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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영국 소설가의 서재’- 日후쿠오카 덴진 지하상가 공중화장실의 진화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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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달 28일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찾았다. 태풍의 일본 상륙으로 긴장했으나 비행기는 다행히 큰 흔들림 없이 공항에 안착했다. 영상 27도의 후쿠오카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강했으나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시원했다. 비바람에 쫓기어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일본 지인들과의 약속 장소인 덴진(天神)으로 갔다.
 
유럽 풍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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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진지하상가(중앙로)

규슈(九州) 제일의 번화가로 손꼽히는 덴진(天神)은 서울의 명동쯤 되는 곳이다. 남북으로 관통하는 전체길이 약 600미터의 지하상가에는 패션을 중심으로 한 150여개의 상점이 고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덴진 지하상가는 고급 백화점과 지하철·버스터미널까지 연결돼 있는 관계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나, 때마침 주말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더더욱 많았다. 후쿠오카(福岡)뿐만 아니라 규슈(九州) 전 지역에서 몰려들기 때문이다.
 
덴진 지하상가에는 평소와 달리 개장 40주년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상가는 공기가 쾌적해서 지하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공간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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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자동인형시계

덴진 지하상가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말 그대로 1-6번 가(街)는 자동인형 시계와 유럽풍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가 쇼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개장 10주년을 기념하여 설치된 자동인형 시계는 일찍이 ‘남기고 싶은 후쿠오카의 소리 풍경’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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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보티첼리의 삼미신(三美神)
개장 20주년을 기념해서 설치된 유럽풍 스테인드글라스는 후쿠오카 시(市)의 꽃인 ‘부용’과 ‘애기동백’을 모티브로 했다.

남유럽 풍(風) 거리 이미지인 7-12번 가(街)는 지상으로부터 스며든 자연 빛이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탈리아 보티첼리(Botticelli, 1445-1510)의 삼미신(三美神)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한다. 바닥의 돌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연마해서 예술적 미(美)를 가미시킨다.
 
책으로 포장된 일본 화장실 엿보기
 
필자는 일본 지인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인접 화장실을 갔다. 순간, 화장실 입구에서 발을 멈추었다. 화장실 입구에 책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화장실 입구에서의 촬영을 아무도 제지하지는 않았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이 일본사람들의 특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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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입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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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입구의 서적들-

동2번가에 위치한 이 화장실의 주제는 <영국 소설가의 서재>였다. 주제와 걸맞게 책들은 복사본이 아닌 영어 원서였다. 화장실에서 나온 젊은 여성 니시무라(西村)씨는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으나 최근에 새로 정비된 것으로 안다”면서 “입구는 물론 내부도 책으로 장식돼 있어서 서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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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내부의 서적들-
그녀의 말대로 세면기가 설치된 내부의 선반에도 책이 놓여 있었다. 물론, 장식용이었으나 중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와타나베 아키라(渡邊章)씨는 “최근 하카다(博多)역 주변에 대형 상가건물이 생긴 이유로 덴진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개장 4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인테리어 개수(改修)작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일본인 오쓰보 시게다카(大坪重隆)씨는 “도쿄의 대학에 서적을 진열한 화장실은 있었으나 공중화장실을 서적으로 장식한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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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 촬영한 화장실의 서적들-
필자의 궁금증은 더해갔다.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가의 종합 안내소로 갔다. 안내소에는 한글·일본어·영어·중국어의 안내 지도가 꽂혀 있었고, 무료 와이파이(wi-fi)에 대한 설명문도 명시돼 있었다. 여성 안내원은 친절하게 관리실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후쿠오카지하개발(주) 홍보담당 나스 요코(那須容子·25)씨의 설명이 명쾌했다.
 
“이 지하상가에는 4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테마로 인테리어를 새로이 했습니다. 손님께서 보신 화장실 외에 동10번가는 ‘왕비의 별장’, 서6번가는 ‘고급 부티크’, 서12번가는 ‘다목적 화장실’입니다. 선생께서 관심이 많으신 동2번가의 <영국 소설가의 서재>는 지난 해 12월 인테리어 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국 소설가의 서재(書齋)라고 명명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필자의 질문에 나쓰(那須)씨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덴진 지하상가가 유럽풍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낸 것입니다.”
 
‘모두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의 발로(發露)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것은 자타(自他)가 인정한다. 청소원들이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면서 휴지조각 하나 없도록 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특한 테마를 부여한 화장실의 진화는 의미 있는 변화였다. 세계의 화장실을 섭렵(涉獵)하고 다니는 미국의 작가 ‘에바뉴먼(Eva Newman)’의 저서 <세계 화장실 엿보기>가 있다. 이 책에는 ‘일본의 무시무시한 최신 화장실 따라잡기’라는 부분이 있다. 일본의 지방 도시 후쿠오카의 지하상가 공중화장실이 무시무시한 최신(?)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불결을 배격하고 청결을 추구해야
 
<대부분 변비에 시달리고 있는 인간이 한평생 하는 생각가운데 4분의 3 이 변기에 앉아 이루어지는 것이며...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볼일을 볼 수 있는데...그것이 유일한 인간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서기 300년에 이미 로마 시에만 대부분 화려하게 시설된 공중화장실이 144곳이나 있었던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곳은 만남의 장소이자 사회적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중세 시대에 이르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수로는 지옥이나 다름없었고, 배설물은 죽음과도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이었다.>
 
독일의 작가 ‘야곱 블르메(Jacob Blume)’가 <화장실의 역사>에 기술한 내용이다. 작가는 “인간의 전유물 화장실의 ‘청결과 청소’라는 테마가 16세기부터 관심사로 대두됐다”고 역설한다.
 
<16세기부터 유럽에서는 르네상스를 맞아 미술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배설물에 대한 숭배와 위생실험에 관한 관심에서도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가 부활하기 시작했다...‘화장실을 설치했다 없앴다’하는 과정을 반복해 오면서 발생한 파리의 배설물 처리 문제가 고대의 기록들을 보면 이미 해결되어 있었던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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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비누, 물, 건조 바람이 한자리에서 해결되는 일본 화장실의 세면기
아무튼, 인간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고대로부터 만남의 장소이자 사회적 중심지였다’고 하지 않는가. ‘야곱 블르메’는 책에서 줄곧 ‘인간의 배설물과 그 처리 방법의 발달사는 인간의 본질적인 역사이다’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청결’이 어찌 화장실만 해당되는 것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청결’일 것이다. 작가가 인용한 ‘청결과 불결’에 관한 글(Christian Enzensberger, 1931-2009)이다.
 
“청결은 아름답고 좋은 것이다. 청결은 정말로 기분 좋은 것이며 격이 높은 것이다. 불결은 추하고 격이 낮으며 나쁜 것이다. 청결은 진실한 것이며 불결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청결은 옳은 것이며 불결은 그 반대이다. 청결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불결은 어딘가 불분명하다...”
 
추하고 격이 낮은 ‘불결(不潔)’을 배격하고, 아름답고 기분 좋으며 진실한 ‘청결(淸潔)’을 추구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참된 도리인 듯싶다.

입력 :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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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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