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치명적인 극단이다. 삶의 균형을 잃게 하고 때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아프리카를 '검은 황홀한 땅'이라는 정미경의 소설 <아프리카의 별>의 한 대목처럼, 피라미드의 아름다움은 분명 치명적인 극단이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필자는 대 파라미드의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에 취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다면 쿠푸 왕(Khufu, B.C. 2579-2556)의 피리미드는 언제 만들어 졌으며 크기는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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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푸왕의 대 피라미드 |
"피리미드가 건조된 것은 신석기 시대가 끝난 직후인 기원전 2550년 무렵이었다. 원래 피라미드의 높이는 146m이었으나 꼭대기의 일부가 허물어져 지금은 138m이다. 정 네모 밑바닥 각 변의 길이가 230m이며, 경사 각도가 52°52'의 2등변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안정감을 준다."
이태원 선생의 <이집트의 유혹>에 자세하게 기술돼 있는 내용이다. '건축물의 극치이자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하는 피라미드-' 어떠한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붙여도 어색함이 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작품이다.
무덤 속 미로를 따라
한동안 넋을 잃었던 필자는 정신을 가다듬고 돌계단을 따라 거대한 피라미드의 몸체로 올라갔다. 피라미드의 내부 즉, 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때때로 내부 출입을 금지한다는데 내부를 들어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나, 카메라를 맡기고 들어가라고 했다. 필자는 주머니 속에 휴대폰이 있었기에 자신 만만 시키는 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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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입구 |
"피라미드의 내부는 지하방·왕비 방·왕의 방·통로·환기통 등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밖에서 기다릴 테니 잘 다녀오십시오."
필자를 안내하던 요셉 씨의 말을 뒤로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피라미드의 내부는 동굴처럼 좁고 길었다. 10m쯤 들어가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와 위쪽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의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오른 쪽 통로를 따라 전진했다. 무덤 속인데도 사다리 같은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겨우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미로가 나왔다. 군대 시절 배웠던 낮은 포복과 오리걸음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마지막에 다락 방 같은 사방형의 방이 하나 나왔다.
'여기가 바로 쿠푸(Khufu) 왕이 잠들었던 묘지로 구나!'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으려고 대담성을 발휘했으나 두 개의 CCTV 렌즈가 노려보고 있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나갈 때 입구에서 혼쭐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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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내부통로 |
'파라오의 무덤에서 섣불리 행동하다가 곤혹스런 일을 당할 수 있으리.'
아무리 신비스럽다고 해도 무덤 속이 아닌가.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올라오는 관광객을 올려 보낸 후에 뒤이어 그 길을 따라 내려왔다. 다시 입구 부근의 갈림길에서 외국인 관광객 부부와 마주쳤다. 입구에서 경비를 섰던 사람이 열심히 그들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사람 차별 하나?' 따지려고 했더니 필자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과잉 친절을 베풀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서 통로 곳곳을 휴대폰에 담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사진 촬영 값을 달라는 것이었다. 피라미드에서도 공짜는 없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 몇 장 건진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람 차별 하나?' 따지려고 했더니 필자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과잉 친절을 베풀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서 통로 곳곳을 휴대폰에 담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사진 촬영 값을 달라는 것이었다. 피라미드에서도 공짜는 없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 몇 장 건진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금의 통로는 나중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큰 돌로 막아놓은 저 위쪽에 원래의 통로가 있었습니다."
땀을 닦는 필자에게 요셉 씨가 설명했다. 좁은 공간에서 나온 필자는 심호흡을 했다. 사막의 한 복판이라서인지 공기도 모래 색깔이었다. 그래도 4,500년 전의 문명을 들여다 본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와 만나다
이어서 본격적인 관광 체험으로 들어갔다 낙타를 타고 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돌아보는 코스였다. 필자가 리비아에 근무 시 낙타를 많이 봤으나 타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요셉 씨가 낙타를 끄는 젊은이들과 협상을 벌이더니 '30분 정도 타는 것으로 정했다'고 했다. 요금은 적정하게 지불했으니 '도중에 추가 요금은 한 푼도 주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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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을 태울 낙타들 |
요금을 지불함과 동시에 낙타가 털썩 주저앉았다. 필자가 올라타자 키큰 낙타가 벌떡 일어섰다. 2m가 족히 되는 높이였다. 낙타는 긴 다리로 성큼 성큼 걸었다. 보폭이 길어서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낙타 등에서 피라미드의 형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무너진 형체의 건물들에서 역사의 흔적이 묻어났다. 넓은 사막에 깔린 무덤들도 볼거리였다. 갑자기 낙타를 끌던 젊은이가 낙타 위에 올라탔다. 낙타는 더욱 빠른 걸음으로 전진했다. 드디어 스핑크스의 거대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낙타는 작은 계곡을 비틀거리면서도 속도를 잃지 않았다. 군데군데 말을 탄 현지인들이 몰려왔다가 몰려가곤 했다.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면서 친절을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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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거대한 모습 |
"여기가 스핑크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입니다."
22살이라는 낙타몰이 청년의 말이다. 실제로 스핑크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이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스핑크스의 거대함에 기가 죽고 말았다. 스핑크스를 뒤로하고 다시 출발점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이 때 낙타몰이 청년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극성스러운 상혼(商魂)이 이미지 해쳐
"구경 잘했으니 추가 요금을 주셔야죠."
"요금은 출발점에서 다 지불했지 않았느냐?"
낙타 위에서의 협상은 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낙타마저 주인 편에 선 듯 휘청휘청 갈지자로 걸었다. 필자가 '돈이 없다'고 하자 주머니를 만지면서 '지갑을 보자'고 했다. '지갑도 없고 달러도 없다'고 했더니 그는, '한국 돈이라도 달라'고 했다. 필자도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한국 언론의 컬럼니스트다. 이 사실을 기사화하겠다. 그리고, 요셉 씨에게 이야기해서 경찰에 고발하겠다."
"지금까지의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합시다."
집요하게 추가 요금을 요구하던 그가 포기한 듯 꼬리를 내렸다. 낙타도 눈치 빠르게 요조숙녀(窈窕淑女)처럼 얌전하게 걸었다. 이것을 민도(民度)라고 해야 할까.
낙타꾼(?)들의 작은 해프닝이 피라미드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찬물을 끼얹었다. 4500년 전 조상들의 찬란한 문명에 먹칠을 한 것이다. 쿠푸(Khufu)왕의 유령이 회초리를 들어야 할 판이다.
'피라미드와 낙타, 그리고 스핑크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조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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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옆 사막을 돌아보는 서양 여인들 |
출발점에 돌아온 필자는 요셉 씨의 차를 타고 세 개의 피라미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로 향했다. 멀리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서양 여인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녀들의 미소가 끝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