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얼마 전 부산항에서 왕복 36시간 배를 타고 오사카(大阪)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번 '세월호'의 침몰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 날의 여행을 회상하면서 이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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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9시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좌초돼 구조대원들이 탑승자들을 구조하고 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군함정 13척과 항공기 18대 등을 출동시켜 진도여객선 침몰 현장에서 구조 중이며 인근 섬 어선들도 출동해 구조할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고해역에 수중 및 선내 수색 잠수요원 160여명을 동원했다. 사고현장 수심은 37m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객선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24명을 포함해 총 460여명이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다닐 때 우리나라의 민간 항공기는 아무 대책도 없이 위험지역을 날았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와 선박회사들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후 10시간 동안이나 정부로부터 미사일 위험에 대하여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기업들은 시시각각 위기관리(危機管理) 시스템을 즉각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의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접한 일본의 항공회사와 전력회사들은 위기관리와 안전 대책을 철저히 이행했다."
필자가 2006년(7. 11) 월간조선에 썼던 내용이다.
"매뉴얼만 있으면 무엇 하는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지…."
일본인들은 빈틈없는 위기관리 정신으로 전 사원이 혼연일체가 돼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 무렵 전일본(ANA)항공은 7월 5일,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동해 상공을 우회하는 항로로 항공기들을 운항토록 했고, 일본항공(JAL)도 즉각 항로 변경 조치를 취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동해(東海)에 인접해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 간사이(關西) 전력은 정보 수집을 공유하는 TFT(Task Force Team)를 발 빠르게 가동시켰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즉각 위기관리 본부를 설치하고, 각사에 미사일 경계령을 내렸다. 가와사키기선(川崎汽船)은 자사 소속 컨테이너선의 운항 경로를 점검했다.
위기 시 초동대응 3원칙
이토록 철저히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은 정부의 늦장 대응을 꾸짖었다. 중앙정부의 미사일 관련 정보가 지방자치 단체에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같은상황이라면, 우리의 정부는 뭐라고 대답할까? 우리 기업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위기관리 전문가 야마미 히로야스(山見博康) 씨는 저서 <홍보, 완전 매뉴얼>에서 '위기 시 초동대응 3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은폐하지 않는다.
둘째,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다.
셋째, 신속하게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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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은 후의 일본 내해(內海) |
침몰 여객선 '세월호'의 승무원들이 행한 안전 규칙에 대한 것은 차치(且置)하고, 사고 발생 후에 취한 제반 행동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위기대응 부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위기 발생 시 대응 5원칙
또 다른 위기관리 전문가 일본의 쿄도PR(주) 시노자키 료이치(蓧崎良一) 씨는 "위기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보다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대책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 5원칙'을 보자.
① 거짓말이나 은폐를 하지 않는다.
② 리스크(Risk)의 평가를 정확하게 한다.
③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여 복수의 대책을 수립한다.
④ 스피드가 생명이다.
⑤ 보도 기간의 단축(정확, 진실)을 도모한다.
그리고, 솔직한 사죄와 책임표명,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을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발생 시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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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서 바라본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다.파도가 급격하게 거칠어졌다. |
"우리는 위기와 함께 살고 있다."
필자가 왕복 36시간 배를 타고서 바다 위에서 생각한 말이다. 자연은 언제든지 돌발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자연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했다. 하지만, 거기에도 자연의 문제만이 아닌 사람들에게 많은 문제가 있었다.
아사히(朝日) 신문사 계열 AERA社 기자인 '오시카 야스아키(大鹿靖秋)'는 <멜트다운>이라는 책에서 '노심(爐心)이 녹아내린 것은 원자력발전소만이 아니고, 도쿄전력은 물론 일본 정부와 정치가들, 은행원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녹아버렸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一喝)했다.
"멜트다운(Meltown: 노심이 핵연료 과열로 인해 녹아내리는 현상)된 것은 원전의 노심만이 아니다. 원인 제공 기업인 도쿄전력의 경영진들, 책임을 져야 하는 경제산업성 관료들, 원자력위원회와 보안원의 전문가들, 도쿄전력에 대출해주고 경영이 위태로워지자 자신들의 채권을 보전하는 일에만 필사적인 은행원들, 미증유의 국난을 당했음에도 제정신으로 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정쟁으로 나날을 보낸 정치가들, 그들 모두가 멜트다운되었다."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안전과 위기관리 능력이 강하다는 일본의 경우다. 하물며 우리는 어떠할까. 작금의 상황이 그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특히, 우리에게는 후진국형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부산외대 학생들을 매몰시킨 경주의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 등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유인즉, 우리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잠시 떠들썩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망각해 버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안전 대책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위기관리에 대한 의식을 굳건히 하는 것과, 관계 당국의 철저한 안전 관리에 대한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
임시방편식의 안전 대책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실용적인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하자.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