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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일본 나고야에서 맞은 벚꽃 눈보라(桜吹雪)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겸 부동산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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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상기온으로 한꺼번에 핀 '꽃들의 합창'을 뒤로하고 서울을 떠났다.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은 일본의 나고야(名古屋)였다. 나고야의 기온은 영상 15도. 딱 알맞은 봄 날씨였다. 그래도 20도를 넘나들던 초여름의 서울 날씨에 익숙해진 탓에 오히려 쌀쌀한 느낌이었다. '사람의 변덕도 날씨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고야 시내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차창 밖 산하의 모습에서도 봄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철길 벚꽃들도 봄의 운치에 가세했다.
 
시내 한 복판의 거대한 나무들도 봄맞이-
 
나고야 한 복판 '사카에(栄)'의 '야바조(失場町)'에는 도로를 사이에 둔 큰 공원이 있다. 나고야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 아름드리나무들이 거대한 모습으로 서있다.
 
"시간의 아편에는 해독제가 없다…몇 세대가 흘러도 나무들 몇 그루는 그대로 서있다. 유서 깊은 집안이라 해도 떡갈나무 세 그루만큼도 오래 가지 못한다."
 
"현자, 귀족, 권력가, 왕, 정복자.....왜 한 시간의 영광을 위하여 그토록 애를 쓰는가."
 
유럽의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저서 <불안>의 한 대목을 떠올리면서 공원으로 올라갔다. 나무들과 키 재기를 하는 고층빌딩들이 눈 안에 속속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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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과 공존하는 낙엽들-

때마침 빌딩 사이로 한차례 돌풍이 불었다. 지난 겨울이 못내 그리웠을까? 미처 떠나지 못했던 노란 낙엽들이 포도(鋪道) 위에 우르르 뒹굴었다. 낙엽 구르는 소리가 제법 큰 공명(共鳴)으로 다가왔다. 봄날에 낙엽 구르는 소리를 듣는 것도 기이한 일이었다.
 
나고야의 꽃구경(花見) 만점
 
"자! 이제 꽃구경하러 갑시다."
 
미팅을 마치고 잠시 시간이 나자, 나고야 TV아이치(愛知)에 근무하는 '이토 순이치(伊藤俊一·61)' 씨가 필자에게 제안했다.
 
일본인들은 꽃구경을 '하나미(花見)'라고 한다. 이 말은 벚꽃 구경 즉, 사쿠라 (桜) 꽃구경으로 통용된다.
 
"어디로 갈까요? '츠루마(鶴舞)' 공원입니까?"
 
"츠루마(鶴舞) 공원보다는 '나고야 성(名古屋城)' 쪽이 좋을 듯합니다."
 
필자가 2009년 이맘때 '츠루마(鶴舞)' 공원에서 나고야 중부전략연구회 회원들과 꽃구경을 한 적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인 것 같은데,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세월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 것일까요? 그 때 '츠루마(鶴舞)' 공원에서 여러 종류의 사케(酒)를 마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군요."
 
필자와 이토(伊藤) 씨가 주고받는 대화다. 두 사람 공히 '세월의 빠름을 공감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평일이라 해도 꽃구경하는 사람들이 많고 차가 붐빌 것을 감안해서 아예 지하철을 탔다. 나고야 성에 이르자 공원 입구의 분수에서 힘찬 물줄기가 솟았고, 용감한 사나이가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평일이라서인지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온통 중국인들이었다.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 관광지를 휩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나고야 성의 담벼락과 해자(垓子)를 사이에 두고 벚꽃이 만발했다. 말 그대로 꽃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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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나고야 성의 벚꽃

일본에는 고유종 · 교배종을 포함 600여 종의 벚나무 품종이 있다. 일본인들은 다른 식물에 비해 벚나무에 점수를 많이 준다.
 
일본인들이 벚나무 아래서 벌이는 꽃놀이 연회는 전통적이다. 지방별로 벚꽃 명소는 더욱 북적댄다. 벚꽃의 개화 시기도 각 매스컴에서 앞을 다투어 연일 보도한다. 소위 '사쿠라(桜) 전선'이다. 그만큼 벚꽃이 피는 시기에 관심도가 높은 것이다.
 
일본의 신학기는 4월에 시작된다. 학교에 벚꽃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인생의 전환기를 상징하는 꽃으로도 인식되기도 한다. 일본의 국화(國花)가 사쿠라(桜)는 아니지만, 그만큼 국화의 반열에서 취급 되고 있다.
 
사쿠라 눈보라(桜吹雪)-
 
"나고야 성은 온통 사쿠라로 둘러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토 씨의 말이 떨어지자말자 꽃 이파리들이 바람 따라 하늘을 날았다. 마치 하얀 눈이 흩날리는 것 같기도 했고, 하얀 나비들이 떼를 지어 너울거리는 듯 했다. 필자의 어깨에도 꽃 이파리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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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으로 터널을 이룬 산책로-떨어진 꽃잎들이 눈(雪)처럼 보인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어깨 위로 꽃잎 한 장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털어 내려고 했지만 꽃잎은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기타모리 고(北森鴻)'의 소설 <사쿠라 흩날리는 밤>에서 주인공 '긴자키'의 넋두리다. '사쿠라 눈보라(桜吹雪: 후부키)'는 소설과 노래로 일본 사람들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J-POP의 가수 '시바다 준(紫田淳 · 37)'이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사쿠라 눈보라(桜吹雪)'도 유명하다. 노랫말에 들어가 본다.
 
<잊을 수 없는 너와 보낸 나날들-
  울기도하고, 웃기도하고, 상처도 받고,
  지금부터라도 변하지 말고 가자꾸나.
 
  변해버린다면 눈치 채나니...
 
  흘러간 세월 속에
  가끔씩 나를 생각해-
 '어제도 너는 나의 친구'
 
  언제나 친구.>
 
노랫말을 음미해 보면 사쿠라 꽃이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더라도 꽃과 나무는 '언제나 친구'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지금은 헤어졌으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는 사랑했던 사람의 잔영(殘影)'일 듯싶다. 아무튼, 노래 가사에 절절한 아픔이 배어 있다.
 
수양버들 벚꽃과 메이죠(名城) 공원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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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 벚꽃과 연인들-

필자와 이토 씨는 성(城)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성 주변에는 가는 곳마다 벚꽃으로 뒤덮였다. 특히, 수양버들처럼 줄기가 길게 늘어진 벚꽃(枝垂桜: 시다래)이 일품이었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주렁주렁 꽃이 매달렸고, 색깔도 연한 분홍빛이었다. 벚꽃(枝垂桜) 나무아래에는 자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연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필자 역시 장면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계를 보면서 성을 뒤로하고 메이죠(名城) 공원으로 갔다. 나고야에서 벚꽃의 명소라면 '츠루마(鶴舞)' 공원과 '메이죠(名城)' 공원을 꼽는다. 하지만, 두 공원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츠루마' 공원이 서민적이라면 '메이죠' 공원은 약간의 귀족 냄새가 나는 곳이다. 위치적으로나, 상춘객들의 차림새를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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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조 공원의 벚꽃들- 연못 위에 떨어진 꽆잎도 일품이다

메이죠 공원(名城公園)은 나고야 시(市) 중구에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1931년에 문을 열었다. 시(市)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76.3ha의 공원에는 2,800그루 정도의 벚나무가 있다. 때마침 금요일이라서 퇴근 길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포장마차들이 몸단장(?)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 밤은 밤 벚꽃놀이가 절정을 이루겠군요? 일본인들이 벚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사무라이(侍) 정신, 순국(殉國) 등 많이 있습니다. 이토 씨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떻습니까?"
 
"일본인들의 사쿠라에 대한 감정은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쿠라가 이파리가 돋아나기 전에 꽃부터 활짝 피우지 않습니까? 사쿠라는 일본인들에게 '봄이 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꽃입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이 다가왔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꽃이라는 점에서 사쿠라를 좋아합니다."
 
본디 농경민족인 일본에서는 실제로 벚꽃의 개화가 농업개시의 지표였다. 벚꽃은 이런저런 이유로 예로부터 일본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꽃으로 자리한 것이다.
 
순결(純潔)과 제행무상(諸行無常)
 
"사쿠라 꽃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방방곡곡의 일본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즐거움의 대상이 되었다....과거에는 개화기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또한 사쿠라의 수명이 짧았던 만큼, 많은 일본인들은 사쿠라 꽃이 피기를 고대해 '꽃놀이(花見)'에 정열을 쏟았다. 사쿠라 꽃 밑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다른 모습으로 가장(假裝)하고, 먹고, 마시는 연회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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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을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메이지(明治, 1968-1912) 초기 이래 일본 정부는 전쟁이나 전사(戰死)를 시각적으로도, 관념적으로도 미화시켜왔다. 사쿠라의 미적 가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용됐다. 가장 뚜렷한 예는 천황 즉, 일본에 대한 병사의 희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용된 것이다."
 
일본인이면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오누키 에미코(大貫惠美子·46)' 박사의 저서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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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성(城)의 천수각
또한, '오오누키' 박사는  책에서 "순결과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의미로 깊게 자리했던 사쿠라를 구 일본군은 '깨끗하게 지는 사쿠라' 처럼 병사들에게 자기희생을 불어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에 담겨있는 와카(和歌)를 들어 사쿠라에 의한 '삶의 기쁨과 무상'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멀리서 바라보니 버드나무, 사쿠라꽃 서로 어우러져 도읍은 마치 봄날의 비단 같구나(소세이 법사)."
 
"매미 허물같이 무상한 이 세상 같도다.
 사쿠라 꽃은 피었다 했더니, 어느 새 지고 말았도다(작자 미상)."
 
벚꽃 구경, 사쿠라(桜) 구경
 
필자는 서울 여의도의 벚꽃과 일본 나고야의 사쿠라를 번갈아 구경했다. 서울·일본 다름없이 꽃도, 꽃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순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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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양국의 우호증진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TV아이치의 '이토순이치'씨
"정치인들이 순간의 인기에 취해 본분을 망각하기 쉽습니다. 인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 민간인들의 교류를 확대해서 정치적인 문제를 뛰어넘어야 하지 않을까요?"
 
꽃구경을 마친 언론인 '이토 순이치(伊藤俊一)' 씨의 멘트다. 그는 그 정치인들이 누구라고는 지칭하지 않았으나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렇다. 정치문제도, 역사 문제도, 하루빨리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벚꽃도, 사쿠라 꽃도, 더욱 활짝 필 것이다.
 
공원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던 터라 이번엔 꽃눈이 아닌 꽃비(花雨)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비에 놀랐는지 비둘기 한 마리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입력 : 20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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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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