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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이마바리(今治)에서-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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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미련은 노망인가. 집념인가....5월이란 계절 탓인가. 6월이 또 오고 있기 때문인가."

고(故) 박완서님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억지로 꿰맞추지 않더라도, 필자도 최근 들어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업무적으로 반복하던 일본 대도시 중심의 발걸음이 바뀌어 처음으로 다녀온 소도시에서 느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시코쿠(四国)의 '이마바리(今治)'라는 도시가 그렇다.

일본 지명(地名)이 대체로 발음하기 어렵지만, 이마바리(今治)도 가늠하기 어려운 발음이다. 특히, 한자 치(治)의 발음이 어렵다. 다스릴 치(治) · 고칠 치(治)를 음독의 경우 지(じ)나 찌(ち)로, 훈독의 경우는 '오사마루(治まる)' '나오루(治る)'로 발음한다. 그런데, 치(治)를 '바리(bari)'라고 하는 점에서 땀을 흘려야 했다. 마쓰아마(松山)에서 특급을 타고 1시간 40분을 달려 그리 크지 않은 이마바리(今治) 역(驛)에서 내렸다. 기차에서 내리자 방향감각이 흐트러졌다. 두리번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해상 교통의 요충지, 조선소와 타월이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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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바리 면업(綿業) 아버지(失野七三郞)의 동상
"이곳의 유명 관광지는 어디, 어디가 있나요?"

"유명 관광지요? 글쎄요. 관광할 곳이 별로 없습니다. 큰 조선소와 타월 공장이 있긴 하지만요."

택시 운전사의 대답이다. '미지의 세계' '못 가본 길'에 대한 필자의 기대가 자갈더미 무너지듯 우르르 허물어졌다.

'관광할 곳이 없다는데..... 여행사는 왜 이곳을 추천을 했을까?' 그렇다고 해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 스스로 관광지를 개척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우선 택시에 의지해 이곳의 랜드 마크 격인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여러분 덕택에 창립 15주년을 맞았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손님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자세가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호텔은 의외로 크고 화려했다.

에히메(愛媛)현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16만 정도의 이마바리(今治) 시는 마쓰야마(松山)에 이어 시코쿠(四国) 제2의 도시이다. 조선소와 타월 생산지로 유명하며 니시세토(西瀨戶)자동차도로인 '시마나미' 해도(海道)가 볼만하다. 예로부터 세토(瀨戶) 내해의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헤이안(平安, 794-1185/1192)시대 이전에는 이요국(伊予国) 정부가 설치됐었고, 에도(江戶)시대에는 이마바리 성(城)이 축성되기도 했다.

구루시마해협(来島海峡) 대교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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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시마대교를 건너며-
구루시마해협(来島海峡) 대교는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시(今治市)와 오시마(大島)를 연결하는 다리다. 세토 내해의 구루시마해협(来島海峡)에 길게 걸쳐진 이 다리는 3개의 장대교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3연속 현수교이며,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자 도로까지 갖추고 있음은 물론, 밤에는 야경(夜景)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제1대교, 제2대교, 제3대교가 연속해서 이어져 있어서 다리 전체의 길이를 기억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필자가 세 개의 다리 길이를 합산해 보니 4105m나 되었다. 어찌했던 호텔 꼭대기 층 라운지에서 아름다운 야경만 바라보다가 직접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문제는 다리 위에서 택시가 덜컹거릴 때마다 쉬지 않고 넘어가는 미터기의 요금이었다. 뒷좌석에서 '곱하기 15....와!'가 새어나왔으나 필자는 애써 모른 척하며 말머리를 돌렸다. 투자 없는 여행은 의미가 반감되리라.

이마바리(今治) 역 앞에서 졸던 택시 운전사는 신이 나는 듯 다리 위에서 속도를 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택시의 기력이나 운전사의 기력이나 공히 비실비실해졌다. 죽 뻗은 다리는 편편해서 잘 달렸으나 목적지인 기로우산(亀老山)을 오를 때는 차도 사람도 헉헉댔다. 자전거를 의기양양하게 몰던 사람들도 중도포기-. 자전거를 벗 삼아 나란히 걷고 있었다. 기로우산(亀老山)은 해발 307m에 불과하나 산정으로 올라가는 길이 좁고 가팔랐다. 운전사는 불안해하는 필자 일행에게 "과거에는 이 보다 더 좁고 가팔랐지만, 1999년에 관광객 유치 차원에게 크게 개선되었다"고 귀뜸했다. 기로우산(亀老山)은 오시마(大島) 남부에 소재한 산이나, 행정 구역 상으로는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 요시우미(吉海) 마을(町)에 속해 있다.

거북(亀)과 보살(菩薩)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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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우산의 유래와 거북
"지금부터 1300여 년 전. 휘황찬란한 황금색 관음상을 등에 태운 커다란 거북을 여행 중인 스님이 오시마(大島) 해안의 동굴에서 발견하고, 관음상을 모셔서 칠당가람(七堂伽藍)을 건립하게 되었다. 그 후 산의 이름을 기로우산(亀老山)이라고 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에 석조로 된 거북상이 있었고, 그 옆의 푯말에 이러한 글이 쓰여 있었다. 가람伽藍)은 불교(佛道)에 입문한 자가 수행하는 도량을 말하고, 칠당(七堂)은 절(寺刹)에 필요한 중요 건축물인 당우(堂宇) 일곱 가지를 일컫는다. 다분히 불교적 색채가 강한 일본인들의 발상에서 생겨난 전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어린이날을 맞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린 손자들에게 기로우산(亀老山)의 전설을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필자 일행도 거북(亀) 전설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새로 다듬어진 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올라갔다.

'아! 바다로구나'

안개가 끼어 시계(視界)가 또렷하지는 않았으나, 드넓은 '바다의 평원(?)'이 길게 펼쳐졌다. 산정 전망대에서는 서북쪽의 '구루시마해협(来島海峡)' 및 '게이요제도(芸予諸島)'를, 동으로 '히우치나타(燧灘)'를 볼 수 있었고, 남쪽으로는 '이마바리(今治)' 항구와 이마바리(今治)시내를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이처럼 한 눈으로 전체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산과 바다와 바람과 봄 향기를 느끼며 심호흡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세월은 돌고 슬픔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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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시마해협대교(1, 2, 3)의 전경


  여기에서 '게이요 제도(芸予諸島)'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게이요 제도'는 예로부터 조선반도와 서일본 등을 연결하는 바다의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특히, 한반도와의 교류가 활발하여 조선통신사의 발자취가 많이 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닷길은 문화의 고속도로'라고 했던가. 예나 지금이나 바닷길은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문화와 사연들을 운반한다. 해협을 바라보면서 길게 숨을 내쉬는 동안 '아키야 유타카(秋谷豊, 1922-2008)'의 시(詩) '무사시노(武藏野)'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고대 귀화인의 마음은

연보랏빛 하늘에 구름이 하나

조선반도에서 건너온

그들의 눈에도 지는 해가 있었다.

일렁이는 바다와 바람에 퍼덕이는 돛

그들은 뱃머리를 돌려

서쪽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월은 돌고 슬픔도 흐른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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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우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일본 학생들-


  해협 사이 작은 섬을 휘감는 파도와 함께 세월도 슬픔도 소용돌이치면서 흘렀을 것이다. 아무튼, 구루시마(来島) 해협은 좁아서 중세에는 수군(水軍)이 발달했고, 해수의 흐름이 빠른 것(急流)으로도 유명하다. 유속(流速)이 10노트일 경우도 있어 조난 사고가 많은 곳으로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나루 토카이(鳴門) 해협, '간몬(關門)' 해협과 함께 일본 3대급조류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급조류(急潮流)인 관계로 생선의 맛이 일품입니다. 특히, 요즈음 잡히는 대구의 맛은 가장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운전사 아저씨의 설명은 전혀 다른 각도로 튀어나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밥 먹으러 가자'는 말로 들릴 수 있었으나, 어차피 밥은 먹어야 했다. '못 가본 일식집'으로 안내되어 이마바리(今治) 초밥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입력 :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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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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