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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일본인과 함께한 행주산성(幸州山城)-2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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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幸州山城)에 올라 전후좌우를 돌아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동서남북(東西南北) 사방이 훤히 트였기 때문에 마음의 문까지 활짝 열리는 듯 했다. 한강(漢江)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오츠보 시게타카(大坪重隆 · 71)'씨도 두 팔을 번쩍 쳐들고 '기분이 좋아요'라고 하면서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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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에서의 오츠보 씨

진강정에서 휴식을-

  쉼터인 덕양정(德陽停)을 지나 한강 쪽으로 몇 걸음 내려가면 보다 호젓한 쉼터인 진강정이 있다. 약간의 내리막 계단길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조용히 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큰 키 나무아래 수풀이 우거져 있고 수풀사이로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한강물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6월의 뜨거운 볕을 받은 한강물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한강물을 바라보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벗 삼아 스르르 잠이 오는 듯했다. 정자에 앉아 비몽사몽(非夢似夢) 자연에 취했다. 구상의 시(詩) <한강근경> 한 구절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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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둘러싸인 진강정
<한낮의 봄볕을 받으며
 눈부신 얼굴을 한
 한강이 흐르고 있다.
 
 지난날 마르고 여위어서
 창자까지를 드러내던 그 강이
 이제 넘실거리며 흐르고 있다.>

한 강은 이렇게 물이 넘쳐나는데 요즈음 전국방방곡곡에서 가뭄으로 목이 탄다고 한다.

"한강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로 흘러가나요?"

'오츠보 시게타카(大坪重隆)'씨가 필자에게 질문을 했다. 매사를 간단하게 흘려보내지 않는 그 다운 질문이다.

"태백산맥에서 시작해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기도, 서울특별시를 거쳐서 서해 바다로 흐르는 강입니다."

아리수(阿利水) 이야기

"요즈음 제가 일본에서 '광개토대왕'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리수(阿利水)라는 말이 자주 나오더군요. 아리수(阿利水)가 고구려 시대에 한강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대단하십니다. 한국 사람보다 더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아리'라는 말은 고대로부터 '크다' 또는 '신성하다'의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물(水)을 붙여 아리수가 된 것입니다. 큰 강, 신성한 강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역사학자가 아니라서 일반적인 상식의 선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막걸리는 언제 마시러 가나요?"

"아! 그렇군요. 이제 서서히 내려갑시다."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오츠보 시게타카(大坪重隆)'씨다. 그의 부인은 본인보다 한 수 위라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에 나오는 왕은 물론 역대 왕들의 이름, 업적 등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특이한 사람들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의 역사에 무관심한 자신을 반성했다. 성을 내려가는 길에 충장사를 잠시 방문했다. 권율 장군의 영정에 목례를 했다.

행주산성의 구경은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행주산성(幸州山城) 주변, 먹을거리 풍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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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장사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요? 행주산성(幸州山城) 주변에는 장어, 갈비, 한정식...뭐든지 다 있습니다."

"갈비로 하죠. 한국에서 먹는 갈비가 일품입니다. 요즈음은 일본에도 한국 식당이 많습니다. 그래도 본고장에서 먹는 것과는 아무래도 맛이 다릅니다."

점심 식사 장소는 한강이 보이는 야외 식당으로 선택했다. 날씨가 더워 숯불 피우는 것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갈비를 시켰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내세우며 강행했던 것이다. 역시 막걸리를 곁들여서다. 오츠보(大坪)씨는 피어오르는 연기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해 했다.

"! 이 맛입니다. 참으로 행복합니다."

"부인과 같이 오셨으면 더욱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아닙니다. 저의 아내는 제가 없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지금 혼자서 한국 역사책을 독파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아 좋아할 것입니다."

", 돌멩이 맞을 말씀을 하시는 군요."

"아닙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욕심을 버리는 삶이 가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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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카페에서 천년바위를 부르는 오츠보 씨


"제가 최근에 노래하나를 배웠습니다. <천년바위>입니다. 특히, 노래 가사가 좋아서 자주 부릅니다.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이 대목이 너무나 좋습니다."

"식사 후에 라이브 카페에 가면 <천년바위>를 신청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아! 낮인데도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대중가요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카페가 있습니다."

식사 후 필자는 오츠보(大坪)씨와 함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통기타를 든 젊은 가수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 몇 곡을 들은 후 <천년바위>를 신청했다. 노래가 나오자 오츠보(大坪)씨가 무대 앞으로 나가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동녘 저 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세상 어딘가 마음 줄 곳을 집시되어 찾으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오츠보(大坪)씨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의 욕심(慾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임진왜란도 제국주의 일본도 부질없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욕심을 버리는 삶이 '가치 있는 삶'입니다."

"야심이여! 사라져라. 대지의 무거운 짐이 되는 모든 자의 규칙은 동등하다"는 세네카(Seneca)의 인생론 한 구절을 되새기면서 행주산성을 벗어났다.

입력 :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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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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