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까지 와서 일식집이라뇨? 당연히 케밥(kebab) 먹으러 가야죠."
터키 음식은 세계 3대 요리로 손꼽힌다. 대표적인 음식이 케밥(kebab)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본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행들의 불평을 잠재우며 일식집을 찾기로 했다.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도 일단 행동통일을 했다.
이스탄불(Istanbul)의 밤공기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가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의 자태도 조명발을 받아 더없이 아름다웠다. 유럽형 빌딩은 물론 사람들의 모습과 피부 색깔이 달라 이국(異國)의 정취를 자아내게 했다. 모두들 자연스레 흥얼거렸다.
탁심 거리의 모습-일일 최대 300만 명이 운집한다 |
일식 스시코(壽司屋)-
스시코 입구 |
그런데 식당의 분위기가 확 바꾸어져서 놀랐다. 새로이 인테리어를 한 모양이었다. 지난해 말 필자를 반기던 현지인 종업원들이 보이지 않아서 섭섭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만 알기에 궁금증의 강도만 높아졌다. 주문을 하러온 종업원에게 물었다.
"저- 미스터 호시노(Hoshino)씨 안 계십니까?"
"호시노(Hoshino) 씨요? 그는 지금 없습니다."
종업원의 짤막한 대답은 '그가 그만두었는지', '오늘은 휴무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배인 격인 키가 큰 여자 종업원이 필자에게 다가와 '손님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호시노(Hoshino) 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출근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음식의 주문은 터키 맥주에서부터 일식 안주 등으로 빠르게 진도가 나갔다. 필자는 평소 눈에 익은 음식들이기에 주문이 편했다. 다행스럽게도 일행들 모두가 일식을 좋아했다. 맥주잔으로 건배를 하며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생선회(刺身) 한 접시가 나왔다. 값이 제법 비싸 보여서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미스터 호시노(星野)의 특별 서비스입니다."
일행들의 환호성(?)이 식당의 조용한 분위기를 깨트렸다. 멀리 터키에서 일식당을 찾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주방의 책임자로부터 특별 서비스로 생선회를 제공받았다는 사실도 신비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입니다.'
터키는 맥주를 시키면 종업원이 맥주잔에 부어 준다. 마치 와인을 마시는 것과 흡사하다. 맥주잔도 와인 잔과 비슷하다. 문화의 차이인지....
모두들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터키의 맥주와 일본 음식을 안주로 이스탄불(Istanbul)의 밤이 행복했다.
"장 선생! 오랜만입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훤칠한 호시노(星野) 씨가 나타났다. 복장으로 보아 휴일 인데 일부러 출근한 듯했다. 필자는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호시노(星野) 씨와 둘이서 건배를 했다.
10년동안 일본을 가본적이 없다는 호시노씨- |
호시노 유타카(星野 裕)-
올해 나이 51세인 그는 일본 니이카타(新潟)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니이카타(新潟)는 일본 술 즉, 사케(酒)가 유명한 곳이다. 호시노(星野) 씨는 태어나기만 니이카타(新潟)일 뿐 줄곧 도쿄(東京)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어언 30년-.
"어느 덧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참으로 빠른 세월입니다."
그는 1992년 런던으로 건너가 요리사를 했고, 1995년부터 이곳 이스탄불(Istanbul)에서 일하고 있다.
"터키에 온지도 눈 깜박할 사이에 7년이나 됐군요."
그는 '터키 사람들이 너무나 친절해서 좋다'고 했다.
주방에서의 호시노 씨 |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어쩐지 맛이 좋았습니다. 이 식당에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겠습니다."
실제로 늦은 시간에도 식당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했다.
길거리 음식이 세계로-
필자는 호시노(星野)씨와 제법 긴 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의 부모님은 현재 도쿄(東京)에 산다고 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도교에 다녀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말에 고개가 갸웃 뚱해졌다.
"도쿄에 다녀온 지 10년이나 됐습니다. 유럽에 친구들이 많아서 주로 유럽을 자주가고, 일이 바쁘다보니 시간을 낼 수가 없더군요."
자신의 나라 일본보다는 해외생활이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의 표정으로 봐서 이스탄불(Istanbul)의 생활이 대만족인 듯했다.
터키 직원들과 함께한 호시노씨 |
스시코(壽司屋)는 100% 터키인 소유의 식당이다. 스시(壽司)를 배달하는 '스시(壽司) 익스프레스'도 이 회사의 계열 식당이란다.
"이스탄불(Istanbul)에는 약 10여 개 정도의 일식집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밤도 이슥했고, 일행들도 필자를 기다리고 있어서 장시간 대화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국(異國)에서 외국인(外國人)끼리 만나서 하나의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필자는 다음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일행들과 함께 스시코(壽司屋)를 나섰다.
"도쿄의 길거리 음식이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이스탄불(Istanbul) 밤거리를 걷는 동안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궁금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