 별 무리가 없으나 리베르스쿨과 천재교육 교과서의 서술은 다소 문제가 있다.
 
리베르스쿨
10월에는 추수 감사제인 동맹이라는 제천 행사를 치렀는데, 왕과 신하들은 국동대혈에 모여 함께 제사를 지냈다.(26)
천재교육
[사진] 국동대혈(중국 지린 성 지안) 국내성 동쪽에 있는 동굴로, 고구려 사람들이 이곳에서 신을 맞이하고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21)

두 교과서 모두 국동대혈(國東大穴) 즉, 도성 동쪽의 큰 굴에 모여 제사 지내는 것처럼 서술하였으나, 큰 굴에서는 수신(隧神)을 맞이하는 행사만 하며 제사를 지내는 곳은 굴이 아닌 수상(水上) 즉 물가로 되어 있다. 원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서술이다. 
 
다음은 혼인 풍속이다. 고구려의 혼인 풍습에는 결혼이 결정되면 여자의 집에서 안채 뒤에 작은 집을 짓고 사위가 그곳으로 들어가 함께 사는 서옥(壻屋)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원전 번역문과 함께 교과서 서술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 나라의 풍속에 혼인을 맺을 때 혼삿말이 정해지면 여가(女家)에서 대옥(大屋) 뒤에 소옥(小屋)을 짓고 서옥(壻屋)이라 한다. 사위가 저녁에 여가(女家) 문밖에 이르러 스스로 이름을 대고 꿇어앉아 절을 하고 여자에게 가서 잠자게 해달라고 애걸한다. 이렇게 두 세 번 하면 여자의 부모가 이에 소옥에 가서 자도록 허락하면 곁에 전백(錢帛)을 둔다. 아이를 낳아 장대해지면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其俗作婚姻, 言語已定, 女家作小屋於大屋後, 名壻屋. 壻暮至女家戶外, 自名跪拜, 乞得就女宿, 如是者再三, 女父母乃聽, 使就小屋中宿, 傍頓錢帛. 至生子已長大, 乃將婦歸家.> - 『삼국지』 「위서, 동이전」-
 
비상교육
[서옥제] 혼인을 한 뒤 신랑이 신부 집 뒤에 조그만 집을 짓고 살다가 자식이 장성하면 신랑 집으로 돌아가는 혼인 풍속이다.(25)
그 풍속은 혼인할 때 구두로 미리 정하고, 여자의 집 몸채 뒤편에 작은 별채를 짓는데, 그 집을 서옥이라 부른다. …… 아들을 낳아서 장성하면 남편은 아내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24. 사료)
지학사
고구려의 풍속은 혼인을 할 때 양쪽 집의 의논이 이미 정해지면 신부의 집에서 자기 집 뒤에 조그만 집 하나를 짓는데 이것을 서옥이라고 한다. 사위 될 사람이 저녁에 신부의 집에 와서 문밖에서 자기 이름을 대고 꿇어 앉아 신부와 함께 자겠다고 간청한다. 간청하기를 두세 번 하고 나면 신부의 부모가 비로소 승낙하고 집 뒤 조그만 집에 가서 자게 한다. 이때 신랑은 돈과 비단을 내놓는다. 이렇게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아 크게 자라면 데리고 신랑의 집으로 돌아간다.(27, 사료)
천재교육
[서옥제] 혼인한 뒤 남자가 신부 집 뒤에 서옥(사위집)을 짓고 살다가, 자식이 장성한 후에 아내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풍습이다.(20)
혼인할 때는 말로 미리 정하고 신부 집 뒤편에 작은 별채를 짓는데 이를 서옥(사위집)이라 한다. 신랑이 신부 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결혼을 청하면 이를 허락하고 돈과 폐백은 곁에 쌓아둔다. 아들을 낳아 장성하면 아내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23)
금성출판사
부여처럼 형사취수혼이 이루어졌으며, 혼인한 다음 신랑이 일정 기간 신부의 집에서 머무르는 데릴사위제가 행해졌다.(34)
리베르스쿨
혼인 풍속으로는 서옥제형사취수제가 있었다. 서옥제는 남자가 자식을 낳고 자식이 장성할 때까지 처가에 살면서 일해 주는 제도인데, 이는 고대 사회에 노동력이 귀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형사취수제는 형이 죽으면 아우가 형수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제도로 남자 집안의 재산이 여자 쪽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방편이었다.(26)
그 풍속을 보면 혼인할 때 구두로 미리 정하고, 여자의 집 본채 뒤편에 작은 별채를 짓는데, 그 집을 서옥이라 부른다. …… 아들을 낳아서 장성하면 남편은 아내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28, 사료)
고구려 지배층의 혼인 풍습으로는 형사취수제와 함께 일종의 데릴사위제도인 서옥제가 있었다. 평민들은 자유로운 교제를 통해 혼인하였다.(52)

서옥(壻屋) 풍습에 대해 원전을 가장 충실하게 소개한 출판사는 지학사다. 그 외에 오역을 지적하자면, 리베르스쿨과 비상교육의 ‘구두로 미리 정하고’와 천재교육의 ‘말로 미리 정하고’는 ‘혼삿말이 결정되면[言語已定]’으로 해야 자연스럽다. 국편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오역을 검증 없이 그대로 옮긴 경우다. 비상교육의 ‘신랑이 신부 집 뒤에 조그만 집을 짓고’와 천재교육의 ‘남자가 신부 집 뒤에 서옥(사위집)을 짓고 살다가’는 ‘여가(女家)에서 큰 집 뒤에 작은 집을 짓는다.’고 한 원문에 비춰볼 때 잘못된 서술이다. 비상교육은 필자의 이의 제기에 2016년도 판에는 아래와 같이 ‘신랑’만 삭제하고 그대로 실었다. 
 
‘혼인을 한 뒤 신부 집 뒤에 조그만 집을 짓고 살다가 자식이 장성하면 신랑 집으로 돌아가는 혼인 풍속이다.’<비상교육, 25>
 
하지만 ‘혼인을 한 뒤’는 그대로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서술 자체가 비문(非文)이다. ‘혼인을 한 뒤 신부 집 뒤에 조그만 집을 짓고 살다가’의 주체는 신랑인데, ‘자식이 장성하면 신랑 집으로 돌아가는’의 주체는 신부이기 때문이다. 또, 천재교육의 ‘신부 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결혼을 청하면’은 ‘여가(女家) 문 밖에 이르러 스스로 이름을 대고 꿇어앉아 절을 하고 여자에게 가서 잠자게 해달라고 애걸한다.’로 해야 원전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게 된다. 금성출판사는 유일하게 ‘서옥제’가 아닌 ‘데릴사위제’라고 썼다. 과연 서옥제와 데릴사위제가 일대 일로 정확하게 대응하는지 또, 데릴사위제로 배운 학생들이 서옥제라는 용어를 만났을 때 쉽게 데릴사위제를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리베르스쿨 교과서다. 이 교과서는 부여 항목에서는 형사처수 풍습을 소개하지 않은 반면, 초기 고구려 항목(26쪽)에서 형사처수와 서옥 풍습을 모두 소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8종 중 유일하게 고대 국가로 성장한 고구려 항목(52쪽)에서는 고구려 지배층의 혼인 풍습으로 소개했다. 교과서 서술을 토대로 표를 작성하면 아래와 같다.  

 
부여
초기 고구려
고구려
형사처수
형사처수
서옥제
형사처수
서옥제
교학사
 
서옥제
금성출판사
형사취수혼
형사취수혼
데릴사위제
동아출판
 
서옥제
리베르스쿨
형사취수제
서옥제
형사취수제
서옥제
미래엔
형사취수제
서옥제
 
비상교육
내용 설명
 
서옥제
지학사
취수혼
사료소개
천재교육
형사취수제
서옥제

형사처수의 경우 부여에서 초기 고구려, 고구려까지 이어지지만 교과서마다 제각각이다. 표현도 형사취수제, 형사취수혼, 취수혼으로 쓰는가 하면 비상교육과 같이 특별한 용어를 제시하지 않고 형사처수(兄死妻嫂) 풍습에 대한 설명만 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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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고급) 15회 7번
이럴 경우 다음과 같은 한국사능력검시험 문제를 만났을 때 서로 다른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서 (가)는 부여, (나)는 고구려, (다)는 옥저, (라)는 동예이며 정답은 ④번이다. (나)고구려에 해당하는 지문이 바로 형사처수(兄死妻嫂)로 위 교과서 서술대로라면 확신을 가지고 답을 쓸 수험생은 금성출판사와 리베르스쿨 교과서로 공부한 수험생들이다.
 
그 외 부여의 풍습으로 소개한 나머지 교과서로 공부한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부여와 고구려 어디에도 서술이 없는 교학사와 동아출판 교과서로 공부한 수험생들은 가장 큰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공부한 교과서가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교과서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것이며, 교과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행 검정 교과서가 이렇게 중구난방이다.▩

입력 :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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