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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조선DB |
구조개혁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1980년대의 아일랜드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3월 말까지 합의를 목표로 추진해온 노동개혁이 한국노총의 일방적인 퇴진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방적인 퇴진을 단행한 한국노총은 물론 노사정위원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번 노동개혁은 한국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게 되리라는 점에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노사정위원회는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일랜드는 면적이 한반도의 약 3분의 1, 인구가 남한의 약 9% 정도인 작은 나라입니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7백여 년 동안이나 받았고, 1845～1851년 7년 동안에는 감자 흉작으로 100만 명 이상이 굶어죽고, 100만 명 이상이 이민을 떠난 나라입니다. 이민자 가운데는 미국의 35대 케네디 대통령의 할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일랜드는 1, 2차 유가파동 후에는 실업률이 17.5%에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극심한 노사분규와 각종 규제 등으로 형편없는 나라였습니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병자’로 불렸습니다. 아일랜드는 구조개혁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1987년에 정권을 잡은 찰스 호이 수상은, 이웃나라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1979년에 정권을 잡고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성공했다는 점을 교훈 삼아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조개혁은 재정지출 축소를 통한 작은 정부 만들기, 각종 세율 낮추기, 각종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기 등 폭넓게 추진되었습니다.
경제안정을 위한 ‘사회연대협약’ 체결
개혁은 정부 밖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대 중반 아일랜드는 극심한 노사분규로 임금이 지나치게 상승했습니다. 임금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까지 15%가 넘었지만 동시에 물가가 상승하고 소득세율이 증가하여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임금 상승으로 기업 수익이 감소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고용사정이 악화되어 갔습니다. 경제의 고비용 축소를 놓고 노사 간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지켜보던 제1야당인 아일랜드 민족당의 앨런 덕스(Allen Ducks) 당수와 아일랜드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ICTU)이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이 결과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me for National Recovery)’이라는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이 1987년 10월에 체결되었습니다. 사회연대협약은 소위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로, 정부･주요 사용자그룹･노조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구성된 모임입니다.
사회연대협약은 1987년부터 3년 단위로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현재까지 모두 7차에 이릅니다. 1∼3차 협약은 경제안정과 위기극복, 4∼7차 협약은 사회통합과 분배개선이 주요 내용입니다. 7차 협약은 종전과는 달리 10년 단위의 협약(2006∼2015)인데, ‘2016년을 향해서(Towards 2016)’라는 이름으로 2006년 6월에 체결되어 2015년에 마무리됩니다. 협약 내용을 <표>로 요약합니다.
<표>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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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
명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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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1987～1990) |
국가 재건 프로그램(Program for National Recove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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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1991～1993) |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Economic & Social Prog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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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1994～1996) |
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Competitiveness &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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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1997～1999) |
파트너십 2000 프로그램(Program for Partnership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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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2000～2002) |
번영과 공정성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Prosperity & Fairn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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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2003～2005) |
지속 성장 프로그램(Program for Sustaining Prog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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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2006～2015) |
2016년을 향하여(Towards 2016) |
사회연대협약 체결로 아일랜드 노동시장은 유연하게 돼
사회연대협약 체결 후 아일랜드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첫째, 사회연대협약 체결 이전에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20%를 넘었으나 협약에 따라 2.5% 이내에서 억제된 결과 실제 임금상승률은 3～5% 수준에서 안정되었습니다.
둘째,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1974년과 1984년에 각각 250건과 200건에 달했으나 1988년 이후에는 연평균 50건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셋째, 기업의 80%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고, 고용유연성이 선진국 가운데서 대표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넷째, 고용보호가 약해 해고가 쉽기로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다음으로 5위입니다.
다섯째, 실업률이 1992년 15%가 넘었지만 2001년에는 3.9%로 떨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아일랜드도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2014년 실업률은 11.3%입니다.
어떻든 아일랜드는 사회연대협약의 도움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가 규제가 약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법인세율이 12.5%로 낮고 보니 외국기업들은 앞 다퉈 아일랜드에 투자했습니다. 2013년까지 아일랜드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 액수는 3,777억 달러나 됩니다. 참고로 2013년까지 해외직접투자액 유입액을 보면 중국이 9,568억 달러, 싱가포르가 8,377억 달러, 한국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1674억 달러입니다.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으로 ‘유럽의 병자’에서 ‘켈틱 타이거’로 바뀌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IBM, Intel, Microsoft, Oracle, Pfizer 등 세계적 기업들이 진출하여 아일랜드를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 있습니다. 2002년의 경우 1,094개나 되는 외국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진출하여 1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아일랜드 수출의 5분의 4와 GDP의 4분의 1을 기여했습니다. 현재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가운데 5개사가 아일랜드에 진출해 있고,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소프트웨어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40～60%에 이릅니다.
아일랜드는 규제가 약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 해외직접투자가 엄청나게 유입된 결과 연평균 성장률이 선진국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7.5%에 이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성장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은 1990년에 1만 달러, 19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2007년에 5만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역사상 처음으로 17년 만에 1만 달러대에서 5만 달러대로 증가했습니다. ‘유럽의 병자’ 아일랜드는 사회연대협약 체결에 힘입어 지금은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로 바뀌어 있습니다.
한국 노사정위원회는 정치 싸움만 일삼지 말고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을 벤치마킹하여 경제를 살릴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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