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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풀뿌리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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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리로 선출되는 순간-옆자리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가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 아사히신문)

오늘날 우리에게 처한 정치적 상황들이 과거와는 달리 아주 빠르게 변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급변(急變)하는 정치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는 물론이고 이웃 나라 일본의 정치 상황도 예측할 수 없으리만큼 급하게 변하고 있다. 불과 8개월 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 63)'총리도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자와 이치로(小沢 一郎 ․ 68)' 간사장과 함께 동반 퇴진했다. 그야말로 안개 정국이다.
정치가 종말론에 도달했다면? 그것이 운명이라면? 정치학자인 미국의 앤드류 갬블(Andrew Gamble) 교수는 '정치와 운명(Politics and Fate)'이라는 책에 이렇게 서술했다.

"만일 정치가 종말에 도달했다면,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정치는 공적 의지와 공공 목적의 형성, 무엇이 보존되어야 하고 무엇이 개혁되어야 하며, 무엇이 공적인 것이고 무엇이 사적인 것인가와 같은 공적 이해 관심의 결정과 사회를 다스리는 규칙들과 관련된다."

그런데, 사회를 다스리는 규칙들이 국민들의 '공적 이해'를 얻지 못하면 방향을 잃은 나룻배처럼 표류하다가 정치 종말론에 휘말리고 만다. '무엇이 보존되어야 하고 무엇이 개혁되어야'하는가의 결정은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앤드류 갬블(Andrew Gamble) 교수는 또, "국가라는 것은 권력(power)으로서의 정치, 정체성(identity)으로서의 정치, 질서(order)로서의 정치를 모두 필요로 한다"고 했다. 활동으로서의 정치는 이 영역을 지탱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것의 세 가지 차원 모두가 맞물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일본 정치는 이러한 권력 ․ 정체성 ․ 질서 등 세 가지 모두가 흐트러졌다. 급기야 새로운 총리가 등장했다. 바닥을 헤매던 집권당의 지지율이 9%나 상승했다. 신임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 63)' 씨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보통가정의 풀뿌리 정치인

기자 회견을 하는 간 나오토 신임 총리(사진, 아사히 신문)"보통가정에서 태어난 풀뿌리 정치인이 총리가 되는 자체가 일본 정치에 있어서 새로운 일입니다."
신임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 63)' 씨는 기자 회견견장에서의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타로, 하토야마 유키오 등 전후의 역대 수상은 지체 높은(?) 정치 엘리트 출신자나 관료 출신자가 대다수다. 하지만 '간 나오토(菅直人 ․ 63)' 씨가 '보통의 샐러리맨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에서도 지극히 이색적인 총리라고 할 수 있다. 그들과는 근본이 다른 전형적인 보통 가정에서 태어나 시민운동을 하던 그가 일본 정치권의 최고봉인 총리의 권좌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와 악연을 맺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총리를 가장 많이 배출(7명)한 야마구치(山口)현 에서 태어나 도쿄 공업대학 이학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했고, 1971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여 특허법률 사무소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하여 사회시민연합과 사회민주연합 부대표를 지냈다. 전후 세대에 속하는 그는 학원 투쟁이나 시민운동을 거쳐 정치권에 진입 했는데, 그 때가 바로 '깨끗한 선거운동'을 평생 지켜온 여성 운동가로 알려진 고 '이치카와 후사에(市川房枝)' 참의원의 선거운동 요원이 되면서부터다. 그래서 간 나오토(菅 直人) 씨에게는 '시민운동가'라는 이름표가 붙어 다닌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6/5)을 통해 "간(菅) 수상은 시민의 역량이 시험 받는 역사적인 정권 교대를 선택한 민의에 응할 수 있을지, 지극히 무거운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새 수상을 표현하는 키워드는 <시민>이다"고 했다. 1996년, 하토야마(鳩山由紀夫) 씨와 함께 구 민주당을 결성했을 때의 캐치프레이즈도 <시민이 주역>이었다.
요미우리(読売)신문(6/5)도 사설에서 "사회민주연합에서 초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간(菅) 수상은 '시민파(市民派) 정치가'라고 불리어진다. 시민감각은 확실히 중요하다. 하지만, 향후는 국가지도자로서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지키고, 국익을 중시하는 전략적 관점으로 부터의 정치운영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하토야마(鳩山) 정권의 붕괴를 몰고 온 '정치와 돈' 문제도 양인의 퇴진만으로는 미흡하다며, 국회에서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만이 민주당이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신임 총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한국과 호의적 관계 기대

간 나오토 새 총리의 웃는 모습(사진, 야후) 일본의 언론들은 장관 임명과 함께 8일 정식 출범하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새 정권은 오키나와 현 미 해병대 후텐마(普天間) 기지의 이전 문제로 흔들렸던 미·일 관계의 재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더불어 외교정책에서 하토야마(鳩山) 정부의 정책 계승을 표방하고 있어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우리 언론들의 시각도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간(菅) 총리는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자민당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이즈미(小泉) 전 총리 등을 비판했었다.
재일동포 등 외국인 일본영주권자의 지방참정권 부여에는 민주당 내 의견과 달리 간(菅) 총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하토야마 정권과 맥을 같이 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민주당 대표대행으로 이 대통령과 회담한 간 총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비즈니스계 출신의 합리주의자. 새로운 한일관계가 개막 될 듯"이라고 평했다. 이 회담에서 간 총리는 "해저터널을 통해 리니어 모터로 서울과 도쿄를 3시간 정도에 왕복하게 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한국일보, 6/5).

일본의 시민들도 귀족 집안이 아닌 보통 사람 총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의 전직 언론인 '오츠보 시케타카(大坪重隆 ․ 69)' 씨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매사에 솔직하고 적극적인 '간 나오토(菅直人)' 신임 총리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보낸다"면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정서적으로 잘 맞을 것"이라고 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이 어떤 정책을 추구할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전 정권과는 달리 '말보다 실행력 중시'의 풀뿌리 간(菅)총리 체제에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기대해 본다.


'시민은 21세기의 핵심 가치'

아무튼, 이런저런 상황들을 통해서 <시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민(市民)의 사전적 의미로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이다. 이를 보다 확대해서 보면 '시민(市民)은 도시 지역 및 국가 구성원으로서 정치적인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를 말한다. 이러한 의미의 시민은 '국민 국가의 구성원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국민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시민은 정치 집단 고대 그리스에서 도시국가의 주권(참정권)을 가진 계급을 일컫는 것이었으나, <시민>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봉건주의 정치 경제 체제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과도적으로 출현하여 절대군주제와 함께 등장한 사회계급을 일컫는다(위키백과).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시민>이라는 책에서 시민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 했다.
"시민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인간, 사회, 정치에 관한 사상과 이념을 처음으로 창조하기 시작한 때부터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에서 정치를 논하던 이들은 자신이 단지 개인과 가족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인간만이 아니라 그들의 정치 공동체인 폴리스를 함께 통치하는 시민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민 혁명은 바로 이들 시민 계급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의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등이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새 총리는 고교시절 읽은 '올더스 헉슬리(Aldous Leonard Huxley, 1894- 1963)'의 소설 <멋진 신세계>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정치 철학으로서 '최소 불행 사회'의 실현을 내걸고 있다. 그래서 그를 풀뿌리 정치가라고 한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성(姓) 씨도 풀(草)과 관련이 있다. 간(菅)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골풀 관(菅)'이다.

김수영(金洙暎, 1921-1968)의 <풀>이란 시(詩)를 떠올리면서 '풀 한포기, 풀잎 하나도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은 바로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한 포기의 풀'이기 때문이다.

"풀(草)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더 먼저 일어난다(.......)"

입력 : 201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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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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