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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국사편찬위원회', 당장 이름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는?

김병헌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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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선생님이 ‘얘들아, 한국어 시간이다.’라고 하면 그 학생이나 선생님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마찬가지로, ‘얘들아, 한국사 시간이다.’라고 하면 그 학생이나 선생님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그렇다. 국어라고 했을 때는 우리의 말과 글을 지칭하지만, 한국어는 제3국인이 우리 언어를 부를 때의 호칭이다. 마찬가지로, 국사라고 했을 때는 우리의 역사를 지칭하지만, 한국사는 제3국인이 우리 역사를 부를 때의 호칭이다. 당연히 우리의 역사는 국사로 불러야 한다. 국기(國旗), 국악(國樂), 국가(國歌)가 같은 맥락의 용어다.
 
일제 통치 하에서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을 국어라 부르지 못하고 조선어라 한 적이 있다. 일본이 자국의 언어를 국어라 하면서 제3국인 조선의 언어를 조선어라 불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본이 자국의 역사를 국사라 하고 제3국인 조선의 역사를 조선사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역사임에도 국사라 하지 못하고 조선사라 하였다. 그 조선사가 바로 현재 우리가 부르고 있는 한국사다. 우리는 우리 역사의 주체가 아닌 제3국인의 입장에서 우리 역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주인 의식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신편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 한국사란 용어로 가득 차 있다. 문패에는 분명 ‘국사’로 되어 있는데 안에 들어가니 온통 한국사다.
 
또, 국사편찬위원회라고 하였으니 다들 국사를 편찬하는 곳으로 생각하겠지만, 지금껏 국사를 편찬한 적도 없고 편찬할 수도 없다. 국사 편찬은 전근대 시대에나 가능한 것으로 현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모든 통치 자료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 일정 기간 어느 누구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사편찬’이란 이름을 단 기관에서 국정 교과서를 편찬하니 마치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편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벌떼처럼 일어나 역사에 손도 대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교육 정책에 따라 검정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려 한 것밖에 없다. 기껏해야 아이들의 교과서 발행 체제를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치 대통령이 새로운 역사를 쓰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검정이든 국정이든 교과서 집필은 역사 전문가가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사관(史官)을 따로 두고 자신의 의도대로 편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혼란에는 국사편찬위원회라는 이름도 일정부분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사편차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한국사 연구의 심화와 체계적 발전 및 국민의 역사인식 고양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립 목적을 밝히고 있다. 홈페이지 어디에도 국사를 편찬한다는 말이 없다. 이름과 실상이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최고 연구 기관이 이름과 실상이 맞지 않은 채로 있다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의 언어와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당당할 수 있는 자산이자 이유이다. 그 한 축인 언어는 국립국어원이 담당하고 있고, 또 다른 한 축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국사편찬위원회는 그 이름이 실상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사편찬위원회를 국립국어원에 준하는 이름으로 바꾸고 아울러 한국사도 국사로 바꾸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입력 :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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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과서연구소장 전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학사/석사/박사수료 동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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