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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여행을 떠난 일본 외교관(外交官)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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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신록이 우거진 녹음방초의 계절을 맞이하여 귀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금번 본인은 외무성의 명을 받아 지난 3년 5개월간의 제주일본총영사관 수석영사로서의 직무를 마치고, 8월 하순 밴쿠버 일본 총영사관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 및 제주일본국총영사관 재임 시 베풀어 주신 귀하의 아낌없는 관심과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귀하의 무궁한 발전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7월 도미 요시유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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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로 떠나는 외교관 도미 씨


필자는 외교관 도미 씨로부터 엽서 한 통을 받았다. 인터넷 시대에 엽서를 받는 자체가 특이하다 못해 생소하기까지 했다. 도미 씨는 제주총영사관 수석영사를 마치고, 캐나다의 밴쿠버일본 총영사관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을 필자에게 알려온 것이다.

일본인들은 아직도 신상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편지나 엽서를 보내온다. 엽서에는 부임지의 연락처와 전화번호, FAX, e-메일 등이 모두 들어 있다. 이는, 예측이 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광화문에서 송별회

필자는 휴대폰으로 도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떠나기 전 소주라도 한 잔 하자는 의도에서다. 그와 최근에 만난 것은 1년 반 전의 일이다. 2011년 3월 10일. 후쿠시마(福島) 지진이 일어나기 하루 전이기 때문에 만난 날짜가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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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도미 씨를 소개한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허영섭(우) 씨-


그날 도미 씨는 필자에게 제주도에 놀러오라고 했다. 하지만 일이 바빠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시점이 되고 말았다. 몇 번의 통화 끝에 송별회는 광화문의 오래된 낙지 집으로 정했다.

"네- 좋습니다. 저도 해산물 좋아합니다. 기왕이면 매운 맛으로 주문해 주세요."

도미 씨의 외교관 생활은 한국이 전부다. 시작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1년 반을 한국에서 보냈던 것이다. 아이들이 일본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둘 다 한국에서 자랐다. 그들이 서울에 사는 동안은 일본인학교 · 국제학교가 있었지만, 제주도에는 그러한 학교가 없어서 '한국 학교에 다녔다'고 했다. 그래도, 제주도에선 요즈음 흔히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도 없었다. 그는 그러한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부임지로 떠난다.

"한국말만 하다가 영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영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하면 길이 열린다'고 했다. 언어도 인생도 다 같은 의미라고 했다. 이어서 필자는 그에게 물었다.

"한국 생활을 통해서 느끼신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네-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바로 형님 · 선배님 · 아우 · 후배 하는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들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일본에는 그러한 모습들이 없거든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문제점이라면 "교통질서를 안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무원의 임무에 충실할 뿐 정치적인 문제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교관의 역할은 자국민의 비자 문제와, 생활 문제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입니다"고 했다.

그의 '18번' 노래는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 속을 벗어나 봐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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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를 나누는 허영섭(우) 씨와 도미 씨


광화문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필자는 그를 소개해준 허영섭(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씨와 함께 작별을 고했다.

"밴쿠버에 놀러 오세요. 한국말을 잊어버릴까 걱정이 되니까요."


그는 또 새로운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났다. 그가 새로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는 제2의 고향 '한국'을 그리워하면서 로키산맥을 오르내릴 것이다.

사람의 관계는 이러한 것이다. 같이 웃으면서 서로가 보고픈 관계-그것이야말로 영원한 우정이리라.


필자는 청계천에서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을 '찰칵' 했다. 그의 포즈도 멋져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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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 도미 씨


비가 내리던 서울의 하늘이 갑자기 밝아졌다. 청계천 물줄기도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흘러갔다. 인생은 어차피 나그네인 것을.....시간의 가치와 세월의 흐름은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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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알리는 꽃 코스모스
필자는 도미 씨가 제주도에서 사온 보리빵을 들고 가을이 저만치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면서 집으로 향했다.

"가을이 되면 우리도
 빨갛게 익어간다.

 고추밭 울타리의 잠자리들처럼

 금빛 벼 이삭의

 추파를 받으며

 가을이 되면 우리도

 사랑으로 익어간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영훈(56) 시인의 '초록(草綠)'이라는 시다. 시인은 필자에게 "시(詩)를 문자로 풀면 절(寺)의 언어(言)다"고 했다. '속세의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해서 영글어간다'는 말이다. 도미 씨와 필자의 헤어짐도 그러한 운명일까.

"밴쿠버에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도미 씨의 말이 아직도 필자의 귀에 생생하다. 그가 언젠가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한국과 일본의 파고(波高)를 잠재우는데 있어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을 가져본다.

입력 : 201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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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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