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이타현 의회 의장 이노우에 신지(井上伸史)씨
봄기운이 가득한 4월 25일 아침 후쿠오카(福岡)행 비행기를 탔다. 착륙 직전 심한 흔들림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공항에 마중 나온 일본 친구 아베 유이치(阿部維一·63)씨와 굳은 악수를 나눴다. 그와의 인연도 어언 30년 세월이나, 이마가 넓어진 것 말고는 변함이 없었다.
“오래만입니다. 건강하시죠?”
“여전하시군요.”
72대 째의 오이타현 의회 의장을 만나러
차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산하(山河)를 뒤로하면서 질주했다.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로 인해 평소보다 30분 더 걸렸으나 지루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많아서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했던가.’
3월 29일 오이타(大分)현 의회 의장이 된 이노우에 신지(井上伸史·70)씨와 아베 유이치(阿部維一)씨의 인연도 각별하다. 이노우에(井上)씨가 오이타(大分)현 ‘가미쓰에무라(上津江村)’의 촌장(村長) 시절 그를 상사로 모신 것이 오늘까지의 인연이다. 직접적인 상사가 아닌 지 오래되었으나 이해관계 없이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벳부만(別府灣)을 지나자 오이타 시(市)가 나왔다. 나지막한 건물들이 여유 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인구 약 50만 명의 도시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다. 도심부에 자리한 오이타 현청(縣廳) 건물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잠시 차를 세우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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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타 현청 건물 |
청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층 의장실로 올라갔다.
“어세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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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수행중 일때의 이노우에 의장 모습 |
이노우에 의장은 업무를 수행하다가 벌떡 일어서서 필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고개를 들자 역대 의장들의 빛바랜 사진들이 길게 걸려있었다. 이노우에 씨가 72대째 의장이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메이지유신(1868) 때부터 시작되었으나 오늘과 같은 완벽한 자치제도는 1947년에 자리잡았다. 우리에 비해 아주 빠르게 정착된 것이다.
30년 세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노우에 씨는 80년 대 후반 촌장(村長) 시절 경주의 도투락 단지 내에 신축되는 청소년회관 용 스기나무(삼나무)와 히노키(편백나무) 통나무를 기증했다. 양국의 청소년들을 위해서다. 기증을 하는데도 세금 지불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단다.
30년 세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노우에 씨는 80년 대 후반 촌장(村長) 시절 경주의 도투락 단지 내에 신축되는 청소년회관 용 스기나무(삼나무)와 히노키(편백나무) 통나무를 기증했다. 양국의 청소년들을 위해서다. 기증을 하는데도 세금 지불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단다.
‘정치인은 유권자 편에서 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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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실에서 활짝웃는 이노우에 의장 |
5선(選)의원인 이노우에 씨가 최근에 의회의 수장(首長)이 됐다. 그것도 42:0 만장일치로.
‘평소에는 인자한 아저씨의 모습인데...’
필자는 그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그 비결에 대해서 질문했다.
“비결은 없습니다. 정치인은 유권자에 의해서 투표로 당선되는 사람입니다. 항상 유권자 편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지요. 저는 그런 생각으로 공약을 발표하고 당선 후에도 약속을 지키왔습니다. 의장도 의원들의 투표에 의해서 뽑히잖아요.”
맞는 말이다. 유권자 없는 정치인은 존재할 수 없다. 신임 의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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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미소를 잃지않는 이노우에 의장 |
“항상 현민(縣民)의 입장에서 각종의 시책에 대해 집행부와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정책 제언을 하면서 현민들의 생활 향상에 주력할 것입니다. 의회의 역할은 지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현(縣)의 발전을 위해서 정책이 잘 실현되도록 독려하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저의 역할이고요.”
그의 말은 수사적(修辭的)인 것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노우에 의장의 말은 사실이다. 필자가 30년 동안 그를 봐 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眞心)입니다. 일시적인 인기에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정치는 가면무도회(假面舞蹈會)가 아니라 ‘현실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노우에 씨가 3선(選) 의원 당선 때 필자에게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 이노우에 의장은 ‘일본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했다. 그래서 ‘도시지역과 지방의 제휴를 통해서 서로 보완하고 매력의 포인트를 높임으로써 보다 활력 있는 오이타현을 만들기 위해서 부심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의 관계를 원활하게 이끌 한국 대통령 원해
이노우에 의장은 ‘업무적으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창원시장이 축전을 보내왔다’고 좋아했다.
“한국의 창원 아시지요? 안상수 시장님이 취임 축전을 보내왔어요. 너무 기뻤습니다.”
자그마한 정성이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정성은 곧 배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본 정치인이 바라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노우에 의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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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자세에 대해서 강조하는 이노우에 의장 |
“일한관계가 날로 꼬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다음 한국의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원활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분이 당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의 바람은 소박했으나 이유가 있었다. 오이타현을 위해서였다.
“오이타의 벳부(別府) 온천이나 유후인(由布院) 등에는 많은 한국 분들이 방문하십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그래서 양국의 관계가 더 좋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많이 찾도록 하는 것도 저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지도자들도 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순간,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의 말실수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뉴스를 보던 이노우에 씨가 혀를 끌끌 찼다.
“동일본대지진이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것이 다행이라니...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군요.”
(여론의 뭇매를 맞던 이마무라 부흥상은 며칠 후 경질됐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언행(言行)을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후보 시절 목이 터져라 외치던 공약(公約)이 당선 후에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