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1. 칼럼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라(2)'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일본군의 침공을 당해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파벌을 만들어 정쟁을 계속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기는커녕, 탁상공론으로 군사를 부린다. 일본군의 대규모 재침을 목전에 두고서도 국방의 주축인 수군 총지휘관을 교체했던 그들이다. 이러한 믿을 수 없는 인사의 이면에는 필시 복잡 미묘하고도, 어리석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기사본문 이미지
이순신 장군 동상
그렇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당파싸움만 일삼고 있었으니.....<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라>의 작가 '아라야마 토루(荒山徹)'가 묘사한 소설의 한 부분이지만, 그 당시의 상황이 부끄럽게 그려진다.

"이순신밖에는 적임자가 없사옵니다."

"무엇을 주저하고 있나이까. 어서 결단을 내리시옵소서."

정탁과 유성룡이 안간힘을 쓰면서 이순신의 복귀를 주청해도 임금은 침묵했다. 이순신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신들의 편싸움에 선조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지도자의 인사 정책과 판단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불의의 일격(一擊)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백의종군 이순신은 한숨만 내쉰다. 임금의 교지는 언제나 당도할까?

<백의종군 이순신은 안위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조촐한 호족반(虎足盤)에는 보리밥, 시래깃국, 김치, 생선구이가 올라와 있다. 생선은 군관들이 남강 지류에서 잡아온 중간 크기의 붕어였다.>

"생선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드디어 서울에서 선전관 일행이 순신의 복귀를 전하는 교지를 들고 들어선다. 임금의 교지를 중간에서 탈취한 암살단들이다. 이순신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선전관 양호입니다. 이순신 장군님이시지요? 성상의 교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 통제사."

"발경우백의(拔卿于白衣) 수이(授以).......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師)-경을 백의에서 벗어나게 하고 삼도 수군통제사에 제수하노라."

"멈추시오, 종사관...."

황여일이 고함을 지르며 치닫는다. 황여일은 순신을 보자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고, 분노의 얼굴을 양호에게 향한다.

"장군님! 선전관 일행은 가짜이옵니다. 장군님의 목숨을 노리는 일본의 자객들입니다"

선전관 일행은 조선인으로 위장한 자객 '다테즈 주이치로' 일당 이었다. 순간, 불의의 일격이 가해졌다. 폭음과 함께 토벽이 부서져 날아가고, 백의의 그림자 셋이 뛰어 들어올 때까지 ' '다테즈 주이치로(循津銃一郞)'가 순신의 목을 베어 떨어뜨릴 기세였다.

<두 번째의 굉음이 귀를 때린다. '다테즈(循津)'가 울음 같은 비명을 질렀다. 흰 연기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침입자들도, 이순신의 모습도 사라졌다.>

'다테즈(循津)'는 변장술에 능한 무서운 자객이다. 옥포에서 패한 '도도 다카토라(藤登高虎)'가 이순신이 통제사로 복귀할 것을 알고 '다테즈'를 보낸 것이다. '도도(藤登)'는 누구보다도 이순신을 증오하는 자(者)이다.

순신은 놀라움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내 나라, 내 땅'에서 일본 자객으로부터 습격을 받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길목마다 자객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고비를 넘긴 이순신은 무사히 현지에 부임했다. 참으로 숨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순신은 나라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을 함께 짊어진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죽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이순신이 부임지에 도착하자 13척의 배는 다행이 그런대로 남아 있었다. 이날은 마침 추석이었다. 순신은 그의 일기에 이렇게 썼다.

"누각에 올라 밝게 비치는 달을 우러르지만, 가슴 속은 평온하지 못하다."

거북선마저 왜군의 게릴라에 의해 불타고, 남은 것은 13척의 배-. 장수들은 중과부적이라고 하면서 그'만 후퇴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기사본문 이미지
명량대첩의 재현(사진: 뉴시스)
이순신은 "모두들 중과부적이라고 하나, 이건 잘못이다"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는 소수의 병력으로 대군을 격파한 예가 적지 않다. 멀리는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 가까이는 고려의 강감찬 장군 계셨지 않는가?"고 반문한다.

"해전에 있어서 지리적인 이점. 그것을 살릴 수 있는 곳은 바로 명량(鳴梁)이다."

바위의 목덜미라고 하는 울돌목- 이곳은 파도가 심하게 소용돌이 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조류의 흐름을 바꾼다.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곳이다. 순신은 바다물의 흐름까지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순신을 노리다

"너 이순신! 이놈!"

<'다테즈(循津)'의 환도가 번쩍하자 순식간에 이순신의 손에서 칼이 날아갔다. 순신은 손목의 고통을 참으며 옆에서 쓰러진 '하시하베(忍羽部,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로 이순신을 지키는 무사)'의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 '다테즈'는 입을 다문 채 춤을 추듯이 순신에게 쳐들어갔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변신을 잘하는 '다테즈'가 조선인으로 둔갑해 순신을 공격한 것이다. '다테즈'가 순신에게 환도를 내려치려는 순간 아군 저격병이 총을 발사했다. 그의 오른쪽 가슴과 복부에서 뿜어 나오는 피가 지휘탑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살아남아 명량(鳴梁)에서 13척의 배로 10배 이상의 적을 물리쳤다. 이 싸움에서의 승리로 정유재란의 대세를 바꿨고, 일본수군이 서해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기사본문 이미지
거북선과 일본군의 아타케부네(安宅船) <사진:名護屋박물관>


<고려비첩> 부제(副題)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라>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본인이 쓴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한 일본의 암살단 파견이 충분히 예상된다. 일본 작가 '아라야마 토루(荒山 徹)'는 그 당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잘 엮었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적 원문을 많이 인용했다.

평화를 신봉하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순신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장면도 사실에 가깝다. 천주교인 '고니시 유키나가'는 전쟁을 반대했다. 그는, 1600년 9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군에 패배, 43세의 나이로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로마 교황청에서 애도의 미사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요즈음의 역사소설은 픽션(fiction)보다는 팩션(fact +fiction)이 대세다. '팩션'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허구)을 더하는 것이다. 소설이 '다큐멘터리'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허구만을 엮여도 재미요소가 사라진다. 그러한 점에서 '아라야마 토루(荒山 徹)'의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라>는 '의미 있는 팩션(fact +fiction)이다'는 생각을 해본다(끝).

입력 : 2012.10.24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