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네 다리로 걷고, 낮에는 두 다리로 걸으며, 저녁에는 세 다리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그리스 중부 테베(Thebes) 지역에 스핑크스(Sphinx)라는 괴물이 살았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수수께끼를 냈다. 사람들이 쉽게 답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기에 여지없이 스핑크스의 밥이 되고 말았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서움에 떨었다. 급기야 여왕 '이오카스테(Iocaste)'는 선전포고를 했다.
"이 괴물을 죽이는 자에게 왕위는 물론, 내 자신까지도 바치겠노라."
그 당시 스핑크스는 몸통은 사자를, 얼굴은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이디푸스(Oedipus)'가 나타났다. 스핑크스와 맞서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다.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이다."
"어려서는 네 다리로 걷고, 자라면 두 다리로 걸으며, 나이가 들면 지팡이를 짚고 걷는 인간인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자 스핑크스는 분에 못 이겨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슬픈 비극이 시작됐다.
여왕 '이오카스테(Iocaste)'의 공언대로 오이디푸스는 왕위에 올랐고, 그는 여왕이 자신을 낳은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왕비로 삼았다. 둘 사이에서 네 자녀가 태어났는데, 왕가의 불륜이 사단이 되어 테베에 나쁜 병이 나돌았다고 한다. '오이디푸스'는 그 원인이 자신임을 알고서 두 눈을 뽑아버리고 방랑길에서 죽었다. 여왕도 자살하고 나머지 자녀들도 왕위를 둘러싼 싸움으로 모두 죽고 말았다(그리스 신화에서).
<오! 조국 테베의 거주자들이여, 보라! 이 사람이 '오이디푸스'로다.
그는 그 유명한 수수께끼를 알았고, 가장 강한 자였으니,
시민들 중 그의 행운을 부러움으로 바라보지 않은 자 누구였던가?
하지만 보라. 그가 무서운 재난의 얼마나 큰 파도 속으로 쓸려 들어갔는지.
그러니 필멸의 인간은 저 마지막 날을 보려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누구도 행복하다 할 수 없도다.
아무 고통도 겪지 않고서 삶의 경계를 넘어서기 전에는.>
그는 그 유명한 수수께끼를 알았고, 가장 강한 자였으니,
시민들 중 그의 행운을 부러움으로 바라보지 않은 자 누구였던가?
하지만 보라. 그가 무서운 재난의 얼마나 큰 파도 속으로 쓸려 들어갔는지.
그러니 필멸의 인간은 저 마지막 날을 보려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누구도 행복하다 할 수 없도다.
아무 고통도 겪지 않고서 삶의 경계를 넘어서기 전에는.>
시인 소포클레스(Sophocles)가 쓴 전설의 비극 3부곡 <오이디푸스 왕>의 마지막 구절(句節)이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행복의 끝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리. 그리스의 전설과 다른 이집트의 전설 스핑크스(Sphinx)를 찾았다.
파라오의 지킴이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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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려는 용기 있는 어린 아이의 귀여운 모습 |
"이제 카프레 왕의 거대한 모습을 보러 가시죠."
현지인 안내자 '요셉(Youssef)' 씨는 '피라미드 파노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필자에게 스핑크스(Sphinx)를 보러 가자는 말(言)을 이렇게 돌려서 했다.
필자가 돌아서려는 순간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어서 잠시 발길을 멈췄다. 어린아이가 혼자서 낙타를 타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고 귀여웠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환경의 지배를 받는 법이다. 이 아이가 자라면 아라비아 대상(隊商)이 될 것인가.
'피라미드 파노라마'에서 스핑크스가 자리한 곳으로 내려가는 도로는 아스팔트가 잘 깔려 있었다. 도로에는 낙타를 탄 사람, 말을 탄 사람, 승용차를 탄 사람들의 행렬이 마치 피난민들의 행렬처럼 길게 이어졌다. 이 또한 굉장한 볼거리였다.
아무튼, 거대한 피라미드와 비교해 보면 사람이나 낙타, 말, 자동차 불문하고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필자도 이들의 행렬에 섞여서 비탈길을 따라 달렸다. 드디어 스핑크스의 거대한 조각상 면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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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파노라마에서 스핑크스로 이어지는 길 |
'그동안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보던 스핑크스- 얼마나 감격적인 조우(遭遇)인가.'
스핑크스는 전체의 길이가 약 80m, 높이 20m, 얼굴 너비가 4m나 되는 사자 몸과 사람의 얼굴을 한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 생각과는 달리 몸통의 군데군데 보수(補修)한 흔적이 있었다. 얼굴도 많이 파손돼 있었다. 특히, 코 부분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수께끼(?)를 내지 않는 무언(無言)의 조각상이었다. 눈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편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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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 전체의 모습 |
스핑크스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파라오의 권력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파손돼서 다소 무섭게 보입니다만, 카프레 왕의 얼굴이라고 합니다."
요셉(Youssef) 씨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쿠푸 왕의 얼굴이라는 주장도 제법 설득력이 있다. 역사학자 '조레조 페레로'의 저서 <이집트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사원 옆에는 고대 이집트의 유물 중 가장 유명하고 불가사의한 대 스핑크스가 있다.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가공의 존재를 표현한 이 거대한 조각은 기자(Giza) 평원의 암석의 노두를 깎아 만든 것이다. 스핑크스의 얼굴은 '케프레' 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최근 '쿠푸' 왕의 얼굴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코 부분이 망가진 것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에 원정 시(時) 스핑크스의 얼굴에 대포를 쏘아서 망가졌다'고도 하고, '코가 없으면 부활할 수 없다'는 고대 이집트의 전설을 들은 이슬람 군(軍)이 망가뜨린 것이라고도 한다. (이태원의 이집트의 유혹).
스핑크스의 코를 부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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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깨진 스핑크스 |
이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제시한 사람이 또 있다. 선원으로 지중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고대사에 흥미를 느끼고 고고학 해설자가 된 '오토 노이바트(Otto Neubert)'는 저서 <왕들의 계곡>(이규조 역)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모든 스핑크스가 사자의 몸에 인간의 얼굴만을 한 것은 아니다. 숫양 머리를 가진 스핑크스도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스핑크스의 경우에는 언제나 파라오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다. 기자에 있는 스핑크스의 얼굴에는 상처가 나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맘루크(술탄의 근위병) 족이 쏜 대포에 맞아서 생겼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궁금증이 더해가는 이 스핑크스도 '수천년 동안 모래 속에서 잠을 자다가 우연히 아라비아 대상들에 의해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 또한 흥미로운 역사의 숨바꼭질이다.
"1952년 오마르 엘 카와리를 선도자로 하는 대상들이 모래 태풍 속을 걸어서 리비아 남쪽 사구로 향하고 있었다. 근처 언덕 그늘에 들어가 모래 폭풍을 피하던 아라비아 대상들은 태풍에 모래가 날려 머리를 드러낸 조각상을 발견했다."('오토 노이바트'의 '왕들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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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미드와 스핑크스와 관광객들- |
고대 이집트인들은 스핑크스를 '파라오의 살아있는 모습(Shesep ankh)'이라고 했고, 아랍인들은 '공포의 아버지(Abu al-Haul)'라고 불렀다고 한다. 필자는 '공포의 아버지' 편에 한 표를 던지고 스핑크스와 작별을 했다.
'스핑크스여! 영원(永遠)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