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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윤동주, 시인(詩人)의 언덕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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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언덕


필자는 윤동주 문학관을 나와 '시인의 언덕'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여름날의 무더운 기운은 여전했다. 필자는 땀을 흘리면서 '시인의 언덕'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언덕 위에 오르자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고, 남산 타워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비가 내린 후라서인지 하늘이 맑았고, 하얀 구름과 먹구름이 뒤엉켜서 싸우고 있었으나 흰 구름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언덕 위의 작은 바위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는 글이, 오른 편 큰 바위에는 그 유명한 서시(序詩)가 새겨져 있었다.

부끄럼 없는 투명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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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서있는 시비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시(詩)다. 휴일을 맞아 삼삼오오 '시인의 언덕'에 올라 서울 시내를 발아래 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서시(序詩)를 읊조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좋아보였다. 이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이 큰 울림이 되어 서울 시민 모두에게 다가가는 공명(共鳴)이 될 것 같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목책도 시(詩)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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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덕에 있는 목책 길


서시(序詩)는 윤동주가 1941년 1월 20일에 쓴 시(詩)다. 자화상, 새로운 길, 간판 없는 거리,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등 18편을 수록할 시집의 첫머리에 들어갈 시였다. 그래서인지 생(生)의 무게와 깊이가 느껴지는 교훈이자 금언(金言)처럼 알차다.

시비(詩碑)를 뒤로하고 산책로를 오르면 목재 울타리가 나온다. 시골 농가의 평범한 울타리 같지만, 목책마다 시의 제목과 시구(詩句)들이 가득하다. 빛바랜 목책도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시(詩)를 통해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음이다.

고추밭 · 코스모스 · 길 · 눈 · 서시 · 자화상 · 별 헤는 밤 · 태초의 아침.........지주목에 붓글씨로 쓰여 있는 윤동주 시의 제목들이다.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 유명한 시도 있지만, 고추밭이나, 코스모스 등 비교적 생소한 시(詩)도 열거돼 있었다. <고추 밭>이라는 그의 시를 옮겨본다. 새록새록 인간미가 묻어나고 자연친화적이다.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밭머리에서 어정거리고

 손가락 너어는 아이는

 할머니 뒤만 따른다.

 시들은 잎 새 속에서

 고 빨-간 살을 드러내 놓고

 고추는 방년(芳年)된 아가씬 양

 뙤약볕에 자꾸 익어간다."

민족의 삶의 문제를 신념으로 시에 승화

짧은 생(生)임에도 불구하고 윤동주만큼 우리의 뇌리 속 깊이 각인된 시인도 없다. 그만큼 어두운 시절의 민족 문제를 시(詩)로써 일관되게 자신의 신념을 밝혔기 때문이다. 숭실대에서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2003년)한 일본인 '구마키 쓰토무(熊木 勉, 현 후쿠오카 대학 교수)' 씨는 그의 학위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윤동주는 고난의 시대에 민족의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의지와 신념으로써 시(詩)에 승화시켰다. 그의 시집(詩集)은 그 정신의 기록으로서 암흑기의 문학사에 있어서 귀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식민지 시대 시문학사에 있어서 윤동주만큼 일관되게 현실에 대한 대립적 감성을 소유한 시인은 없으며, 시에 있어서 그 만큼 자신의 태도의 문제에 진지하게 고뇌한 시인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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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루드베키아'도
'시인의 언덕'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소설 <야나기 가네코의 조선을 노래하다>의 저자인 일본의 '다고 기치로(多胡吉郞, 56)' 씨도 필자에게 "투명한 영혼, 윤동주 시인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일본인이면서도 시인 윤동주를 보는 눈이 남다른 지식인들이 제법 많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이 추억과 사랑을 안고 다가오려는 조급함에서 일까?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는데도 파란 하늘에 하얀 달이 서둘러 떠 있었고, 숫자가 늘어난 먹구름들이 흰 구름을 내몰고 있었다. 먹구름을 따라온 바람이 세차게 불자 나뭇가지들이 흔들렸고, 웃자란 여름풀들도 너울 거렸다.


'시는 영혼을 비추는 우물'

바람 따라 '시인의 언덕'을 내려오는 순간 윤동주 시인이 <눈감고 간다> 이틀 뒤(1941. 6. 2)에 지었다는 <바람이 불어>라는 시(詩)가 떠올랐다.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理由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이유 없는 괴로움'이 참으로 많다. 그것을 운명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유 없는 괴로움'도 스스로 극복하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

"시(詩)는 영혼을 비추는 우물이에요. 우리는 어두운 영혼의 우물 속으로 두레박을 던져 진실을 길어 올리죠. 그리고 시로부터 위로받고, 시로부터 배우며, 시를 통해 구원받아요."

윤동주가 후쿠오카(福岡) 감옥에서 간수에게 한 말이다. 시(詩)가 '어두운 영혼의 우물 속으로 두레박을 던져 진실을 길어 올린다'는 부분이 감동적이다. 요즈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정명의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의 한 대목이지만.......

입력 :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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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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