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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막사발 실크로드’를 여는 유목민 도예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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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중국에서 장작 가마의 불을 지피다
 
“실크로드에 대한 역사적 관심과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걷는 즐거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신비로움...”
 
30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한 프랑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ivier)는 1999년 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1만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걷기로 결심하고 배당을 메고 길을 떠난다. 예순 두 살 나이 때의 일이다.
 
걸어서 아나톨리아를 횡단한다는 발상 자체가 인간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해냈다. 그의 저서 <나는 걷는다>에 느림·비움·침묵의 1099일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와 상황은 다르나 막사발을 들고 실크로드를 넘나들고 있는 한국인 도예가가 있다.
 
막사발로 실크로드를 누빈다?
 
“세계의 나그네를 자처하며 흘러 흘러 터키 앙카라의 하제테베 국립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막사발’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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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용문 선생
2010년부터 터키의 하제테베 대학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도예가 김용문 선생-여름방학 동안 한국에 온 그를 지난 21일 밤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만났다. 현대식 상투를 튼 머리 모습과 조끼를 입은 옷차림에서부터 도예가의 예술혼(藝術魂)이 풍겼다. 그 역시 우리 나이로 예순 두 살. 그는 역사와 문화를 따라 실크로드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막사발을 들고서.
 
“앙카라의 아나돌루 박물관, 이스탄불의 고고학 박물관, 초름 뮤지움, 이즈미르 고고학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우리와 유사한 토기가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매장하는 옹관(甕棺)을 보고서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우리의 토기(土器)와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그는 냉수 한잔을 마시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과거의 선조들은 낙타와 말을 타고서 실크로드를 다니지 않았습니까? 몰아치는 한파와 더위...때론 모래 폭풍을 뚫고서 문화 교류를 했던 것이죠. 그 시절과 비교하면 요즈음은 얼마나 좋습니까? 비행기만 타면 몇 시간 안에 세계 어느 곳이나 가니까요. 막사발을 통해서 실크로드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부터 문화의 융합 터키를 연결하는 모티브를 마련한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그는 일 년 중 8개월은 터키에 살고 4개월은 한국에 머무른다. 현대판 유목민을 자처하고 있는 김용문 작가는 고향 오산을 떠나 30여 년 간 국내외를 전전하며 문화예술을 위한 유랑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도자기의 나라 중국에서도 ‘막사발 심포지엄’ 성공해
 
김용문 작가는 지난 2005년 중국 산동성에 있는 도자기의 도시 쯔보(淄博)시에서 ‘막사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말도 안통하고 도자기의 원조 격인 중국에서 ‘막사발’이라는 보편적인 아이템으로 심포지엄을 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다행스러움. 영어를 잘하는 통역을 만났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옛날 전통방식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고요. 저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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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막사발 심포지엄

그는 막사발과 장작 가마가 ‘한국의 자존심이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쯔보(淄博)에서 무대를 넓혀 2015년 베이징에서 ‘막사발 심포지엄’을 열었다. 장소는 우리의 종묘(宗廟)와 같은 태묘(太廟)였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그의 도자기 한 점이 영원히 태묘에 보관되는 영예를 안았다.
 
“막사발 심포지엄은 세계의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도자기 예술에 대한 새로운 도자 조형세계를 펼치는 장작 가마 축제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문화를 향유하는 뜨거운 마음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는 ‘세계무대 진출은 거창한 것만이 아니고 우리의 막사발도 탁월한 콘텐츠다’라고 했다. 막사발에는 도공(陶工)의 순수한 예술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11번의 심포지엄을 주도했던 김용문 작가는 다시 터키로 발길을 돌렸다.
 
장작 가마에서 만들어진 막사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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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가마에 불을 지피는 김용문 작가(터키)

“장작 가마는 도자기를 만드는 원천입니다. 전기 가마와 가스·오일 가마와 달리 전혀 예기치 않는 변화가 일어남니다. 불꽃에 의해 재가 날고 돌아서 엄청난 요변(窯變)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김용문 작가는 “막사발의 의미는 ‘마구’의 의미와 ‘두루’의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갱도의 막장과 마지막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했다. 그리고, 막사발은 “막 쓰는 것이 아니라 다용도로 쓰이고, 인문학적으로 보면 모든 것을 수용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옹기와 항아리의 예술적 가치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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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 자리하고 있는 장독대에는 어머니들의 숨결이 스며있는 신성한 곳입니다. 저는 가끔씩 장독대의 옹기와 항아리의 곡선을 떠올려봅니다. 항아리에 숨겨져 있는 곡선들을 꺼내어 밝히고 싶은 심정으로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그으려는 곡선은 무엇일까. 수 천 년 전 장인(匠人)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항아리의 오묘한 선(線)이다. 그는 ‘막사발과 사촌간인 항아리의 선(線)을 찾기 위해서 지금도 고뇌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예술로 세상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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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들고있는 김용문 선생
“오늘날 정신적 피폐와 망각에 의해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채움을 위해서 문화와 예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예술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마음의 공허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인간이 지녀야할 기본적인 가치관과 도덕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그의 꿈이다.
 
“내년이면 ‘막사발 심포지엄’이 시작된 지 20주년이 됩니다. 저의 꿈은 전 세계 10개국에서 동시에 심포지엄을 여는 것입니다. 시간에 맞추어 일제히 봉화를 올리며, 이를 SNS를 통해서 전 세계에 중계하는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더불어 그는 “비디오 아트의 백남준 선생의 뒤를 이어 막사발 실크로드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인터뷰가 무르익을 무렵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일어섰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세계로 나가는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저 멀리서 한국을 기다리며 손짓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용문 작가는 캐리어 가방을 끌고 출국장을 향했다. 자신을 보면 한국말로 ‘막사발’하면서 인사하는 터기의 대학생들과 만나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란다.
 
필자는 김용문 작가가 건네준 <막사발, 히타이트를 만나다>를 받아들고 인천공항 청사 밖으로 나왔다. 돌아오는 동안 내내 지난 해 방문했던 히타이트의 옛 도시 하투사(Hattusa)의 거대한 토기와 야즐리카야(Yazilikaya)의 부조들이 떠올랐다. 중천에 걸린 달에게 던진 필자의 질문이다.
 
문화·예술로 세상을 바꾸는 날이 과연 올까요?


입력 :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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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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