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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문화는 나눔입니다. 결코 소유가 아닙니다"

중남미문화원을 찾아서(2)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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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는 '빠에야'로 했다. 스페인 전래 음식인 '빠에야'는 중남미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큰 프라이팬에 담겨져 나오는 '빠에야'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빠에야'의 주재료는 쌀이다. 거기에 닭고기나 새우, 홍합, 콩 등을 넣는다. 이 음식의 특징 중의 하나는 노란 색깔인데 '사프론'이라는 향신료 때문이다. 이 음식의 진미는 바로 샤프론의 향(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특하다. 식사 중에도 이복형 원장의 열변은 '샤프론'의 향처럼 강하게 이어졌다.
 
중남미는 기회의 땅
 
"중남미는 우리에게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지역입니다. 최근 10년간 평균 6%를 성장한 지역입니다. 2012년 한·중남미 교역이 516억 달러입니다. 이 중에서 수출이 328억 달러, 수입 188억 달러입니다. 14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내는 셈 이죠. 중남미는 먼 나라가 아니라 기회의 땅입니다."
 
80순(旬)이 넘는 나이에도 수치에 대한 기억력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현역 시절과 똑같은 패턴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뉴스를 접한다. 영어·스페인어 ·일본어가 능통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필자에게 '일본 산케이신문의 논조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귀띔을 했다. 일본의 지나친 우경화에 대한 걱정이다. 외교관 출신답게 나라 사랑이 각별했다.
 
식사 후에는 문화원의 문화 해설사 이지훈(41) 씨의 안내를 받았다. 이 박물관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가면이라고 했다. 나무·가죽·철기·석기·토기 등의 다양한 재료와 형형색색의 300여개 가면들이 시대의 애환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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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형상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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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의 가면들
 
 
"이 가면은 주로 축제와 카니발, 의식 등에 사용됐던 것들입니다. 특히 긴 코처럼 보이는 이 가면은 사자(死者)의 입(口)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지훈 씨의 말이다. 죽은 자(者)가 인간들에게 남기려고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에 몰두하면서 박물관을 나와 야외 조각 공원으로 향했다. 아직은 신록이 가시지 않은 나무들의 이파리가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거렸다.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는 고은 선생의 <삶>이라는 시구(詩句)가 번뜩 떠올려졌다
 
열정과 정성으로 태어나
 
'태양의 돌'을 뒤로하고 조각 공원에 들어서면 '4개의 바람'이라는 조각품을 만난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호세사깔(Jose Sacal)' 내외가 직접 내방해서 설치 레시피를 주면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작가 '빅토르 살라스(Victor Salas)'도 문화원 현장에서 텐트를 치고 작품을 제작했다. 중남미 12개국 40여점의 조각품들은 이렇게 뜻있는 인사들의 열정과 정성으로 오늘의 모습으로 다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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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바람
 
조각공원 우측에 바로크 양식의 교회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2011년에 완공한 종교관이다. 중남미는 가톨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에 의해 원주민의 문화가 새로운 형태로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남미 문화를 논할 때 가톨릭을 배제할 수가 없다. 이곳에 종교관이 세워진 이유다.
 
"중남미의 성당 내부의 주제단(主祭壇)에는 유럽에서 선호한 그림(성화)보다 성모상과 성미카엘, 성가브리엘 조각, 기타 천사상과 부조(RELIEVE 浮彫)등으로 만들어지고 천장과 벽면에는 프레스코(FRESCO)로 복도는 장식유리(VITRINA-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 종교화 등으로 장식한다고 합니다. 이 종교관은 그러한 형태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 의자를 보십시오. 먼지 하나 없지 않습니까?  이사장님께서 날마다 손수 닦으십니다."
 
이지훈(41) 해설사는 '홍갑표 이사장님은 매일 이른새벽에 일어나서 묵상을 하고 문화원 내부를 살핀다. 꽃 한 송이 풀 한포기 홍 이사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종교전시관에 설치된 주제단(길이 4.5m, 높이 6.5m)은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바로크 종
교 미술가 A. PARRA(멕시코)의 대표작으로 그의 작품들은 실제로 VATICAN (교황청)에서
도 사용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종교미술 전시관이기도한 이곳은 개인의 종교와 관계없이 명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종교관을 나와서 언덕길을 오르면 호젓한 산길 같은 소로(小路)가 나온다. 고개만 들지 않으면  틀림없는 산길이다. 마야 벽화 표지판을 따라가자 거대한 벽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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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벽화(23×5m)

"길이 23m, 높이 5m의 도자벽화는 남미 안데스의 잉카문명과 함께 MESO-AMERICA(멕시코와 중미지역)의 아즈테카(AZTECA)와 마야(MAYA)의 신비로운 문화유산의 상징인 아즈텍 제사년력(祭祀年曆)과 기호(CODICE) 그리고 마야의 상형문자(象形文字 HIEROGLYPH)와 벽화, 피라밋 속의 생활풍속이 담긴 유물작품을 기초로 했다. 떼오띠우아깐(TEOTIHUACAN AD1-650), 똘떼까(TOLTECA AD950-1150)의 후예인 아즈텍(1325-1527)의 역보(曆譜)는 1년을 280일로 인식하였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매장되었다가 1885년에 멕시코시티에서 발굴되어 국립인류역사박물관에 소장중인 역보(曆譜)는 직경 3.50 미터, 무게가 24.5톤의 석조물이다.“
 
벽화 옆 안내판에 쓰여 있는 글이다. 이 벽화는 홍갑표 이사장의 스케치에 의해 한국의 유명 작가가 만든 것이다. 홍 이사장의 놀라운 상상력과 근면함에 의해서 마야의 벽화가 한국에서 꽃피운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곳곳의 건물 디자인도 홍 이사장의 땀의 결정체다. 홍 이사장은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전문가를 능가했다.
 
"고대의 것이 그대로 현존하고 있는 기둥을 보면 앞과 뒤, 옆을 정확히 자로 재서 기록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지 박물관이란 박물관은 다 돌아다니며 드로잉을 해서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지금도 꿈을 꾼다>에 들어 있는 글이다. 홍 이사장은 실제로 노트에 그린 그림이 헤질 정도로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미래의 꿈을 꾸며 행복해 했다.
 
문화도 나눔이다
 
"문화는 나눔입니다. 결코 소유가 아닙니다."
 
홍 이사장은 "중남미문화원이야말로 그 나눔의 결과물이고 증거다"면서 "재산이란 사회로부터 벌어들인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한결같은 생각입니다"고 했다. 요즈음의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홍 이사장은 40여 년 동안 열정과 땀과 고뇌로 경작한 중남미문화원을 사회에 내놓았다. 행복의 수치는 더욱 올라갔다.
 
"코스타리카에서 살던 시절에는 파나마, 니카라콰 지역의 유물과 미술 작품을 수집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주변의 아이티를 비롯한 카리브 해 연안의 유물을 모았죠. 멕시코 지역에서는 과테말라·엘살바도르 등 유카탄 반도를 포함한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아즈텍·마야의 고대 유물을, 아르헨티나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볼리비아·칠레·페루의 잉카 등 남아메리카의 유물을 수집했습니다.“
 
홍 이사장은 이 골동품들을 엄청난 값을 치르고 산 것이 아니다. 대부분 벼룩시장에서 찾아냈다. 보물을 가리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의 혜안(慧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부터 남몰래 쌓아온 골동품에 대한 지식이 벼룩시장에서 빛을 본 것이다.
 
홍갑표 이사장은 "골동품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안에 감춰진 '어떤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겉만 보고서 그 사람을 평가 할 수 없다. 내면에 들어있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

고대 아즈텍, 마야, 잉카의 잃어버린 세계가 한 개인의 열정으로 한국에서 움을 트고 꽃을 피워서 열매를 맺어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 이 중남미문화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홍갑표 이사장의 남모르는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신간 <지금도 꿈을 꾼다>로 들어가 본다.

"참으로 피나게 인내하며 열심히 살아온 나의 가슴을 열어보라. 천 원 하나 누구의 도움 없이, 있는 재산 몽땅 털어 문화 사업에 혼이 빠져 죽어간 내 시신을 해부해 보면, 내 속은 까맣게 타서 숯검정이 되어 있겠지"

지난 20년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글이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 사업을 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홍갑표 이사장은 개인의 힘으로 일궈냈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입니까?"의 필자에 질문에 간단명료한 답이 나왔다.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지금도 꿈을 꾼다>로 했을까? 80세 할머니의 눈이 소녀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하늘의 태양이 갑자기 남미의 태양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입력 :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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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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